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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선득도전(八仙得道傳)》 제1회: 선인(仙人)이 용단을 빌려 효자를 도우나 나쁜 관리가 신주(神珠)를 요구

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여러분들은 예전에 “신선들은 본래 범인(凡人)이 된 것이니 오직 범인의 마음이 굳세지 못할까 두려울 뿐[神仙們本是凡人做,只怕凡人心不堅]”이란 말을 들어보았을 것이다. 즉 신선과 범인(凡人)이 원래 하나에서 내원했다는 의미다. 기왕에 범인이 있다면 어찌하여 범인이 신선으로 수련 성취하는 것을 보지 못할 리가 있겠는가? 여러분들이 믿지 못하겠다면 저자가 증거를 좀 내놓아 여러분들이 한번 연구해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자고로 신선은 아주 많지만 신선 중에서 세인들이 모두 알고 들어보았으며 사람마다 경앙(敬仰)하는 것은 팔동신선(八洞神仙)을 따를 수 없다. 지금 사람들은 그들을 간단히 팔선(八仙)이라 칭한다.

저자는 어려서부터 도(道)를 좋아해 일찍이 세상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수많은 천정(天庭 하늘 조정)의 비급과 해상(海上)의 기서(奇書)들을 보았다. 뱃속에 실로 수많은 신선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하지만 어떤 일은 너무 생소해서 장차 말을 해도 사람들이 꼭 믿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팔선이 도를 얻은 자초지종과 뚜렷이 드러난 각종 사적을 담론해보고자 한다. 이런 사적은 누구나 알기 쉽게 상세히 말하거나 또는 믿을 만한 고적이 있으니 필자가 거짓말로 사람을 속이지 않음을 분명히 드러낼 것이다.

저 팔동신선이 진(真)을 닦아 도를 얻은 것을 말해보자. 언제 시작되었고 얼마나 많은 해를 지났는지 사소한 이야기들을 포함하면 바로 한 부의 24사(史)가 되니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저자는 고심 끝에 겨우 한 가지 작은 단서를 찾아냈다.

여러분들은 일찍이 고금의 전설에서 무슨 두 용(龍)이 물을 다스렸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 일을 말하면 아주 평범해 보이고 또 저자가 자세하게 검증한 것은 아니지만 뜻밖에도 팔선의 역사와 일부 관계가 있다.

일의 근원에서부터 팔선의 일을 말하려면 이 두 용군(龍君)을 빼놓을 수 없으니 이를 1편의 도입부로 삼고자 한다.

원래 이 두 마리 용은 하나는 하늘 서쪽에 있고 하나는 바다 남쪽에 있었다. 태고(太古) 시기 남섬부주(南贍部洲) 서방 일대는 모두 아주 큰 늪지대[澤國]였다. 그 땅을 가리켜 관구(灌口)라 했는데 옥제(玉帝)의 외조카 이랑신(二郎神)이 봉해진 곳이라 또 관구이랑(灌口二郎)으로도 불렸다. 바로 오늘날 사천(四川)지방에 해당하는데 또 관현(灌縣)이라 불리는 현이 하나 있었다. 당시 이랑신이 관구 일대를 지키고 있었고 수시로 신령하고 기인함을 드러냈다. 인근 물과 땅에 사는 주민들이 받들어 제사를 모시지 않는 이가 없었다. 신청(神廳)에 향불이 꺼지지 않고 아주 성대했다.

그런데 누가 알았으랴! 이 수국(水國)의 가운에 한 마리 노룡(老龍)이 있었다. 그는 이랑의 신위가 두려워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오직 바닷속에서 몸을 숨기고 수련했는데 나이가 만천 년이 되자 이미 불괴(不壞)의 몸이 되었다. 이랑신은 신통(神通)이 극히 광대해서 오직 혜안(慧眼)으로 한번 보기만 하면 신기(神機)가 조용히 운행되었다. 이곳 해저(海底)와 해면의 일은 어느 것 하나 그의 이목을 속일 수 없었다. 또한 이 때문에 용은 이미 아주 오랫동안 수련했음에도 감히 나와서 사람을 해칠 수 없었으니 굳이 그와 맞설 필요가 있겠는가! 그러므로 건성으로 가장해 그를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날 마침 일이 생기기에 적합했다. 그 물가에 성이 평(平)이고 이름은 화(和)라는 효자가 있었다. 어려서 부친을 여의고 오직 모친 왕(王) 씨만 남았는데 수절하면서 아들을 돌보며 건장한 장부로 키워냈다. 하지만 왕 씨는 일을 너무 무리하게 하다가 두 눈이 실명되고 말았다. 평화(平和)가 온갖 방법을 다 써서 신불(神佛)에 구하며 모친의 눈을 치료하려 했지만 전부 효과가 없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화가 나서 말했다.

“우리 어머니는 이렇게 좋은 분인데 왜 이렇게 참혹한 보응을 받는가? 하늘의 도(道)는 믿을 수 없고 신불(神佛)은 영감이 없음을 알겠구나!”

이렇게 되자 아주 훌륭한 효자였던 그는 분노로 가득 찬 성격이 되었다. 하지만 왕 씨의 병은 이미 치료가 어려웠고 아들이 아무리 조급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에 평화가 이렇게 화가 날 때 풀어줄 방법이 없자 그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아 모친을 봉양하는 수밖에 없었다. 왕 씨는 비록 눈은 멀었지만 아들이 이렇게 효성스러우니 마음속으로 적지 않은 위로가 되었다. 늘 아들이 하늘을 원망하고 남을 탓하는 불평의 말을 들을 때면 아들에게 간절히 타일렀다. 평화는 이 때문에 좀 얌전해졌다. 날마다 일을 해서 모친을 봉양하는 외에는 함부로 외출하거나 말을 많이 하지도 않았다.

왕 씨는 더욱 기뻐하며 평화에게 말했다.

“얘야, 내 비록 두 눈이 멀었지만 너같은 아들이 있어 내가 나가서 돈을 벌 필요가 없으니 눈이 없어도 또 무슨 문제가 되겠느냐!”

평화가 말했다.

“어머니, 그런 말씀 하지 마세요. 아들이 부모에게 효도하는 건 다 마땅합니다. 하지만 어머님은 평생 충실하게 정절을 지키셨음에도 이런 병에 걸리셨다는 그것은 마땅치 않습니다. 소자 하늘에 오르고 땅에 들어가서라도 반드시 그 원인을 찾아 내겠습니다. 선약(仙藥)을 구해 어머니의 눈을 치료할 때까지 멈추지 않겠습니다!”

왕 씨는 아들의 이 말을 그저 유치한 말이라고 여겨 웃어넘겼다. 하지만 평화는 열심히 일하는 한편, 도처로 찾아다니며 모친의 눈을 치료할 방법을 수소문했다.

어느 날 마침 집에 땔감이 떨어지자 평화는 아침 일찍 산에 들어가 죽은 나뭇가지들을 잘라 어깨에 메고는 천천히 산을 내려왔다. 산 중턱에 이르렀을 때 문득 기이하면서도 맑은 외모와 표정이 표일(飄逸)한 한 도인(道人)을 보았다. 그가 움직일 때 마치 일종의 상서로운 빛과 기운이 그를 감싸는 것처럼 보였다.

평화는 그가 내력이 있음을 짐작하고 급히 땔감을 내려놓고는 앞으로 나아가 웃으며 물었다.

“선장(仙長)께선 어디서 오셨습니까?”

그 도인이 웃으며 말했다.

“나는 신선이 아니라 그저 사람을 대신해 병의 고통을 치료해 주는 의원에 불과하다네.

.평화가 듣고는 마음이 움직여 급히 물었다.

“선사(仙師)께서 오랜 세월 눈이 먼 것도 치료할 수 있습니까?”

그 도인이 웃으며 말했다.

“모든 병을 다 치료할 수 있지만 장님만은 치료할 수 없다네!”

평화가 이 말을 듣고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하며 땔감을 어깨에 메고는 떠나려 했다.

도인이 웃으며 말했다.

“얘야 너는 어찌 그리 성격이 급하냐!”

평화가 말했다.

“집에 오직 어머니 한 분뿐인데 두 눈을 실명한 것만 제외하고 다른 곳은 다 건강하십니다. 그런데 도인께서 백 가지 병은 다 치유할 수 있어도 오직 장님만은 치료할 수 없다고 하시니 마치 의도적으로 저를 겨냥한 것처럼 말씀하시니 제가 또 당신과 무엇을 말하겠습니까?”

도인이 또 웃으며 말했다.

“내가 비록 장님을 치료하진 못하지만 실명을 전문으로 치료하는 다른 의사를 아느니라. 내가 네게 추천해 주지 않으면 네가 어디 가서 그를 찾을 수 있겠느냐?”

평화는 그런 의사가 있다는 말을 듣자 급히 땔감을 내려놓고 도인에게 절을 올리며 말했다.

“소인이 집을 나선 지 오래되어 노모께서 걱정하실까 두렵고 급히 돌아가려다 보니 말을 실수했습니다. 도장(道長)께서 용서해 주십시오! 도장께선 출가인으로 자비(慈悲)를 근본으로 하시니 기왕에 그런 의사가 있다고 하셨으니 부디 제게 알려주시면 제가 가서 그분을 청해오겠습니다. 만약 모친의 병을 치료할 수만 있다면 첫째 도장의 음공(陰功 남몰래 세운 공)이고 둘째 소인이 반드시 선장께 크게 사례하겠습니다.”

도인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너와 같은 가난뱅이는 하루 종일 노모를 부양할 돈을 벌어야 노모를 하는데 또 무슨 돈이 있어서 내게 사례를 한단 말이냐? 어쨌든 출가인은 자비를 근본으로 한다는 이 말에는 약간의 도리가 있다. 좋다! 네가 여기서 나를 만난 것도 어느 정도 전생의 인연이 있고 빈도(貧道) 역시 네 모자의 절개와 효심을 높이 평가하니 네게 갈 곳을 알려주겠다! 이 산에서 35리 떨어진 큰 물속에 얼룡(孼龍 못된 용)이 하나 있는데 수련한지 아주 오래 되었다. 매일 자시(子時)와 오시(午時) 두 번 반드시 수면 위로 올라와 해와 달의 정수를 빨아들이며 입에서 붉은 구슬(紅珠)를 토해내 수면을 밝게 비추는데 수정처럼 반짝인다. 이 그가 연마해 낸 단(丹)이다.

너는 미리 가서 물가에 숨어 있다가 그것이 구슬을 내뿜을 때 ‘안리훙리훙(庵哩烘哩烘 역주: 주문이라 중국어 발음으로 표기)’이란 주문을 외우면서 손을 움직이면 이 구슬이 반드시 네 손으로 날아올 것이다. 이를 빨리 숨겨서 집에 돌아가 방 앞에 걸어두었다가 네가 원하는 것이 있을 때면 그냥 구슬을 향해 조용히 축원하기만 하면 모든 것이 생각대로 될 것이다. 네 모친의 눈병은 그저 구슬의 빛을 한번 보기만 해도 곧 회복되어 예전처럼 볼 수 있을 것이다. 구슬을 지니고 있으면 평생 더는 눈이 멀지 않을 것이다.”

평화는 이 도인이 틀림없는 선인(仙人)임을 알았기 때문에 이 말을 듣자마자 땅바닥에 엎드려 절을 올렸다.

도인이 미소를 지으며 그를 일으켜 세우며 말했다.

“너무 지나친 예의는 필요 없고 주문을 꼭 기억하거라. 그럼 반드시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늙은 용이 네 손에 구슬이 있는 것을 보면 반드시 뺏으러 올 것입니다. 그때 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도와 일을 망치지 않게 할 것이다. 걱정 말고 어서 가거라!”

말을 마치자 한바탕 돌풍이 일어나더니 그 도인이 금빛으로 변해 순식간에 사라졌다. 평화는 너무 놀라서 다시 하늘을 바라보며 감사드렸다. 그는 장작을 메고 집에 돌아왔지만 소심한 어머니가 놀랄까 두려워 모친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밤 삼경을 알리는 북소리가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혼자서 뒷문을 나와 급히 도인이 알려준 곳으로 갔다. 갈대가 무성한 곳을 찾아 몸을 웅크리고 숨조차 크게 쉬지 못하면서 자시(子時)가 될 때까지 그저 물만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데 자시가 되자 한바탕 붉은 빛이 물밑에서 수면으로 비추더니 물고기며 새우 들이 놀라서 앞다퉈 도망쳤다. 그 붉은 빛이 곧장 수면으로 올라왔는데 한 길이 넘었고 달빛을 향해 위로 한번 아래로 한번, 한번은 높게 한번은 낮게 올라갔다 가라 앉았다. 동시에 또 은처럼 희고 연기처럼 가벼운 옅은 안개가 붉은 빛을 둘러싸고 있었다.

평화는 수면 아래 있는 용신(龍身)을 볼 재주는 없었지만 일단 붉은 구슬을 보자 뛸 듯이 기뻤다. 그래도 서둘러 마음을 가라앉히고 조용히 ‘안리훙리훙’하고 주문을 외웠다. 그렇게 하면서 붉은 구슬에게 손짓을 했다. 순식간에 그 붉은 빛이 눈앞으로 날아왔다. 그는 거의 눈을 뜰 수 없었다. 평화는 생사를 돌아보지 않고 필사적으로 두 손을 내밀어 붉은 빛을 잡으려 했는데 붉은 구슬을 잡자 붉은 빛이 점점 희미해졌다. 그래도 손에 물건을 하나 쥐고 있는 것 같았다. 자세히 살펴보니 사방에 밝은 빛을 내던 그 붉은 구슬이었다. 평화는 이에 몹시 기뻤고 막 몸을 일으켜 나오려는데 갑자기 한 차례 사나운 바람이 이 갈대 깊은 곳을 향해 닥쳐왔다.

순식간에 하늘과 땅이 어두워졌고 달빛마저 사라졌고 오직 천둥처럼 “쿵쾅”하는 큰 소리만 들려왔고 그의 정수리 위에서만 맴돌았다.

평화는 놀라서 구슬을 쥐고 바닥에 엎드려 “선사(仙師)님 살려주세요! 선사님 살려주세요!”라고 외쳤다.

갑자기 허공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얼룡(孼龍)은 무례하게 굴지 말고 나의 법지(法旨)를 따르라. 나는 구천(九天)의 표묘진인(縹緲真人)이다. 너는 다년간 수련했지만 정과(正果)를 얻지 못했다. 또 평화의 효심이 하늘을 감동시켰기에 특별히 네 단을 빌려 그 모친을 구해 공행(功行)을 세우고 세인(世人)을 널리 구제하고자 한다. 너는 단을 잃은 후 껍질은 지키지 못하고 생혼(生魂)만 이곳에 남아 절대 한 걸음도 떠나지 말거라. 3년 후에 그는 재난을 만날 것이다. 그때 네 혼이 그의 몸을 빌려 너희 둘이 한 몸이 될 것이며 저절로 한 차례 공과(功果)가 있을 것이다. 너와 평화가 각각 원하는 것을 얻으니 바로 일거양득이다. 그러니 지금 굳이 서로 원수가 될 필요는 없느니라!”

이 말이 끝나자 바람이 잦아들고 번개가 그쳤으며 밝은 달은 여전히 하늘에 걸려 주변을 환히 비추며 밝게 빛나고 있었다. 붉은 구슬이 나타난 곳을 보니 한 늙은 용의 머리가 수면 위로 나타나더니 공중을 바라보며 몇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속으로 몸을 숙였다. 이후 아무 소리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평화 역시 당황했지만 공경하게 몇 차례 절을 올리고 갈대숲을 기어 나와 구슬을 지니고 집에 돌아갔다.

이 순간 동녘이 환해지더니 붉은 태양이 막 떠오르고 있었다. 어머니는 막 침대에서 더듬거리며 일어나려 하고 있었다. 평화는 모친이 놀라지 않도록 평소처럼 어머니 방으로 들어가서 한마디를 했다.

모친이 갑자기 눈을 뜨더니 말했다.

“얘야 네 손에 무엇을 들고 있니? 불그레한 것이 정말 예쁘구나.”

평화는 어머니가 이미 사물을 볼 수 있는 것을 보고는 놀랍고 아주 기뻤다. 하지만 이유를 분명히 말하기 전에 붉은 구슬을 꺼내 어머니 앞에서 한번 흔들었다. 어머니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큰 소리로 말했다.

“아들아, 너 이 보물을 대체 어디서 구해왔느냐? 내가 이것을 한번 보니 두 눈이 아주 밝아졌는데 분명히 젊을 때도 이렇게 눈이 밝진 않았을 거다!”

이렇게 말하면서 평화에게 손을 뻗어 구슬을 달라고 했다.

평화가 급히 말했다.

“어머니,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이 보물을 이렇게 함부로 다루시면 안 됩니다. 소자에게 생각이 있는데 이것을 걸어둘 테니 어머님이 수시로 보시면 평생 눈이 밝아져서 더는 질병의 고통이 없으실 겁니다.”

모친은 평화가 시키는 대로 아들을 따라 중당(中堂)으로 갔다. 평화가 구슬을 실로 묶어 가운데 매달아 놓자 곧 붉은 빛이 밝게 비쳤다. 이때부터 왕 씨는 눈병이 사라졌을 뿐만 아니라 두 모자의 신체와 정신도 모두 아주 건강하고 즐거워졌다. 또한 이 구슬은 정말 여의주(如意珠)라서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그저 구슬을 향해 조용히 한번 기도하면 필요한 물건이 자연히 집안에 나타나곤 했다. 정말로 아무리 취해도 끝이 없었고 또 아무리 써도 문제가 없었다. 집에 이렇게 강력한 도움이 생기자 두 모자는 더는 생계를 걱정할 필요가 없어졌다. 하지만 평화는 성격이 특이해서 집에 이런 보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하루도 쉬지 않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쉬지 않고 열심히 일했다.

어느 날 왕 씨가 그에게 말했다.

“아들아, 지금 우리가 이렇게 큰 행운을 얻어, 먹고 사는데 아무런 근심 걱정이 없고 네 나이가 이미 적지 않으니 마땅히 재주 있고 예쁜 아가씨를 찾아 하루빨리 혼례를 올려 내 소원 좀 이뤄주거라.”

이 말을 듣고 평화가 대답했다.

“어머님의 명령이니 아들로선 당연히 존중하고 따라야겠지요. 그러나 소자는 신선께 구슬을 받아 어머님의 눈병을 고친 후 일찍이 한 가지 큰 서원을 세웠습니다. 바로 500가지 공행(功行)을 쌓은 후에야 혼사를 언급할 것입니다. 지금 벌써 한 달이 넘었고 또 생각이 없는 것도아닌데 소자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이를 어쩌면 좋겠습니까?”

왕 씨가 이 말을 듣고는 크게 깨달아 말했다.

“아들아, 그것은 어렵지 않다. 생각해 보니 선가(仙家)의 지극한 보배는 원래 세상을 구하는데 사용하는 것이다. 내 아들이 기왕에 그것을 얻었으니 마땅히 자신에게 덕을 쌓을 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 공개해야 하고 또 그 선사와 용을 대신해 공행(功行)을 세워야 하느니라.”

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평화는 기뻐서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확실히 어머님의 식견이 높으십니다! 소자는 왜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지금부터 소자는 떠돌이 의원이 되어 무릇 난치병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붉은 구슬을 한번 비춰 병을 없애고 수명을 연장시키고, 또 음식과 옷이 부족한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면 붉은 구슬에 기도해 은과 쌀을 주겠습니다. 이렇게 하면 1년도 안 돼 천 가지 좋은 일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왕 씨가 이어서 말했다.

“정말 훌륭하구나! 아들아, 용감하고 정의로운 일을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기왕에 이런 생각을 했으니 오늘부터 당장 시도해 보고 효과가 있는지 보자!“

평화가 웃으며 말했다.

“이 보배가 사람을 가리지 않을 겁니다. 기왕 어머님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면 자연히 다른 사람들의 병도 치료할 수 있을 겁니다. 또 기왕 우리 모자를 보살펴주었으니 다른 사람들의 고통도 구해줄 수 있을 겁니다.“

왕 씨가 웃으며 말했다.

“어찌 좋지 않을 리가 있겠느냐!“

이에 평화는 일하러 나가지 않고 날마다 붉은 구슬을 손에 들고 떠돌아다녔다. 무릇 병자가 있으면 그가 구슬을 한번 비추기만 하면 곧 보배의 기를 얻어 모든 병이 사라졌다.

처음에는 인근 마을 사람들만 치료했지만 나중에는 소문이 널리 퍼져 먼 곳에서 천 리를 마다하지 않고 치료를 받으러 오는 사람들이 있었다. 평화는 한마음을 사람을 구하려 했기에 돈을 받지 않았고 설령 보내준 선물을 거절하기 힘들면 마을의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또한 시운이 고르지 못해 생활이 곤란한 성실한 사람을 만나면 붉은 구슬에 은과 쌀을 구해 보내주었다. 이렇게 하자 3년도 되지 않아 평화는 대선사(大善士)란 명성을 얻었고 널리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아울러 평화는 솔직한 사람이란 종래로 남을 속이고 거짓말을 한 적이 없었다.

사람들이 그에게 어떻게 이런 재주를 배웠는지 물으면 그는 자신은 아무것도 모르고 모두 붉은 구슬의 힘이라고 말하곤 했다. 또 붉은 구슬을 어디서 구했는지 물어도 늘 거짓말을 하지 않고 정직하게 알려주었다. 이 일 때문에 그는 한 사람의 주목을 끌었다. 그는 다름이 아니라 바로 관구(灌口) 지방의 장관으로 성은 모(毛)이고 이름은 호(虎)였다. 그는 자신이 다스리는 곳에 이런 기이한 일이 있음을 알고는 곧 평화에게 정말로 그런 보물이 있는지 물어보고 자신의 세력을 이용해 그에게 구슬을 바치게 하려고 했다. 이런 마음을 정한 후 그는 곧 아내 호(胡) 씨와 의논했다.

호 씨가 기쁘게 말했다.

“만약 이런 보물이 있다면 먼저 우리 딸아이 병을 고쳐 달라고 부탁하고, 차라리 은자를 더 주고 보물을 사세요. 만약 억지로 강요한다면 백성들이 비난할까 두렵습니다,“

마호는 이 말에 따라 차인(差人 관아에서 일하는 하급 관리) 두 사람을 평화에게 보내 전하게 했다. 평화가 찾아온 이유를 묻자 차인이 대답했다.

“본관의 따님이 뭔가에 홀린 증상이 있는데 듣자 하니 댁에 병을 치료하는 신기한 구슬이 있다고 하기에 특별히 선생님을 청하려 하니 아가씨 병만 치료해 주신다면 두터운 보답이 있으실 겁니다.”

평화가 모친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바로 떠나려 했다. 왕 씨가 관아에서 부르러 왔다는 말을 듣고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얘야, 이곳 관아의 일은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번에 가면 아주 조심해야 한다!“

평화가 대답했다.

“잘 알겠습니다!”

그리고는 차인을 따라 함께 관아로 갔다.

모호는 신성한 구슬을 가진 의원을 모셔왔다는 말을 듣고는 기뻐하며 직접 밖에 나와 예의를 갖추어 그를 대했다. 이 구슬을 얻게 된 내력과 효능에 대해 물었다. 평화는 사실대로 대답했다. 이 말을 들은 모호는 반신반의하면서 딸의 병을 치료해 달라며 평화를 데리고 내실(內室)로 들어갔다. 가서 보니 아가씨의 얼굴이 종이처럼 하얗고 눈은 멍한 것이 분명 요귀가 몸에 달라붙었다. 평화는 붉은 구슬을 꺼내 그녀에게 한번 비췄다. 이 구슬은 원래 영물이니 산의 정령(山精)이나 야귀(野鬼) 따위가 어찌 이런 신령한 빛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아아”라는 외침과 함께 소저가 뒤로 넘어졌다. 평화가 구슬을 거두자, 소저가 다시 일어나더니 부모를 보고는 울면서 말했다.

“부모님, 소녀가 정말 힘들었습니다!”

모호 부부는 너무 기뻐서 말을 할 수 없었고, 일제히 평화에게 절하며 감사드렸다.

“딸아이가 이 병에 걸린 지 이미 반년 동안 인사불성이라 가족조차 몰라봤습니다. 이번에 선생님께서 신물(神物)을 한번 비춰주시니 즉시 정신을 차렸습니다. 선생님은 정말 우리 가족의 은인이십니다!“

평화는 황급히 겸양했다.

소저가 혼잣말로 했다.

“봄에 후원에서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비린내 나는 바람이 불어와 이를 맡자 어지러웠습니다. 그 이후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고 왜 그런지 이유도 모르겠어요.”

평화가 말했다.

“이는 말할 필요도 없이 일종의 요정이 아씨 몸에 달라붙어 인간 세상의 음식을 즐기려고 온 것입니다.”

모호는 평화를 데리고 외청(外廳)으로 청해 주연을 베풀었다. 식사하는 동안 그는 평화에게 이 구슬을 팔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평화가 웃으며 말했다.

“소인이 비록 이 구슬을 얻긴 했지만 제 것이라 할 수는 없습니다. 장차 시한이 끝나면 선사(仙師)께서 다시 회수해 노룡(老龍)에게 돌려주실 겁니다. 그러니 소인이 함부로 팔 수 없습니다. 설사 어르신이 가져가신다 해도 오래갈 수 없는데 구태여 이런 불필요한 일을 하시겠습니까!”

하지만 모호는 단지 그가 완곡하게 거절한 말이라 여겨 거듭 간청했다.

평화는 심성이 아이와 같아서 발끈해서 일어나더니 말했다.

“소인이 이 신주(神珠)를 얻어 우선 모친의 눈병을 먼저 치료했습니다. 나중에야 비로소 다른 사람의 병을 고쳤지만 이것으로 공덕을 좀 쌓았을 뿐 지금껏 남의 것을 조금도 받은 적이 없습니다. 만약 구슬을 어르신 댁에 두신다 해도 어르신께서는 남의 병을 치료하실 겨를이 없을 테니 이는 구슬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어르신은 귀한 분이라, 입고 먹고 부리고 사용함에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습니다. 이 물건을 가지신다 해도 역시 장차 소중히 보관하실 뿐 필경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소인이 도를 행해 공덕을 쌓는 일을 방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는 남을 해치고 자신에게도 이롭지 않은 일이니 부디 이런 일을 하지 마시길 권합니다!”

이 말을 들은 모호는 자신도 모르게 크게 화가 나서 차인들에게 평화를 체포해 구슬을 찾아내고 그가 요언(妖言)으로 백성들을 미혹시켜 나쁜 짓을 하지 못하게 하라고 명령했다. 평화는 여러 차인들이 자신을 잡으러 달려오는 것을 보고 속으로 몹시 화가 나서 즉각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발을 들어 한 사람을 걷어찼다. 또 주먹으로 한 사람을 때려눕혔다. 여러 차인들이 소리를 지르며 각자 무기를 들고 그를 포위했다.

평화는 실수할까 두려워 구슬을 손에 들고 외쳤다.

“어르신 화내실 필요 없습니다. 여러 형님들 싸우지 마시고 부디 소인의 말을 들어보세요.”

모호는 그가 스스로 구슬을 바칠 거라는 생각에 사람들에게 일단 손을 멈추라고 하고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들어보게 했다.

그러자 평화가 침착하게 아뢰었다.

“어르신은 소인의 장관이시니 어르신의 명령을 소인이 어찌 거역하겠습니까! 하지만 이 구슬은 정말로 소인이 오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만약 소인이 함부로 어르신께 바친다면 장차 선인께 야단맞고 노룡에게 빼앗겨 소인 역시 죽음을 면할 수 없을 겁니다. 또 제대로 간수하지 못했다는 죄를 면할 수 없을 겁니다. 만약 어르신의 뜻에 따른다 해도 역시 아문(衙門)을 벗어날 수 없고 어쨌든 죽을 겁니다. 그렇다면 소인은 차라리 어르신의 관아 안에서 죽기를 원합니다. 죽은 후에라도 아는 이가 있다면 또 선사께 용서를 구할 수 있을 겁니다. 어르신께서 믿지 못하시겠다면 소인이 즉시 이 구슬을 뱃속에 삼키는 것을 보십시오. 소인은 당연히 살 수 없겠지만 잠시 죽지 않고 설령 어르신이 칼로 베고 도끼로 친다 해도 감히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말을 마친 후 그는 입을 벌리고 매실이나 개암 크기의 붉은 구슬을 집어삼켰다. 목을 뒤로 젖히고 꿀꺽 삼켜 뱃속으로 밀어 넣었다. 모호가 급히 사람들에게 빼앗으라고 명령했지만 이미 늦었다. 모호는 평화의 안색이 갑자기 크게 변해 황금 종이처럼 변하고 눈이 구리 방울처럼 변해 곧장 밖으로 나가는 것을 보았다. 모호는 감히 그를 막지 못하고 아문을 나가게 내버려두었다.

평화는 단숨에 집으로 돌아가 어머니를 보자마자 바닥에 엎드려 울부짖었다.

“불쌍하신 우리 어머니, 소자는 더는 당신을 모실 수 없게 되었습니다!”

왕 씨가 깜짝 놀라 이유를 물었다.

평화가 한 마디만 말했다.

“붉은 구슬이 이미 뱃속에 들어갔습니다!“

왕 씨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이미 안색이 흙빛으로 변했다. 다급한 가운데 말을 잇지 못하고 그저 “어쩜 좋으니, 이 구슬은 용의 단인데 단이 아들의 뱃속에 들어갔으니 용으로 변하겠구나!”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거센 바람이 불고 먹구름이 몰려왔다.

왕 씨는 단지 만 갈래 황금빛을 보고 눈이 어지럽고 허공에서 마치 용이 우는 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바라보니 과연 한 마리 금룡(金龍)이 하늘을 오르내리고 있었다. 다시 평화를 보는 이미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용으로 변한 평화에게 과연 어떤 괴이한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니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원문위치: https://zhengjian.org/node/2918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