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简体 | 正體 | English | Vietnamese

《팔선득도전(八仙得道傳)》 제4회: 남편 없이 임신했다는 비방의 말에 유서를 써서 딸과 이별하고 강물에 투신

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수춘은 어머니의 이런 말을 듣자 자신도 모르게 서러움을 참지 못해 눈물을 흘렸다. 그날부터 그녀는 말을 하지도 웃지도 않았고 음식도 줄였다. 매일 눈살을 찌푸려 이마에 주름이 생겼다. 이런 상황을 보면, 분명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뭔가 중요한 일을 마음속에 품고 있었다. 몇 달이 지나자 몸은 더 수척해졌고, 흥미도 완전히 사라졌다. 비록 세상에 살고 있고 속인들과 다르지 않아 보였지만 실의에 빠져 겨우 숨만 붙은 그녀의 모습을 보면 모르는 사람이라도 안타까움을 느낄 정도였다. 이때 그녀의 부모님도 딸의 상황이 이상하다고 느꼈고, 딸을 설득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하지만 수춘 자신이 속상한 일을 말하지 않았고 또 이런 병이 생긴 원인도 말하지 않았기 때문에 아무리 설득해도 그녀는 말로는 겉으로 순종했지만 사실 그녀의 심사는 변하지 않아 병은 그대로였다.

더욱 뜻밖에도 재앙은 혼자 오지 않았다. 수춘 일가는 기왕에 수춘의 병으로 모두 활기를 잃었는데 그해에 마침 역병이 널리 퍼져 많은 마을 사람들이 사망했고 수춘의 부모님도 차례대로 세상을 떠났다. 수춘 모녀도 슬피 울며 관을 사서 장례를 치르지 않을 수 없었다. 장례를 마친 후 수춘이 갑자기 비룡에게 말했다.

“얘야, 넌 엄마가 결혼하지 않은 걸 알고 있니? 네 몸이 어디서 왔는지는 아니?”

다시 물었다.

“네 엄마가 왜 결혼하지 않았는지 아니? 왜 결혼도 하지 않고 너를 낳았는지 아니? 또 너를 이렇게 키웠는지?”

비룡은 친구가 모욕하는 말을 들은 후 자신의 내력과 어머니가 결혼하지 않고 출산한 이야기를 꼭 알고 싶었다. 그러나 시골 사람들은 호기심이 많아 기이한 것을 만들어내길 좋아한다. 사실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도 그들의 입을 거치기만 하면 온갖 괴상한 것으로 변한다. 만약 정말 이상한 일이 있다면 온갖 살을 더하고 재료를 더해 종종 엉뚱한 말을 하는데 필경 완전히 반대로 말하거나 원래 주제와 전혀 달라진다. 게다가 갑은 이렇게 말하고 을은 저렇게 말하니, 쌍방이 말을 했다. 때문에 비룡이 “차라리 아무것도 묻지 않는 게 낫고 일단 묻기만 하면 더욱 혼란스럽게” 했다. 그녀는 또 감히 생모와 두 어르신에게 물어볼 수 없었다. 다만 날마다 가슴에 두고 기회가 있으면 물어보고 싶었다.

만약 모친이 아무 일도 없었는데 정말로 남편도 없이 임신했다면, 자신을 모욕한 그 동창을 찾아가 엄정하게 따지고 모친을 대신해 정결한 명예를 되찾고 자신의 잃어버린 체면도 되찾으려 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모두 마음속 깊이 품은 생각이라 다른 사람들은 알 수 없었다. 이때 모친이 갑자기 이 의문스런 일을 묻자 그녀는 급히 무릎을 꿇고 절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어머님, 왜 오늘에야 이런 것을 물어보시나요? 소녀가 자초지종을 다 이해할 수 있었다면 방법이 있어 어머님이 그렇게 근심하며 눈물 속에 살게 하진 않았을 텐데.”

비룡의 이 몇 마디 말은 아주 정곡을 찔렀다. 모친이 정조를 잃은 것을 언급하지 않고, 자신이 오랫동안 알고 싶었지만 차마 꺼내지 못했던 억울함을 완전히 드러낸 것이다. 이 말을 들은 어머니는 뜻밖에도 웬일인지 대성통곡하기 시작했고, 사랑하는 딸이 자기 앞에 무릎을 꿇고 있어도 끌어당기지 않고 그저 처연하게 말했다.

“무지한 축생(畜生)아! 너 자신도 네 몸이 어디서 왔는지 모르는구나! 그런데 어떻게 엄마인 내게 알려줄 수 있단 말이냐?”

말을 마친 그녀는 다시 목이 메였다. 비룡은 여전히 땅에 무릎을 꿇은 상태였다. 비룡은 이런 상황을 보고 감히 일어나지 못했고 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잠시 후, 어머니가 주머니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그녀에게 던지며 큰 소리로 말했다.

“너도 네가 세상에 나온 일은 알아야 한다. 이 종이에 다 적혀 있다. 내 너 같은 얼축(孼畜)이 없었다면 많은 험담을 듣지 않았을 것이고 이 세상에서 끝없이 억울한 고통을 겪진 않았을 것이다. 앞으로 네게 설명해 주지 않으면 네가 세상을 헛되이 살면서 엄마의 억울한 고통을 감당할까 두려웠다. 지금 부모님께서 이미 돌아가셨고 윗분에 대한 책임을 다했으니 너에 대한 책임도 좀 편해지고 싶구나. 앞으로 너는 깨끗하고 순결한 사람이 될 수 있고 엄마도 하루빨리 죄업을 다 갚고 더는 이 세상에서 고통받고 싶지 않구나.”

말을 마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방으로 돌아갔다. 비룡은 그제야 종이를 들고 무릎을 꿇은 채 자세히 읽어보았다. 비로소 자신의 출신 내력과 모친이 남편 없이 임신한 원인 및 지난 10여 년간 온갖 고초와 비방을 견뎌온 정황을 알게 되었다. 마지막에 또 몇 마디 이별의 말이 있었다. 방금 모친의 말투를 생각해 보니, 죽음으로 자신의 뜻을 분명히 하려는 마음이 분명했다. 처음 볼 때는 정신이 없어서 어머니의 행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중에 부분을 읽은 후 비룡은 몹시 슬프고 고통스러워서 종이 위에 눈물을 떨궜다.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들어 보니 모친은 자리에 없었고 언제 떠났는지도 몰랐다.

이번에는 비룡이 너무 다급해져서 눈물마저 놀라서 들어가 버렸다. 그녀는 엄마가 이곳을 나가면 분명 좋은 일이 없으리라 단정했다. 이에 황급히 여기저기 엄마를 찾으러 다녔다. 하지만 어디에도 엄마의 흔적은 없었다. 다급한 김에 집 안팎을 샅샅이 찾았지만 여전히 그림자조차 없었다. 다시 생각해 보니 잠깐 사이에 어디를 가든 그리 멀리 가진 못했을 것 같았다. 만약 강에 몸을 던진다 해도 시간이 좀 걸리니 물에 빠지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급히 강가로 가서 살펴보니 강변에 편지 1통이 남겨진 것을 보았다.

“비룡이 직접 열어보거라.”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내가 만약 일찍 죽으면 네가 살 수 없고, 내가 계속 죽지 않으면 네가 사람 노릇을 할 수 없구나. 전에 내가 너를 잉태할 때도 이곳에 있었고, 오늘 너와 이별하는 것도 이곳에서 하는구나. 떠나고 싶지 않으면 이곳에서 내 혼령을 부르거라. 하루 이틀 지난 후 내 시신이 떠오르면 높은 산에 묻어다오. 집안이 워낙 가난하니 변할 것은 없지만 전에 선인(仙人)의 당부에 따르면 만약 급히 필요한 일이 있으면 완각(頑殼 역주: 비룡이 태어난 육구 껍질)에서 구하라 하셨다. 전에 최선을 다해 부모님을 모셨고 아이를 기르며 십여 년간 온갖 고초를 겪었지만 전에는 긴급한 필요가 없어 한 번도 가서 청한 적이 없었다. 앞으로 어려운 일(難)이 있으면 알리거라. 네 완각은 내 침대 뒤 쌀통 안에 있다. 너는 선근(善根)이 있으니 반드시 큰 그릇이 될 것이다. 나는 여자라 견식이 짧아 너를 가르치기에 부족하니 스스로 노력하거라. 모친 춘(春) 절필.”

비룡이 강물을 바라보니 파도도 일지 않았고 모든 것이 고요했다. 다만 호기심 많은 구경꾼들만 강변에 가득했다. 비룡은 유서를 모두 읽고 나서 충격을 받아 기절했다. 다행히 이웃 사람들이 그녀를 부축해 집으로 데려갔다. 비룡은 정신이 돌아오자 다시 모친의 시신을 찾으러 나갔다. 이웃과 친구들은 각자의 장비를 가지고 그녀를 따라 강변으로 갔다. 모두 그녀의 수색을 도왔다. 밧줄을 이용해 수심을 재는 사람도 있었고, 장대를 이용해 곳곳을 탐색하는 사람도 있었으며, 물 위에 시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수영을 잘하는 사람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 결과도 없었다.

비룡이 큰 소리로 울더니 갑자기 물에 들어가 직접 찾으려 했다. 사람들이 모두 “용고(龍姑)야 가면 안 돼. 넌 수영도 못 하잖니. 물에 빠져 죽을까 두렵지 않니?”라고 외쳤다. 하지만 비룡은 원래 진룡(真龍)의 화신(化身)으로 비록 성인(成人)이 되긴 했지만 본성은 아직 변하지 않았다. 일단 물속에 들어가자 숨이 차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리어 육지에 있을 때보다 몸과 마음이 편안하고 더 상쾌했다. 더욱이 두 눈이 맑고 밝아져서 아주 깊은 곳에 있는 풀이며 벌레까지 똑똑히 볼 수 있었다. 그녀가 물속에 들어가 여기저기 찾는 동안 강가에 있던 사람들은 놀라서 고개를 흔들며 탄식했다.

“정말 효순(孝順)한 아이였는데 이렇게 목숨이 끝나는구나!”

모두가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고 구해줄 방법도 없을 때 갑자기 수면 위로 하얀 거품이 많이 나는 파도가 올라왔다. 이어서 많은 물고기, 새우, 거북이 등이 파도를 따라 강 하류로 갔다. 용은 원래 수족(水族)의 왕이기 때문이다. 비룡이 물속에 들어갔으니 이 작은 동물들이 어찌 살 수 있겠는가? 그녀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너무 겁이 나서 필사적으로 도망쳤다. 모두들 놀라워하는데 비룡이 시신을 손에 들고 수면 위로 올라와 강가로 헤엄치는 모습을 보았다.

이를 본 사람들이 모두 기뻐하며 말했다.

“역시나 효녀는 신령(神靈)의 보살핌이 있구나. 물을 전혀 모르는 그녀가 강바닥에서 어머니 시신을 찾아내다니 분명 신(神)의 도움이 있었을 거야!”

모두들 기뻐하며 이야기를 나눴다. 비룡이 강가에 오자 모두 도와 시신을 들어 올렸다. 비룡도 강가에 올라와 시신 위에 엎드려 크게 울었다.

모두가 눈물을 멈추라고 권하면서 또 그녀를 도와 시신을 들어 올렸다. 놀랍게도 시신의 배 아래에 뭔가 커다란 물건이 묶여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큰 돌덩이였다. 사람들은 그제야 그녀가 반드시 죽기로 결심했고 또 몸이 물에 가라앉지 않을 것을 우려해 돌의 무게를 이용해서 가라앉히려 했음을 알았다.

모두들 다시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언니에게 이렇게 모진 면이 있는지 몰랐네.” 서둘러 돌을 다시 떼어냈다. 비룡이 등에 메고 7~8명이 옆에서 들고는 집으로 옮겼고 관을 사서 염을 했다. 비룡은 모친의 유서를 모두에게 보여주고 사람들을 데리고 어머니 침대 뒤에 있는 쌀통에 가서 보니 정말 한쪽에 일곱 개의 구멍이 있는 반짝이는 둥근 공이 보였다. 이웃들 중 전에 이 일을 알고 본 사람들이 모두 말했다.

“맞아 맞아! 선인께서 떠나기 전에 확실히 분부하신 말이 있어. 게다가 자당(慈堂)의 유언까지 있으니 용고가 암송하면서 선인의 보살핌을 구하면 반드시 응험이 있을 거야.”

사람들이 막 이런 말을 하면서 비룡을 돌아보니 원구(圓球)를 바라보며 마치 정신이 나간 듯했다. 그녀가 무슨 일을 생각하는지 몰랐다. 사람들이 한번 밀자 겨우 정신이 돌아와서는 웃으면서 말했다.

“이것은 원래 내 것인데 소원을 비는 게 무슨 소용이 있겠어요?“

그렇게 말하면서 손가락을 뻗어 공이 결합된 부위를 만지자마자 구멍이 즉시 커져 한 손을 넣을 수 있었다. 비룡이 손을 넣자 과연 은자 하나가 발견되었고, 또 찾아보니 상복과 향촉, 신발, 모자 등 초상 치를 때 필요한 물건들이 있었다. 은자로 관을 사는 외에 필요한 모든 것들이 갖춰져 있었다. 모두 이를 보고는 기괴하다며 놀랐고, 이 희귀한 보물만 있으면 왕궁을 짓는 것도 쉬우니 가난을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했다.

이때 비룡은 이미 도(道)를 좀 깨달은 게 있어서 이런 말을 들어도 전혀 기쁘지 않았다. 그저 모친을 염하기 위해 빨리 관을 사달라고 도움을 청할 뿐이었다. 관을 중당(中堂)에 안치하고, 밤낮으로 함께 했는데 식사 때마다 제사를 지냈고 제사를 지낼 때마다 반드시 곡을 했다. 이렇게 7일간 한 후 비룡이 영전에서 절을 올리며 말했다.

“소녀가 어머님을 대신해 원수를 갚기 위해 원수를 찾으러 갑니다. 어머니 음령(陰靈)께서 멀지 계시지 않으니 소녀를 보살펴 주시기 바랍니다.”

그 후 기도를 마치고는 원구를 향해 구한 예리한 칼을 들고 대문을 나섰다. 모친을 비방한 동창의 집을 찾아가 복수한다고 경고했다!

뜻밖에도 그 집은 현지의 부잣집이었다. 수춘이 강에 투신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비룡이 늘 원수를 갚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해 많은 돈을 주고 두 명의 무사를 초빙했다. 어디를 가든 따라다니게 했다. 이때 비룡이 온다는 말을 듣자 두 용사에게 그녀와 싸우라고 했다. 가련한 비룡은 비록 숙근(宿根 예전의 근기)은 있어도 필경 금생에는 무술을 연마한 적이 없고 또 단지 약간의 효심만으로 모든 것을 가리지 않고 의연히 왔을 뿐이다.

실제 능력을 말하자면 두 용사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한 차례 싸운 후 그들에 의해 두 곳이 찔렸다. 다행히 그중 한 명은 양심이 있어 차마 독수를 쓰지 않았다. 그녀가 이미 다친 것을 본 그는 급히 싸움을 중지시키고는 동료에게 말했다.

“우리가 남의 돈을 받은 것은 그가 남에게 고통 받지 않도록 보호하려 했을 뿐이다. 이 소녀는 정말 대단한 여자니 절대 상처 주지 말아야 해. 그녀를 해치면 반드시 천벌을 받을 것이다.”

동료도 이를 똑똑히 알기에 비룡에게 오히려 위로의 말을 몇 마디 한 다음 고용주에게는 이 일을 숨기고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냈다. 그는 또한 그녀에게 상처 치료약을 보내 주었다. 결국 그 집에서 이 일을 알고 한바탕 질책을 한 후 떠나게 한 후 다른 사람을 고용했다.

비룡은 집에 돌아와 관 위에 엎드려 하루 종일 통곡했다. 자신도 모르게 힘이 빠지고 의식을 잃어 마치 꿈꾸는 것처럼 관 옆에 쓰러졌다. 갑자기 방에서 누군가 깨우는 소리가 들렸다.

“호비룡(胡飛龍), 네 사존(師尊)께서 오셨는데 아직도 일어나서 법가(法駕)를 맞이하지 않는단 말이냐!”

비룡은 마침 마음속으로 명사(明師)를 모시고 무술을 배워 다시 원수를 갚으러 가고 싶었다. 이 말을 듣고는 자신에게 원래 사부님이 계신 것 같았고 급히 눈을 떠보니 방안에는 오직 향 연기만 자욱했다. 4명의 동자, 푸른 옷을 입은 8명과 16명의 황건역사(黃巾力士)가 있었다. 또 유난히 아름다운 선율을 지닌 선악(仙樂)이 울렸는데 아주 듣기 좋았다. 모든 이들이 한 선인(仙人)을 에워싸고 있었는데 그는 손에 보검을 들고 연꽃을 밟고 있었으며 표정이 대단히 엄숙했다. 비룡은 문득 이 선사(仙師)를 전에 뵌 적이 있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기억이 나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저절로 무릎을 꿇고 선인의 발아래로 다가가 머리에 피가 날 정도로 머리를 조아리며 울면서 말했다.

“선사님 저를 구해주십쇼! 저를 구해 주세요 사존!”

그 선인이 일어나라고 명령한 후 웃으며 말했다.

“너는 어디서 나를 보았느냐? 나를 기억할 수 있겠느냐?”

비룡이 또 한참을 기억하려 했지만 대답하지 못했다.

선인이 가볍게 탄식하며 말했다.

“서로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어디서 이런 마장이 왔단 말이냐!” 말을 마치고 동자에게 작고 둥근 거울을 꺼내 비룡 스스로 비춰보게 했다. 비룡이 땅바닥에 엎드려 벌벌 떨면서 두 손으로 거울을 받아 들고 한 번 비춰보았다. 칠리롱에서 배가 침몰한 것부터, 사람과 동물이며 온갖 물품이 물에 가라앉았고 오직 대나무 껍질로 만든 밧줄만 하나 남아 도를 닦아 용으로 성취된 것에서부터 화룡진인이 자신을 모친의 뱃속에 들어가게 하고 또 도고로 변해 자신을 태어나도록 받아주고 입속의 작은 구슬을 취한 것까지. 한 장면 한 장면 완전한 장면이 나타났다.

비룡은 거울을 다 보고 문득 깨닫자 무릎을 꿇고 끊임없이 절을 올렸다.

진인이 입에서 무언가를 뱉어내며 외쳤다.

“너의 이 물건을 돌려주마.”

비룡이 보니 그 물건은 녹두 크기에 둥글게 빛이 나며 반짝였는데 극히 좋은 신주(神珠)였다. 비룡은 속으로 이는 자신이 전생에 수련했던 단(丹)임을 똑똑히 알았다. 급히 손에 받아 즉시 입안에 넣고는 꿀꺽하고 삼켰다.

진인이 분부했다.

”다시 가서 네 껍질이 어디 있는지 보아라?”

비룡이 들어가서 살펴보니 이상하게도 그 큰 공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 없었다. 달려가서 아뢰고는 생각하는 듯 멍하니 서 있었다.

진인이 한마디 꾸짖었다.

“진짜가 있는데 왜 아직도 그 가짜를을 중시하느냐?“

비룡의 마음속이 점점 더 선명해졌다.

진인이 크게 기뻐하며 당부했다.

“너는 이미 공성행만(功成行滿)했다. 사람과 신선(仙)은 두 경계이니 마음껏 노닐거라. 머지 않아 옥제(玉帝)께서 칙지를 내려 서방 노룡(老龍)과 부부로 맺어줄 것이니 함께 벼슬을 받고 자손을 양육하며 사해를 통할하거라. 네 법술(法術)이 너무 적어 진실로 뭇 신선들의 웃음거리가 될까 염려되어 지금 오행둔법(五行遁法)과 36반(般) 변화 및 신(神)을 부르고 장수를 파견해 귀신을 몰아내고 요괴를 부리는 여러 법을 전수해 주겠다. 너는 저승을 출입하고 하늘에 오르고 땅에 들어가 사대부주(四大部洲)를 두루 노닐 수 있고 삼산오악(三山五嶽)을 왕래하며 마음껏 소요할 수 있으니 아무런 걸림이 없을 것이다.”

네가 칙령을 받은 후 다시 조정에 나아가 옥제원시(玉帝元始)를 참배하고 노군(老君) 조사의 여러 대금선(大金仙) 및 또 네 사숙이자 서해 노룡의 사부인 표묘진인을 참배하거라. 표묘진인은 지금 노룡에게 많은 법술을 전수해 장차 너희 둘을 부부가 되게 할 것이다. 네 능력이 부족하면 남의 배필이 되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네 사숙 앞에서 내 체면까지 잃게 될 것이다. 그러니 너는 마음을 써서 열심히 연습해서 내 뜻과 기대하는 마음을 저버리지 말거라.“

비룡이 다시 절을 올리며 말했다.

“제자는 천지(天地)와 같은 사존의 은혜와 다시 만들어주신 덕(德)을 입었으니 어찌 감히 연습을 게을리하여 옥을 완성하려 하시는 사존의 은혜를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화룡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네가 알았으니 좋은 일이다. 너와 나의 만남은 어쨌든 인연이 있으니, 그것은 감격하고 하지 않거나 옥(玉)을 만드는데 성공하고 말고의 문제는 아니다. 총체적으로 네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면 바로 나를 사랑하는 것이다. 나를 사랑하는 도(道)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보다 큰 게 없고 자신을 중시하는 것보다 큰 게 없느니라. 네가 이 도리를 똑똑히 알 수 있다면 나는 아무 걱정이 없을 것이다!”

비룡이 머리를 조아리며 가르침을 받았다. 진인은 위에 앉아 조용히 눈을 감았고, 여러 시종들도 모두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했다. 이날 밤 약 백 리 떨어진 곳 인간에서도 집집마다 호씨 집 지붕위에 오색구름이 하늘에서 직접 집안으로 도달하는 것을 보았다. 아울러 기이한 향기가 나서 코로 마시면 사람의 마음이 상쾌해지고 기운이 났다.

근처 마을 사람들은 일찍이 호 씨 집 아이가 선인이 속세에 내려온 것임을 다 알기에 많은 신기한 기적들이 전해져도 모두 그리 놀라지 않았다. 다만 비교적 거리가 떨어져서, 전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이 이런 장면에 관한 말을 듣고 소란을 피우며 의견이 분분했다. 호사가들은 온갖 어려움을 마다하지 않고 직접 찾아가서 알아보려 했다. 또 신선을 믿고 도를 흠모하던 사람들은 분명 신선이 하계에 내려오셨기에 비로소 이런 상서로운 기운과 빛이 나타났다고 짐작하고 자신도 모르게 구도(求道)하려는 마음이 생겼고 또한 모두 가서 실제로 보고 싶어했다. 하룻밤 사이에 사방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수백이 넘었고 오경 무렵까지 소란을 피웠고 사람마다 모두 호 씨 집에서 직접 상서로운 구름과 기이한 향이 나는 것을 보고 절로 문틈으로 엿보거나 높은 나뭇가지에 올라가거나 심지어 방안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가장 괴이한 것은 사람마다 본 게 다 다른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선인이 상좌에 앉아 도를 말하고 여러 제자들이 나란히 앉아서 경(經)을 듣는 것을 보았고, 어떤 사람은 방에서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고 많은 사자, 코끼리, 호랑이, 표범이 안뜰을 순찰하며 지키고 있었다고 말했다. 또 어떤 이들은 큰 용 한 마리가 신들의 발치에 누워 도를 들으며 전수 받았다고 했다. 모두 이런 식으로 의견이 분분했다. 사실 이들이 본 것은 다 틀리지 않는다. 다만 사람의 근기가 다르고 연분의 깊이가 다르기 때문에 본 것이 멀고 가깝고 안과 밖의 차이가 있는 것이다.

이날 밤 진인이 어떤 법력(法力)을 펼치고 비룡이 어떻게 가르침을 받았는지 알고 싶다면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19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