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제자
【정견망】
《서유기》에서 당승의 구도심(求道心)은 가장 중한 것으로 이는 그의 내원이 결정한 것이다. 사실 팔계(八戒)의 구도심 역시 이에 손색이 없다. 일찍이 고로장(高老莊)에 있을 때 자발적으로 자기 소굴을 불태웠으니 구도의 결심이 얼마나 강했는 지 알 수 있다.
1. 오공의 팔계 평가 “아직 성령이 남아 있다”
행자가 말했다.
“사부님 그 요괴는 인간 세상의 평범한 사수(邪祟 사악한 귀신이나 물건)가 아니고 산골의 괴수(怪獸)로 아닙니다. 그는 본래 천봉원수(天蓬元帥)가 속세에 내려온 것으로 다만 태를 잘못 들어가 몰골이 맷돼지처럼 되었을 뿐 사실 성령(性靈)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생긴 모습에 따라 성(姓)을 지어 자기 이름을 저강렵(豬剛鬣)이라 한답니다. 손 어르신이 뒤에서 몽둥이로 때리자 한 가닥 광풍(狂風)으로 변해 달아났습니다. 손 어르신이 또 바람을 내리치자 불빛으로 변해 본래 살던 산굴 속으로 들어가더니 구치정파(九齒釘鈀 아홉 날 쇠스랑)를 들고 나와 밤새 싸웠습니다. 마침 날이 밝자 그놈이 싸우길 겁내며 달아나더니 산굴 문을 단단히 닫고 나오지 않았습니다. 손 어르신이 아예 그 문을 부수고 들어가서 끝장을 보려다 사부님께서 걱정하며 기다리실 것같아 먼저 와서 사정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2. 팔계가 자발적으로 소굴을 불태우고 스스로 “이미 걸림이 없다”고 하다
그 요괴가 이 말을 듣더니 쇠스랑을 내던지면 공손하게 물었다.
“경(經)을 가지러 가는 분이 어디에 계시오? 수고스럽지만 저를 좀 데려가주시오.”
행자가 말했다.
“네가 그분을 만나 무엇을 하려고?”
그 요괴가 말했다.
“나는 본래 관음보살의 권고를 받아 그분께 계행(戒行)를 받았소. 이곳에서 계율을 준수하고 채식을 하며[持齋把素] 기다리다 취경인(取經人)을 따라 서천에 가서 부처님음 뵙고 경을 구하면 그 공으로 죗값을 치르고 정과(正果)를 얻게 될 거라 하셨소. 하지만 그분을 몇 년이나 기다렸지만 아무 소식이 없었습니다. ㅈ금 당신이 그분의 도제라면 왜 경을 구하러 간다는 말을 진작에 하지 않고 그저 강한 힘만 믿고 쳐들어와 나를 때린 것이오?”
행자가 말했다.
“네가 거짓말로 나를 구슬려 도망칠 궁리일랑 마라. 정말 당승(唐僧)을 보호하려는 것이 거짓이 아니라면 하늘을 향해 맹세하거라. 그렇게 해야만 내 너를 우리 사부님께 데려가마.”
그 요괴가 단번에 무릎을 꿇고 앉더니 하늘을 향해 마치 절구질하듯 머리를 땅에 쿵쿵 찧으면서 말했다.
“아미타불, 나무불(南無佛), 제가 만약 진심(眞心)과 참뜻(實意)이 아니고 다시 하늘 법[天條]을 어긴다면 시신을 만 갈래로 찢어주십시오.”
행자는 그가 주문을 외우면서 발원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기왕지사 그렇다면 네가 사는 이곳을 불태워버려라. 그럼 내가 데려가마.”
그 요괴가 정말 풀과 가시덤불을 쌓아 불을 놓아 운잔동(雲棧洞)을 마치 무너진 기와가마처럼 태우더니 행자에게 말했다.
“나는 이미 걸릴 것이 없으니 나를 데려가 주시오.”
3. 오랜 기다림의 고통은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워
그 어느 한 문(門)의 수도(修道)든 모두 아주 긴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 과정에서 희망을 보지 못하고 옳고 그름을 모를 수 있다. 이는 한 수도인(修道人)에 대해 말하자면 사실 아주 어려운 것이다.
우리가 애초 팔계가 수도하려는 마음을 보면 그래도 대단히 견정했음을 볼 수 있다. 그런데 왜 서천길에서 견정하지 못한 모습이 나타났는가? 아마도 희망을 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서천 길에 누구도 시간이 얼마나 걸려야 영산(靈山)에 도달할 수 있을지 몰랐고 줄곧 견정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대단한 것이다. 당승과 오공은 이를 해냈기에 성불(成佛)할 수 있었다. 팔계는 비록 초심은 좋았지만 기나긴 과정 중에 수련에 정진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만 정단사자(淨壇使者)가 되었을 뿐이다.
주: 이상의 내용은 제19회에서 인요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507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