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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선득도전(八仙得道傳)》 제5회: 전당강에서 용이 노닌 자취와 동해에서 사부를 찾는 도제

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화룡진인은 노군조사(老君祖師)의 대제자(大弟子)이자 상계(上界)에서도 손 꼽히는 대라금선(大羅金仙)이었다. 이번에는 전적으로 가르침을 전해 용(龍)을 제도하고 숙연(宿緣)을 마무리지으러 왔다. 때문에 이전 몇 차례 세상에 내려올 때와는 상황이 달라졌다. 전에는 혼자 단신(單身)으로 내려오거나 본래 모습을 드러내거나 또는 사람 몸으로 변화했는데 오고 감이 유연해 자취를 남기지 않았다. 이번에는 선관(仙官)들을 시종으로 데려왔고 사자와 호랑이 표범 등을 불러왔으며 또한 이 지역 산신(山神) 토지신(土地)들을 호위관으로 삼았고 부뚜막신(灶君)과 문신(門神)을 부렸으니 진정으로 기상이 장엄했고 신정이 단정하고 엄숙했다. 먼저 비룡에게 내력을 알려주고 한밤중 자시(子時)가 되면 비룡에게 많은 도술(道術)을 전수하기 시작했다. 또 원수를 갚는 것은 허락하되 단지 몸만 상하게 하고 사람을 죽이는 것은 허락하지 않았다.

일을 마친 후 그는 선법(仙法)을 연습하기 위해 동해로 갔다. 서방 노룡(老龍)이 올 때까지 기다려 함께 하늘의 부름에 응답하려 했다. 진인(真人)은 오경이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연꽃을 밟고 다시 일어났다. 화려한 구름과 은은한 선악(仙樂)이 흐르는 가운데 빽빽이 둘러싼 선관(仙官)·선리(仙吏)들이 일제히 공중으로 날아 올라갔다. 뒤에는 아직 한 마리 큰 용이 긴 이빨과 발톱을 드러내며 머리와 꼬리를 흔들면서 바짝 따랐다. 마치 공손하게 배웅하는 것 같았다. 진인의 법가(法駕)가 아득히 사라진 후에야 화려한 구름이 점차 흩어졌고 그 용도 호 씨 집으로 되돌아 날아왔다. 이에 호비룡(胡飛龍)의 본모습이 드러났다.

비룡은 자신의 단(丹)을 삼킨 후 비할 바 없이 힘이 강해졌을 뿐만 아니라 용으로 변하고 사람으로 변하고 신선(仙)이니 신(神)으로 변하는 등 언제든지 수시로 변신할 수 있었다. 이번에 진인을 공손히 배웅한 것을 시작으로 또 여러 차례 원래 모습을 드러냈다. 때문에 인근 지방에서 모두 자주 보고 알게 되었다. 아울러 이는 호 씨 집안 딸의 원래 모습임을 알았다. 때문에 호 씨 집이 있던 곳을 용유(龍遊) 용이 노닐던 곳이란 의미)라 한다. 지금도 용유현(龍遊縣)이 있는데 바로 여기서 유래한 것이다.

비룡은 진인의 선법(仙法)을 전수 받은 이래, 본래 근기가 대단히 좋고 아주 총명한 인물이라 당시에 이미 모든 것을 다 이해했고 아울러 모든 주문을 아주 똑똑히 기억했다. 진인이 떠난 후에도 시간이 지나면 잊을까 두려워 먼저 집안에서 조용히 며칠간 외웠고 확실히 기억한 후에야 비로소 속세에서 아직 끝내지 못한 일을 마무리 짓고 싶었다.

첫 번째는 경솔한 욕으로 모친을 죽음으로 몰고 간 동창이었다. 이 복수는 갚지 않을 수 없었고 선인이 이미 신체적인 장애를 남기도록 허락하셨기 때문에 이 일을 먼저 하려 했다. 이때의 비룡은 더 이상 사흘 전의 문약(文弱)하고 무능한 아이와는 절대 비교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 그쪽 집안에서 몇몇 무사를 고용해 집을 지키게 한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설사 천군만마(千軍萬馬)를 불러온다 해도 모두 안중에도 없었다.

그녀는 세상을 놀래킬 그런 일은 하고 싶진 않았다. 하지만 아직 아이의 모습이 남아 있었다. 그녀가 다시 그 집에 싸우러 가니 두 무사는 그녀에게 얻어맞아 코가 부러졌고 몸을 일으키지 못했다. 비룡이 안으로 들어가려 하자 많은 가족들이 각자 곤봉이며 칼, 창을 들고 일제히 달려들어 비룡을 에워쌌다.

비룡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갑자기 그 동창이 어느 도인(道人) 뒷면에 숨어 움츠러들어 걸어 나오는 것을 보았다. 알고 보니 그들은 최근 호 씨 집안에 신선이 내려오는 기이한 일이 발생했고 비룡이 도술을 배워 다시 찾아오면 한두 명의 용력(勇力)만으로는 막아낼 수 없음을 근심했다. 이에 친구들에게 부탁해 성(城) 안에서 한 도인을 모셔온 것이다. 들리는 말에 따르면 이 도인은 인간 세상을 노니는 산선(散仙)으로 자칭 불우(不愚)도인이라 했다. 많은 백성들이 그가 늘 기이한 이적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 깍듯이 예를 올리며 대선(大仙)이라 불렀다.

이 대선이 그 집의 초빙을 받고는 “천선(天仙)이 어디 청한다고 내려오는가?”라며 호 씨 집안의 일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또 그 집 아이가 진룡(真龍)의 화신이란 말은 더욱 믿지 않았고 기껏해야 무슨 요정이 신선 행세를 하면서 시골 사람들을 속인다고 여겼다. 이에 별 생각 없이 단번에 그들을 대신해 요괴를 제압하겠노라고 허락했던 것이다. 비룡이 두 무사를 때려눕혔을 때 그가 막 도착했다. 온 가족이 기뻐하며 빨리 와서 이 비룡이 정말 진룡의 화신인지 봐달라고 부탁했다.

도인이 흔쾌히 승락하고는 비룡의 동창을 데리고 바깥 대청으로 나갔다. 그곳에서 그는 이목구비가 수련하고 얌전하게 보이는 한 소녀가 무위(武威)를 뽐내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적수공권(赤手空拳 무기를 들지 않은 맨손)으로 한 무리 가족들을 막다른 길로 몰아넣고 고통스레 비명을 지르게 했다. 이를 본 도인은 자신도 모르게 눈살을 찌푸리고는 비룡이 능력이 좀 있음을 짐작하고 먼저 공격하려 했다. 입으로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빠르게 외치자 하늘에서 갑자기 번개가 치더니 7~8마리 작은 용들이 나타나 직접 비룡을 향해 내려왔다. 비룡은 평생 남과 싸워본 적이 없고 또 무슨 도법(道法)을 펼쳐본 적도 없었다. 또한 도인이 그녀가 방비하지 못한 틈을 타 갑자기 습격하자 비룡은 당황했고 사부가 전수한 둔법(遁法)조차 사용하지 못하고 7~8마리 작은 용들에게 맞아 땅에 쓰러졌다.

도인이 크게 기뻐하며 다시 손에 든 구슬을 들고 외쳤다.

“보배야, 빨리 그녀의 머리를 가져오너라!”

말을 마치기도 전에 갑자기 한 갈래 검은 빛이 나타나 비룡의 머리를 향해 곧장 날아왔다. 말로 하면 느린데 행동은 말보다 더 빨랐다. 비룡은 비록 땅에 쓰러져 있었지만 마음은 오히려똑똑했다. 그 검은 빛이 날아오는 것을 보고 마음이 조급해져 니환(泥丸)이 한번 뛰는 것을 느꼈고 입으로 용단(龍丹)을 뿜으며 곧장 하늘을 올려다 보았다.

갑자기 천지가 어두워지더니 천둥번개가 치고 바람이 세차게 불었다. 어둠속에서 만 갈래 금빛이 눈부시게 빛났다. 알고 보니 그녀의 진신(真身)이 용단에 이끌려 나왔기 때문에 천둥번개가 치고 천지가 어두워진 것이다. 그 눈부신 금빛은 바로 그녀의 몸에 있는 비늘이었다. 진신이 드러나자 작디 작은 검은 기가 푸른 연기로 흩어졌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7~8 마리 작은 용들도 겁에 질려 진짜 모습을 드러냈다. 알고 보니 그것들은 몇 가닥 낡은 새끼줄에 불과했다. 비룡은 이 순간 모든 것을 알았고 표정도 더 차분해졌다. 그 썩은 새끼줄을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웃으면서 용의 몸을 흔들며 생각했다.

‘사람에게 지도자가 있고 용에게 조사가 있는 줄만 알았더니 썩은 새끼줄도 제자와 손제자가 있구나. 네가 이런 것들로 나를 놀라게 했으니 정말로 분수를 모르는구나!’

하지만 어쩌 알았으랴! 그녀의 이 한 차례 웃음과 흔들림이 뜻밖에도 큰 재앙을 불러올 줄이야!

그녀의 법신(法身)은 원래 극히 몸뚱이가 극히 거대해서 비록 신통(神通)으로 늘리거나 줄일 수는 있었지만, 아직 술법(術法)에 익숙하지 않았고 또 서두르다 보니 주도면밀할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용신(龍神)을 전부 드러내니 그 집이 아무리 큰들 제대로 움직일 수도 없었다. 다행히 몸이 천정(天井 안채와 사랑채 사이의 마당)에 있었기에 절반의 몸은 높은 곳에 숨길 수 있어서 어쨌든 사람을 해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몸을 솟구치며 웃고 전체 몸뚱이를 흔들자 나쁜 일이 되었다. 한바탕 큰 소리가 나면서 수십 칸의 집이 평지로 변했다. 급히 꼬리를 접자 또 큰 소리가 나면서 원수 집의 백여 칸의 큰 집이 쓸모없는 잔해로 변했고 집 앞과 뒤, 마을 안팎의 나무들이 동시에 쓰러졌다.

짐작하다시피 무너진 집에 깔린 사람들은 마치 육장(肉醬)처럼 으스러져 엉망이 되었다. 비룡은 비로소 자신이 큰 재앙을 일으켰음을 깨달았고 서둘러 용단을 회수해 어린아이 모습으로 변했다. 지상을 돌아보니 단지 축축한 것만 느낄 수 있었다. 원래 어느 순간 망망한 여울로 변해 있었고 졸졸 흐르는 물이 동쪽을 향해 흘러갔다.

비룡은 급히 공중에 뛰어올라 신광(神光)으로 주위를 둘러보고 나서야 비로소 이 물이 이미 전단강과 통해 작은 만으로 변했음을 깨달았다. 나중에 이곳 백성들이 뇨룡항(鬧龍港 용이 난동을 부린 항구)이라 부르는 곳이 바로 이곳이다.

당시 비룡은 더는 이런 것을 고려할 여유가 없었고 그저 서둘러 물가를 떠나 자기 집으로 돌아갈 뿐이었다. 여전히 신혼(神魂)이 안정되지 않고 간담(肝膽)이 불안해져서 다시 생각해 보았다. 갑자기 모친의 관 위에 엎드려 통곡하기 시작했다. 선사(仙師)를 만나기만 하면 앞으로는 성공할 가망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소한 부주의로 이렇게 큰 재앙을 일으켰고 많은 양민(良民)들에게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다.

‘사존께선 대라금선이시니 모든 일을 미리 아셨을 텐데, 장차 죄를 물으시면 어떻게 하지?’

한동안 울다가 문득 생각이 변했다. 이제 복수도 마쳤고, 재앙은 이미 발생했으니 반드시 벌을 받아야 한다. 후회하거나 통곡해도 소용없다.

두 번째 중요한 일을 생각해 보니 바로 모친을 매장하는 것이다. 이번 재앙은 모두 어머니 때문에 일어난 일인데, 설마 모친의 영구(靈柩)를 영원히 이곳에 남겨둘 수 있겠는가? 장차 내가 재앙을 당하면 누가 와서 모친의 장례를 치러주겠는가? 여기까지 생각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하며 말했다.

“명(命)이 고달픈 사람은 그야말로 잘되는 것이 없구다! 일이 이렇게 된 것은 나 자신의 일이니 남은 상관하지 말자. 모친을 잘 안장하고 다시 사존의 명을 따라 동해로 가서 공손히 처벌을 기다리자.”

이에 무릎을 꿇고 영구를 향해 한바탕 통곡했다. 이때 더는 다른 사람들을 번거롭게 하지 않기 위해 신결(神訣 신을 부리는 주문)을 외어 많은 천정역사(天丁力士)들을 불러 영구를 높은 산 위로 옮기게 했다. 자신이 동해로 가야 하지 영구의 방향을 동쪽을 향해 놓게 했다. 또 산의 토지신들을 불러 도와달라고 청하자 한 시진도 되지 않아 아주 높은 무덤이 생겼다. 다른 곳에서 백여 그루의 소나무와 잣나무를 옮겨와 무덤 주변을 빼곡히 둘러싸게 하니 지세(地勢)가 대단히 왕성해졌다. 지금 용유 서북쪽에 험준한 고개가 있어서 비룡(飛龍)이라 불리는데 수춘(秀春)의 장지라서 이런 이름이 생겼다.

비룡은 허황된 생각을 하다 큰일이 생기자 곧 사존의 명령을 쫓아 동해로 가려 했다. 비록 자신이 일부러 한 건 아니지만 이런 큰 재앙을 일으켰다. 돌아보면 자신이 대나무 밧줄에서 도(道)를 얻어 두 세(世)를 거치며 이렇게 큰 일을 일으킨 적은 없는데 여러 사람이 죽거나 다쳤다. 이번에 가면 화복(禍福 재앙과 복)과 생사(生死)가 어떻게 될지 모르니 당장 모친의 분묘에 가서 작별 인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도 모르게 마음이 아주 처량해졌다.

문득 이곳은 동해에서 불과 수백 리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 사부님께 전수해 주신 지행술(地行術)을 따르기로 했다. 그 후 용의 몸으로 변하면 공중에서 멋대로 왕래해 농가에 피해를 주어 다시 천벌을 받을 수 없고 땅속으로 바다에 이르는 것만 못했다. 가는 곳에 지하에 굴을 만들어 이후 무덤에 가고 싶으면 땅속으로 왕래해 사람이나 귀신이 모르게 하고 세상을 놀라게 하지 않고, 자신을 해치거나 남에게 재앙을 주지 않을 수 있으니 아주 좋은 일이 아닌가!

여기까지 생각하자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져서 다시 한번 땅에 굴을 뚫고 싶어졌다. 문득 다시 생각해 보니 물 위에서의 일은 익숙하지만 땅 속의 일은 토지신이 전문이다. 내가 지금 그들의 지계(地界)를 침범한다면 미리 각지 토지신들에게 알려 시비(是非)를 불러일으키지 말아야 겠다. 그래서 결(訣)을 맺고 주문을 외워 여러 산속의 토지신들을 소환해 이런 뜻을 알렸다. 토지신들은 서로 얼굴만 바라보며 모두 난색을 보였다.

비룡이 화가 나서 말했다.

“단지 한 갈래 길을 내는 것 뿐이고 또 무슨 걸릴 것도 없는데 어찌 이리 무정(無情)할 수 있는가?”

그녀가 화내는 것을 본 토지신들이 당황해서 말했다.

“상신(上神)께선 저희 뜻을 오해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각자 맡은 땅이 기(氣)의 두께가 다르고, 맛의 농도가 다르며, 밭의 비옥함이 다르며, 토질도 다른데 이는 모두 하늘이 정하신 것입니다. 복이 있는 사람은 복지(福地)를 얻을 수 있지만 괴로운 사람[苦人]은 열악한 땅을 얻을 뿐입니다. 그러니 어찌 상신께서 단번에 땅을 뚫어 좋고 나쁜 토지를 일맥으로 관통시킬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하면 더는 높고 낮음을 구별할 수 없습니다. 다른 것은 말할 나위도 없고 세상의 선악(善惡)과 화복(禍福) 재상(災祥 재이와 상서로움)과 길흉(吉凶)이 모두 어지러워지지 않을 수 없어 하늘이 정하신 상벌의 공정함과 보응의 이치를 어기게 됩니다. 장차 이 책임을 추궁하면 소신(小神)들은 직위가 낮은데 어찌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비룡이 들어보니 구구절절 다 이치가 있고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모친의 묘를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서인지 곧 이런 생각을 했다. 만전(萬全)을 기해야 한다. 아무 문제도 없는 제안을 해야 하고 절대적으로 더 좋은 방법이 없는 것이어야 한다. 한참을 망설이다 토지신들에게 말했다.

“여러분들의 말이 비록 틀린 것은 아니고 제 생각에 선인(善人)이 복을 얻고 악인(惡人)은 재앙을 당하는 그것은 보응의 당연한 이치이니 제가 어찌 함부로 뒤집을 수 있겠습니까? 지맥(地脈)을 소통하는 것인데 나의 법신이 한번 지나가면 반드시 복천(伏泉 지하수)이 생겨서 장차 백성들이 물을 얻기도 좀 쉬워질 겁니다. 공(功)을 세워 죄를 만회하려는 것도 안 된다는 말입니까? 내 뜻은 이미 정해졌습니다. 여러분들이 도와줄 수 있으면 좀 도와주세요. 장차 기연(機緣)이 있으면 반드시 큰 보답을 받을 겁니다. 만약 돕고 싶지 않다면 나 혼자 힘으로 해도 하루도 못 되어 바다로 통할 수 있을 겁니다.”

토지신들이 또 다시 극력 권고했다. 하지만 비룡은 들으려 하지 않았다. 손을 휘저어 토지신들을 보내고 스스로 최선을 다해 땅을 팠다. 과연 신선의 묘술(妙術)은 대단했고 그녀가 보기에 법신보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게 산 정상 모친의 무덤에서 지하로 들어가 줄곧 나아갔다. 처음에는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서에서 동으로 하루도 안 되어 한 갈래 지맥의 통로가 생겨 동해로 직접 연결되었다. 비룡은 기쁜 나머지 여기에서 동해로 몸을 숨겨 부결(符訣)을 수행했다. 매번 돌아가신 어머니가 생각할 때마다 해구(海口)로 들어갔다. 땅속 길을 따라가면 곧 무덤 앞까지 도달할 수 있었다.

후인들은 이 지맥이 비룡이 뚫은 것이라 여겨 용맥(龍脈)이라 불렀다. 나중에 이 용맥은 비록 허진인(許真人)에 의해 봉쇄 되었지만 이 이야기는 널리 퍼져 고전이 되었다. 지금 사람들이 풍수를 말하면서 걸핏하면 무슨 용맥이니 용두(龍頭)라 하는데 바로 여기서 비롯 것이다. 사실(事實)과 부합하지 않는 일종의 견강부회하는 단어에 불과할 뿐이다.

비룡이 이렇게 동해에 몸을 숨기고 연공하면서 벌받기를 기다리다 보니 어언 십여 년이 흘렀지만 사존은 오시지 않았다. 또 무슨 처벌한다는 소식도 없어서 속으로 근심 반 기쁨 반이었다. 그녀는 바다에 들어간 후 화룡진인의 가르침을 굳게 지키며 한마음으로 노력해 절대 다른 일에 간섭하지 않았다. 바닷속에도 많은 영성(靈性)이 있는 동물들이 있었는데, 도덕이 고상한 신룡(神龍) 한 마리가 온 것을 알고 일부는 질투심이 일어나 늘 몰래 해치려 했다. 하지만 실력이 부족해 여러 차례 비룡에게 죽임을 당했다. 또 일부는 진심으로 흠모해 절을 올리고 그녀의 문하에서 도덕을 배우려 했다. 비룡은 자신의 도술이 고명하지 않고 또 사존의 허락을 얻지 못했기 때문에 감히 함부로 도제(徒弟)를 받을 수 없었다. 나중에 모두들 그녀가 접근하기 어려운 것을 알고 감히 함부로 그녀를 건드리지 못했다.

비룡 역시 한가하고 자재(自在)하게 마음을 조용히 하고 생각을 줄이고 자신의 현공(玄功)을 연마했다. 그녀가 이렇게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니 자연히 진보가 아주 빨랐다. 불과 십여 년 공부로 화룡진인이 전수해 준 수지대법(修持大法)과 각종 법술(法術)을 완벽히 숙달했다. 이때 그녀의 능력은 천상의 몇몇 금선(金仙)을 제외하면 누구도 상대가 없었다. 각계(各界) 각동(各洞)의 지선(地仙)이나 산선(散仙) 및 각처(各處) 각산(各山)의 요마귀괴(妖魔鬼怪)는 가장 높은 것도 그녀와 비슷하거나 능가할 수 없었다.

그녀는 또 긴 두 개의 용 수염으로 두 자루 보검(寶劍)을 연마했다. 평소에는 콧속에 보관했고 사용할 때가 되면 원하는 대로 길이를 바꿔 천리 밖에 있는 요괴의 목숨도 취할 수 있었다. 비룡은 또 용단(龍丹)을 삼매진화(三昧真火)로 단련해 불을 놓고, 물을 흡수하고, 안개를 삼키고 구름을 일으키고, 또 다른 사람의 법보(法寶)를 가져올 수 있었다. 반짝이는 수정과 같은 진기한 보물들을 마치 자석이 쇠를 끌어당기듯이 단번에 끌어당길 수 있었다.

그녀는 두 가지 보배 연마에 성공한 후 아주 득의양양해졌다. 사존께서 일찍이 사숙(師叔)인 표묘진인이 서방에서 노룡에게 법력(法力)을 전수하고 계신다고 한 말이 기억났다. 그 용은 수컷이고 사존의 말씀에 따르면 나는 그와 부부의 인연이 있어 장차 만나면 우열을 가리기 힘들 거라 하셨다. 나는 지금 수련해서 도법(道法)을 이루고 귀중한 보배를 연마했으니 사존의 체면을 잃게 하진 않을 것이다.

그런데 사존께서 왜 아직 오지 않으시는걸까? 설마 내가 명령을 어기고 재앙을 일으킨 것을 이미 아시는 걸까? 이 일 때문에 나를 도제(徒弟)로 삼길 원하지 않으시는 걸까? 만약 그렇다면 내가 다시 몇백 년을 고생스레 연공해도 역시 열선(列仙)의 지위에 서서 칙명을 받지 못할 것이다. 헛되이 서방노룡만 바라며 고개를 치켜들고 일시적으로 득의양양했구나. 너무 부끄럽고 수치스러워 화가 나서 죽고 싶고 싶었다.

이렇게 생각이 바뀌고 한참이 지나자 자신도 모르게 몹시 당황스러웠다. 원래 사람 몸으로 변하면 사존이 계신 굴로 찾아가 알아보고 싶었다. 하지만 사존께서 떠나실 때 나더러 먼저 가라는 말씀이 없으셨는데 만약 내가 떠난 후 사존께서 오신다면 더 화를 내지 않으실까?

비룡이 한참을 생각했지만 아무런 묘책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렇게 고민하던 도중 문득 생각이 났다.

‘도고(道姑)로 변신해서 되어 해안을 산책하다 보면 아마 사존이나 서해노룡에 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 바닷속에서 고민만 하면서 가만히 있는 것보다 낫겠다.’

이렇게 생각을 정하자 젊은 도고로 변신해서, 불진(拂塵)을 손에 들고, 등에는 보검(寶劍)을 매고 몸을 흔들며 번화한 시장이 있는 곳으로 갔다. 가서 보니 왕래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주 붐볐다. 물건을 파는 상인들과 시장에 물건을 사러 나온 시골 농부들이었다. 이런 것들은 비룡이 용으로 노닐 때 익숙하게 보던 것들이라 무슨 눈에 띄는 것이 없었다.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교외로 나왔다. 마침 늦봄이라 산 꽃이 온통 붉었고 파란 풀과 푸른 송백을 비추니 풍경이 정말 아름다웠다.

비룡은 산으로 올라가 어느 큰 바위에 앉아 잠시 풍경을 감상했다. 갑자기 산기슭에서 일로일소(一老一少 한 노인과 한 젊은이)를 보았는데 앞 뒤로 걷고 있었다. 보니 마치 세외(世外)의 복장처럼 보였다. 비룡이 절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원래 귀와 눈이 대단히 영통했다. 우선, 그 노소(老少) 도인(道人)을 보니 모두 신광(神光)이 빛나고 행동거지가 고상해 평범한 도인[속도(俗道)]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이에 속으로 의아하게 생각했다. 잠시 후 그 노도인(老道人)이 분부하는 말이 들렸다.

“도제야, 이미 회성(淮城)에 도착했다. 너는 그곳에서 나를 기다려라. 나는 네 사백(師伯)과 함께 다시 너를 찾으러 갈 것이다. 너는 성격이 좋지 않으니 만사에 참아야 하느니라. 절대 너의 거칠고 야만적인 성격을 드러내지 말거라. 만약 큰 재앙을 초래한다면 다시는 너를 대신해 사정을 빌어줄 수 없다. 아울러 저지른 재앙이 많아질수록 마난이 더 심해지니 장래 거듭 겁난이 닥친다면 네가 스스로 감당해야 한다. 누구도 너를 대신해 줄 수 없단다. 알겠느냐?”

그 젊은이가 아주 공손한 태도로 말했다.

“사존께선 안심하십시오. 제자가 다시는 감히 재앙을 초래하지 않겠습니다.”

노도인이 비로소 웃음을 보였다. 비룡이 막 그가 어디로 가는지 보려고 했으나 눈 깜짝할 사이에 소도(小道)만 남고 노도(老道)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비룡은 깜짝 놀라 말했다.

“이 노도인의 능력과 도법은 절대 사존의 아래가 아니다. 기왕 내가 만날 인연이 있으니 가서 그들을 알아 보아야 겠다. 어쩌면 저들은 사존에 관한 소식을 알고 있을지 모른다.”

이렇게 생각하면서 급히 축지법을 사용해 겨우 세 걸음 만에 소도 앞에 도착했다.

소도는 비룡의 이런 모습을 보고 절로 놀라서 물었다.

“너는 어디서 왔느냐? 왜 나는 네가 오는 것을 보지 못했느냐?”

비룡이 웃으며 말했다.

“이게 뭐 이상합니까, 방금 당신 사부님을 뵈니 정말 도법(道法)을 지닌 고인(高人)이시던데요. 소제(小弟)가 몹시 경앙(景仰)해 특별히 와서 묻는 겁니다. 청컨대 젊은 오라버니[小哥]의 고성대명(高姓大名)은 어떻게 되시는지요? 고향은 어디십니까?”

비룡은 질문을 마치고 아주 예의 바르게 말했으니 소도가 분명 자신과 교제하려 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소도는 아무 말도 없었고 다만 그녀를 위아래로 훝어보기만 했다. 이 모습은 비룡이 웃게 만들었고 자신도 모르게 실언을 했다.

“젊은 오라버니, 아마 밖에 나가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해 밖에서 사교하는 이치도 모르시나 봅니다.”

이 한 마디 말에 소도는 화가 나서 외쳤다.

“너는 어디서 온 요정이냐? 또 내 나이는 물을 필요 없다. 나는 네 증조할머니보다 열 배, 백 배나 나이가 많고 네 최초 조상보다 나이가 많은데 어찌하여 나를 젊은 오라버니라 부르는 것이냐? 내가 사부님의 계율을 지키느라 매사에 참고 있어 너와 따지고 싶진 않았다. 그런데 네가 기어코 이렇게 무례하게 나오는구나. 그래 어디 누가 옳고 그른지 따져보자!”

무엇이 그리 우스운지 알고 싶다면 다음 회를 기다리시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