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제자
【정견망】
《서유기》에서 당승이 사찰을 찾아가 숙소를 구하려다 주지에게 한 차례 모욕을 당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이 속에도 음미할 부분이 있다.
1. 당승의 비범함을 알아본 불목하니
(당승이) 이렇게 찬탄하는 사이 세 번째 문 안쪽에서 한 도인(道人)이 걸어 나왔다. 그 도인은 문득 삼장의 외모가 기이하고 풍채가 비범한 것을 보고는 급히 달려와서 예를 올리며 물었다.
“사부님께선 어디서 오십니까?”
삼장(三藏)이 말했다.
“제자는 동토(東土) 대당 황제의 명으로 서천(西天)에 가서 부처님을 뵙고 경을 구하러 왔습니다. 지금 이곳에 왔는데 날이 저물려 하니 하룻밤 묵었으면 합니다.”
그 도인이 말했다.
“사부님 용서하십시오. 제 마음대로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이곳에서 마당이나 쓸고 종이나 치는 불목하니일 뿐입니다. 안에 주지 스님이 계시니 들어가서 말씀을 올려보겠습니다. 주지 스님이 허락하시면 제가 나와서 곧 모시겠지만 허락하지 않으시면 저로선 머물게 해드릴 수 없습니다.”
삼장이 말했다.
“제가 폐를 끼쳤군요.”
2. 당승을 꾸짖는 주지
삼장이 맨머리를 드러내고 25조각 달마의를 입고 발에는 물에 젖고 진흙이 덕지덕지 묻은 달공혜(達公鞋 승려들이 신는 신발)를 신고는 후문에 비스듬히 기대 서 있었다.
주지가 이를 보고는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이놈이 매가 모자란 게냐! 너는 주지인 내가 성에서 사대부가 향이나 올리러 와야 영접하는 걸 모른단 말이냐. 어찌 이런 중놈을 나더러 맞으란 말이냐. 저 낯짝을 보아하니 사기꾼 같은게 떠돌이 중이로구나. 날이 저무니 잘 곳을 빌리려는 모양인데 우리 절에 들일 순 없다. 저 앞 복도에나 쭈그리고 있으라고 하지 나한테 알려서 뭘 어쩌라는 것이냐!”
그러더니 몸을 돌려 들어갔다. 장로(長老)가 이 말을 듣고는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가련하구나 가련해, 이게 바로 사람이 고향을 떠나면 천(賤)해진다는 것이로구나. 내가 어려서 출가해 중이 된 이후 참배하고 의식을 치르면서 고기를 먹거나 무슨 나쁜 뜻을 품은 적도 없고 경을 읽으며 화를 내거나 선심(禪心)을 그르친 적도 없다. 또 기와나 벽돌을 떼어 불전을 훼손하거나 나한의 얼굴에서 금을 벗긴 일도 없다. 아 가련하구나! 어느 전생에 천지에 죄를 지어 금생에 이렇게 나쁜 사람을 만나게 되었을까? 스님, 우리를 재워주지 않으면 그만이지 어찌하여 그런 악담을 하시오? 저 앞 복도 아래에 쭈그리고 있으라니요? 이 말을 행자(行者)가 듣지 않았으니 망정이지 그 원숭이가 들었다면 당장에 달려와 철봉으로 당신 다리를 분질러놓았을 것이오!”
3. 불목하니가 고인(高人)
우리는 사찰에서 종종 주지나 방장(方丈)을 참배하길 좋아하는데 그들이 고승이라 여기기 때문이다. 사실 이는 틀린 것으로 《제공전(濟公傳)》에서 보다시피 제공은 고승이지만 광량(廣亮 주지)은 아무것도 아니다. 《서유기》에도 불목하니 역할을 하는 승려는 당승의 비범함을 단번에 알아보지만 실권을 가진 주지는 오히려 광량과 차이가 없다.
자고로 수련에는 직위를 따지지 않으니 불을 때고 밥을 지으며 가장 고생하는 소화상들이 종종 개오하지만 하루 종일 사람을 상대하느라 바쁜 방장은 도리어 안된다.
주: 이상의 내용은 《서유기》 제36회에서 인용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508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