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손걸(孫傑)은 이런 미인이 아무 이유 없이 매일 자신을 위해 밥을 짓고 차를 끓이는 것을 보고 정말 신기해하며, 사다리 위에 서서 자기도 모르게 ‘어’ 하는 소리를 냈다. 사실 이 말은 중요하지 없은데 방안의 미인은 누군가가 자신을 훔쳐보고 있음을 진작 알고 있었다. 그가 잠시 당황한 것을 보고는 즉시 자취를 감췄다. 손걸이 사다리에서 내려와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한 솥의 밥이 설익었다. 전날 본 바에 따르면 집에 보관된 쌀은 많아야 사나흘 정도 먹을 수 있는데, 이때 쌀통에는 갑자기 백미 한 통이 가득 찼다. 또한 소금에 절인 닭고기, 생선 등도 많아서 궤짝에 함께 넣어져 있었다. 손걸은 우선 그 밥을 다 익혀서 배불리 먹을 수밖에 없었다.
채소며 쌀이 다 있어서 주인에게 이틀 휴가를 청하고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미인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이때 미인은 그가 일하러 나가지 않는 것을 보고 그를 위해 저녁밥을 짓지 않았다. 단지 그가 새벽에 곤히 잠들었을 때 아침밥을 지어주고 신선한 반찬도 많이 가져다주었다. 요리는 아주 맛있었다. 손걸은 몇 번이나 이른 새벽에 일어나 미인을 기다렸다. 하지만 며칠 동안 미인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그를 더 기쁘게 해준 한 가지는, 미인이 그가 일을 하지 않는 것을 알고, 돈이 없을까 우려해 그를 위해 많은 은을 가져왔는데 족히 몇 년은 쓸만한 돈이었다.
손걸은 놀라움과 기쁨을 금치 못하여, 이 은으로 작은 가게를 하나 차리고, 남의 집 품팔이 생활을 마치려 했다. 마음을 이미 결정하고 그 주인에게 사직을 청하자 주인이 놀라며 그에게 왜 일을 하지 않는지 물었다.
손걸은 충후(忠厚)한 사람이라 거짓말을 할 수 없어, 사실대로 털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그 주인은 60대 노인이었는데 그래도 좋은 사람이었다. 그가 이상한 일을 만났다는 말을 듣고는 말했다.
“자네가 만난 사람이든 아니면 어떤 선인(仙人)이든, 분명히 자네가 무슨 좋은 일을 해서 그의 목숨을 구해주었기 때문에, 와서 보답하려는 것일세.”
손걸이 말했다.
“소인(小人)은 가난해 죽을 지경인데, 무슨 힘이 있어서 그런 좋은 일을 했겠습니까!“
주인이 웃으며 말했다.
“좋은 일은 돈이 있어야만 할 수 있는 건 아닐세. 자네가 생각나지 않는다면 일단 놔두게. 하지만 천상의 신선이 꼭 네 덕을 보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아마도 꽃, 나무, 새, 짐승 등의 정령(精)이 일찍이 네 구원을 받고 은혜를 갚으러 왔을지도 모른다. 만약 그렇다면, 미리 누룽지를 좀 준비해서 작은 환을 만든 후 그 사람이 올 때를 기다렸다가, 갑자기 그를 껴안고 그의 입에 넣어 삼키도록 강요하면 사람과 다름이 없으니 이유를 물어볼 수 있다네. 그 사람과 결혼하면 장차 좋은 일이 끝이 없을 걸세! ”
손걸은 가르침을 받고 돌아왔다. 밤새도록 자는척하며 날이 새기만을 기다렸다. 날이 밝자 살그머니 부엌으로 들어갔다. 과연 미인이 등을 돌리고 채소를 썰고 있었다. 손걸은 주인이 시킨 대로 갑자기 다가가 그녀를 힘껏 껴안는 동시에 오른손으로 미리 준비한 누룽지를 미녀의 입에 쑤셔 넣었다. 그녀가 꿀꺽하고 삼키자, 막 손을 놓으려는데, 문득 그 미인이 입을 열었다.
“낭군께선 손을 놓아주세요, 첩이 이미 익힌 음식을 받았으니 더는 숨을 수 없습니다. 천천히 낭군께 아뢰겠습니다.“
손걸은 그 말이 거짓이 아님을 알고 두 손을 놓아주었다.
미인은 얼굴을 돌리고 부끄러워하며 손걸에게 절을 했다. 손걸도 길게 읍하여 답례했지만 좀 쑥스러웠다. 어색해하며 말했다.
“낭자께선 소생(小子)과 본 적이 없고 소생은 가난한 사람이라 낭자한테 좋은 일도 하지 않았는데, 오히려 과분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소생이 정말 마음이 불안합니다! 오늘 다행히 존안을 뵙게 되었으니 부디 똑똑히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미인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첩에게도 고충이 있으니 낭군께서 첩의 일을 알기를 원치 않습니다. 누가 낭군께 이런 악한 계책을 가르쳤는지 모르겠지만, 낭군이 알기를 원하심에도 첩이 감히 아뢰지 못하는 것은 낭군이 첩의 일을 몰라 괴롭힐까 두렵기 때문입니다. 첩의 일을 아시면 첩을 전갈처럼 두려워하여 감히 더는 만나지 못할 것입니다. 결국 첩이 큰 은혜를 갚고 싶어도 다시 기회를 얻을 수 없게 될 것이며, 심지어 이 때문에 낭군의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좋은 것이 도리어 나쁘게 될 것이니, 어찌 하면 좋겠습니까?”
그러자 손걸이 흔쾌히 말했다.
“낭자께선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소생이 비록 시골 가난뱅이이긴 하지만 스스로 생각해도 담이 좀 큰 편입니다. 낭자께서 이렇게 대하시니 필경 소생이 언제 어디선가 약간의 수고를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정말 기억나지 않는군요! 그래도 낭자께서 말씀하지 않으신다면 소생은 낭자를 의심할 것입니다, 사람을 착각해서 헛되이 애쓰지 마십시오. 그러면 진정한 은혜를 베푼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보답할 수 없습니다. 소생은 타고난 명이 이렇게 가난한데 아무런 공로도 없이 녹을 받게 됩니다. 그럼 좋은 점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수명이 단축될 것입니다. 육십까지 살아야 하는데 오십도 못살고 곧 죽을까 두렵습니다. 낭자께서, 생각해 보십시오, 소생이 감히 어떻게 낭자의 은혜를 더 받을 수 있겠습니까?”
미인이 듣고는 웃으며 말했다.
“손 관인(官人)께서는 충후하고 정직하신 분인데, 이번 말을 들어보니 원래 장난기가 좀 있으시군요.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첩의 마음속에도 어찌 진작 낭군님에게 설명드리고 싶지 않겠습니까만 어쨌든 이승과 저승의 길이 다르니 물의를 일으킬까 두렵고, 또 낭군께서 고충을 이해하지 못할까 두렵습니다. 오히려 첩이 은혜를 갚으려는 뜻을 이루지 못할까 숨겨왔습니다. 낭군께서 수년 동안 저의 봉양을 받은 후에 첩이 주인을 해치는 사람이 아님을 아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때야 비로소 전말을 말씀드려 주인께서 활연히 깨달으셨으면 합니다. 뜻밖에도 한 달도 못 돼 당신에게 잡혔는데, 설마 당신과 제가 정말로 인연이 있는 사람이 아니란 말씀입니까?”
여기까지 말을 하면서 어느새 얼굴이 조금 달아올랐다.
손걸은 오히려 기뻐서 미간이 활짝 펴지며 입을 크게 벌리고 다물지 못했다. 그리고 정색하며 말했다.
“낭자께선 절대로 이런 걱정일랑 하지 마십시오. 소생이 방금 말했다시피 처지가 비록 가난하긴 하지만 담은 좀 셉니다. 시원히 말씀해 보세요. 낭자께서 정말 요마귀괴(妖魔鬼怪)이고 소생이 미약하나마 공이 있어서 특별히 보답하러 왔다고 칩시다. 이 말씀은 비록 감당할 수 없지만 낭자가 분명 나를 해치러 온 것은 아니라고 단정할 수 있습니다. 나 손걸은 나무나 흙으로 된 사람이 아닌데, 설마 호의와 나쁜 마음도 구별하지 못하겠습니까?”
미인이 보더니 고개를 숙이고 잠시 중얼거렸다. 그러더니 고개를 들고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낭군께서, 제가 사람인지 귀신인지 아니면 무슨 요마(妖魔)나 망량(魍魎)인지 산 도깨비인지 나무 정령인지 보세요.”
그러자 손걸은 생각할 겨를도 없이 웃으며 말했다.
“낭자는 천인(天人)입니다. 비록 신선은 아닐지라도, 결코 평범한 사람은 아닙니다. 만약 그런 귀신이나 요괴들이 세상에 정말 있다 해도 낭자 같은 인재(人才)로 변화하진 못할 것이며, 더욱이 낭자와 같은 그런 어진 마음은 더욱 없을 겁니다.”
미인은 그 말을 듣고 자기도 모르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낭군께서는 말씀을 참 잘하시는데, 다른 사람들은 당신이 말씀을 잘 못하신다고 하니, 이것도 이상하군요!”
손걸이 웃으며 말했다.
“아마 이것이 복이 들어오면 마음씨도 좋아진다고 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미인이 또 웃으며 말했다.
“낭군께 사실을 고하겠습니다, 첩은 확실히 사람은 아닙니다. 선인(仙人)은 너무 높으니, 천한 첩이 어찌 감히 사칭하겠습니까, 요귀(妖鬼)는 너무 흉악하니 천첩이 또 그들의 그림자로 건드릴 수 없습니다. 낭군께서 부디 기억해보세요. 부인이 살아계실 때 어떤 물건의 목숨을 구한 적이 있습니까? 부인께서 임종하실 때 또 무슨 남긴 말이 없었습니까? 낭군께서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먼저 추측해 보고 틀리면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손걸은 잠시 기억을 되짚어 보았지만, 유 씨가 아이를 낳지 않은 것을 한으로 여겼을 뿐, 목숨을 구했다는 말은 생각나지 않았다.
미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탄식했다.
“이와 같다면 당신 내외의 큰 덕과 어진 마음은 정말로 은혜를 베풀어도 보답을 바라지 않는 군자시군요. 첩의 성은 나(羅)이고 이름은 원(圓)이며 집은 회수(淮水) 물가에 있습니다. 홍수가 났을 때 큰 파도가 집을 둘러쌌고 물이 빠졌을 때 급히 집을 떠나지 못했는데, 부인께서 저를 혈육처럼 보살펴주셨습니다. 후에 자당께서 병에 걸려 혼미해지셨고 몇 번이나 첩의 목숨을 부지하지못할 뻔했습니다. 하지만 부인의 주도면밀한 계책으로 숨을 곳을 찾아 비로소 미미한 생명을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또 두 분께서 저를 집에서 내보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이 은혜는 평생 갚을 수 없는 것인데, 뜻밖에도 이렇게 어질고 덕이 있는 부인께서 오래 살지 못하셨습니다. 천첩은 이 소식을 듣자마자 곧 은혜를 갚으려는 마음을 품었습니다. 하지만 사람으로 태어나지 못해 자신을 중매하는 것이 부끄러워 먼저 아내의 일을 하면서 주인님을 알게 되었고, 수년 후를 기다리려 했습니다. 원래 낭군의 신임을 얻은 후 다시 말하려 했습니다.
어찌 한 달도 못 되어 낭군과 만날 줄 알았겠습니까? 이왕 일이 이렇게 되었으니, 부디 사람이 아니라 얕잡아 보지 마시고, 곁에서 시중 들며 낭군을 위해 우물물을 긷거나 절구질을 하겠습니다. 첩이 비록 재주는 없지만, 생활하시는데 낭군을 피곤하게 하지는 않을 것이고, 낭군께서 첩 때문에 불이익을 받으시는 것은 더더욱 참을 수 없습니다. 낭군께서는 당당한 장부시니 첩의 작은 성의를 보시고 첩이 다른 뜻이 없다고 믿어주시길 바랄 뿐입니다.”
손걸은 말을 다 듣고 나서야 비로소 자신이 방생했던 그 우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처음에는 약간의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하는 말을 들어보니 낭랑하고 정감이 풍부할 뿐만 아니라, 또 여러 일 근면하게 자신을 후대한 것을 생각하니 마음속으로 감사할 뿐이라 의심이 없었다. 그래서 즉시 몸을 일으켜 감사드렸다.
“낭자 천인, 어찌 이리도 예의를 차리십니까. 지나간 일은 완전히 무심(無心)코 한 일이니 본래 아무것도 아닙니다. 기왕에 낭자께서 이런 마음을 품었으니, 소생으로서도 뭐라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본인이 가난하고 비루하니 어찌 낭자의 타고난 아름다움 자질에 어울린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생활에 필요한 것을 말하자면 낭자는 아무것도 준비할 필요가 없다고 하시니 오히려 더욱 황공할 뿐입니다.”
나원(羅圓)이 웃으며 말했다.
“이왕 사랑을 받았고 의심도 안 하시니 서로 한 식구인데 뭘 그리 예의를 차리시나요. 하지만 한 가지만 허락해 주십시오.”
손걸이 급히 말했다.
“이미 부부가 되어 서로 한 몸인데 응낙하지 못할 일이 뭐가 있겠소.”
나원이 부끄러워하며 말했다.
“말씀드리자면 큰 문제는 아닙니다. 첩의 도행(道行)이 너무 얕아서 비록 사람 몸으로 변화할 수는 있지만, 껍질은 버리지 못했습니다. 모름지기 20년 후 인연이 쌓이고 낭군의 정혈을 받아야만 점차 우렁이 껍질을 버리고 사람 몸이 될 수 있습니다.
낭군께서는 내일 밤 자시에 서쪽 강가에 가서 첩의 딱딱한 몸을 받쳐들어 큰 항아리에 넣어 맑은 물에 담그되 한 달에 한 번씩 물을 갈아주시고 은밀한 곳에 두어야 합니다. 절대 다른 사람이 알게 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은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낭군께서 응낙해 주시겠습니까?”
손걸이 웃으며 말했다.
“애초 무슨 큰일인가 했더니, 원래 이런 일이었군요. 어려워할 만했군요.”
이 말에 나원도 웃었다. 이날 나원은 손걸을 위해 모든 일을 끝내고 스스로 돌아갔다. 저녁이 되자 손걸은 일을 그르칠까 봐 앉아서 자시가 되기를 기다렸다가 급히 서쪽 강가로 찾아갔는데, 과연 자신과 유 씨가 놓아준 큰 우렁이가 아직 기슭에 있는 것을 보았다. 손걸은 기뻐하며 안고 돌아와 시키는 대로 처리하고 잠자리에 들었다. 날이 밝자마자 부엌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소리를 듣고 의심스러워 일어나 보니 나원이 또 두 명의 하녀를 데리고 와서 그들을 지휘하여 차와 물을 준비하고 밥을 짓고 요리를 하고 있었다.
손걸이 일어난 것을 보자 나원은 먼저 그의 보살핌에 사의를 표하고, 또 두 하녀를 인사시켰다,
“이 두 아이는 어리지만 일을 잘합니다.“
두 하녀가 일제히 손걸에게 인사했고 손걸은 더욱 크게 기뻐했다.
이때부터 나원은 손 씨 집에 상주하며 손걸과 부부가 되었다. 손걸의 집은 본래 가진 것이 하나도 없었는데, 이때 오히려 점차 번창하기 시작했다, 땔감과 쌀, 옷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을 뿐만 아니라, 기타 생활에 쓸 것도 모두 매우 넉넉하여, 평상적인 부잣집보다 다 풍요로웠다.
손걸도 더는 남의 하인 일을 하지 않고, 시내에 쌀과 밀가루 가게를 열었는데, 경영 계획이며 거래는 모두 나원의 말에 따랐다. 종종 다른 사람이 실패한 장사가 그의 수중에 들어가면, 성공으로 바뀌었고, 2년도 안 되어 부자가 되었다. 손걸은 천성이 인자하고 관대하여 베푸는 것을 좋아해서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급할 때 도움을 청하면 도와주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다행히 나원의 신통이 광대해서 그를 대신해서 끊임없이 은을 가져와 가난한 사람들을 구제할 수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재산이 아무리 많아도 진작 다 써버렸을 것이다.
그러자 원근에서 손걸 부부를 모르는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가 되었는데, 그들은 모두 손걸을 손선인(孫善人)이라 부르고 나원을 살아있는 관음이라 불렀다.
부부는 아주 행복하게 잘 지냈는데 딱 한 가지 마음이 불편한 점이 있었다. 원인은 유 씨가 죽기 직전 손씨 가문의 혈통을 염려한 것이었다. 나중에 나원이 은혜를 갚고 손걸을 섬겼고 자식을 낳고 길러 제사를 이어가는 것을 중시했다. 하지만 비록 모든 일이 다 만족스러워도 이 가장 긴요한 문제만은 해결할 수 없었다. 십여 년이 지났는데도 자식이 없자, 손걸은 조바심이 나서 죽을 것 같았고, 늘 오만상을 찌푸리고 슬퍼하며 한숨을 내쉬면서 나 씨에게 말했다.
“스스로 생각해 보아도 나쁜 마음을 품지 않았고, 어려움이나 위험에 처한 사람을 구제했는데 감히 공을 말하진 못하더라도 역시 조금도 부끄러운 점은 없다고 할 수 있소. 그런데 어찌하여 하느님은 내게 아들 하나 주지 않는단 말이오? 내가 음덕(陰德)을 해치는 어떤 일을 저질렀기에 결국 이 지경에 빠졌단 말이오!”
나 씨는 그의 나이가 많지 않고, 정력이 아직 쇠하지 않아, 정해진 운명이 있다면 언젠가는 아들이 있을 거라면서 착한 마음을 가지면 하늘이 반드시 복을 줄 테니 어찌 자식이 없을 수 있겠느냐며 거듭 위로했다.
손걸은 이 말을 듣고 올해에는 내년을 바라고, 내년에는 후년을 바라는 마음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천도(天道)의 보응은 필경 조금의 오차도 없었으니, 손걸이 이토록 인자(仁慈)한데 어찌 대를 잇지 못하겠는가! 조화노인(造化老人)이 일찌감치 그를 위해 훌륭한 아들을 준비해놓았으니, 오로지 때가 되면 선관(仙官)선리(仙吏)들이 그를 호송해 올 것이다. 하늘은 그를 위해 어떤 훌륭한 아이를 준비했을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가? 잠시 뒤로 미뤄두었으니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2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