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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선득도전(八仙得道傳)》 제12회: 문미가 요얼을 쫓아내고 선사(仙賜)가 어원(御苑)에 들어가다

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정법사(丁法師)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니 검은 얼굴에 붉은 눈동자가 보이자 그는 이것이 자신의 모습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하고 말했다.

“아악! 이 요정이 아직도 거울 속에 숨어 있구나!”

이 한마디에 사람들이 와락 웃음을 터뜨렸다. 백고는 어쨋든 충실한 장자(長者)라, 그가 물러나지 못할까 두려워 급히 하인을 꾸짖고, 그들에게 서둘러 물을 길어다가 정법사의 얼굴을 씻기도록 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검은색은 마치 생옻칠처럼 얼굴에 달라붙어 벗겨지지 않았다.

어느 입 바른 말을 잘하는 하인이 옆에서 조롱하며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그 요정이 정법사를 돌보는 것이군요! 그렇지 않으면, 법사처럼 이렇게 살갗이 부드럽고 흰 살에 붉은색이 드러나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

백고가 급히 야단쳤다.

“헛소리하지 마라. 어서 부인에게 가서 은자 열 냥을 가져와 이 법사님을 보내드려라.“

정법사는 정말 이 얼굴이 검게 더러워졌기 때문에 체면을 구겼는데, 은자를 손에 넣자 비로소 비틀거리며 인사를 하고 떠났다.

이 이야기는 그만하고 백고는 법사가 요정을 물리치지 못한 것을 보고 마음이 점점 더 짜증이 났다. 또 다른 사람들이 알게 되어 손걸 부자의 귀에 들어가면 체면이 깎일까 걱정했다. 막 어찌해야 좋을지 모를 때, 문득 어느 날 조회를 마치고 돌아와 시끄러운 시장을 지나는데, 많은 사람들이 한 도인(道人)을 둘러싸고 이러쿵저러쿵 말하는 것을 보았다.

백고의 마음이 움직여 수레를 세우라고 분부하고 스스로 군중 속으로 비집고 들어가 무슨 일인지 보았다. 그러자 비로소 그 도인이 생물(生物)을 변화시키고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가령 큰 복숭아 씨를 흙 속에 심자 잠시 후 뿌리가 내리고 가지가 나오ㄷ니 꽃이 피고 열매를 맺어 많은 복숭아가 열렸다.

이때는 이미 초겨울로 접어들어 복숭아가 어떻게 왔는지 알 수 없지만, 그는 하나씩 따서 관중들과 나누어 먹었는데 모두들 매우 신선하고 맛있다고 했다. 또 볏짚 한 묶음에 난을 심어서 향기롭고 우아한 꽃이 피었다. 또 다른 채소 잎을 사용하여 화려하고 아름다운 모란꽃 한 송이를 만들었다. 어쨌든 모두 진짜 꽃과 과일이었고, 결코 남의 눈을 속이는 그런 환법(幻法)이 아니었다.

백고는 자신도 모르게 멍하니 보았다. 그 도인이 희법(戱法 마술)을 끝내자 날이 이미 저물어 가고 구경꾼들이 그에게 주고 싶은 대로 돈을 던져주었다. 도인이 웃으며 손짓을 하자 그 은전은 모두 땅에서 날아올라 그의 손아귀에 떨어졌다.

그는 모두에게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들이 제게 많은 은전(銀錢)을 하사하시니 성의에 감사합니다. 허나 출가인은 일찌감치 속세의 인연을 끊었기 때문에 이런 것들은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이제 여러분을 대신하여 좋은 일을 하려고 하니 거둔 것을 가난한 집에 나눠주겠습니다! ”

말하면서 눈을 들어 보니 남루한 옷차림의 비쩍 마른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자 그들에게 말했다.

“여러분은 아마 가난한 사람들일 것입니다, 빈도(貧道)는 각기 한몫씩 드립니다.“

모두가 그가 어떻게 나누었는지를 보려 했는데, 도인이 말을 마치고 길을 가려고 하는데 돈을 내놓지 않았다. 모두들 그가 거짓말을 한다고 비웃었다.

도인이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 각자 허리춤의 주머니를 보세요.”

가난한 사람들이 앞다퉈 주머니를 열어보더니 과연 한 사람 한 사람씩 은전을 내놓았다. 모두들 방금 도인이 준 돈이라는 것을 분명했지만, 그가 어떤 방법으로 각자에게 보냈는지는 몰랐다.

뭇 사람들은 비로소 이 사람은 정말 신선이 속세에 내려오신 것임을 알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백고는 더 유심히 보았는데, 도인이 가는 것을 보고 자신이 바짝 따라붙어 서너 리를 계속 쫓아갔다. 인적이 드문 황야에 도착하자 그 도인은 갑자기 고개를 돌려 웃음을 머금고 물었다.

“귀인께선 멀리 따라오시느라 수고하셨는데 미안합니다. 지금 날이 이미 어두워졌는데, 하인들이 아직도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니, 빨리 돌아가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러자 백고는 얼른 그에게 예의를 표하고 말했다.

“상선(上仙)께서 어떻게 제자를 알아보셨습니까? 제자에겐 사실 작은 일이 있는데 감히 입을 열어 부탁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법가(法駕 신선의 수레)를 따라 신선께서 계시는 동부(洞府)를 알아보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날이 허락하면 직접 찾아뵙고 말씀드리려 했습니다. 그러나 뜻밖에 이미 저의 행방을 꿰뚫어 보시니, 제자가 어찌 감히 다시 숨길 수 있겠습니까, 상선께서 잠시 걸음을 멈추시면, 제자가 전말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그러자 그 도인이 웃으면서 손을 흔들었다.

“말할 필요 없소이다. 빈도는 다 알고 있습니다. 당신 부중(府中)에 최근 요인(妖人 요사한 사람)이 하나 찾아와 천금 같은 따님에게 화를 입히지 않았습니까?”

백고가 놀라서 절을 올리며 말했다.

“상선께서는 정말 선견지명이 있으시군요. 감히 상선께 여쭙겠습니다, 제자는 평생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고, 천지를 속이지도 않았으며 또 신명(神明)의 미움을 산 적이 없는데, 어찌 이런 요얼(妖孽)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그 요괴는 대체 무엇입니까? 그를 다스릴 방법이 있습니까? 부디 상선께서 자세히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도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 요인이 이미 당신들에게 말하지 않았소? 그것은 전부 그의 진실한 자백으로 아무런 거짓도 없소이다. 다만 이 녀석이 원래 관구 교룡의 정(蛟精)인데 오히려 자신이 신룡(神龍)인 척했을 뿐이오. 게다가, 표묘 진인은 노군 조사의 법지(法旨)를 받들어 이랑신과 함께 산을 옮기고 바다를 메우는 사건을 처리했는데, 그런 도덕을 지닌 분이, 어찌 늙은 교룡이 눌린 것을 모를 수 있겠는가? 또 어찌 쉽게 그가 달아나게 할 수 있겠는가? 어쨌든 이 축생(畜生)이 아직 죽을 때가 되지 않았고, 또 노룡의 진압을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그를 풀어준 것으로 이는 진실한 일입니다. 이 축생이 무슨 방비가 허술한 틈을 타서 도망쳐 나왔다고 하는 건 전부 헛소리에 불과할 뿐입니다.”

백고는 그가 마치 직접 본 것처럼 말하는 것을 보고 더욱 탄복해서 자신도 모르게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선사(仙師)님은 정말 만 리를 훤히 내다보시는 군요! 제자는 이 요정 때문에 온 집안이 뒤숭숭합니다. 선사께서 기왕 이렇게 자세히 알고 계시니, 반드시 제자 일가와 인연이 있을 것입니다. 부디 선사께서 제자를 대신하여 이 요얼을 없애 주셨으면 합니다. 제자 일가는 몹시 감격해 마지 않을 것이며, 아울러 선사께서 법호(法號)와 선향(仙鄕)을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도인이 웃으며 말했다.

“그대가 충후(忠厚)하고 점잖은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장난기가 많군요. 내가 어찌 당신들과 반드시 인연이 있을 수 있는가? 좋아요, 좋아! 시비(是非 옳고 그름)를 따지는 사람이 시비를 아는 사람이라고 했소. 기왕 이번 말을 했으니 어쩌면 이것이 당신이 말한 인연일 것이오. 내가 그대를 위해 가보지 않을 수 없겠군!”

백고가 크게 기뻐하며 선사의 성씨(姓氏)와 선거(仙居 신선의 거처)를 여쭈었다.

도인이 웃으며 말했다.

“요괴의 수완이 그렇게 대단하니 내가 승리할 수 있는지 없는지 어찌 알겠소. 만약 그를 이길 수 없다면, 굳이 내 성을 알려 체면을 깎을 필요가 있겠는가?”

백고가 웃으며 말했다.

“선사께선 너무 겸손하십니다. 제자가 비록 어리석긴 하지만 어찌 바르고 사악한 두 갈래 길도 분별하지 못하겠습니까.”

하지만 도인이 말하려 하지 않으니, 어쩔 수 없었다.

그 도인은 몸을 돌려 백고가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백고는 예전에 그를 따라갈 때 서너 리를 걷는 데 많은 시간이 걸렸다고 생각했는데 이때 그를 따라올 때는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제자리로 돌아갔다. 분명 선가(仙家)의 축지법인 줄 알면서도 감히 묻지 못했다. 그 도인도 그들이 길을 안내하는 것을 원하지 않아 백고가 마부를 돌려보내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이 팔짱을 끼고 앞으로 몇 걸음 더 바삐 걸음을 옮겼다. 이때부터 백고의 집에 더 가까워질수록 더 빨라 눈 깜짝할 사이에 이미 집에 도착했다.

백고는 공손히 도인에게 서실(書室)에 잠시 앉아 계시라고 청하고 자신은 급히 들어가 부인에게 그 사실을 말했다.

부인이 당황해서 말했다.

“나리, 이번에는 좀 조심하셔야 해요. 다시는 그 정법사처럼 해서 그에게 죄를 지어시면 안 됩니다.!”

백고는 그저 한마디만 말했다.

“이 분은 확실히 천상의 진선(真仙)이시니, 절대로 착오가 없을 것이오!”

한 마디도 하기 전에, 맹렬하게 혜고(蕙姑)가 거침없이 들어오더니, 백고 부부를 가리키며, 엄한 목소리로 꾸짖었다.

“좋아, 당신들이 오히려 농간을 부렸군, 방금 어떤 법사를 데려왔길래 내 마음이 이렇게 불쾌하게 하는가! 너희를 불쌍히 여겨 용서해 주었거늘 너희들은 어찌 감히 계속 무례하게 구는가? 또 무슨 선인(仙人)을 데려왔단 말이냐? 도대체 그 선인이 어떤 물건이 변한 것인지 봐야겠다. 한번 데려오는데 돈을 얼마나 준 게야? 그의 재주는 이전의 그 정법사보다 얼마나 나은가? 지금 당신들이 나의 이 수단을 먼저 시험해 봐라!”

그러면서 입을 벌려 ‘허’ 하는 소리를 내자 갑자기 온 방안에 연기가 자욱하여 맞은편 앉은 사람도 볼 수 없었다.

백고 부부는 그저 이런 소리만 들었다.

“이 천한 놈들, 나 대신 한 사람씩 큰물에 빠져 죽어라.”

부부가 뭐라 대답하기도 전에 갑자기 평지에서 물이 솟아올랐다. 몇 치에서 1자, 2자, 3자 늘어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물이 이미 무릎까지 차올랐고, 물속에는 많은 물고기 요정, 새우 괴물이 있었다. 추악하고 흉악해서 사람을 빼앗으려고 경쟁했다. 삽시간에 실내외에서 사람들이 떠들썩했고, 닭과 개도 평온하지 않았다. 백고 부부는 침상에 마주 앉아 죽음만 기다리고 있었다.

매우 위급한 상황에, 갑자기 하늘을 뒤흔드는 소리가 나는데 마치 하늘에서 벼락이 치는 것 같았다. 벽력이 지나간 자리에 갑자기 연무가 다 사라지고 빛이 더 밝아졌다.

백고(伯皋)가 눈을 떠서 보고는 크게 기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선(上仙)께서 도와주시니, 우리 집안이 살았구나!“

부인도 이미 한 도인이 손에 불진(拂塵)을 들고 수면 위에 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 조금도 젖지 않고 옷은 건조하여 마치 땅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 도인이 무슨 말을 중얼거리고 손을 들어 흔들자 그 물이 곧 물러갔다. 물이 물러날 때는 불어날 때보다 더 빨랐고, 추악한 요정들도 흔적 없이 사라졌다.

도인이 웃으며 백고에게 말했다.

“요괴는 이미 도망갔고, 따님은 근심할 필요 없소. 요괴가 미워한 것은 원래 사위였는데, 이번에 가면 반드시 손 씨 집에 가서 흉악한 짓을 저지를 것이오. 빈도는 머물 시간이 없으니, 빨리 가서 구해야 합니다.”

백고 부부는 황급히 무릎을 꿇고 감사 인사를 했다. 눈앞에서 갑자기 한 가닥 금빛이 일어나더니, 진작에 도인의 그림자가 보이지 않았다. 부부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도인은 백고와 헤어진 후 구름을 타고 곧장 손걸의 집으로 갔다. 막 내려가려고 했는데, 요기(妖氣)가 보이지 않아 요정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음을 알았다.

속으로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내려가면 어찌 사람들의 의심을 받지 않겠는가?”

하고 잠시 중얼거리다가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정동쪽 큰 정원에 검은 기운이 도는 듯하여 황급히 달려갔다. 거기에 화원 동쪽 아무도 없는 마당에서 한 여자와 한 관원(官員)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것을 보았다. 도인이 혜안으로 비춰보니, 이미 이 여자가 교룡의 정이며 관원은 박쥐가 환생한 손선사(孫仙賜)임을 알았지만, 이곳이 어디인지는 몰랐다. 선사가 어찌 이곳에 있을까? 이 요괴가 어찌 선사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알고 나보다 먼저 그를 상대할 수 있을까?

도인이 몸을 흔들어 작은 개미로 변신해 그 건물 가운데로 내려와 보니, 비로소 손선사가 현혹된 듯, 그 요괴의 품에 안겨 입을 맞추고 혀를 놀리며 온갖 추태를 부리는 것을 보았다.

그 요괴가 말했다.

“착한 오빠, 나랑 같이 가서 선도(仙道)를 닦으러 가요! 조금 있으면 오빠의 원수가 찾아 올 거예요.”

선사는 이 말을 듣고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바보처럼 웃고 있었다. 그 요괴는 고개를 들어 사방을 둘러보다가 낯선 사람이 없자 선사를 끼고 도망치려 했다.

낯선 사람은 없지만, 땅 위의 개미가 갑자기 벌떡 뛰어오르더니 곧 도인의 모습으로 변해 가로 막고 웃으며 말했다.

“기다려라! 기다려! 가려면 우리 같이 가야지. 그렇게 좋은 곳이 있는데 어째서 데리고 가지 않느냐, 빈도와 함께 가서 놀자꾸나.”

그 요괴는 도인을 보자마자 필사적으로 선사를 버리고 문을 박차고 나갔다. 도인도 쫓지 않고 문 앞에서만 큰소리로 말했다.

“어, 저 교룡 요정이 들었군, 너도 근기가 있는 영물이니, 빨리 돌아와야 대도(大道)에 희망이 있다. 만약 계속 집착하며 잘못을 저지르면 비록 빈도가 살계(殺戒)를 깨지 않더라도, 장차 너를 거둘 사람이 올 것이다! 벼락이 떨어진 후 후회해도 늦을 것이다.“

말을 마치자마자 그 교룡이 검은 구름을 타고 동해 쪽으로 도망치는 것을 보았다. 안에 있던 손선사는 이미 본성을 회복했고 실내에 우두커니 서서 방금 전 상황을 회상하고 있었다. 마치 꿈을 꾼 것처럼 황홀했는데, 도대체 어쩌다 이런 이상한 일이 생겼는지 알 수 없었다.

한참 생각하다가 문득 도인이 들어오는 것을 보고는 비로소 땅에 엎드려 절을 올리며 말했다.

“제자가 방금 무슨 요괴에게 홀려 제 몸을 가누지 못해 정신이 똑똑하지 않습니다. 아마도 선사(仙師)께서 제자의 수난을 당할 것 미리 아시고 구하러 오신 게 아닌지요? 부디 선사님의 법명(法名)을 알려주시고 방금 전 일을 설명해 주신다면 제자에게 더없는 행운일 것입니다.”

도인이 자리에 앉더니 선사(仙賜)를 향해 한숨을 쉬며 말했다.

“헤어진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기 스승마저 몰라보다니, 속세에 본성이 미혹된 것이 이 정도에 이르렀으니 어찌 한탄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알려주마, 나는 바로 네 전생의 사부인 문미진인(文美真人)이니라, 넌 한 마리 박쥐였고 이제 처음 사람으로 전세(轉世)했으니 네 근기도 평범하진 않다.

고생스러운 것은 출신이 너무 비천해서, 비록 장차 도(道)를 이루더라도, 언제 어디서든 늘 시달림과 위기가 끊이지 않을 것이다. 오늘 네가 만난 건 바로 전생의 네 원수인데 이러이러한 사정이다. 이 요괴는 내 손에 죽어선 안 되고, 게다가 아직 악(惡)이 가득 차지 않아 천조(天條 하늘의 계율)로 다스릴 수 없어 달아나게 한 것이다. 앞으로 여전히 너와 맞서야 할 것 같으니, 너는 미리 스스로 주의해야 한다. 견성명심(見性明心 본성을 보고 마음을 밝히다)하면 바야흐로 속세의 정에 얽매이지 않고 외물에 유혹당하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급한 일이 생기면 내가 사람을 보내 너를 구할 것이다. 너 또한 도(道)를 향한 공(功)에 방해가 있음을 미리 겁낼 필요는 없느니라. 내가 할 말은 다 했으니, 이제 너와 헤어져야 한다.”

선사는 이번에 가르침을 받은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전생을 알게 되었고, 눈앞에 구하러 온 분이 바로 자신의 전생에 사존(師尊)임을 알았다. 저절로 무릎 꿇고 절을 올렸고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제자는 사존의 하늘처럼 높고 땅처럼 두터운 은혜를 받들어, 어찌 감히 연습하지 않아 사존의 교훈을 저버릴 수 있겠습니까? 이제 사존과 헤어지면 집에 돌아가 부모님을 떠나 벼슬을 버리고 멀리 깊은 산속에 들어가 수련하겠습니다. 부디 사존께서 입문(入門)하는 첫 번째 공부와 수지(修持) 구결을 제자에게 먼저 전수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야만 제자가 날로 정진해서 기로에 빠지지 않을 수 있을 겁니다.”

문미 진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너는 아직 속세의 인연이 끊나지 않았으니, 단기간에 출가하려면 아마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다. 기회가 오면, 자연히 네가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지금은 오히려 조급할 필요가 없다. 네가 단호하게 뜻을 세우고 용맹하게 향상하려는 것은 그래도 매우 칭찬할 만하구나. 내 오늘 네게 약간의 방법과 구결을 전해줄 터이니 이에 근거해 부지런히 연마하면, 3년 후에는 화식을 끊고, 근력이 강해져서 장차 도를 닦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손선사가 두 번 절하고 일어섰다. 진인이 그에게 방법과 구결을 전하고 말했다.

“나중에 또 만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노력해서 향상(向上)하거라!”

그리고 금빛으로 변하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졌다. 선사는 무릎을 꿇고 배웅하고 금빛이 다 흩어질 때까지 기다린 후에야 감히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하지만 자신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아직 몰랐다. 어떻게 이 한나절 동안 아무도 들어오지 않을 수 있을까, 게다가 집도 정교하고 장식도 화려해서, 결코 평범한 집 같지 않았다.

막 일어나려고 할 때, 문득 밖에 아주 큰 화원이 보였다. 숲속 깊은 곳에는 붉은 담과 노란 기와가 은은하게 몇 군데 있고 웅장하고 장엄한 궁전이 있었다. 선사는 그제야 요괴가 자신을 황성의 어원으로 데려왔음을 깨달았다. 선사는 자기도 모르게 놀라서 어안이 벙벙했다.

이때 우순(虞舜 순 임금)은 이미 늙고 지쳐서 하우(夏禹)에게 제위를 양보했다. 하우는 비록 민간 출신이었고 가천하(家天下 한 가문이 천하를 통치하는 것)할 마음을 정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관리가 아무 이유 없이 어원에 들어가는 것은 그래도 놀랄 일이었다. 만약 조사한다면, 선사는 대부 직책이고 더욱이 요괴에게 붙잡혀 흔적도 없이 끌려왔다는 말해도 설득력이 없었다.

선사는 이때야 정말 조급했고 막다른 골목에 이르렀고, 마음속으로는 사존께서 요괴의 손에서 나를 구해주실 수 있었는데 어찌하여 어원에서 데리고 나가지 않으셨을까 원망했다. 오랫동안 멍하니 생각하다가, 여기 서 있는 것이 장기적인 계획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고, 탈출구를 찾아 빠져나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만약 다른 사람을 만나지 않는다면 이 일은 끝장일 것이고, 만일 누구를 만난다면 그때 가서 다시 계교를 짜내자. 마음을 정하려 하면서 주저하지 않고 걸음을 옮겼다. 화원은 그리 크지 않아 그저 수십 리의 폭인데 방향도 불분명하고, 경로도 알아보지 못해 한스러웠다.

한참을 걷다가 도리어 정원 숲의 깊은 곳으로 갔다. 날이 저무는데 뜰의 파수꾼들이 다 각자의 처소로 돌아가며 잇달아 뜰로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선사는 더욱 당황했다. 다급해하던 중 문득 앞에 한 여자가 바위 뒤에서 나타나더니 손짓하며 말했다.

“손 대부 길을 잃었나요?”

선사가 그 여인이 뜻밖에 자신의 성씨와 관직을 알고 있었고, 게다가 이 어화원 안에 있었는데, 바로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몰랐다. 이 사람은 도대체 좋은 마음인지 나쁜 마음인지? 일시적으로 대답을 못했다. 그래도 대답을 않하면 또 안 될 것 같았다. 자기도 몹시 당황했다.

이 여자가 누군지 알고 싶으면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2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