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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선득도전(八仙得道傳)》 제13회: 삼저가 소년의 마음씨와 뜻을 시험하고 효도를 다하라 권고하다

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여자는 선사(仙賜)가 위축되어 감히 앞으로 나서지 못하는 것을 보고 웃더니 스스로 몇 걸음 다가서며 말했다.

“공자(公子)께서 이렇게 겁이 많으신데, 설마 저 같은 약한 여자를 무슨 호랑이, 늑대나 요괴로 생각하시는 겁니까?“

선사는 그녀의 자태가 온유하고 자태가 아름다운 것을 보니 나쁜 사람은 아닌 것 같았다. 그래서 웃는 낯으로 하소연하며 그녀에게 출로를 알려 달라고 부탁했다.

그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저 역시 이곳 사람이 아닙니다. 꽃과 나무를 관리하는 분이 제 할아버지라 항상 저를 이 정원에 데려와 놀곤 하셨죠. 정원에 출입하는 길을 다 알고 있어 익숙하긴 합니다. 공자가 길을 잃고 헤매는 걸 보니 길을 잃고 나갈 수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저도 예전에 공자님 인근에 살았는데 공자께서 매일 댁을 드나들 때마다 봐서 알 수 있었습니다. 잘 아는 사람을 만났으니, 어찌 알려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뜻밖에도 공자께선 저를 알아보지 못하시고, 내가 무슨 나쁜 사람인지 무슨 악의를 품었는지 의심하시니, 어찌 우습지 않겠습니까!”

선사는 그녀가 이렇게 말하는 것을 보고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알고 보니 낭자는 바로 제 이웃이셨군요, 제 눈이 나빠 뵙고도 알아보지 못했으니 가소롭고 또 부끄럽습니다! 이제 낭자는 길을 가르쳐 주십시오, 일찍 정원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도록 말이오. 그렇게 해주시면 더 없이 고맙겠습니다!”

여자가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그래도 참 좋은 사람인데, 이웃이란 말을 듣자마자 가르쳐 달라고 부탁하는군요. 하지만 제 성(姓)조차 묻지 않으시는 것을 보니, 귀공자 관리의 기개도 결코 작다고 할 수는 없군요.”

선사가 듣고 보니 역시 황송하여 급히 사죄하며 말했다.

“맞습니다, 아직 낭자의 성을 묻지 않았습니다. 제가 잠시 마음이 급해서, 미처 물어보지 못했는데, 정말 죄를 지었습니다.”

여자가 웃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제야 도리에 맞는군요. 저는 성이 호(胡)이고 사람들이 모두 나를 호삼저(胡三姐 호 씨 셋째 아가씨)라고 부르며 이름은 따로 없습니다. 당신이 저를 부르고 싶으면, 그냥 삼저라고 부르시면 됩니다!”

선사는 이 말을 듣고 호삼저라는 글자를 묵묵히 생각해 보았지만, 마음속으로는 의심스러웠다. 좋은 집안의 규수가 어찌 이렇게 부끄러운 줄 모르고 예의에 얽매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이 여자는 분명 좋은 사람이 아닐 거다.

또 생각했다.

‘뭘 그렇게 많이 신경 쓰느냐! 어쨌든 나는 그녀에게 길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했을 뿐이다, 이 정원에서 나오면 된다. 쓸데없이 그런 마음을 쓸 필요가 있는가?’

막 말을 꺼내려 하는데, 여자가 또 웃으며 말했다.

“공자는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제가 또 당신의 생각을 알아맞혀 볼까요. 틀림없이 나란 이 여자는 이렇게 솔직하고 시원시원한 것이 관리 집안의 소저 같지 않다는 것이죠! 하지만 공자님은 정말 세상 물정을 모르는 분이군요. 원래 세상에 몇 사람이나 관리가 되겠습니까, 관리가 된 사람 외에 무릇 농사일을 하고 장사를 하는 사람들이 당신들처럼 무슨 예의범절을 따지겠어요! 솔직히 말해서, 저는 당연히 관리 집안의 소저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만약 당신들 부중(府中)에서 하는 것처럼 규율을 지키고 예의를 중시한다면, 공자님이 오늘 이 정원을 나가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예전 이웃을 만나고 싶어도 아마 꿈도 꾸지 못할 것입니다! 바로 제가 출신이 높지 않고, 실제를 중시하고, 허례허식을 중시하지 않기 때문에, 이전에는 당신의 존안을 알아볼 수 있었고 오늘 우연히 만났으며 또 당신의 길을 가르쳐 드릴 수 있는 겁니다!”

선사가 듣고 자신은 거짓말을 할 줄 모르는 사람이어서, 오로지 네, 네 그렇다고만 말했다. 이때 여인은 이미 선사를 넓은 산길로 배웅했다.

선사는 발을 멈추고 작별을 고했다.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낭자께 한마디 조언을 구했을 뿐 소자는 이제 혼자 길을 찾을 수 있습니다. 감히 멀리 배웅해 주시는 노고를 끼칠 수 없습니다.”

호삼저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네 벼슬아치들이 이런 짓을 하는 게 눈에 거슬리는군요. 다만 당신에게 몇 걸음만 알려 드리죠! 예의 바르게 말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이 정원의 경로는 그다지 굴곡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낯선 사람은 몇 마디 조언만으로 어떻게든 순조롭게 문을 나설 생각을 하지 말아야 해요. 눈앞에 두 갈림길이 있는 게 보이지요. 모든 길은 밖으로 통할 수 있지만 원근(遠近)의 구분이 어려워 차이가 아주 심하고, 굽은 곳에 또 굽은 곳이 있고, 갈래길에 또 갈라진 곳이 있어, 일일이 걸어서 배웅하지 않으면 말로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 어떤 곳은 저조차 말할 수 없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그쪽으로 가기만 하면 자연히 알게 되죠. 이래도 안 데려다줘도 될까요?”

선사는 이 말을 듣고 조금 주저했다. 시간이 늦었기 때문에 젊은 남녀가 인적이 드문 이곳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걷는다면 남 보기에 좋지 않다. 만일 황궁의 사람들이 보면 여자도 억울한 일을 당할 것이다. 생각이 여기까지 이르자, 이 일은 아주 위험해서 생각할수록 두려웠다.

그러나 여자는 머리를 들고 가슴을 펴고 큰 걸음으로 먼저 나아갔는데, 그 표정을 보니 영준한 사내와 매우 흡사하며, 결코 규중의 기풍과 같지 않아, 마음속으로는 또 그녀가 좀 두려웠다.

그래서 간담이 서늘해져서, 머리를 숙이고 서둘러 그녀를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그녀와 말을 많이 하여 사람들의 의심을 사지 않도록 했다. 하필이면 호삼저는 이런 고충을 전혀 거들떠보지 않았다. 한참을 가다가 고개를 돌려 몇 마디 이야기를 나누었다. 선사는 정말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우리가 혐의를 피해야 한다는 말도 할 수 없다, 오직 이를 악물고, 질문이 있으면 비로소 대답을 하고 대답이 끝나면 그만이었다, 결코 가볍게 말하지 않으려고 했다.

매우 어렵게 정원을 나섰는데, 가는 동안 뜻밖에 길에서 한 사람도 보지 못했기에 선사는 그제야 마음이 놓였고, 속으로 그 여자에게 매우 감사할 따름이었다. 고맙다는 말을 하려는데, 뜻밖에도 호삼저는 그 뜻을 짐작하고 먼저 웃으며,

“공자, 대문을 나서면 다른 사람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시겠지만, 저를 댁에 초대해서 차 한 잔과 간식을 대접하시지 않겠습니까? 그것은 아주 적은 비용이지만, 오히려 공자 일가가 예의와 도리를 아는 벼슬아치 집안임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선사는 그녀가 이런 이상한 말을 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그의 본심으로는 그녀와 함께 가서 감사의 뜻을 전하고 싶었다. 어쩔 수 없이 가려면 거리를 지나야 하니 길에서 보는 사람이 더 많을 것이다. 이 남녀가 선후로 동행하면 무슨 모양인가! 하지만 그는 충후(忠厚)한 사람이라, 남에게 얼버무릴 줄도 모르고, 순간적으로 거짓말을 지어내 대답한다면, 마음이 편치 않을 뿐만 아니라, 표현 능력도 없었다. 하지만 그 여자를 보니 길도 잘 알고, 성실하게 선사 앞에 가면서 침착하게 길을 안내했지만, 다행히도 이때 선사와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길 가는 사람들은 두 사람이 같은 길을 가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았다. 선사는 마음이 좀 편해졌다.

잠깐 사이에 집 문앞에 도착했다. 선사의 부모는 선사가 밤새 돌아오지 않아 안달이 나 있었다. 이때 문득 사랑하는 아들이 돌아왔고, 또 모르는 여자를 데리고 온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기쁘기도 하고 놀라기도 하고, 의심스럽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다. 선사는 지난 사정을 간략히 말할 수밖에 없었다. 또 삼저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 삼저가 도와줬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아들은 오늘 절대 정원을 나가지 못했을것이고, 그러면 얼마나 큰일이 벌어졌을지 모릅니다!“

손걸 부부는 이제야 알았다. 얼른 삼저를 안으로 청하며 쌍쌍이 감사의 뜻을 표했다! 삼저는 비로소 두 어르신에게 인사드렸다. 온 집안이 웃으며 매우 즐거워했다.

선사는 그때부터 부귀공명과 가족, 자녀에 대한 생각을 연기처럼 담담하게 여기고 일심으로 속세를 벗어나 하루속히 선계(仙界)에 오르려고 했다. 때로는 이런 뜻을 부모님께도 알렸다. 나원(羅圓)은 근기가 있는 사람이라 선사는 신선이 주셨음을 잘 알기에, 당연히 속세에 오래 머물 수는 없음을 알았지만, 그가 빨리 도를 얻는 것은 부모로서는 절대 좋은 일은 아니었다.

그래서 이 말을 듣고 크게 반대하진 않았다. 하지만 손걸은 그런 생각이 아니었다. 예전에 아들이 온갖 고생을 하며 신불(神佛)께 빌었고, 요행히 이렇게 훌륭한 아들을 얻었으니, 세속적인 안목에는 자연히 대를 잇고 가문을 빛내길 바라는 것이 당연하다. 그가 가정을 꾸리기도 전에 갑자기 세상을 나갈 생각을 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그렇게 되면 부부가 최근 20년 동안 가득 찬 열정과 기쁨은 전부 흘러가 버리는 게 아닌가? 그가 그렇게 마음먹었으니 당연히 선사의 주장과 양립할 수 없었다. 두 부자는 이 일 때문에 약간의 응어리를 남겼다. 선사는 뜻을 굳게 세웠기 때문에 아버지가 아무리 압력을 주어도 초심을 바꿀 수 없었다.

손걸은 자신의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여전히 본인이 주관하는 범위 안에서, 선사가 자유자대로 궤도에서 벗어난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을 절대 허락하지 았았다. 이 기간에 처음 발생한 큰일, 부자가 서로 대치한 가장 큰 문제는 선사의 혼인이었다. 한쪽은 절대 장가들지 않으려 했고 다른 한쪽은 급히 이루려 했다. 그 중간에서 가장 난처한 사람은 바로 모친인 나원(羅圓)이었다. 동시에 이 문제 때문에 작은 이야기 거리가 하나 더 생겼다.

원래 선사를 구한 호삼저는 선사를 돌려보낸 후 그의 부모의 환심을 사서 그녀에게 수시로 놀러오라고 했고 선사와 친밀하게 이야기 했다. 그 후로 호삼저는 매일 손 씨 댁에 와서 선사와 친하게 지냈다. 호삼저는 용모도 좋고 사람도 총명해서 무슨 일이든 선사가 말을 하지 않아도 이미 그를 위해 매우 적절히 행동했고, 의심을 피하거나 고생을 마다하지도 않았다. 선사의 일이라면 그녀는 관여하지 않은 게 없었고, 완벽하지 않은 것도 없었다.

선사는 원래 정직하고 거짓이 없는 사람이라 그녀의 이전 은혜에 감사해 당연히 잘 대해주었다. 하지만 손걸 부부의 눈에는 또 다른 견해가 있었다. 손걸은 선사가 장가를 가기 싫어하고 호삼저와 담소를 즐기는 것을 보고 다만 그가 백고의 딸과 결혼하지 않고 호삼저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 특별히 도 닦는 핑계를 댄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백고의 집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그의 출가 의지를 멈출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불행 중 다행으로 여겼다.

그가 이렇게 생각하자 호삼저의 경박함을 미워하기는커녕 오히려 두 사람의 친분을 도모하려는 속셈이 있었다. 종종 쌍관어(雙關語 두 가지 뜻을 가진 단어)로 호삼저를 떠보았다. 호삼저는 그것을 이해하는지 모르는지 애매모호하게 대답했다. 나원은 마음속으로 아들이 호색한이 아니라는 것을 일찍이 간파했다. 대신 호삼저가 영화를 탐내고 스스로 자신을 중매할 마음이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를 아주 경멸하고 차가운 말로 그녀를 비웃고 건드려 그녀가 어려움을 알고 스스로 물러가기를 바랐다. 그러나 호삼저는 얼굴이 매우 두꺼워서 아무리 비꼬아도 매일 와서 선사와 찰거머리처럼 붙어 있었다. 선사도 그녀에 대해 줄곧 아랑곳하지 않는 기색이었다. 이것이 오히려 손걸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었고 도무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이날 그는 참다못해 나원 몰래 호삼저를 불러들여 며느리가 되어줄 수 있냐고 물었다. 호삼저는 단번에 승낙했다. 손걸은 매우 기뻐했다. 선사는 여러 차례 출가를 요구했는데, 요즈음은 매일 문을 닫고 무슨 기(氣)를 연마한다고 했다. 노인에겐 아들이 하나뿐인데 그가 절대 부귀영화를 잃고 신선을 구하러 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그래서 호삼저에게 잘 타이르라고 부탁했다. 자신이 보기에 아들과 삼저의 사랑이 가장 깊고, 또 삼저의 말을 가장 잘 듣고, 삼저도 우리 며느리가 되겠다고 했으니 이것이 가장 좋은 일이었다.

“앞으로 선사의 마음을 돌릴 수만 있다면, 노인은 백 사돈과 파혼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도 절대 삼저를 억울하게 하지 않을 것이다.”

호삼저는 이런 말을 듣고도 얼굴도 붉히지 않고 가슴도 뛰지 않고 침착하게 말했다.

“천첩(賤妾)은 공자님의 재능을 사모하고, 또 공자님의 버림도 받지 않았으니, 공자님의 희시(姬侍 정처가 아닌 첩)가 되어 대인을 대신하여 공자를 타이르겠습니다. 하지만 백 대부의 따님이 먼저 약혼했으니 어찌 파혼할 수 있겠습니까? 천첩이 공자를 잘 설득하여 그의 마음을 되돌린 후에 아내를 맞이해도 늦지 않으실 겁니다.”

손걸은 그 말을 듣고 더욱 기뻤다. 이때부터 남몰래 그들의 행동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하지만 여허 날이 지나도 삼저는 여전히 아무런 움직임이 없었고 선사는 여전히 기를 닦는 일과를 하는 것을 보니, 마음속으로 이상했다. 삼저에게 재촉하려고 했는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민하느라 두 손을 뒤로 한 채 한두 시간 복도를 서성거리고 있었다. 그때 불빛 아래에서 삼저가 선사의 방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손걸은 삼저가 밤늦게 오는 것을 보고, 그녀가 어디에서 들어왔는지 전혀 생각하지 않고, 단지 오늘 밤 좋은 일이 성사될 것이라고 생각하자, 마음이 크게 안심되었다. 그는 그들의 창가에 살금살금 다가가서 그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 엿들었다.

한참을 기다렸지만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아 혀끝으로 젖은 종이창을 핥고 안을 들여다보니 자신도 모르게 우습고 화가 났다. 알고 보니 선사는 부들 위에 앉아 눈을 감고 조용히 연마하고 있었다. 호삼저는 옆에 서서 온갖 장난꾸러기 시늉을 하며 갑자기 몸을 굽히기도 하고, 이리저리 뛰어다니기도 하는데 신사의 좌우에서 한 치도 떨어지지 않았다. 우습게도 선사는 아무것도 보지 못한 채 스스로 수련만 하고 있었다. 잠시 선사가 연마를 끝내고 눈을 떠보니, 마침 호삼저가 동자가 관음보살에게 인사하는 기색을 흉내 내며 그의 앞에 쪼그리고 앉아 있다가 고개를 들어 그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 그 표정이 아주 예쁘고 요염했다.

창밖의 손걸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이런 뜻이었구나.’

선사가 어떻게 대처하는지 멍하니 바라보았다. 선사는 그저 눈동자를 크게 뜨더니 당황한 기색도 보이지 않고 천천히 물었다.

“삼저, 왜 또 왔어요?“

삼저는 그가 묻자 더욱 몸을 옆으로 옮겨서 조금 가까이 다가갔다. 그래서 기쁜 듯 화난 듯한 얼굴이 거의 이미 선사의 허리 밑에 딱 붙어 생글생글 웃으며 대답하였다.

“그러면 제가 오지 말았어야 하나요?”

선사는 다시 고개를 가로저으며 용모를 단정히 하며 말했다.

“오는 건 몰라도 이럴 때 오시면 안 됩니다. 삼저는 규범을 잘 아시는 분인데 설마 남녀가 함께 있으면 남들의 의심을 받는 것도 모르시나요?”

그러자 삼저는 몸을 부드럽게 비틀며 마음을 흔드는 교성을 내며 말했다.

“공자는 왜 되레 바보 같은 말씀을 하십니까? 인생에는 즐거움을 찾는 것만 한 게 없잖아요? 백년 세월은 순식간에 지나가는데 젊었을 때 즐거운 일을 찾아서 하지 않으면 늙으면 이런 흥미가 있어도 다시는 원기가 없고 썩은 초목같이 되는데 누가 규범만 말하겠어요? 공자님, 더는 바보처럼 굴면 안 됩니다. 모름지기 좋은 일은 만나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우리 둘은 우연히 만났다가 점점 막역해졌는데 본래 우연이 아니었을 것이며 분명 이전 인연이 좀 있을 것입니다. 공자님은 이렇게 진부하니, 어찌 나의 호의를 저버리는 것 아니겠어요.”

선사는 그 말을 듣고도 화를 내지 않고 놀라지도 않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부들방석에 앉아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삼저의 성의를 나는 이미 마음으로 이해했습니다. 당신의 성의를 알기에 더욱이 삼저를 부정하고 불결한 음란한 여인으로 만들 수 없습니다. 사람은 각자의 뜻이 있기(人各有志) 때문이니 억지로 강요해산 안 됩니다. 시간이 늦었으니 삼저는 오래 머무르면 무익합니다. 만약 소란을 피워 많은 사람이 알면 삼저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될 겁니다.”

선사는 이 말을 하고는 고개를 숙인 채 잠자코 있었다. 이때 창밖의 손걸은 안달이 나서 방으로 뛰어 들어가 아들에게 이렇게 분부하고 싶었다.

“이것은 내가 그녀에게 이렇게 하라고 한 것이다. 너는 나를 거역해서는 안 된다.”

잠시 생각하다 또 미워하고는 창 안을 살펴보았다. 문득 삼저가 탄식을 하며 문득 부녀들의 재주를 드러내어 삽시간에 눈물을 흘리며 처연해하게 흐느껴 울며 말했다.

“저는 천한 사람이 아닙니다, 오늘 일도 계획적으로 음행한 것이 아닙니다. 도련님이 여러 사람을 놀라게 한다는 말로 나에게 겁을 주었지만, 나도 부탁을 받고 온 것이며 명을 받들어 온 것입니다. 어르신의 체면을 보았으니 큰 과실이 없습니다. 이 말은 그분에게 꺼내지 마세요. 공자님에게 묻겠는데 사람은 각자 뜻이 있다는 이 구절은 어떻게 해석하세요?“

선사는 잠시 웃더니 말했다.

“삼저는 제게 변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삼저처럼 총명한 사람이 내가 원래 정했던 약혼녀도 원하지 않는 것을 모르겠습니까? 그것은 무엇 때문이겠습니까? 설마 삼저와 무슨 구차한 일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삼저는 자기도 모르게 하하 웃으며 말했다.

“원래 공자께서 말씀하신 것은 여전히 무슨 신선을 방문하고 도인을 찾아가는 그런 말입니까? 그건 정말 우습군요. 세상에 진짜 신선이 있다고 말할 수도 없고, 설령 그런 사람이 있다고 해도, 공자처럼 연약한 몸으로 어떻게 신선이 되는 고통을 견딜 수 있겠습니까? 이것은 또한 당신 자신에 대해 말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 어르신께서 당신같은 아들이 생긴 후 키우면서 얼마나 많은 심혈을 기울였는지 모릅니다. 단지 당신이 일찍 결혼하고 일찍 아이를 낳아 대를 잇고 그 어르신도 빨리 손자를 안는 즐거움을 누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얼마나 열렬하고 진실한 인정과 의리인가요!

공자님이 정말 출가하시려면 적어도 두 분 어르신이 돌아가신 후 장례를 마치고, 또 한두 명 아들을 낳아 손씨 가문의 제사가 이어지게 해야 비로소 양심에 부끄러움이 없을 겁니다. 온 하늘과 땅을 다 여행하고, 온 세상을 돌아다니며, 신선이 되고 자유로이 소요하는데 모든 것은 당신 마음대로 할 수 있습니다. 제가 언제 당신에게 감히 반 마디라도 안 된다고 하겠습니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공자의 걱정과 어르신의 걱정은 완전히 반대되는 위치에 있습니다. 공자님이 출가를 결정하시면 어르신은 당신과 목숨을 걸고 싸우신다고 들었습니다. 공자님, 설마 아버님을 죽이는 이런 일을 하실 수 있겠습니까?”

삼저가 이 말을 하고 잠시 쉬었다가 선사를 한번 보니, 선사의 표정이 조금 달라져 약간 놀란 것 같았다.

창밖의 손걸은 오히려 좋아서 거의 소리를 지를 뻔했다. 삼저가 한 발짝 더 다그치며 물었다.

“공자님은 왜 말이 없나요, 제가 이렇게 투철하게 말해도 공자님은 아직도 믿지 않으세요?“

선사는 이때 안색이 다시 돌아와 평소와 다름없이 하늘을 우러러보며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이것이야말로 사람은 각자의 뜻이 있다는 말이로구나!”

호삼저는 그 말에 놀라 한참을 있다가 말했다.

“공자께서 아직도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 보니 조금도 마음을 돌리지 않았군요. 제가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당신은 정말 근기가 있는 사람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제 호삼저의 지금의 도행(道行)은 당신의 사부가 될 수 있습니다! 하하! 앞에 신선이 있어도 절을 하지 않고, 반대로 입만 벌리면 산에 들어간다고 하는군요. 부모를 버리고, 멀리 간다고 신선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정말 지극히 무지하군요.”

선사는 깜짝 놀라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삼저가 웃으며 말했다.

“저는 공자께서 제게 어떤 도행(道行)이 있는지 믿지 않으실 줄 알지만, 이것은 허튼소리를 하는 것이 아니니 공자께서 아무리 시험해 보셔도 됩니다. 하지만 시험 후 공자께서 제가 선인(仙人)임은 인정하신다면, 저를 사부로 모시고 모든 일은 제 분부대로 해야 합니다. 공자는 따를 수 있겠습니까?”

선사가 정색하며 말했다.

“삼저는 농담하지 마세요. 삼저가 정말 선인이라면 선인은 원래 명산에 동부(洞府)에 있고 할 일이 아주 많을 터인데 왜 날마다 저 같은 범속한 남자와 함께 있을 시간이 있겠습니까?”

삼저가 또 웃으며 권했다.

“그래서 당신은 정말 똑똑한 사람 중 바보예요. 솔직히 말해, 저는 바로 당신의 앞날을 위해 왔습니다! 무릇 신선이 되는 사람은 동신(童身 동정을 지킨 깨끗한 몸)을 귀하게 여기지만, 가끔 장가들고 아이를 낳아도 그 수련에 해를 끼치지 않습니다. 오히려 부모의 깊은 은혜를 잊은 불효자가 신선이 되려고 10세(世)에 걸쳐 동신의 몸으로 천년 공행(功行)을 이루었지만, 결국에는 성공하지 못했습니다. 공자님은 이치를 가장 잘 알고 책도 많이 읽으셨으니 예로부터 부모에게 불효한 신선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셨습니까?”

손걸은 창밖에 서 있다 보니 발이 다 시큰시큰해졌다. 그러다 이 몇 마디의 말을 듣자, 매우 통쾌함을 느꼈고,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고생도 잊은 채 멍하니 다시 안을 훔쳐보았다. 선사가 눈을 뜨고 호삼저를 한참 동안 훑어보았는데 여전히 눈을 꼭 감고 아무 소리도 없었다. 호삼저는 그가 이렇게 단호하게 나오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갑자기 화난 표정으로 바뀌더니 다짜고짜 그를 잡아당겨 방석에서 끌어 올렸는데 마치 독수리가 병아리를 낚아채는 것 같았다.

선사는 저항할 힘조차 없었다.

그러나 생각지도 못하게 일상적으로 만나던 호삼저가 놀랍게도 힘세고 무예가 뛰어난 여자 영웅임을 알고 마음속으로 깜짝 놀라 얼른 말했다.

“삼저는 손을 쓰지 마세요. 나 손선사는 결코 다른 사람의 회유와 협박을 받아 쉽게 변절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닙니다! 삼저가 날 죽인다 해도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삼저는 정말 입을 벌리고 작은 보검을 뱉어내더니 바람을 맞아 흔들자 열 배나 더 길어졌고, 섬뜩한 빛으로 사람을 벌벌 떨게 했다. 삼저는 검 자루를 들고 선사에게 겨누며 말했다.

“좋은 말을 해선 안 되니 강제적인 수단으로 하는 수밖에 없겠다. 일각의 시간을 주겠다, 만약 네가 재미를 알고 바로 나와 결혼한다면, 내가 평생 익힌 선법(仙法)을 모두 너에게 전수할 테니, 신선이 될 수 있는 것과 같다. 그렇지 않다면, 이 검날은 네가 공자 귀인인지 아닌지 알아보지 못할 것이다!“

선사는 그녀에게 이런 절기(絶技)가 있는 것을 보고 비로소 삼저가 일류 검객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검객인데 어찌 이렇게 천한가? 마음속으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창밖에 있던 손걸은 이미 놀라서 바들바들 계속 떨었다. 처음에는 일찍이 문을 밀고 들어가 아들을 위해 좋은 말을 하고 싶었다. 나중에 삼저가 그에게 일각의 시간을 주었을 때 그에게 마지막 회답을 보려고 했다. 또한 삼저가 이렇게 선사를 아끼니, 결코 그의 목숨을 가볍게 하지 않을 줄 알고, 오히려 담이 커졌다.

이때 다시 선사의 시원한 목소리가 들렸다.

“삼저는 원래 검선(劍仙)이신데, 제자가 오히려 실례했습니다! 하지만 제자는 일찍이 사존(師尊) 앞에서 맹세하고 가르침을 받았으니 이번 생에는 감히 여색을 가까이하지 못할 것입니다. 만약 이를 어긴다면, 사존의 검광(劍光)이 삼저의 보검보다 훨씬 더 강할까 두렵습니다! 그분이 이 소식을 들으면 천 리 밖에서라도 검광이 닿기만 하면 바로 죽을 수 있습니다. 제자는 사존의 손에 몸을 잃고 죽느니 차라리 이 귀한 몸을 보전하고, 삼저의 검을 받아 구천(九泉)에서 사존을 상봉하는게 낫습니다. 그러면 그 어르신께서 제 굳은 마음과 고달픈 뜻을 생각해 어쨌든 저를 초도해 주실 것입니다! 그때라도 나는 절대 삼저를 원망하지 않겠습니다!”

삼저는 그가 이렇게 결연한 것을 보고 분노가 기쁨으로 변했다. 문득 세 발짝 뒤로 물러서 검을 입으로 거두며 살짝 웃으며 말했다.

“공자는 원래 정말 기인(奇人)이시군요. 사실을 말하자면, 방금 모든 것은 제가 당신의 도심(道心)을 시험해 본 것입니다. 당신은 나이는 어리고 도력(道力)도 얕은데, 필경 이렇게 담력이 있고, 그렇게 결심이 굳으니, 장차 앞날을 진실로 헤아릴 수 없겠습니다. 오히려 제가 실례했습니다.”

선사는 이 말을 듣고 겨우 한숨을 돌리며 웃음을 머금고 감사 인사를 했다.

“삼저는 과연 상선(上仙)이신데, 제자가 재주가 없고 식견이 부족해 알아보지 못했습니다, 방금 무례한 말을 해서 많은 죄를 지었으니, 부디 삼저께서 용서해 주십시오.”

삼저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지만 당신과 백 소저의 혼인 연분은 하늘이 정하신 것이니 피하려 해도 피할 수 없습니다. 당신이 만약 제 말을 믿는다면, 이 단락 세속의 인연은 빨리 끝낼수록 좋습니다.”

선사는 대답하지 않았다. 창밖에 있던 손걸은 삼저 때문에 오리무중에 빠져버렸다.

호삼저의 의견을 알고 싶다면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2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