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선사 부부는 길을 가는 도중 함께 비명횡사했다. 그 호송하던 인부들은 하나같이 안달이 났지만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 갑자기 한차례 광풍이 사방으로 휘몰아쳐 오더니 삽시간에 하늘이 캄캄하고 햇빛이 사라져 온 거리에 모래와 자갈이 어지럽게 날리고 연기와 안개가 자욱했다. 길 가는 사람은 맞은편 사람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었다. 백 씨 집안의 호송 인부는 호송할 때, 잠시 숨을 곳을 찾아야만 했는데, 사망한 두 사람을 수레 안에 버려두었다.
한 시간쯤 지나자, 바람이 잠잠해지며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맑아졌다. 사람들은 얼른 수레 앞으로 가서 그 두 명의 죽은 사람을 보려고 했다. 그러나 거기엔 빈 수레만 남았고 시신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뭇사람들의 놀라움은 방금 있었던 일보다 더한 것이어서, 어쩔 수 없이 지역 주민들을 끌어들여 증인으로 삼고, 백고와 손걸 두 집안에 보고했다. 백고의 부인이 사랑하는 사위와 딸을 잃고 슬퍼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손걸 부부를 말해보자. 비록 교아의 이간질로 선사 부부를 미워하긴 했지만, 그들이 모두 도중에 죽고 시체가 보이지 않자, 어쨌든 부자는 타고난 것이 아닌가. 손걸은 일단 슬피 울었고 나원도 몹시 슬퍼하며 울음을 터뜨렸다. 오직 교아만이 속으로 매우 만족하게 여기며 이렇게 말했다.
“어머님 슬퍼하실 필요 없습니다, 그 두 사람이 이렇게 죽었으니 하늘의 도(道)에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의 극악무도한 속셈이 더 드러난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왜 한 명이 죽었는데 다른 한 명도 함께 죽었겠습니까? 죽은 후 유골조차 집에 돌아갈 수 없게 되었습니다! 이런 불효자는 죽는 게 좋습니다! 아버님 어머님의 상심이 좀 심하십니다!”
그 말을 들은 노부부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하여 잠시 눈물을 흘리다 그쳤다.
잠시 이쪽 일은 내버려두고 먼저 손선사가 중독되어 죽은 일을 말해 보자. 한갈래 유혼(幽魂)이 바람에 실려 갔는데 얼마나 많은 곳을 지나갔는지 모른다.
문득 누군가 소리쳤다.
“손선사 유혼은 잘 있었어요?”
선사는 깜짝 놀랐고, 자신도 모르게 정신을 차려보니 자기가 죽은 사람인 것 같았다. 황급히 눈을 떠보니 눈앞에 한 여인이 보였는데, 도고(道姑 여 도사)의 모습에 옥홀(玉笏)을 손에 들고 웃는 얼굴로 그의 몸을 툭 치며 말했다.
“옛 친구는 잘 지내셨는가? 아직 호삼저를 알아보겠어요?”
선사의 유혼이 몹시 기뻐하며 급히 말했다.
“삼저께선 어디서 오십니까? 왜 오랫동안 집에 오지 않으셨는지요. 지금 제자는 형제의 음모를 당해 누명을 쓰고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삼저께서 전에 말씀 하신 것처럼 그렇게 되었습니다. 기왕에 여기서 제자를 만났으니 삼저께서 큰 자비를 내어 저를 도와주십시오.”
삼저가 웃으며 말했다.
“그대를 구하러 오지 않았다면 내가 왜 여기 왔겠어요? 긴말 할 필요 없으니, 빨리 나를 따라와요. 내가 좋은 곳으로 당신을 데려가서 천천히 이 속에 담긴 인과를 알려줄 테니.”
선사는 기쁜 듯 슬픈 듯 자신도 모르게 삼저를 따라갔다. 몸이 바람에 날리는 낙엽처럼 가벼워서 조금도 마음대로 할 수 없었다. 다행히 삼저의 좌우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다른 곳으로 떠나가지 않았다. 조금 있다가 산봉우리 위에 도착하니 세칸 석옥(石屋)이 있었다. 삼저가 들어가자 선사는 삼저를 따라 안으로 들어가서 삼저에게 절을 올리며 말했다.
“제자가 줄곧 우매해서, 날마다 사부님을 마주하고서도 공경의 예를 올리고 귀의(皈依)할 줄 몰랐습니다. 지금은 유혼(遊魂)이 방랑하고, 사해(四海)에 돌아갈 곳이 없으니, 삼저께서 여러 해 따른 정을 생각해 저를 제자로 거두어 주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기쁘기 그지 없겠습니다!”
삼저가 황급히 웃으며 말했다.
“안 돼요. 감당할 수 없어요! 공자는 이렇게 겸손할 필요가 없습니다. 앉으세요, 내가 이번 일의 원인을 낱낱이 알려주겠습니다. 공자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아시나요?”
선사는 자리에 앉는 한편 또 놀라서 한참을 생각했지만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
삼저가 탄식하며 말했다.
“공자는 정말로 총명한 분인데 한때 잠시 미혹되었군요. 나는 공자와 가족도 친구도 아닌데 늘 당신과 쓸데없는 일에 그렇게 공력을 들였겠습니까? 하지만 공자가 사존이신 문미진인(文美真人)께서 어화원에서 당부하신 말씀을 회상해 보신다면 나와 공자의 관계를 알 수 있을 겁니다. 원래 우리는 직접적인 친분이 없고 모든 일은 명을 받들어 온 것입니다. 이 모든 일은 위의 명을 받들어 한 것입니다.”
선사는 활연히 크게 깨달아 말했다.
“그렇다면 삼저는 필경 사존께서 제자를 돌보라고 파견하신 분이로군요. 그렇죠?”
삼저가 웃으며 말했다.
“이제야 알았네요. 나는 원래 서산(西山)의 늙은 여우였는데 전에 사도(邪道)로 잘못 들어서 누차 법도를 벗어난 일을 하다가 벼락을 맞는 겁난을 두 번 당했어요. 나중에 진인(真人)의 은혜를 받아 참혹한 겁난을 면할 수 있었죠. 나는 곧 사부님 앞에서 무거운 맹세를 했고, 앞으로는 철저히 회개하여 대도(大道)를 경건히 닦을 테니 사부님 문하로 받아 달라고 간청했습니다. 진인께선 일념(一念)의 자비로 내 생명을 구해주셨으나, 내가 스승으로 모시려 하자 그분께선 내 악행을 고치기 어렵고 버릇을 고치지 않을까 염려하셨어요. 만약 또 불법(不法) 행위가 있으면, 그분께서 연루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랫동안 주저하며 승낙하지 않으셨어요. 나중에 내가 계속 간청하자 백 년간 당신을 대신해 일을 할 수 있도록 허락하셨고 마땅히 사명(使命)을 받들어 작은 일들을 하되 만약 성심성의껏 하고 잘못이 없어야 나를 제자로 받아들이기로 겨우 허락하셨죠.
그분께서 주신 첫 번째 임무는 바로 나를 당신에게 보내 수시로 점화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절반은 시찰의 성격을 띠고 있었고 만약 당신이 조금이라도 변심하거나 또는 궤도를 이탈하는 행위를 하면, 돌아가서 보고하라고 하셨죠. 사존께서 곧 비검(飛劍)으로 당신을 베고 번개로 주살하려 하셨죠! ”
삼저가 여기까지 말하자 선사는 몸을 서늘하게 떨며 숙연하게 말했다.
“다행히 제자는 아직 변심한 것이 없습니다. 만약 그해에 삼저에게 넘어갔다면 지금쯤 사부님을 뵐 수 없었을 뿐만 아니라, 삼저는 더더욱 볼 수 없었을 겁니다!”
삼저가 크게 웃다가 말했다.
“이후 여러 번 고찰하고 시험해 보았는데, 당신은 정말 정성(精誠)이 한결같았고 잡념이 전혀 없는 군자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어요. 그래서 내가 많은 중요한 구결을 당신에게 전수해 주었고 또 당신에게 결말을 미리 약간 알려준 겁니다. 또한 당신이 각별히 노력하고 위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백절불굴의 뜻을 지니기를 바랐습니다!”
선사가 듣고는 일어나 사부님을 향해 여덟 번 큰절을 올려 사부님의 은혜에 감사드린 후 다시 삼저에게 감사의 절을 올리려 했다.
삼저가 웃으며 피하고는 말했다.
“감당할 수 없어요! 감당할 수 없습니다! 내가 비록 당신을 점화하고 보살피긴 했지만, 나 역시 당신 덕분에 자그마한 공과(功果)를 세워 장차 사부님께 드릴 말씀이 있게 되었습니다. 당신이 이렇게 예의를 갖춘다면 나도 당신이 덕을 온전히 하도록 도와준 은혜에 절을 올려야 합니다.”
삼저는 이렇게 말을 마치고 선사와 마주 앉았다. 또 물었다.
“공자는 왜 동생이 당신과 이렇게 맞섰는지 압니까?”
선사가 망연해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제자가 형제에게 너무 소홀하지 않았는지 스스로 묻고 있는데, 그가 왜 그렇게 질투하는지 모르겠습니다.”
삼저가 탄식하며 말했다.
“이것이 바로 내가 말한 인과(因果)의 이치죠. 당신은 동생이 어떤 물건이 환생한 것인지 아나요?”
선사는 이 말을 듣고 한참을 망설이다가 갑자기 발을 동동 구르며 말했다.
“아! 알았습니다, 어쩐지 어머니가 출산을 앞두고 꿈에 용 같기도 하고 교룡같기도 한 큰 짐승이 품에 뛰어든 후 동생을 낳았다고 하셨어요. 그때 아버님도 꿈에 본 형상이 교룡이 아니면 바다 교룡이라 해서 교아(蛟兒)라고 이름을 지으셨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모두 너무 어리석었습니다. 분명히 이런 이상한 꿈을 꿨고, 또 아버님이 무심코 이런 이름을 지으셨으니 분명히 이 일의 인과를 짚어주셨음에도, 저는 조금도 생각해 내지 못했습니다, 어찌 이상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삼저가 웃으며 말했다.
“사람의 총명함으로 생각핸 낼 수 있다면 천도(天道)라 할 수 없겠죠.”
선사는 한참 동안 묵묵히 있다가 말했다.
“말씀하신 것에 따른다면 그 동생도 손씨 집안의 자손이 되려고 온 것이 아니라 복수하기 위해 온 것이로군요! 하지만 복수를 한 후 그가 악을 버리고 바르게 돌아와 부모님을 모실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을 하고는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삼저가 듣다가 차갑게 한번 웃고는 말했다.
“이렇게 좋은 일이 있을 수가! 당신은 어질고 효성스런 사람이라 이런 누명을 쓰고도 부모님을 잊지 못하는군요. 오직 이 일념(一念)만으로도 많은 공행(功行)을 능가할 수 있답니다. 하지만 당신 아버님과 어머님은 실로 타고난 본성이 너무 어리석었어요. 지금 당신 동생 말을 믿고 당신의 목숨을 해쳤으니, 머지않아 두 사람도 여전히 동생 때문에 손해를 보게 될 겁니다. 결코 좋은 결과가 있을 수 없어요! 기일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 두고 보아요!”
선사가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말씀대로라면 저희 부모님은 평생 고생만 하셨는데 후사가 허망해질 뿐만 아니라 결과도 아들의 손에 달렸으니 어찌 불쌍하지 않겠습니까! 삼저께서 기왕 사존의 명을 받들어 제자를 구하러 오셨으니, 부디 제자의 체면을 봐서라도 저희 부모님을 구해주실 순 없습니까? 제자가 마땅히 더 무한한 감사를 드리겠습니다!”
삼저가 “흥” 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당신은 또 멍청한 소리를 하는군요. 겁수(劫數)는 정해진 것인데 사람의 힘으로 어찌 돌이킬 수 있겠어요? 당신 부모님은 이미 당신처럼 좋은 아들을 두셨으니 어찌 후사가 허망하겠어요? 당신은 스스로 출가해서 아이를 낳지 못하면 곧 후대(後代)가 끊긴다고 생각하나요? 무릇 인류에게 자손이 있어야 하는 까닭은 자신이 늙어서 사망한 후 핏줄을 이어줄 사람이 없을 때를 방비하기 위함입니다. 만약 장생불사(長生不死)해서 천지와 수명이 나란할 수 있다면 구태여 무슨 자손이 필요하겠습니까? 사람이 살면서 신선이 되어 도를 이룬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바로 이 때문입니다!”
선사가 또 말했다.
“제 부친은 좋은 사람으로 유명하신 분이고 어머님은 비록 이류(異類) 출신이긴 하지만 여태 나쁜 짓을 하신 적이 없었고 그저 아버지를 도와 좋은 일을 함께 하셨는데 왜 하필 이런 겁수가 있었습니까?”
삼저가 말했다.
“이것은 매우 말하기 어려워요. 인과응보의 이치에 따르자면, 흔히 여러 생의 일이 합해져 일세(一世)의 결말로 드러납니다. 사람마다 오직 그 사람 본생(本生 금생)의 언행만으로 현세(現世)의 결과를 판단한다면 당연히 아주 작은 차이로도 천 리나 벌어집니다! 당신 부모님이 비록 금생에 다 좋은 사람이었지만, 그들이 전생에 어떻게 살았는지 모릅니다. 당시 부친은 말하지 말고 모친만 말해보죠. 나는 그녀가 우렁이였을 때 무수히 많은 생물을 죽였음을 확실히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남의 집 젊은 남자를 유인해 원양(元陽)을 채집하고 정기(精氣)를 보충한 적이 있습니다.
다행히 일부 법력(法力)을 성취해 사람이나 물건으로 변할 수 있었고, 커지거나 작아지기도 했으니 자연히 채집하고 보양하는 일을 적지 않게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을 해치는 이기적인 일을 천도(天道)가 어찌 허락할 수 있겠습니까? 이렇게 하고도 어떻든지 신선이 될 수 있다면, 천상의 신선들은 필경 모든 악의 소굴이 될 겁니다. 이런 이치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당시 나도 비록 사람 몸으로 수련 성취했지만, 행동은 당신 모친과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두 차례 벼락을 맞은 겁난은 바로 하늘이 형벌을 내린 확실한 증거입니다.
그러므로 법(法)은 법이고, 도(道)는 도입니다. 법은 비록 성공해도 도가 순조롭지 않다면 결과적으로 반드시 남을 먼저 해친 후에 자신을 해치게 됩니다. 나는 악행을 많이 저지르지 않았고 다행히 사존의 자비하신 구원을 받아 겨우 죽음에서 벗어나 개과천선할 수 있었습니다. 당신 모친은 수련한 법술(法術)로 몸을 잘 변화시킬 수 있었는데 어찌 범부(凡夫)의 손에 떨어져 성명(性命)마저 지키지 못할까요? 솔직히 말해, 이 역시 하늘이 벌을 주시는 한 가지 방법입니다.
소위 남의 손을 빌려 벌하시는 것으로 겉으로 드러나는 것은 사람이지만 사실 하늘이 원하시는 것입니다! 다행히 당신 부모님은 모두 어질고 효성스런 사람이라, 마치 내가 사존을 만난 것처럼 만겁에도 다시 오지 못할 큰 난에서 벗어날 것입니다. 그때 당신 모친은 마땅히 빨리 깨달아 도를 닦아 공을 세워 이전의 잘못을 만회해야 합니다.
하지만 지난 수십 년 동안 아무런 공(功)도 과(過)도 없던 평범한 여인이었을 뿐, 좋은 일을 하는 모습을 한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단 하루도 도를 닦거나 재를 지내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최근에는 나쁜 아들을 믿고 착한 아들을 독살했습니다. 당신은 종래 원망하는 마음이 없지만 정의(正義)를 주재하시는 하느님께서는 오히려 큰 죄로 정하셨고 결국 처벌받게 될 겁니다. 이런 것은 모두 일종 응보의 이치라 그 일이 아주 모호해서 사람이 알 수 없고 그 이치가 극히 미미해서, 사람은 생각할 수 없는데 단지 일생(一生)에 한 일의 겉모습만 가지고 어떻게 정확히 알 수 있겠습니까!”
선사는 어머니가 벌을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절반은 자신의 일 때문이라 여겨 황송하고 슬퍼서 울부짖었는데 몹시 애절했다.
삼저가 탄식하며 말했다.
“공자는 정말 효자이며 정말 좋은 사람이군요, 어쩐지 사존께서 당신을 이렇게 중시하시더라니. 하지만 사존께서는 오늘 일은 물론 미래의 일도 진작에 알고 계셨고, 일찍이 당신 모친은 여전히 당신 덕분에 도탈(度脫 해탈해서 벗어남)날 수 있고, 당신도 은혜를 갚을 기회가 많다고 하셨습니다.
지금은 오히려 다그쳐 공력을 들여 도법(道法)을 부지런히 닦아야 합니다. 다른 일은 모두 신경 쓰지 마세요. 설사 부모님의 일이고 비록 당신이 효도에서 나왔더라도 이미 설명했다시피 앞으로 결과는 마음에 품은 것을 풀고, 마음 편히 자신의 바른 일을 해야 합니다. 만약 지금도 집에 있는 것처럼 매일 부모님을 모시고, 매일 모시려 한다면 굳이 출가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사존께서는 또 당신에게는 희망이 아주 크지만 마겁(魔劫)도 아주 많다고 하셨습니다. 이번 수련은 전생과는 크게 다릅니다. 전생에는 축생도(畜生道)에서 사람이 되어 인도로 왔고 지금은 사람 몸에서 선체(仙體)로 들어갑니다. 신분이 더 높을수록 수지(修持)는 더욱 고생스럽고 장래의 성취도 갈수록 더 높고 더 커질 겁니다. 당신은 이 도리를 알고 잘 나아가야 합니다. 다시는 속세에 얽매이지 말아야만 사존께서 기대하시는 마음을 저버리지 않을 겁니다.”
선사가 듣고 고개숙여 가르침을 받았다. 이때 문득 아내가 생각나나 웃으며 삼저에게 말했다.
“제자는 결코 부부의 정에 연련해서 하는 말이 아닌데, 그녀는 어진 덕이 있어 전에도 호삼저의 가르침을 받았으니 쓸만한 재목이 아닌지요. 지금 그녀가 부중(府中)으로 돌아갔는지 모르겠습니다. 장차 삼저께서 수시로 다시 가셔서 수행의 이치를 가르쳐주어 작은 성취를 거둘 수 있도록 부탁할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완벽한 옥을 이루게 한 삼저의 덕이 헛되지 않을 겁니다.”
삼저가 듣더니 크게 웃으며 말했다.
“방금 당신더러 잘한다고 말하자마ᄌᆞ 오히려 또 이렇게 못되게 나오는군요, 자기 아내를 버리지 않을 것을 뻔히 알면서도, 하필이면 내 어깨에 짐을 올려놓다니. 나는 이런 것들을 상관하지 않고, 무엇을 이룰 것도 바라지 않아요! 당신이 아내를 완벽한 옥으로 만들고 싶다면 당신이 신선이 되어 도를 실증한 후에 당신 스스로 그녀를 세상 밖으로 제도하세요!”
선사는 삼저의 성격이 완고하다는 것을 알기에 황급히 웃으며 청했다.
“삼저께선 너무 고집부리지 마세요! 삼저는 얼마나 많은 자비를 품고 계신데, 어찌 중도에 좋은 일을 포기하시겠습니까? 원래는 제가 부탁한 것도 외려 지나친 기우였습니다. 삼저께서 기분이 좋지 않으시니 지금은 저도 삼저께 더는 어떻게 해달라고 부탁할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삼저께서 부디 그녀의 현재 상황을 한마디라도 알려주셨으면 합니다!”
삼저가 웃다가 혜고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는 말을 선사에게 알려주었다. 선사는 이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비 오듯 쏟아졌고 흐느끼며 울기 시작했다.
“내가 그녀를 해쳤구나! 내가 그녀를 해쳤어.”
삼저는 옆에 서서 멍하니 그가 울음을 그치기를 바라보다가, 자신이 갑자기 미친 듯이 웃으며 손가락을 치켜들고 선사에게 말했다.
“당신은 정말 정이 많고 정말 의리가 있네요! 당신이 너무나 가련하게 우는 것을 보니 책임지지 않을 수 없겠네요. 내가 당신 대신 그녀를 치료해서 이곳에 데려와 여전히 부부가 되면 어때요. 좋은가요?”
선사는 이런 비웃는 말을 듣고 갑자기 얼굴이 빨개져서 방금 흘린 콧물과 눈물까지 놀라 속으로 들어가 버렸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삼저를 바라보았다.
삼저는 그가 이렇게 충후한 것을 보고도 차마 더는 놀릴 수 없었다.
그래서 그에게 말했다.
“백 소저의 인품과 성정은 범인(凡人) 중에 흔치 않을 뿐만 아니라, 선품(仙品) 중에서도 상등의 재목입니다. 그녀의 성공(成功)은 장차 당신에 뒤지지 않을 겁니다. 지금 이미 당신의 다른 사매(師妹)가 그녀를 데려가 도제로 거뒀습니다. 그녀는 전생에 원래 옥황전(玉皇殿)에서 사화선녀(司花仙女 꽃을 담당하는 선녀)였는데 옥황의 생신날 여러 신선들이 경축하는데 무슨 까닭인지 사향선리(司香仙吏 향을 담당하는 선계의 관리)와 크게 말다툼을 벌여 옥제의 뜻을 거슬러 10세(世) 동안 속세로 쫓겨난 겁니다. 반드시 10번의 윤회를 거치면서 본성을 잃지 않아야 천조(天曹 하늘 관아)로 돌아오고 승급할 수 있습니다.
그녀와 당신의 관계는 오히려 범계로 내려올 때, 당신이 마침 명부(冥府)로 오다가 우연히 만난 선녀인데, 동시에 당신의 적인 노교룡이 당신이 곧 속세로 내려간다는 것을 알고, 특별히 먼저 당신이 속세에 내려간 소식을 알아보려다 그녀의 타고난 미모 때문에, 노교룡이 몇 마디 말로 모욕하자 선녀가 곤궁에 빠졌을 때 마침 당신을 만났습니다. 당신은 크게 분개해 함께 호송하던 저승사자를 불러내 노교룡을 물리치고 선녀를 구출했었다. 선녀는 이에 몹시 감격해서 일찍이 보답 하겠단 말을 했고 바로 이것 때문에 이 층에서 혼인의 인연을 맺게 된 것으로 이는 모두 우연한 일이 아닙니다.
지금 그녀는 이미 은혜를 갚았으니 당신도 그녀에게 미안할 게 없습니다. 이 묵은 빚은 이미 장부를 결산했습니다. 앞으로 당신은 더는 그녀에게 연루되어 도리어 자신의 마장을 불러올 필요가 없습니다. 사존께서 아시면 또 한바탕 꾸짖으실 터이니 절대 명심하세요.”
선사가 듣고는 알아듣고 절을 올리며 감사를 드렸다.
삼저는 선사를 위해 석실 세 칸을 치우고 그가 동굴에서 도를 닦도록 했다. 자신은 서기로 돌아가 문미진인에게 복명했다.
선가(仙家)의 시간은 매우 빠르게 지나갔고, 눈 깜짝할 사이에 또 4~5년이 흘렀다. 선사는 도심(道心)이 매우 강하고 또 근기가 있어, 열심히 공력을 들이자 남들보다 쉽게 진보할 수 있었다. 이미 이때 화식(火食)을 끊고 심성을 확철히 깨달았다. 문미진인은 매년 삼저를 보내 그에게 몇 가지 신을 소환하고 장수를 파견하는 것 및 몸을 지키는 법을 가르쳤다. 선사는 하나하나 체득했다.
어느 날 단정히 정좌하며 기를 기르고 있는데 귓가에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우렁이 정령이 난을 당했으니 빨리 가서 은혜를 갚으세요.”
선사가 급히 깨어 눈을 떠보니 호삼저였다.
우렁이 정령이 어떤 위험을 당했는지 다음 회를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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