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지난 회에서 우렁이 껍질 안에 장엄하고 독특한 도량(道場)을 만든 일화를 언급했다. 여도사 혜통(慧通)은 이 도량을 주관한 주단(主壇) 법사가 이(李) 씨 성을 가진 절름발이 선인이라고 말했다. 지금부터 이 절름발이의 역사와 출신, 그가 공(功)을 이뤄 도를 실증하고 난을 없애며 세상을 구한 사적(事跡)을 이야기하려 한다. 또한 말하는 김에 그와 인연 있는 하선녀(何仙女)를 함께 이야기하고자 한다.
독자들은 일찍이 중국 지리에서 강 속에 고립된 명산(名山)이 하나 있는 것을 아는가? 그 산은 금산(金山)이라 불리는데, 천연적으로 생성된 산이 아니다. 지금으로부터 수천 년 전만 해도 평지보다 높은 산은커녕 평평한 토지도 없었다. 양자강(揚子江) 중류는 온통 넓은 물바다라 할 수 있었다. 그러다 주대(周代) 중엽에 이르러 이 강기슭에 큰 마을이 하나 있었다.
이 마을에 책을 읽으며 농사를 짓던, 반 은거 상태로 벼슬하지 않던 마상원(馬上原)이란 군자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딸이 하나 있었다. 덕과 용모를 겸비해서 모두 마대고랑(馬大姑娘 마씨 집 큰 딸)이라 불렀다. 이 아가씨는 18세에 같은 마을에 살던 고(古) 씨 서생과 결혼했는데 아주 가난한 선비였다. 그에게는 또 흉포하기 짝이 없는 계모 우(于) 씨가 있었다.
아가씨가 처음 시집갔을 때 고부간에 아직 아무렇지도 않았는데, 나중에 우 씨는 이웃 친척들이 모두 대고랑과 친하게 지내며 오히려 자신을 소홀히 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남들이 자신과 소원하게 지내는 이유가 자신의 성질이 사납고 대고(大姑)처럼 그렇게 온화하지 않아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았고 오히려 대고가 남들 앞에서 자신의 단점을 말했기 때문이라고 의심했다.
둘의 사이는 이때부터 금이 가기 시작했다. 게다가 우 씨는 또 선입견이 아주 강해서, 일단 선입견이 생기면 아무리 해도 돌이킬 수 없었다. 대고가 제아무리 효도를 다하고 엄한 시어머니의 원망을 조금이나마 풀어주려 해도 어쩔 도리가 없었다.
우 씨는 또 말했다.
“그녀가 일부러 간사함을 숨기고 일부러 이런 모습을 남에게 보여준다. 사실 그녀의 마음속에는 날카로운 칼이 숨어 있고 나를 찔러 죽이지 못해 야단이다.”
대고는 이런 억울한 일을 당해도 남편에게조차 말하지 못했다. 그 고(古)서생은 책을 읽어 이치를 잘 아는 효자라 모친과 처의 불화를 알면서도 어머니의 잘못을 비판하지 못했을 뿐 아니라 때로는 아내에게 위로의 말도 하지 않았다. 만약 대고가 수심에 잠겨 찌푸린 상을 하기만 하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어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며 꾸짖곤 했다. 그래서 대고의 나날은 갈수록 견디기 힘들었다. 고부간의 감정이 심상치 않으니 그 틈에 끼인 아들은 자연히 더 난처해졌다. 행복했던 가정이 크고 작은 일로 인해 온 집안에 근심이 가득했다.
세월이 흘러 어느덧 예닐곱 해가 지났고, 우 씨는 그 대고를 점점 더 악독하게 대했고, 악독한 수법도 점점 더 심해졌다. 한마디로 말하기란 쉽지 않다. 작서인(作書人)이 그녀의 많은 기괴한 나쁜 점들을 하나하나 기록하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책은 전적으로 가정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고, 고 씨 집안의 일은 일종 부가적인 기록일 뿐이다. 당연히 간단할수록 더 좋고, 사람들의 미움을 사지 않을 것이다. 설명은 이미 마쳤으니 한 마디로 줄이자.
고 서생은 자신의 무능함에 실망했는데, 집안의 문제를 조정할 수 없었다. 더구나 자기 아내가 현덕(賢德)한 여인임을 알았는데 인정과 도리를 따지자면, 그녀가 매일 계모에게 이유 없이 야단맞는 것이 설마 내가 참고 가만히 있어 파란을 부추겨 그녀를 더 능욕하게 했단 말인가? 하지만 우 씨 측은 직접 수단을 써서 대고를 핍박하는 외에, 또 밤낮으로 아들을 꾸짖으며, 며느리가 어머니를 심하게 때리는 데도 어머니를 거스르고 아내만 총애한다며 그에게 거역이란 큰 죄를 씌우려 했다.
불쌍한 젊은 부부는 이때 정말 노인에 의해 막다른 골목에 몰려 진퇴양난에 빠졌다. 고 서생은 처음에는 늘 어머니를 도와 아내를 책망했다. 이때 어머니의 수법이 점점 흉악해져서 아내의 몸은 심하게 맞아 성한 살이 거의 남지 않은 것을 보았다. 측은지심이 없는 사람이 있겠는가? 하물며 자기와 잠자리를 같이하는 사람인데,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계모는 자기가 거역한다는 구실을 붙이며 이런 날들을 어떻게 견디는지 알려주었다. 그래도 하늘은 사람을 버리지 않아, 그녀에게 활로를 열어주었다.
이때 고 서생 집에서는 어머니에게 맛있는 음식을 받들어 세 끼를 다 준비하는 외에 젊은 부부는 늘 끼니를 걸렀다. 점심을 먹으면 저녁을 굶는 경우가 많았다. 겨울이 되면 어머니는 어떻게 해도 추위를 견디지 못하겠다고 했다. 그들 둘은 몸을 가릴 옷도 없이 무릎을 마주하고 벌벌 떨고 있었으니 정말 꼴이 말이 아니었다. 굶주림과 추위가 이 지경에 이르고, 또 집안일에 매질이 더해지니 부부는 더 비쩍 말라 마치 아귀도(餓鬼道)에서 나온 원혼(冤魂)과 같았다.
고 서생은 이렇게는 오래갈 수 없다는 것을 진작에 알았다. 자기 부부는 아직 젊어서 고생을 좀 해도 상관없지만, 계모는 나이 육십을 바라보는데 만일 쌀이나 옷이 없게 되면 어떻게 버티겠는가. 그래서 일찌감치 친척과 친구에게 밖에서 일거리를 찾아달라고 부탁했다,
첫째는 녹(祿)을 받아 부모를 부양할 수 있고,
둘째는 많은 근심을 면할 수 있다.
그는 이런 말을 대고에게 먼저 꺼낸 적이 있다. 대고는 남편이 자기를 위해 고생하는 것을 불쌍히 여기고 그가 일찍 고향을 떠나기를 간절히 원했다. 고 서생은 이에 더욱 밖으로 나가 기회를 찾아보기로 결심했다. 이때 과연 어떤 친구가 그를 한 상인에게 추천하여 무역 일을 보조하게 했다. 당시에는 상인은 본래 세상에서 중시 받지 못했고, 사농(士農) 다음이었으니 분명히 인격이 두세 등급 내려간 것이다.
하지만 이때 고 서생이 어디 이런 것을 고려할 수 있었겠는가? 오직 정정당당한 일이라면 집안을 부양하고 모친을 부양할 수 있다면, 이른바 위로는 부모를 섬기고 아래로는 처자를 먹여 살리는 일에 부끄러움이란 없으니 무슨 일의 높고 낮음을 상관하겠는가! 그래서 어머니, 아내와 작별하고 흔쾌히 출발했다. 떠나기 전날 밤, 부부는 말없이 마주 앉아 밤을 지새우며 온갖 말을 하고 싶었지만, 오히려 한마디도 할 수 없었다.
날이 밝을 때까지 멍하니 앉아 있자니 두 사람 모두 슬픔에 창자가 끊어지는 듯 눈물을 흘렸다. 고 서생이 말했다.
“내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당신은 오직 예와 효를 다해야 하오. 다른 것은 말할 필요도 없고, 말해도 아니 되오. 하고 싶어도 절대 말 해선 아니 되오. 그러면 우리 여기서 작별을 고합시다. 내가 조금 돈을 벌면, 다시 당신을 보러 오겠소.”
대고는 더더욱 말을 못 하고 오직 명령에 따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부부는 뱃속 가득 눈물을 품고 생이별했다.
고 서생은 본래 매우 유능한 인재였고, 인품이 고상했다. 기왕 유학을 버리고 장사를 하는 것은 큰 재주를 작은 데 쓰는 것이라 자연히 여유롭게 일할 수 있었다. 반년이 지난 후, 주인의 신용을 얻어 계속해서 월급을 집으로 부쳤다. 그때까지 고부는 그가 떠난 후 생활이 더욱 곤궁해졌다.
마대고는 정말 두 사람 몫을 했고 각별히 효도하고 공경하면서 백방으로 돈을 구해 우 씨를 봉양했다. 뜻밖에도 우 씨는 그녀가 돈을 벌 수 있게 되자, 도리어 그녀가 바람을 피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지 않다면, 어찌 아녀자가 밖에 나가서 돈을 벌 수 있는 재주가 있겠는가!
이 말이 대고의 귀에 들어가자 정말 6, 7년 동안 당한 모든 모욕보다 10배나 더 심했다. 그녀는 단번에 화가 심장으로 치밀어 올라 한동안 혼절했다. 그럼에도 우 씨는 그녀를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았고, 그녀가 죽은 척하며 사람을 협박한다고 했다. 하필 대고가 기절하더니, 과연 잠시 후 또 정신을 차렸다. 우 씨는 더욱 더 자신의 짐작이 거짓이 아니라고 생각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 천한 것이 이렇게 간계를 꾸미다니 앞으로 정말 죽어도 내가 상관하지 않겠다.”
대고는 원망하고 분한 나머지 나머지 목숨을 걸고 자신의 결백을 밝히고 싶었지만, 다시 생각해 보니 그녀가 자비롭지 않을지언정 효도를 잃어버릴 수 없었다. 게다가 남편이 떠날 때 어떻게 나에게 하라고 당부했는가, 만약 마음대로 목숨을 가볍게 하면 누가 그를 대신하여 이 노모를 섬기겠는가? 그래서 참을 수 없는 원한을 꾹 참았다! 쌍방은 또 한동안 그럭저럭 지냈다.
고 서생이 보낸 은자가 도착하자, 자연히 우 씨가 챙겼고 자기 복만 누리며, 대고의 생사 따위는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이 은자로 족히 생활할 수 있었기 때문에 대고는 더더욱 필요 없고, 이 얄미운 며느리가 곁에 있는 것은 눈엣가시가 되어 더욱 그녀를 쫓아내려 애썼다. 이리저리 사람을 시켜 그녀를 다른 사람에게 되팔거나 첩이나 노비도 상관하지 않고 팔려고 했는데 또 돈을 많이 요구하지도 않았다. 그녀가 빨리 나가기만 하면 된다. 가엾은 대고는 규중에 있으니 그녀가 이런 악랄한 수단을 가지고 있을 줄 어찌 알았으랴!
이때 같은 마을에 살아 있는 호랑이라 불리는 악당이 하나 있었다. 그는 대고가 재색(才色)을 겸비했다는 소문을 듣고 오랫동안 나쁜 생각을 품고 있었다. 다만 대고가 스스로 정결(貞潔)하여 틈 탈 기회가 없음을 한스러워했다. 그런데 이런 소식을 듣자 기쁘기 그지없었다. 황급히 사람을 불러들여 몸값을 흥정하고, 즉시 돈을 주고, 이틀 후 아내로 맞기로 약속했다.
다음날 우 씨는 갑자기 대고를 불러들여 부드러운 말투로 좋은 말을 많이 했다. 대고가 의아해하자 우 씨가 말했다.
“예전에 네 시아버지께서 병환으로 하신(河神)의 묘에서 소원을 빌었는데 나중에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도 감사 표시하는 것을 잊었다. 어젯밤 꿈에 하신이 사람을 보내 나를 꾸짖었다.
나는 ‘제가 빈 소원을 어찌 잊었겠습니까. 실은 제가 늙고 기력이 쇠약하며 거동이 불편해서 지금까지 미루어 왔습니다!’라고 대답했단다.
그러자 그 분이 ‘그렇다면 네 며느리가 대신 가도 마찬가지다’라고 하셨다. 나는 깨어났을 때 꿈자리가 눈에 선했고, 조금도 잊을 수가 없구나. 이 일은 정말 확실하고 거짓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착한 며느리야, 나도 네가 집을 나가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는 것을 알지만, 지금은 집안일 때문에 네가 나를 대신해서 이번에 한번 다녀오는 것이 어떻겠느냐. 훗날 네 남편이 돌아오면 반드시 네게 고마워할 것이다!”
대고는 시집온 이래 이런 은총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게다가 시어머니의 명령에 일언반구를 한 적이 없었다. 오늘날 이런 사소한 일로 이렇게 자기를 낮추는 것이 이상하지 않겠는가? 그녀는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지만, 체면상 오직 명령에 따를 뿐 물어볼 수 없었다. 자기 방으로 돌아와 한참을 생각해도 이유가 떠오르지 않았다.
이튿날 아침이 되자, 어쩔 수 없이 치장할 수밖에 없었다.
우 씨가 말했다.
“밖에 수레가 왔다. 얘야 빨리 수레에 타거라.”
대고는 놀라서 저도 모르게 물었다.
“어머니 왜 또 수레를 부르셨어요? 제가 비록 연약하긴 ᄒᆞ지만, 설마 칠팔 리 길을 걸을 수 없겠어요? 굳이 수레를 빌리실 필요가 있습니까? 또 어머님 돈이 많이 들어가는데요?”
우 씨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하는 것이 아니다. 네가 이렇게 가면 반나절은 지나야 돌아올 텐데, 나 혼자 집에 있게 되니 쓸쓸하기만 하다. 이 수레로 대신하면 좀 빨리 갈 수 있을 것이다. 다행히 지금 네 남편이 돈을 보내서 쓰기에 충분하다. 약간의 거마비는 그리 어렵지 않다. 얘야,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고 빨리 갔다가 빨리 돌아오너라! 나를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면 안 된다!”
대고는 이미 여기에 무슨 음모가 있음을 알았지만, 대체 무슨 음모를 꾸몄는지는 알 수 없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가? 다행히 나는 일찍이 목숨을 걸고 싸웠는데 죽음 외에는 큰일이 있겠는가!
아예 기쁜 표정을 지으며 우 씨와 헤어지고 대문을 나섰다. 수레와 말 외에도 많은 인부들이 있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더욱 깨닫고 이 일의 내용을 예측하였다. 일이 기왕 이렇게 되었으니 수레에 오르면 그만이다.
서너 리 길을 가다가 수레가 방향을 틀었는데 하신을 모신 곳으로 가는 길이 아니었다, 대고는 이때 마음에 깨닫는 바가 있어 문발을 젖히고 사람들에게 말했다.
“수레 좀 세워주세요. 묻고 싶은 게 있습니다!”
사람들이 그 말에 따라 마부가 고삐를 당기자 수레가 멈췄다.
대고는 내색하지 않고 웃으며 물었다.
“여러분, 그런데 시어머니께서 저를 하신묘에 데려달라고 하시지 않았나요?”
그러자 모두 이상한 기색을 띠며 말했다.
“우리는 서시진(西市鎮)의 유대인(劉大人) 댁에서 낭자를 맞으러 왔는데 낭자께선 어찌 모르십니까?”
맨 앞에 선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았습니다. 아마 부인께서 유대인과 결혼하기를 원치 않으신 것 같군요. 당신 시어머니가 그에게 시집가라고 강요한 것이죠. 그렇죠?”
대고는 대답이 없었다.
사람들이 다투어 그에게 물었다.
“어찌 알았는가? “
그 사람이 웃으며 말했다.
”이 일은 아주 쉽게 알 수 있지. 시어머니가 주관자인데 명령을 받들어 시집가는 것은 지극히 정당한 일이다. 무슨 꿍꿍이를 부릴 필요가 있겠는가? 게다가, 나는 낭자가 화가 날까 봐 두렵지 않다. 집에서 이 지경으로 고생하고 하신묘는 그리 멀지도 않은데, 굳이 이렇게까지 화려하게 차릴 필요가 있겠는가? 이것은 오히려 대고에게 어쩔 수 없는 빈틈이 아닌가. 그때 낭자가 한마디 묻겠다고 했으니, 이 일은 이미 탄로 났다.
어른이 또 일찍이 방비하여 내게 이르길 ‘작은 낭자가 무슨 말을 하거나 무엇을 묻든 그녀에게 많이 말해주지 말고 그냥 네네 하고 대답만 하면 된다’고 하셨다. 아마 비밀의 유출을 막자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낭자가 태연하게 수레에 올라 말 한마디 없이 이렇게 부주의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 어쩐지 쉽게 속아 넘어가더라니.”
대고가 어찌 그와 따질 겨를이 있겠는가. 이때 그녀의 마음은 정말 쿵덕쿵덕 뛰었으며 좌충우돌하여, 이 기분이 쓴지 신지, 단지 매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한참 동안 그 맑은 눈빛으로 응시하며 수레 안에 멍하니 앉아 있었는데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랐다. 차부(車夫)들은 그녀가 아무런 분부도 하지 않자 호루라기를 불며 다시 길을 떠났다. 대고는 한참을 멍하니 생각하던 중 수레가 급히 앞으로 나아가는 것을 보고, 자신이 그들을 후퇴시켜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시어머니가 결코 허락하지 않을 것임을 알았다.
만약 친정집으로 돌아가려 해도 부모님도 일찍이 돌아가시고 형제자매도 없는데 그저 사촌 여동생 하나뿐이고 본래 좋은 사람도 아니다. 아마도 이번 일은 시어머니가 그녀와 연락해서 처리한 것이며 모두 일부러 꾸민 일인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자 후퇴는 결코 쉽지 않고 돌아갈 곳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가서 다른 사람에게 시집가서 자기의 정절을 잃고 남편의 체면이 깎인다면, 이 어찌 내가 할 짓이겠는가? 만약 유 씨 집에 간다면, 그 유 씨는 원근에서 유명한 살아있는 호랑이인데, 나를 놓아주겠는가? 기왕 진퇴양난인 이상, 어쩔 수 없다. 죽는 길만이 차라리 쉬운 길이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저도 모르게 위아래 이빨을 깨물어 으드득 소리가 났다.
즉시 마음을 굳게 먹고 죽음을 찾는 길로 나아가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빨리 자결하는 방법을 찾자. 남의 집에 들어가서 다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한참 고심하고 있을 때 수레가 멈추더니 배로 갈아타고 강을 건너야 한다고 했다. 유 씨네에서 신부를 맞이하는 큰 배는 이미 강기슭에 정박하여 기다리고 있었다. 마대고는 그 말을 듣자 기뻐서 어쩔 줄 몰랐다.
이어서 배에서 두 명의 신부 들러리가 올라와서 발을 젖히고 신부에게 내리라고 청했다. 마대고는 주견을 정하고 대범하게 수레에서 내려 들러리의 어깨를 잡고 강변까지 걸어갔다. 두 명의 들러리가 한쪽에 한 명씩 그녀를 부축해 배에 올랐다. 뱃전에 막 올라섰을 때, 대고는 갑자기 두 손을 펼쳐 두 명의 들러리를 배 안으로 밀어버리고 자신은 급히 강으로 뛰어들었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한바탕 물보라가 한 정절을 지킨 여인을 휘몰아 맑은 물줄기와 함께 쓸어가 버렸다!
여러 사람들이 신부가 투신하는 걸 보고 구하려고 했다. 하지만 강은 파도가 높고 수심이 깊어 어디 쉽게 구할 수 있겠는가, 헛되이 한바탕 소란을 피우고, 하나같이 힘이 빠져 돌아가서 그 호랑이에게 보고했다. 호랑이는 막 배불리 먹으려고 준비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이 신선한 고기를 잃었으니, 한바탕 괴로워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재수 없네, 신부를 맞이하는 사람들은 괜히 호랑이에게 한바탕 욕을 먹었을 뿐이다.
대고를 말하자면 강에 투신한 후 파도를 따라 하류로 떠내려갔다. 마침 한 도인(道人)이 있었는데, 나이는 백여 세 남짓 했고 수염과 눈썹이 희끗희끗했지만 정신은 매우 정정했다, 볼 일이 있어 강을 건너려고 자신이 키를 잡고 천천히 운행하다가, 흘끗 위쪽에서 흘러오는 여자를 보았는데,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를 알 수 없었다. 그는 일념의 자비로 곧 그녀를 구하려 했다.
그러나 그는 평생 여자를 가까이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어릴 때부터 늙을 때까지 어떤 여자와도 손이나 발이 닿지 않았다. 지금 이미 나이가 아주 많은데, 이 여자 때문에 그의 평생 금기를 깨뜨리고 싶진 않았다. 만약 그녀의 몸에 절대 닿지 않는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구하겠다. 하지만 물살이 세차서 사람을 구할 기회는 정말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진다.
도인은 잠시 침울하게 있더니 의연히 말했다.
“차라리 내가 계행(戒行)을 깨뜨리는 한이 있더라도 죽어가는 사람을 보고 구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자 선체로 다가가 삿대를 대고의 몸에 불을 붙이고는 다시 쪼그리고 앉아 힘을 써서 끌고 왔다. 그러나 대고는 물에 빠진 지 오래되어 혼을 되찾을 가망이 없어져 이미 향기가 사라지고 옥이 산산조각이 났을 줄 누가 알았겠는가. 도인은 이렇게 된 이상 소생할 수 없으니 이 시체를 끌어올려 해안으로 끌고 가서 잘 매장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고 온 힘을 다해 시체를 배로 끌어올렸다.
뜻밖에 시체의 배가 불룩하고 팔이 부어올라 막 반쯤 끌었을 때, 갑자기 툭하는 소리가 들리면서 시체의 한쪽 다리가 비틀려 부러졌다. 이어서 갑자기 몇 개의 큰 파도가 쳐서 도인의 배도 전복시켰다. 도인은 몸부림치며 더 이상 시체를 돌볼 수 없었다, 결국 도인 자신은 헤엄을 쳐서 목숨을 건졌지만, 그 대고의 시체는 표류하여 어디로 갔는지 몰랐다.
그는 뭍에 올라와서 혼자 생각했다. 본래 사람을 구하기 위해 한 일인데 도리어 남을 해쳤구나. 참혹하기 그지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백년 넘게 수도하며 세운 계(戒)의 본래 취지를 크게 어겼다. 나는 살면서 지금까지 이런 악행을 저지른 적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갑자기 죽을 지경에 이르렀고 이 엄청난 일을 저질렀구나. 양심이 혼란하고, 밤낮으로 불안하여 미치광이처럼 되어 몇 달도 안 되어 죽어버렸다.
그 대고의 영혼은 강신(江神)에게 맡겨져 수정궁(水晶宮)으로 보내졌다. 용왕은 그녀가 정절을 지키고 효도를 다했기에 매우 예를 갖추었고, 또한 전생의 일을 설명했다. 대고는 문득 깨달았다.
용왕은 또 웃으며 말하였다.
“네게는 또 한 명의 도반이 있는데 너와 함께 죄를 지어 같이 속세로 귀양 왔다. 이번에 있었던 그 일은 금생(今生)만 지나가면, 내세에 너와 함께 귀양 온 기한이 다 차서 도를 닦아 귀진(歸真)할 것이다. 이 사람은 금생에 도인이 되어 경건하게 수행했고 계율을 아주 엄하게 지켰고 지금 백세가 넘었다. 너를 구하려다 시신을 손상 시키자 몹시 후회하며 괴로워하다 곧 세상을 떠났다.”
대고가 듣고는 슬퍼하며 말했다.
“신첩의 명이 고달파 이미 다른 사람을 해쳤고, 죽은 후에도 좋은 사람에게 재앙을 끼쳤으니 어찌 아프지 않겠습니까!“
용왕이 말했다.
“이는 그의 명이 마땅히 그런 것이다. 비록 너 때문에 병이 났고 병들어 죽었다 해도 너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하지만 그가 이번에 무심코 시신을 훼손한 죄를 지었으니, 아마 내생에 장애가 좀 있을 것이다. 다행히 성명(性命)이나 공행(功行)과는 아무 관계도 없다.”
대고는 듣자 더욱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용왕은 잠시 설득하다가 그만두었다.
얼마 후, 고 서생은 장사에서 이익을 많이 얻어 돌아왔다. 공교롭게도 계모 우 씨는 며칠 전에 세상을 떠났다. 고 서생은 애도하는 한편 여러 친지들로부터 아내가 정절을 지키다 순절한 사실을 알고는 매우 비통해하여 얻은 각종 금은보화를 아내가 투신한 곳에 강물에 던져버리고 본인은 집을 버리고 도를 배우러 나섰지만 어디로 갔는지 모른다.
나중에 이 일이 수정궁에 전해지자 용왕이 대고를 불러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말했다.
“어진 부부가 정절과 효성스러우며 신(神)과 귀(鬼)가 모두 흠모한다. 네 남편은 이미 출가했으니 앞날에 한량이 없을 것이다! 부인은 머지않아 과인이 명부(冥府 저승 부서)로 편지를 보내 다시 사람으로 태어나게 할 것이다. 천년의 공행이 여기에 이르러 원만할 수 있을 것이다!
과인은 어진 부부의 어질고 고달픈 정을 생각하고, 이미 강신이 부인이 절개를 다한 곳에, 남편이 금은보화를 던져준 기운으로, 수면에 있는 몇 무의 땅을 바쳐 외로운 강에 산을 만들어 후인들이 고인을 추모하는 의식을 치를 수 있게 할 것이다. 이런 뜻을 전한 지 오래되었으니 가까운 시일 안에 실현될 것이다.”
대고는 감격하며 감사드렸다.
나중에 강에서 과연 산이 하나 솟아났고, 세상 사람들은 이 산이 이뤄진 이유를 알기에 ‘금산(金山)’이라고 불렀다. 천백 년 동안 점점 더 많이 쌓이고 땅이 넓어져 오늘날에 이르러 중국의 명승지가 되었다. 이것은 모두 나중 이야기니 더 말할 필요가 없다.
대고의 혼이 용왕의 편지를 받아 환생한 일만 이야기 하자. 그 금산을 잊지 못하니 전세(轉世)한 사람은 바로 금산 기슭에 있는 하(何)씨 성의 집이었다. 태어나자마자 말을 할 줄 알았고 신령하고 어둡지 않았으며 갓난아기 때부터 맵고 비린 것은 먹지 않았다. 조금 자라서는 수도(修道)에 뜻을 두었다. 그녀의 아버지 하걸(何傑)과 어머니 유(劉) 씨는 모두 충후하고 선량한 사람이었고, 신불(神佛)을 깊이 믿었다. 딸의 뜻이 이렇게 경건한 것을 보고 역시 그녀의 뜻을 이루려고 그녀를 막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10여 년이 흘렀다.
그녀의 어릴 적 이름은 난선(蘭仙)인데, 집에서 수지(修持)해도 큰 진전이 없자 부모님께 집을 멀리 떠나 선인(仙人)을 찾아가 대도(大道)를 구하겠다고 했다. 하걸 부부는 이에 대해 그다지 내키지 않았다. 왜냐하면 두 사람은 이미 마흔이 넘었고 자식이라곤 이 딸 하나만 낳았기 때문에 만약 슬하에서 멀어지면 마음이 놓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자신들도 외롭기 때문이었다. 이런 뜻을 난선과 상의해 다시 자녀가 생기면 그녀가 출가하도록 했다. 그때 난선도 나이가 좀 많아서 만사가 노련해졌으므로 난선이 승낙하지 않았다.
이렇게 서로 대치하고 있는데, 홀연히 이(李)씨 성을 가진 젊은 도인이 방문하였다. 하걸은 의아해하며 딸에게 이 도인을 어떻게 아느냐고 물었다. 난선도 영문을 몰랐다. 부녀가 나란히 나가서 만났다. 다만 그 도인은 풍채가 아름답고 용모가 기이하며 신선의 기개가 있었다. 난선은 도인을 보자마자 어디서 본 것 같았다. 도인도 난선을 보고 이상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앞으로 나아가 부녀에게 절을 하는 것을 보고 두 사람은 급히 답례하며 도인의 선향(仙鄕)과 법호(法號)를 물었다.
도인은 자리에 앉으면서 말했다.
“제 성(姓)은 이(李), 이름은 현(玄)이며, 하남(河南) 사람입니다. 여공자(女公子)와는 전생에 인연이 있습니다. 전세(轉世)해 땅에 떨어질 때, 여공자의 전생 일이 생각나서 잠시 와서 오랜 인연을 해결하고자 합니다.”
곧 전후 인과를 말하고 떠나갔다.
대고의 생혼(生魂)은 금산(金山)과 그녀를 위해 희생한 도인(道人)을 잊지 않기 때문에 금산 기슭에 있는 하씨 가문의 딸로 태어났다. 태어나자마자 영성이 통해 말을 할 줄 알았고 어려서부터 맵고 비린 음식을 먹지 않았으며 비단옷을 입지 않았고 시집가지 않기로 맹세했다.
일곱 살 때 현녀(玄女)가 도파(道婆 여자 노인 도사) 몸으로 속세에 내려와 점화해 가르쳤다. 그 아가씨는 원래 타고난 지혜가 있어 자연히 현녀가 진선(真仙)이 속세에 내려왔음을 알기에 경건한 마음을 가르침을 청했다. 하지만 그녀는 전생의 일을 잊지 않았고, 반드시 그 도인이 태어난 곳을 찾고자 했으며, 그가 먼저 신선이 되기를 기다려, 자신도 속세를 벗어나 도를 증득(證得)하려 했다.
현녀가 찬탄하며 말했다.
“이것도 역시 정해진 수(數)가 있으니 억지로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네가 말한 노도(老道)는 이미 하남 이씨 가문에 태어나 장차 노군조사의 제자에 합류할 것임을 알고 있다. 네가 그를 기다리겠다고 마음먹었으니, 그가 도를 이룬 후 내가 다시 너를 만나러 오겠다.“
그러면서 많은 연기(煉氣), 양심(養心), 도인(導引), 벽곡(辟穀) 구결을 전수했고, 또 은신비검(隱身飛劍)과 같은 몇 가지 호신 법술을 전수했다. 처녀는 모두 다 받았다. 현녀는 몇 마디 당부하고 혼자 하늘로 돌아갔다. 이 처녀는 온 마음을 다해 집에서 수지(修持)했고 이(李)씨 신선이 와서 자신을 제도하길 기다렸다.
이 여인이 바로 팔선 중의 하선고(何仙姑)다.
구녀는 파선(跛仙) 이현과 많은 관련이 있으니 먼저 그의 일을 이야기해 보겠다.
이제 와서 파선 자신의 일을 말해보자. 당시 낙양(洛陽) 지방에 벼슬아치 집안이 하나 있었는데, 성은 이(李), 이름은 기(奇)였다. 부인 우(尤)씨가 외동아들을 나았는데 이현(李玄)이라 이름을 지었다. 태어날 때, 부인의 꿈에 한 도인(道人)이 품에 뛰어드는 것을 보았는데, 깨어났을 때 방 안에 온통 기이한 향기로 가득했고, 응애응애하며 아이가 이미 태어났다.
부부는 이 아들이 내력이 있음을 알고 매우 총애했다. 이현은 천성이 특이해서 벼슬을 하기 싫어했고 오직 출가하여 도를 닦으려고만 했다. 또 부모님께 항상 전생의 일을 이야기하곤 했다.
“저는 본래 노도인이었는데 평생 착하게 살았고, 나쁜 짓은 전혀 하지 않았습니다. 뜻밖에도 임종할 때, 한 여인을 구하려다 그녀의 시체를 손상시킨 일이 있었는데, 이것이 제일 가슴 아픈 일이었고, 지금까지도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제가 도를 얻은 후에는 반드시 먼저 이 여인을 찾아서 그 앞에서 참회해야만 비로소 도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런 말을 하면, 이기는 그가 헛소리를 하는 줄 알고 무조건 꾸짖기만 하고, 이런 허튼소리를 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부인은 오히려 선도(仙道)를 믿었으므로 반드시 내력이 있음을 알고 도리어 좋은 말로 위로해 주었다. 이현은 늘 마음에 두지 않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10여 년이 흘러, 갑자기 태백금성(太白金星)이 그 노군조사의 부탁을 받고 구름을 타고 이 씨 집에 내려왔다. 깜짝 놀란 이 씨 부부와 일가족이 무릎을 꿇고 향을 올리며 머리를 조아리며 맞이했다.
태백이 웃음을 머금고 위로하며 말했다.
“대부(大夫)와 부인께선 너무 큰 예의를 차리지 마세요. 빈도(貧道)는 공자(公子)와 인연이 있어 특별히 만나보러 왔으니 대부께서 공자를 데리고 나와 주셨으면 합니다.”
이기는 이 말을 듣자 이 노선(老仙)이 아들을 데려갈까 봐 마음속으로 크게 주저했다. 하지만 뜻밖에도 부인은 마음이 곧아서 급히 서당에 사람을 보내 이현을 불러오게 했다. 이현은 태백을 보자 마치 구면인 듯 고개를 숙이더니 팔배(八拜)를 올렸다. 태백은 그의 작은 작은 손을 잡고 말했다.
“헤어진 지 천 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빈도를 기억하겠는가?”
이렇게 말하면서 그의 목 주위를 세 번 두드렸다. 그러자 이현은 문득 정신을 차렸고 다시 9세(世) 이전의 일을 깨닫고 황급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했다.
“사부님, 빨리 제자를 구해 고해에서 벗어나게 해주소서.”
태백이 냉소하며 말했다.
”세상에 이렇게 쉬운 신선은 없다. 신선되기가 이렇게 쉽다면, 세상의 신선들이 모두 범인(凡人)과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이현이 듣자 문득 크게 깨달았다. 이에 한마디 말만 했다.
“사부님께서 저를 데려가신다면 제자는 온갖 재난을 무릅쓰고 기꺼이 속세를 버릴 것이며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절대 후회하지 않겠습니다.”
이기가 아들이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몹시 두려워서 막 제지하려 했다. 태백이 옷소매를 번쩍 들자 금빛이 방 안에 가득하더니 바로 앞에 있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금빛이 사라진 후 태백과 이현 모두 행방을 알 수 없었다.
이현이 어디로 갔는지는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24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