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이현이 태백금성의 한 갈래 금빛에 의해 담 밖을 나가 어느 곳에 도착해서야 비로소 몸이 땅에 닿았다. 눈을 떠보니, 어! 알고 보니 자신이 한 번도 가보지 못한 곳이었다. 태백금성은 이미 어디론가 사라졌고 자신만 혼자 시끌벅적한 거리에 남아 서 있었다.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각하니 태백이 그를 여기로 데려온 것은 반드시 의도가 있을 것이다. 당장은 돌아갈 곳이 없지만, 장래에는 반드시 갈 곳이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발길 닿는 대로 걷다 물어보니 이미 화산 북쪽[華陰 화산의 북쪽이란 뜻]이었다. 낙양(洛陽) 집까지는 수백 리나 떨어져 있었다. 이현은 선가의 묘용(妙用)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마침 어릴 때부터 화산에 존경하는 존선(尊仙) 조사(祖師)이신 이노군(李老君)이 계시고 또 그곳에 동부(洞府)가 있다고 들었다. 오늘 선인이 날 여기로 데려온 건, 분명 내가 신선을 찾아가도록 길을 알려주고 쓸데없이 여기저기 돌아다니지 말라는 뜻이다.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자신도 모르게 하늘을 향해 예를 올려 감사를 표시했다.
갑자기 온몸이 찌뿌둥하고 땀에 젖어 침침한 것을 느끼며, 마음이 매우 이상했다. 설마 이곳 날씨가 중원(中原)보다 더 덥단 말인가? 게다가 자신은 낙양을 떠났고, 집에 있을 때는 솜옷을 입지 않으면 따뜻하지 않았고, 화음(華陰)도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는데, 어떻게 날씨가 확 변했을까? 막 생각하는 차에 문득 눈앞에 한 노인이 나타나 자신을 위아래로 훑어보고는 싱글벙글 웃으며 물었다.
“젊은이, 이렇게 더운 여름날 그런 솜옷을 입다니, 몸이 어디 불편한가? 이 노인은 나이가 자네보다 몇 배나 많은데, 홑옷만 입었으니 젊은이와 비교하면 차이가 너무 나는군.”
이현은 그제야 지금이 한여름이라는 것을 알았다. 말할 것도 없이, 그 태백금선은 축지법만 뿐만 시간을 없애는 법술이 있었다. 그야말로 신선 묘도는 천지조화의 공을 빼앗을 수 있다면 찬탄을 그치지 않았다.
다시 생각해 보니, 계절의 변화는, 비록 달이 가고 계절이 바뀜에 따라 점차 추워지고 더워져서 겨울과 여름을 구분하지만, 사실은 여전히 삽시간에 불과하다. 인생에서 오래 살아야 백 년인데 백 년에 어린 시절을 회상하면, 어찌 눈 깜짝할 사이가 아니겠는가. 여기까지 깊이 생각해 보니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이 사연을 남에게 말하기가 거북하여 몇 마디 얼버무리고 급히 노인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옷이 제철에 맞지 않아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고, 더워서 견디기 어려워 더 이상 번화가를 걷지 못하고, 외지고 서늘한 곳만 골라 걸었다.
이때 마음속에서 가장 중요한 일은 행동에 지장이 없도록 빨리 여름옷을 한 벌 준비해야 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배는 고프지 않아 아예 그 황량한 곳으로 걸어갔다.
한참 걸어가니 시내는 이미 멀어졌고, 먼저 겉에 입었던 솜옷을 벗어 손에 들고, 걸으니 가볍고 힘이 덜 들었다. 해가 어둑어둑하고 저녁 안개가 사방에 일어나서 하룻밤 묵고 화산(華山)의 길을 알아보려고 했는데, 마음은 급했지만 인가가 보이지 않았다.
막 난처한 가운데, 갑자기 한 어린 목동이 소 등에 올라타 피리를 들고 앞산 수풀 깊숙한 곳을 향해 연주하면서 오는 게 보였다.
이현이 기뻐서 말했다.
“목동이 있으면 반드시 마을이 있을 것이다. 가서 소식을 좀 알아볼 수 있겠다.“
그래서 앞으로 나가서 예의 바르게 그를 “목(牧) 형”이라고 불렀다. 그 목동은 소 등에서 내리지 않고 웃음을 머금고 물었다.
“형님, 당신은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십니까? 저한테 뭐 물어보실 게 있나요?”
이현이 자기 의사를 밝히며 어디서 묵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자 목동이 생글생글 웃으며 말했다.
“보세요, 사방이 온통 산과 들인데 마을이 어디 있어요, 단지 우리 집만 산 뒤에 있어, 남을 위해서 숲을 지킬 뿐이죠. 아버지께서는 또 이 소를 키우셔서, 제가 날마다 타고 나와 여물을 먹입니다. 갈 곳이 없으면 나와 함께 가서 하룻밤 묵고 내일 아침에 출발해도 됩니다.“
이현이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목형이 그런 의기를 갖고 있는 줄 몰랐습니다.”
목동은 소에서 뛰어내려 고삐를 두 손으로 붙잡고 말했다.
“형님, 같이 가요.”
이현은 거듭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목동을 따라 산을 따라 숲을 지나 굽이굽이 걸어갔다.
도중에 목동의 성(姓)을 묻자 그가 말했다.
“성은 왕(王)이며 사람들은 모두 나를 왕소이(王小二)라고 부릅니다. 우리 아버지는 왕대관(王大官)이라 합니다. 그는 지금 늙어서 많이 나오시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멀리서 손님이 와서 투숙하면 매우 기뻐하십니다. ” 이현이 듣고는 더욱 기뻤다.
잠시 후, 이미 산 뒤에 도착했다. 작은 초가집이 개울 옆에 있고 멀리 중년 이상의 남자가 문에 기대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그러자 목동이 말했다.
“이분이 바로 우리 아버님이십니다.”
이현은 황급히 몇 걸음 급히 앞으로 걸어가서 예를 올렸고 목동이 그를 대신하여 투숙하는 이유를 설명하였다.
왕대관이 기뻐하며 말했다.
“귀한 공자님이 어렵게 이곳까지 오셨군요, 정말 귀한 손님이군요! “
목동에게 어서 소를 매어 놓고 공자의 옷을 받으라고 명령했다. 자신은 이현의 손을 잡고 초당으로 들어갔다. 아들에게 차를 달여오라고 분부했다.
왕소이는 싱글벙글 웃으며 옷을 받아 들며 말했다.
“아버님께서 당신을 공자님이라 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보세요! 옷차림이 얼마나 세련되었는지. 우리 시골 최고 부자라도 이렇게 멋지게 입을 수 있겠습니까?”
이현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그들 부자가 자신을 공자라 부르는 이유를 알았다. 이에 웃으며 말했다.
“어르신, 소제(小弟), 신경 써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옷이 마음에 드시면 제가 드리겠습니다.“
그 왕대관은 황급히 손을 흔들며 말했다.
“이러면 안 됩니다. 아무 공도 없이 그저 상을 받을 순 없습니다. 이 노인네는 여기서 수십 년 동안 화려한 것을 사용한 적이 없소. 가난한 집의 사람이 너무 편히 지내면 복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또 재앙을 초래하기 쉽습니다. 소이야, 공자님 대신 잘 받아두되, 더럽히지 말아라. 여기서 수다 떨지 말고 빨리 차를 달이고 밥을 짓거라!”
소이는 원래 기뻐했는데, 그의 아버지가 이렇게 말하자 입을 오므리고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제가 우리 노인의 성격을 알지요, 남의 것은 절대 원하지 않으세요.”
말을 마치더니 웃으며 떠났다.
이현은 그 말을 듣고는 우습기도 하고 놀랍기도 했다. 놀란 것은 산골의 노인에게 이런 견해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우스운 것은 그 소이의 천진하고 귀여움이었다. 막 생각에 잠겨 있는데 대관이 그의 행로를 물었다. 이현은 그가 진실하고 남을 속이지 않는 것을 보고 사실대로 화산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대관은 전혀 놀란 기색도 없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대단합니다. 공자님은 어린 나이에도 이렇게 큰 뜻을 품으셨으니 전생에 바탕이 없다면 어찌 여기까지 올 수 있겠습니까? 이곳 화산을 말하자면 3천여 리에 걸쳐 있고 구구(九九) 81개의 고봉(高峰)과 36개의 동부(洞府)가 있습니다. 역대로 동부마다 모두 신선이 있다고 전해져오고 있죠. 북부에서 가장 높은 관일봉(觀日峰)이 있고 남쪽에는 자하동(紫霞洞)이 있는데 이곳이 바로 전에 노군께서 연단(煉丹)하던 곳이죠. 지금도 노군께서 자주 이곳에 오시는데, 우리 산속의 나무꾼들은 종종 노 도인(道人)을 만나는데 그들과 고금의 일을 이야기하곤 한답니다.
그가 말하는 것은 늘 전조(前朝)와 후대(後代)의 이야기이고, 남들에게 묻는 것은 모두 근래의 세상 풍경이랍니다. 때로 이야기가 길어지면, 그가 가져온 배, 대추, 복숭아, 살구 같은 것을 사람들에게 나누어 줍니다. 이들이 먹으면 내려올 때 발걸음도 열 배나 가벼워지고 평생 병 없이 남들보다 장수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그분은 선인(仙人)이다’라고 전했고 또 다른 사람은 ‘그분이 신선의 조사이신 노군(老君)이시다’ 라고 합니다.
이 말은 백년 넘게 전해 내려오는데, 나중에 신선을 믿고 사모하는 사람들이 먼 길을 마다하지 않고 산을 찾아왔습니다. 어떤 이는 한 번 가서 돌아오지 않았고, 어떤 이는 갔다가 다시 왔습니다. 가서 돌아오지 않는 그 사람은 이미 노군을 만나 제도 받아 속세를 떠났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신선 수련이 그리 쉽다는 것을 믿지 않고 호랑이, 늑대나 독충에 끌려갔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모두 신빙성이 없는 말입니다. 대체 누가 진짜고 누가 거짓인지 모르겠습니다. 갔다 돌아오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모두 높은 산에 가면 통하는 길이 없습니다. 심지어 위험한 일을 당해, 도중에 겁을 먹고 돌아오기도 하는데 그건 그리 드문 일도 아닙니다.
다른 곳은 말할 것도 없고, 나 같은 노인이 이 산간벽지에 사는데 행인이 별로 없습니다. 하지만 20년 동안 신선을 찾는 두어 명의 사람들을 만났는데, 어떤 사람은 돌아왔고 어떤 사람은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이곳은 화산에 가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길이고, 산을 오르는 사람은 반드시 이곳을 거쳐 가야 하기 때문에 이런 사람들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지금 공자가 집을 버리고 멀리 나왔고, 또 신선에게 이끌려 왔으니, 분명 선(仙)과 인연이 있을 겁니다. 이번에 가면 분명 조사님을 뵐 수 있을 것입니다.
내가 어릴 때 한 이인(異人)을 만나 금환(金丸) 10알을 얻었는데, 배고픔과 추위를 막아주고 독기(毒氣)와 사수(邪祟)를 막아준다고 합니다. 내가 산에 들어와서 평생 사악한 독에 당하지 않은 것이 이 물건 덕분입니다. 나중에 사람들에게 계속 나눠주어, 거의 다 떨어지고 지금은두 알만 남았습니다. 공자가 기왕 산에 오르려 한다면 이런 위험을 방비해야 합니다. 이 두 알을 가지고 가세요!”
이현이 듣고 매우 기뻐 황급히 절을 올리며 말했다.
“이 선단(仙丹)이 기왕 그렇게 영험하다면, 소자(小子)는 한 알만 감사히 받겠습니다. 이미 몸을 지키기에 충분하니 다 가져서는 안 됩니다. 한 알은 남겨두어 어르신을 위해서나 세상을 구제하고 사람을 구하는 데 쓰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
왕대관이 이 말을 듣고는 기뻐하며 말했다.
“평소 내가 이 단을 남에게 줄 때 다른 사람들은 늘 가지고도 만족할 줄 모르는데, 마치 굶주림과 추위를 견딜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비록 작은 일이지만 자기만 알고 남을 모르며 탐욕심이 끝이 없습니다. 이런 사람에게 어디 선연(仙緣)이 있겠습니까? 오늘 공자의 고론(高論 뛰어난 이론)를 들어보니 겨우 이 몇 마디 말이지만 어진 사람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이번에 가면 반드시 성공할 겁니다. 이 늙은이가 산 아래에서 좋은 소식을 기다리겠습니다.”
말하면서 환약 한 알을 이현에게 건네주었다. 이현이 황망히 손에 받아 들고 자세히 보니 환약의 색은 황금과 같고, 붉은 윤기가 나며 겨자같이 작고 강철같이 무거우며 단정하기는 희대의 진귀한 보물 같았다. 자신도 모르게 기쁨이 넘쳐 연신 고맙다고 하며 소중히 간직했다. 소이가 차를 올리자 이현은 한 모금 마시고는 다시 산으로 가는 길을 물었다.
대관이 말했다.
“산을 오르기는 쉽지만, 신선의 길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공자처럼 인연이 있는 사람은 출로가 있을 테니 그리 걱정할 필요 없습니다.”
이현이 다시 절을 올리며 가르침을 받았다.
대관이 웃으며 말하였다.
“공자께서 이렇게 겸손하시다니! 이 산골 범부에게 무슨 좋은 점이 있어 감히 공자의 감사를 받겠습니까?”
이현이 정색하며 말했다.
“사람에게 문화가 있든 없든 밝은 이치를 숭상합니다. 어르신의 말씀은 구구절절이 과율(科律)입니다. 소자가 폐부에 깊이 새겨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 어찌 고맙다는 한마디로 끝낼 수 있겠습니까!”
대관도 기뻐했다.
이현은 그 집에서 하룻밤을 묵었다. 다음 날 아침부터 일어나 대관에게 부탁하여 옷을 돈으로 바꾸고 겹옷 한 벌과 건량(乾糧)을 준비했다. 모든 것을 준비하고 나니 이미 저녁이 되었다. 이현이 막 떠나려 하자 대관 부자가 간곡히 만류해 하룻밤을 더 묵고 내일 아침에 산에 오르는 것이 낫다고 했다.
이현이 웃으며 말했다.
“진선(真仙)께서 산에 계시니 마땅히 가서 알현해야 합니다. 산행은 하루 이틀에 끝나지 않으니, 언젠가 노숙할 날이 있을 겁니다. 오늘 하룻밤을 다투는 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
대관은 그의 의지가 굳은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었다. 소이에게 직접 입산 경로를 알려주라고 했다.
이현은 구도의 마음이 굳세어 예정대로 나아갔다. 처음에는 그래도 평탄했지만 점차 높고 가팔라졌다. 매일 날이 밝으면 걷고 어두워지면 쉬었다. 어쩌다 동굴을 만나면 하룻밤을 묵었고 배가 고프면 건량을 먹고 목이 마르면 계곡 물을 마셨다. 또 산정(山精)과 야수(野獸)를 만나기도 했으나 모두 미리 알고 피할 수 있었다.
또 아무리 높은 산봉우리나 가파른 절벽을 만나도 결국 그는 등반해 올라갔다. 여정은 하루에 그치지 않았다. 이때 산속 깊이 들어갈수록 올라가기는 더 험준했다. 산 아래를 돌아봐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높은 봉우리를 올려다보면 구름 속에 들어있어 어느 곳인지 막연했다. 준비한 건량도 며칠 분량밖에 남지 않았다. 이현은 개의치 않았고 여전히 용맹하게 전진했고 전혀 겁을 먹지 않았다.
어느 날 날은 저물고 첩첩 산봉우리가 뒤엉킨 곳에 이르러 길을 잃은 이현은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막 당황하고 있을 때 갑자기 악취가 코를 찔러 토할 것만 같았다. 바람이 불어오는 곳에서 문득 숲 뒤에서 한 도인(道人)이 나타났다. 흰 수염에 흰 머리, 신태(神態)가 숙연했다.
이현이 깜짝 놀라서 혼잣말을 했다.
“지금까지 오는 길에 보니 여러 날 한 사람도 만나지 못했는데 어디에 이런 도장(道長)이 있을 수 있을까? 전에 대관께서 말하길 ‘노군(老君) 조사(祖師)는 늘 범인(凡人)으로 변신해 나무꾼들과 말한다.’고 했는데 오늘 이 사람을 보니 신선의 기개가 드높구나. 하물며 이 깊은 산속에 평범한 사람이 어찌 이곳까지 올 수 있겠는가, 틀림없이 신선일 것이다.”
서둘러 옷차림을 단정히 하고, 앞으로 나아가서, 그 도인을 향해 허리를 땅에 닿도록 굽혀 절을 올리고, 눈물을 머금고 아뢰었다.
“제자 이현은 낙양 집에서 선사(仙師)를 뵙기 위해 남쪽에서 북쪽으로 산을 올라와 사부님을 구하고자 했습니다. 오는 길에 풍진을 두려워하지 않았고, 고생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오늘 운 좋게 선사를 만났으니 제자의 경건한 마음이 헛되지 않았습니다. 바라옵건데 선사께서 큰 자비를 베푸시어 제자로 거둬주시고 도를 깨닫고 정과를 얻어 하루빨리 먼지 그물(塵網 속세)을 벗어나게 하옵소서, 제자는 황송함을 금할 수 없사옵니다!”
그 도장이 이 말을 듣고 또 그가 이렇게 간절히 비는 것을 보고는 저도 모르게 허허 웃으며 말했다.
“네가 이현이란 말이냐? 내가 여기서 너를 기다린 지 오래 되었느니라! 네가 이렇게 진실한 마음을 지니고 험한 길도 꺼리지 않고 찾아온 것을 보니 법(法)과 큰 인연이 있는 사람임을 알 수 있구나. 내 너를 제자로 거두고 금단대도(金丹大道)를 전할 것이다.”
이현이 이 말을 듣고 기쁨을 감추지 못하며 황급히 머리를 몇 번 조아리고 나서 몸을 일으켰다.
도인이 분부했다:
“너는 지금 나와 동부(洞府)로 가자. 내 친히 수지법(修持法)을 가르쳐주겠다.”
이현은 황급히 몇 번이나 “네, 네”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공손히 도인을 따라갔고, 산등성이를 돌고 또 한층 산언덕을 지나자 비로소 우거진 숲이 길을 가리고 있었다. 도인은 그곳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숲을 지나면 앞에 평탄한 마당이 있고 그 아래 3칸 동부(洞府)가 있으니 바로 내가 진(真)을 닦는 곳이니라.”
이현이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과연 숲이 끝나는 곳에 광장이 있었다. 도인이 몇 걸음 나아가 숲을 빠져나와 광장을 지나 산비탈을 꺾자 또 하나의 멋진 광경이 펼쳐졌다. 소나무와 대나무 가지가 어우러지고 기이한 꽃들이 만발해 온통 향긋한 향기가 사람을 취하게 했다.
그 도인은 이현을 동부로 데리고 들어가더니 자신이 중간에 앉았다. 이현이 들어가서 또 팔배(八拜)를 올렸다. 그런데 도인이 고함을 질렀다.
“작은 요괴들아! 어디 있느냐?”
곧 머리카락을 풀어 헤친 사람인 듯 사람이 아닌 것 같은 것들이 우루루 나타났다. 크고 작은 것 칠팔십 마리가 일제히 동굴에 들어와 절을 올렸다.
이현이 보고는 깜짝 놀랐다.
도인은 그저 활짝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네가 기왕 도를 닦으려면 반드시 하늘에 오르길 구할 것이다. 보아하니 네가 비록 인연은 있지만 아직 범체(凡體 범부의 몸)을 벗지 못한 것 같으니, 이렇게 더럽고 탁한 몸으로는 하늘에 올라 천제(天帝)를 뵐 수도 없고, 또 구름을 타고 안개를 헤치기고 아주 어려울 것이다.”
이현이 울며 절을 올리며 말했다.
“제자 스스로 본래 근기가 천박함을 알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추위와 배고픔을 참고 사존을 섬기며 환골탈태하여 초범입성(超凡入聖 범부를 벗어나 성인이 되는 것)을 바랍니다. 다행히 스승님께서 불쌍히 여겨 구해 주셨으니 제자의 경건함이 헛되지 않게 하셨습니다. 사존께서 미혹의 길을 알려주신다면 더 이상 행운이 없겠습니다.”
도인이 웃으며 말했다.
“환골탈태라 말하기는 쉽지만, 만약에 쓸만한 선인(仙人)을 만나지 못하면 네게 천만 년을 가르쳐 주어도 여전히 이현일 것이다. 지금 운 좋게 빈도(貧道)를 만났으니, 어쨌든 네 복이라 할 수 있다. 내게 아주 교묘하고 쉬운 법문(法門)이 하나 있어 단지 반나절만 노력하면 네 범태육골(凡胎肉骨)을 깨끗하게 바꿀 수 있는데 네가 할 의향이 있느냐?”
이현이 이런 말을 듣고는 뜻밖이었고 또 놀라고 기뻐서 급히 절을 하며 도를 구했다.
“제자는 이것 때문에 온 것이니 도를 구해 도를 얻음은 큰 행운인데, 어찌 원하지 않겠습니까!”
그 도인이 또 말했다.
“그럼 이렇게 하는 게 좋겠다. 요괴들아! 빨리 솥을 준비하거라, 새로 온 이 사형(師兄)을 깨끗이 씻어 솥에 넣고 찌거라. 파와 마늘 등 향료를 넣고, 빈도가 그를 잡아먹어 배 속에 넣고 나중에 대변을 보면 그게 그의 혼령(魂靈)이니 다시 수련하면 곧 대도(大道)를 이룰 것이다.”
작은 요괴들이 이 말을 듣고 곧장 이현을 끌고 왔다. 그러자 이현은 죽다 살아날 정도로 깜짝 놀라 급히 물었다.
“사존, 이건 무슨 뜻입니까?”
도인이 소리쳤다.
“네가 환골탈태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어찌 환골탈태할 수 있겠느냐?”
이현은 또 해명하려 했지만 작은 요괴들이 어찌 그가 말하는 것을 허용하겠는가! 벌써 몰려가서, 그를 동부에서 끌어내 돼지를 메듯 동굴 뒤쪽으로 옮겼다. 그곳에는 커다란 부엌이 있었는데, 그 위에 수많은 사람 다리, 사람 머리, 짐승의 꼬리 및 몸통이 달려 있었다. 또 다른 큰 아궁이가 있는데, 작은 요괴들은 이현의 온몸을 깨끗이 벗겨서 하나는 물을 길어오고, 다른 하나는 불을 피우고, 몇 명은 이현을 지켜보며 그가 도망가지 못하게 막았다.
이현은 이제야 자신이 속은 것을 후회하며 속으로 생각했다.
‘선인(仙人)의 동부가 얼마나 청고(淸高)한 곳인데, 어찌 이도 저도 아닌 괴물이 이리 많을 수 있겠는가! 또 저 도인의 말투나 행동도 저속하고 비루하니 어찌 도를 얻은 전진(全真)일 수 있겠는가.’
다시 이 도인을 만나기 전을 생각해 보니 분명 이상한 냄새를 맡았는데 대부분 이 도인에게서 나온 것이다! 자신이 너무 부주의해서, 그를 선사(仙師)로 오인해 그물 속에 뛰어들었으니, 정말이지 죽음을 자초한 것이다. 한 가닥 성심(誠心)이 가련하구나! 몇 번이나 위험을 겪었지만, 끝내 요괴들의 먹이가 되었구나. 생각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상심의 눈물을 흘렸다. 그 작은 요괴들은 그가 우는 것을 보더니 오히려 그를 에워싸고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이현은 상심(傷心)이 극에 달하자 문득 일념(一念)이 변했다. 자고로 수도(修道)하는 사람이 처음 스승을 섬기면 반드시 몇 차례 시험과 관찰을 거쳐 그 사람이 정말로 신선을 닦을 수 있는지 검증했다. 지금 이미 이 화산에 왔으니 선사께서 보고 계실 것이며 선경(仙境)이 멀지 않을 텐데 어찌 이런 요괴가 감히 모습을 드러내며 함부로 장난칠 수 있겠는가? 어떤 신선 스승님께서 이런 기관(機關)을 설치해, 거기서 내 배짱과 도를 향한 의지력을 시험하시는 것이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이런 작은 위험 때문에 너무 나약하게 그런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게다가 일이 이미 이렇게 되었으니, 정말 불행하다 해도, 내 눈물로 이런 요마귀괴(妖魔鬼怪)의 악독한 마음을 어찌 되돌릴 수 있겠는가? 여기까지 생각하자 이를 악물고 눈을 감고 미소를 지으며 솥에 들어가길 기다렸다.
잠시 후, 작은 요괴들이 소리쳤다.
“물이 끓으니, 빨리 이 물건을 솥에 넣자!”
그러자 7~8마리 작은 요괴들이 “와와” 소리치며 이현을 다시 멨다. 이현은 이때 이미 목숨을 걸고 자신의 성의(誠意)를 보여 주려 했다. 조금도 두렵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빨리 솥에 들어가 속세를 벗어나길 원했다. 만일 선권(仙眷 신선 권속)이 있다면 반드시 묵묵히 이 몸이 사람으로 전세(轉世)하도록 돕는다면 필경 수도가 수월해질 것이다. 당장은 위험하다고 여기겠지만 다음 세에 수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는 할 수 없다. 이에 얼굴에 미소를 띠고 그들이 메고 들게 놔두었다.
끓는 솥 옆에 도착했으나 요괴들의 키가 너무 작아서 이현을 힘껏 들어 올려도 겨우 솥 높이와 비슷할 뿐 스스로 내려놓을 수 없었다.
이현이 웃으며 말했다.
“이 어리석은 것들아, 요만한 방법도 생각하지 못한단 말이냐? 너희에게 잡아먹힌 수많은 사람 고기와 짐승 몸을 헛되이 한 게 아니냐?”
그러자 요괴들이 듣고는 모두 매우 의아해하며 말했다.
“참 괴상하군, 이 사람이 방금 전까지 그렇게 겁을 먹더니, 지금은 또 이런 헛소리를 하네. 순식간에 이렇게 대담해진 것은 정말 보기 드문 일이야.”
한 작은 요괴가 말했다.
“선생은 우리 대왕님의 입을 피할 수는 없습니다. 기왕 당신이 이런 말을 했으니 분명 우리의 힘을 아낄 수 있는 다른 고명(高明)한 방법이 있을 겁니다. 좀 도와주신다면 저희들이 난처하지 않을 겁니다! 선생도 이곳에 머물며 많이 놀라지 않으시고 일찍 하늘로 돌아가시니 일거양득이 아닙니까?”
이현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조무라기 귀신들의 장난이 심하구나. 좋다, 어쨌든 나는 정말 빨리 하늘로 돌아가고 싶으니 너희들 힘을 좀 아껴주마!”
그러면서 여러 요괴들에게 몸을 돌려 말했다.
“너희들이 나를 풀어주면 내가 직접 솥 가장자리에 기어올라가 솥으로 뛰어내리마!”
요괴들은 그가 빠져나오지 못할 거라 생각해 하나같이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이 선생이 똑똑하고 용감하지만 또 이렇게 예쁜 줄 몰랐네.“
이현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빼더니 솥으로 뛰어올라 아래로 뛰어내렸다.
“풍덩” 소리와 함께 끓는 물이 사방으로 튀었다. 이현의 성명(性命)이 어찌될 지는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2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