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태상노군 조사는 하늘의 정(精)이자 땅의 백(魄)이며, 뭇산들의 조상(祖)이며, 세속에서는 노자(老子)라 부른다. 혼돈(混沌)이 처음 열렸을 때, 불괴(不壞)의 몸을 수련 성취하셨고, 공행(功行)을 완전히 채워 인연 있는 사람을 구도해야 했기에 대대로 인간 세상에 강림하셨다. 하상(夏商) 교체 시기에 표묘(縹緲)와 화룡(火龍) 두 대제자(大弟子)를 파견해 바다 용왕 사건을 잘 처리하게 하신 후, 선기(仙氣)를 나누어 현묘옥녀(玄妙玉女)의 태에 기탁해 초(楚)나라 고현(苦縣) 라향(賴鄉) 곡인리(曲仁裏)에 강림하셨는데 모친의 왼쪽 겨드랑이로 나왔다. 큰 오얏나무 숲에서 태어났는데 나면서부터 흰머리였고 얼굴에 미미한 황백색을 띠었으며, 이마에 높이 솟은 무늬가 있으며 나면서부터 말을 할 수 있었다.
손으로 오얏나무 숲을 가리키며 옥녀에게 말했다.
“어머니, 제가 이곳에서 태어났으니 마땅히 이것으로 제 성을 삼겠습니다.”
옥녀는 기꺼이 승낙했다. 또 그의 이름을 ‘이(耳)’라고 짓고, 자(字)가 백양(伯陽)이라 했는데 또는 이름이 노담(老聃)이라 했다. 노군은 신령하고 어둡지 않아 도행(道行)이 더욱 깊었고, 늘 남을 위해 요괴를 물리치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을 구했다.
주(周)나라 초에 이르러 벼슬을 하여 수주사(守柱史)가 되었다. 무왕(武王)이 천하를 통일하자 주하사(柱下史)가 되었다. 성왕(成王) 때는 여전히 원래 관직에 있었고 서쪽으로 천축(天竺) 등을 유람했다. 강왕(康王) 때 다시 주나라로 돌아왔다. 강왕 말기에 이르자 문득 가족들에게 말했다.
“나는 반고(盤古) 이전 혼돈(混沌)이 시작할 때 하늘의 정과 땅의 백이 합해 사람이 되었고, 이후 여러 차례 세상에 강림했으니 오로지 세인을 제도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100년 동안 상(商)의 주(紂)가 실정하여 주나라 왕실이 대신 흥하고 신선들도 다 겁난(劫難)을 당해 나도 산림에 은거하여 인간의 일에 간여하지 않았다. 지금 이미 세상이 있은 지 약 500년이 되었는데, 서방에 내가 제도하길 기다리는 이가 있다. 내 마땅히 관(關)을 한번 나가서 이 사람을 제도하고 곧바로 하늘로 갈 것이다.”
말을 마치더니 눈을 감고 묵묵히 앉았다. 가족들이 다가가 만져보니 이미 숨이 끊어지고, 몸이 차가워 그를 매장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노자는 죽은 게 아니었다. 가족들이 노자를 안장하던 날이 마침 노자가 소를 타고 관문을 나갈 때였다. 노자가 함곡관(函谷關)에 도착했을 때, 한 관리가 십여 명의 수종을 이끌고 엎드려 알현하며 스스로 관의 책임자인 윤희(尹喜)라 칭하며 성인의 수레를 공손히 영접했다.
노자가 소에서 내려와 웃으며 물었다.
“대부께선 무슨 일로 이렇게 공경하십니까?”
윤희가 대답했다.
“오래 전부터 스승님께선 하늘이 낸 성인(聖人)이라 들어왔사옵니다. 저 윤희가 큰 재주는 없으나 점술을 좀 압니다. 근래 천기(天氣)를 점쳐 보고 오늘 스승님께서 이맘 때 관문을 통과하실 것을 알고 특별히 마중 나왔습니다. 바라옵건대 스승님께서 잠시 수레를 멈추시고 저를 제자로 거둬주신다면 기쁘기 그지 없겠습니다.”
노자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참으로 인연 있는 사람이로다. 일어나라, 내 너와 함께 가서 네게 장생의 비결과 수도(修道)의 문(門)을 가르쳐 주겠다.”
윤희가 크게 기뻐하며 노자를 공손히 관 안으로 맞이했다. 대청으로 들어와 좌정하게 하고 다시 절을 올렸다.
노자가 탄식하며 말했다.
“내가 인간 세상에서 오백 년을 살면서 도를 향한 마음이 너처럼 진실한 자는 본 적이 없노라. 지금 네게 대도를 전수할 터이니 스스로 잘 수지(修持)하면 앞날이 무량할 것이다!”
이에 《도덕경》 오천언(五千言)을 소매에서 꺼내 윤희에게 주며 분부했다.
“단을 수련하고 기를 연마하는 것은 저절로 법문이 있나니 근본의 학문에 이르면 여전히 또한 심성(心性)을 밝게 보고 욕망을 끊고 인연을 단절해야 하느니라. 이것이 신선이 입명(立命)하는 근원으로 이 경에 다 갖춰져 있으니 너는 가벼이 여겨서 허물을 초래하지 말거라.”
윤희는 아홉 번 머리를 조아리며 명을 받았다.
노자가 또 말했다.
“나는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없다. 곧 곤륜산에 올라가 동부(洞府)를 시찰할 것이다.”
윤희가 울면서 말했다.
“이제야 비로소 자비로운 용안을 뵈었는데 어찌 보내드릴 수 있겠습니까?”
노자가 말했다.
“수도인(修道人)은 모름지기 정(情)을 끊어야 한다. 네가 수진(修眞)할 수 있으면 즉 내 곁에 있는 것과 같으니, 하필 수시로 만날 필요가 있겠느냐!”
윤희가 또 말했다.
“원컨대 집을 버리고 따를 것이며 끊는 물에 뛰어들고 불을 밟는 것도 모두 피하지 않겠습니다.”
노자가 말했다.
“내가 천지의 표면에서 노니는 것은 평범한 사람처럼 일정한 장소가 없노라. 아득한 곳에 깃드니 범인이 거처하며 쉬는 것과는 다르다. 사유(四維)를 넘나들며 팔극(八極)을 왕래하니 아득하고 망망해서 끝이 없고 한도 없노라. 너는 도를 얻은 기간이 짧아 아직 신과 통할 수 없는데 어찌 피와 살로 된 몸뚱이로 옆을 따를 수 있겠느냐?”
윤희가 또 물었다.
“이번에 떠나시면 언제 다시 뵐 수 있을런지요?”
노자가 말했다.
“나는 일단 곤륜(崑崙)에 한번 갔다가 다시 해상(海上)으로 갈 것이다. 아직 한 단락 속세와 인연이 있으니 반드시 서역(西域)에 한번 가야 한다. 촉중(蜀中)에 청양사(青羊肆)란 곳이 있는데, 예전에 내가 그곳에 갔을 때, 그 점포 주인이 인덕(仁德)이 있지만 자식이 없는 것을 보고, 마음속으로 잠시 차마 지나칠 수 없어서 농담처럼 앞으로 500가지 공행(功行)을 쌓으면 아들을 주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다. 지금 사주(肆主) 부부는 둘 다 120여 세가 되었고, 신명(神明)이 시들지 않았고 480여 가지 공을 쌓았으니 내가 직접 가서 아들로 태어나겠다. 대략 20년 후에 이 노부부는 아이를 낳을 것이다. 그 뒤 5년 정도 지나 네가 직접 촉중으로 나를 찾아오너라.”
말을 마치고 바깥쪽으로 가리키자 구름 한 송이가 천천히 내려와서 노자의 발아래 멈췄다. 노자가 그 위에 오르자 청우(靑牛)도 구름 끝에 올라섰다.
노자가 얼굴에서 다섯 가지 빛을 내더니 온몸에 금광(金光)이 환히 빛나 시방세계를 밝히며 서서히 공중으로 떠올랐다. 오색의 상화로운 빛이 촛불처럼 두루 비추었다. 윤희는 머리를 조아리며 배웅하고, 보이지 않을 때까지 배웅한 후에야 눈물을 흘리며 일어났다. 이때부터 《도덕경》을 경건하게 외우고 그 취지를 깨달았다. 아울러 나라를 다스리는 도에 통달해 백성과 청정하게 개입하지 않아 사람들이 선악을 모르고 흥망을 돌보지 않게 하니 자연히 무위(無爲)로 지극한 다스림에 이르니 수 년만에 그 효과가 아주 컸다.
이에 자신이 보고 들은 것을 엮어 《서승기(西升記)》 삼십육 장을 만들었다. 또 3년 만에 금단(金丹)을 수련했다. 또 《관윤자(關尹子)》라는 책을 엮었다. 책이 이뤄지고 금단도 성공하자 마침 25년이 되었다.
윤희는 노자의 분부를 명심하고 벼슬을 버리고 친히 서촉(西蜀)으로 가서 청양사를 찾았으나 아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연이어 며칠 동안이나 소식이 없었다. 윤희는 노자가 절대 농담하지 않은 것을 알기에 인내심을 갖고 기다렸다.
어느 날 교외를 한가히 거니는데 문득 어린 동자가 청양(青羊) 한 마리를 끌고 오는 것을 보았다.
윤희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선사(仙師)께서 전하신 것은 매번 현묘한 계책을 담고 있었다. 이왕 청양이 있으니, 반드시 조짐을 얻을 것이다.”
이에 즉시 나아가 예를 갖추며 물었다.
”동자께 묻겠습니다. 이 양은 어디서 났습니까? 또 대려가서 어떤 용도에 쓰려고 합니까?”
동자가 웃으며 말했다.
“말하자면 좀 우습네요. 우리 주인 할머니가 120살이 넘어 아들을 낳았는데, 이제 겨우 다섯 살입니다, 이 청양을 가장 사랑하는데, 며칠 전 양이 갑자기 보이지 않아 공자가 아주 기분이 나빴습니다. 그래서 주인 어르신께서 사람을 사방에 보내 찾게 하셨는데 지금에야 집으로 데려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공자님 걱정을 덜 수 있게 되었죠.”
윤희가 들어보니 노자가 작별할 때 한 당부와 하나하나 들어맞자 자신도 모르게 크게 기뻐하며 급히 말했다.
“어린 형제 번거롭겠지만 공자님께 옛친구인 윤희가 뵙고 싶다고 말씀 좀 전해줄 수 있겠니?”
동자가 듣더니 윤희를 한 번 훑어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우리 집 공자님은 올해 겨우 다섯 살인데, 어떻게 당신처럼 이런 옛날 친구가 있을 수 있겠어요!”
윤희가 웃으며 말했다.
“어찌 옛친구이기만 하겠는가, 그야말로 스승과 학생 사이란다.”
동자가 또 웃으며 말했다.
“공자님은 아직 학교에 다닌 적이 없고 당신 같은 선생님이 스스로 찾아오는 것도 보지 못했습니다!”
윤희가 웃으며 말해다.
“그렇지 않다. 너희 집 공자님이 내 사부님이시고 내가 바로 너희 공자님의 문생(門生)이란다. 못 믿겠다면 공자님께 가서 ‘윤희가 뵙기를 청합니다(尹喜求見)’라고 말해보게. 그분이 어떻게 말씀하는지. 다시 나를 보러 올 거야.”
동자는 반신반의하면서 윤희를 데리고 집으로 갔고 청양을 공자에게 주었다. 공자는 아주 기뻐했다. 동자가 “또 윤희라는 이를 만났는데 자칭 공자님의 학생이라며 뵙기를 청했습니다. 어찌 우습지 않겠습니까?” 이 말 한마디에 가족들이 모두 웃었다.
하지만 이 말을 듣자마자 공자는 즉시 옷을 단정히 하고는 일어나서 사람들에게 말했다.
“맞다, 바로 이 사람이다. 내가 볼 수 있게 빨리 그를 불러오너라.”
집안 사람들이 이 광경을 보고는 매우 의아해 했다. 공자는 연거푸 그 동자에게 빨리 가라고 재촉했다! 동자는 할 수 없이 나와 윤희에게 말을 건넸다.
“공자님께서 들어오라고 하시네요! 그분 성격이 좀 괴상하니 건드리지 마세요. 우리까지 연루되어 화를 당할지 모릅니다!”
윤희가 웃으며 말했다.
“잘 알겠습니다.”
한 걸음 걸을 때마다 절을 하면서 안마당으로 들어갔다.
공자가 윤희를 보자마자 즉시 발밑에서 연꽃이 나타나고 오색구름이 몸을 감싸고 길이 십장의 금신(金身)으로 변했는데 태양처럼 빛이 났고 좋은 향기가 사방에 퍼져 집안 식구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윤희가 이를 보고 이미 아래에 엎드리며 말했다.
“제자가 사존을 뵙습니다!”
그 공자는 온화한 얼굴로 일어나라 말하고는 부모님과 식구들이 놀란 모습을 돌아보고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노군(老君)이다. 태미(太微)가 집이고 진일(真一)이 몸이며 50년 전에 일찍이 강생(降生)한 적이 있다. 이번에는 특별히 오랜 인연 때문에 이곳에 왔다. 지금 속세의 인연이 이미 끝났으니, 부모 자매와 일가친척들은 모두 나를 따라 승천해 만겁(萬劫)에도 불괴(不壞)할 것이다!”
가족들이 이 말을 듣고는 계단 아래 둘러 서서 절을 올렸다. 노자는 윤희에게 부모님을 부축해 일으키라 명하고 앉아서 여러 사람들의 예를 모두 받은 후에야 비로소 윤희에게 말했다.
“지난번에 네가 나를 따라 운유(雲遊)하고자 했으나, 나는 너의 몸수련[修身]이 아직 단단해지지 않았고, 속세 인연을 끝내지 못했다. 또한 처음 경결(經訣)을 받았으니 아직 공을 이루지 못했기에 급히 따라간다면, 피와 살로 된 몸이 감당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네 신심(身心)이 나누어 네 학업(學業)을 그르칠까 두려웠었다. 지금 네가 기를 연마하고 형(形)을 보존한 것을 보니, 이미 진묘(真妙)를 만들었고, 얼굴에 신광(神光)이 있고, 마음에 자락(紫絡)을 맺었으며, 금명(金名)이 현도(玄圖)에 올랐고 옥찰(玉劄)을 자방(紫房)에 매었으니, 기는 태미(太微)에 참여하고 형체를 풀어 합진(合真)했으니 네가 근면히 수도하고 고심하게 마음을 썼음을 충분히 입증하는구나. 또 나의 《도덕경》과 네가 만든 두 책이 인간 세상에 전해질 것이 이 또한 공로가 있구나. 오늘 여기서 만났으니 마땅히 옥제(玉帝)께 칙령을 청해 너의 호칭과 천직(天職)을 봉하게 할 것이다.”
윤희가 머리를 조아리며 절을 올렸다. 노자가 명령을 내려 옆에 서게 했다. 그리고 구결로 삼계의 뭇 진(衆真), 제천제군(諸天帝君), 시방의 신왕(神王), 그리고 각 동(洞)과 각 산(山)의 신선과 산선(散仙)들을 뜰에 모이게했다. 잠깐 사이에 여러 신선들이 구름이나 신수(神獸)를 몰고 속속 도착해 각자 향과 꽃을 들고 고개를 조아리며 참배했다. 잠시 향 연기가 피어오르고 꽃비가 분분히 날리는 것이 마치 제천(諸天)이 성대한 모임을 연 것 같았다.
노자는 연좌(蓮座)에 앉아 오로상제(五老上帝)와 사극감진(四極監真)에게 칙령을 내려 윤희에게 옥책금문(玉冊金文)을 수여하고 호를 문시선생(文始先生)이라 했으며 지위는 무상진인(無上真人)으로, 24천(天) 위에서 팔만 진선(真仙)을 통솔하게 했으며 허공에 날아 올라 용 수레를 몰게 했다.
윤희가 성지를 받들어 무릎을 꿇고 명을 받았다. 노자가 온화하게 작별하니 뭇 선(諸仙)들이 속속 흩어졌다. 노자는 윤희와 온 가족을 거느리고, 백일비승(白日飛昇) 모두 신선의 몸[仙體]을 이뤘다. 노자는 윤희를 데리고 곤륜산 팔경궁으로 돌아갔다. 노자가 문시선생을 도제(徒弟)로 거둔 후 마치 사람 몸에 팔이 하나 추가된 것처럼 선계(仙界)와 범계(凡界)의 모든 사무를 대리하게 했다.
어느 날 궁중(宮中)에서 문시와 바둑을 두다가 문득 멈추더니 생각에 잠겼다. 문시가 그 까닭을 물었다.
노자가 웃으며 말했다.
“너는 내가 타던 소가 지금 어디 갔는지 아느냐!“
문시가 웃으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요 며칠 동안 보지 못했습니다.”
노자가 탄식하며 말했다.
“겁수(劫數)에 관련된 것은 신선의 힘으로도 만회할 수 없다. 이 얼축(孼畜 못된 짐승)이 범계에 내려간 지 며칠이 지났으니 세간에서는 이미 몇 년이다. 지금 화산(華山)에서 짐승과 사람을 잡아먹으며 무수하게 해쳤다. 머지않아 또 우리 도(道)중의 사람이 이 액운을 당할 것이다. 이 사람은 장차 우리 문하(門下)에서 큰 성취를 거둘 것이며 너와 막상막하일 것이다. 네가 내일 오시에 내려가 이 사람을 구해 그를 궁으로 데려오너라.“
문시가 물었다.
“그 사람의 성명이 어떻게 되는지요?”
“그 사람의 성은 이(李), 이름은 현(玄)이며 원래 천관(天官) 사향리(司香吏 향을 담당하는 관리)였다. 죄를 지어 범계에 떨어져 10세가 되었는데 이제 기한이 다 찼다. 다행히 성령(性靈)이 어둡지 않아 태백성이 그를 데리다 출가시키고 직접 화산에 데려가 위험한 고생을 겪게 했다. 네가 그곳에 가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문시가 명을 받들고 막 가려고 하는데 노자가 분부했다.
“소 모는 동자를 데려가거라. 네게 도움이 될 것이다. 소를 잡으면 동자에게 먼저 타고 돌아오게 하거라.”
문시(文始)는 이에 소를 돌보는 동자를 소리쳐 불렀다. 알고 보니 촉중에서 청양을 찾던 아이였는데, 지금은 노자를 대신해서 이 가축을 관리하고 있었다. 노자는 동자를 보자마자 꾸짖으며 말했다.
“네가 맡은 일이 무엇이냐? 어떻게 부주의했기에 그것이 아래로 도망가 사람과 가축을 해치게 했단 말이냐! 지금 또 마땅히 도(道)를 성취할 사람이 그것에게 해를 입었다. 만약 그것에게 당한다면, 네 죄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
이 말에 동자는 한마디 변명도 못하고 땅에 엎드려 죄를 청했다. 문시가 그를 대신해서 사정하자, 노자가 비로소 명을 내렸다.
“일어나거라, 진인(真人)을 따라 범계(凡界)로 내려가서 이 얼축을 거두고 공으로 죄를 씻어라!”
동자가 또 문시에게 감사를 표시했고, 이제야 문시를 따라 구름을 몰고 화산에 내려왔다.
문시가 눈을 들어 바라보니 서남쪽의 옅은 안개가 자욱한 가운데 한 줄기 붉은 먼지가 하늘을 뚫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동자에게 말했다.
“나를 따라 요괴를 물리치러 가자, 너는 조심해야지 절대 대충해서는 안 된다!”
동자는 연달아 승낙했다. 다시 구름을 몰아 이현이 수난을 당한 동부(洞府)에 이르러서야 착륙하려 하였는데, 문시가 먼저 혜안으로 보니 이미 여러 꼬마 요괴들이 이현을 포위해 솥 가장자리로 올리는 것을 보았다. 이현이 솥을 향해 몸을 날리자 문시가 급히 손을 휘둘러 북해(北海)에서 큰 얼음을 옮겨와 솥에 밀어 넣자 이현의 몸보다 먼저 솥에 떨어졌다. 끓는 물에 얼음이 녹자 물이 차가워졌고 이현이 솥에 빠졌을 때는 마침 미지근해서 목욕하기에 딱 좋았다. 이현은 좀 이상하긴 했지만 여전히 선인이 정말로 자신을 시험하는 것이라 믿었다. 기왕지사 이렇게 되었으니 기뻐서 솥 안에서 즐기다 서서히 다시 나오려 했다.
이쪽에서 문시는 동자를 데리고 동굴 앞에 내려와 동굴로 들어갔다. 그 도인은 마침 이현을 삶아 술안주로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문시와 동자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놀라 황급히 피하려고 했다. 문시는 이미 소매 속에서 노자의 소몰이 채찍을 꺼내 그의 몸을 때리면서 말했다.
“얼축아! 빨리 본 모습을 드러내지 않느냐!”
그 도인은 그 자리에서 한번 굴렀으며 곧 청우(靑牛)로 변해 있었다. 하지만 두 뿔을 곧게 세우고 문시를 건드리려 했다. 문시가 손으로 한번 가리키자 마치 태산이 짓누르는 것 같이 그 소는 숨도 쉬지 못하고 털끝만큼도 움직일 생각을 하지도 못한 채 그저 땅바닥에 엎드려 눈물을 흘렸다.
문시가 웃으며 말했다.
“이 얼축이 감히 이렇게 대담할 줄이야, 네 주인님이 너 때문에 화를 내실만 하구나! 동자가 아직 끌고 가지 않았는데 그것의 몸이 어찌 이렇게 큰 압력을 견뎌낼 수 있겠는가? 만약 한번 눌러서 그것을 다치게 했다면, 돌아가서 사부님을 뵐 면목이 없었을 것이다!”
동자는 이 때문에 꾸중을 듣자 그것을 몹시 미워하며 앞으로 나아가 그를 몇 차례 힘껏 걷어차며 꾸짖었다.
“이 죽고 사는 것도 모르는 짐승아, 네가 여기에 편안히 지내면서 나를 해쳐 하마터면 나도 형벌을 받을 뻔 했다.”
문시가 웃으며 권했다.
“그만 됐다, 그것이 이번에 충분히 진압되었으니, 용서하거라!”
동자가 그것의 코를 꿰어 고삐를 손에 쥐었다.
한마디 외치자 문시도 법(法)을 거뒀고 그를 동굴 밖으로 끌어내어 구름을 타고 먼저 갔다. 문시는 검을 짚고 동굴 앞뒤를 뒤져 모든 요괴들을 쫓아냈고 또 큰 주방에 가서 물과 불을 관리하는 작은 요괴들을 쫓아냈다. 그리고 나서야 이현을 구출했다.
이현이 솥에서 나와 문시의 도용(道容 진정한 도인의 얼굴)과 상서로운 기운을 보자 흡사 천상의 금선(金仙) 같았고 방금 본 요괴와 매우 달랐다. 그래서 자신을 깨우쳐 주러 오신 진선(真仙)임을 알고 자신도 모르게 땅에 엎드려 연신 머리를 조아렸다.
문시가 웃으며 말했다.
“그대는 나의 사제이니 이런 큰절을 할 필요는 없네. 빨리 앞에 가서 옷을 입고 나와 함께 곤륜으로 올라가세!”
이현은 그 말에 따라 사람을 죽이던 부엌에서 나와 옷을 얻어 입고, 다시 와서 고개 숙여 문시에게 감사드렸다.
“청컨대 상선(上仙)님의 법호(法號)는 어찌 되십니까?”
문시는 자신의 지위 및 출신과 이번에 성지를 받들어 그를 구하러 왔다는 말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현은 비로소 그 요괴가 바로 노자의 청우가 변한 것임을 알았다. 또 약간의 도심(道心)이 뜻밖에도 조사님을 감동시켜 제자로 거둬주신 것을 기쁘게 생각하고, 마음속으로 매우 감사해서 또 급히 하늘을 향해 절을 한번 올렸다.
그리고는 문시에게 물었다.
“이곳에서 곤륜까지는 얼마나 됩니까?”
문시가 웃으며 말했다.
“만약 사람의 걸음으로 간다면 50~60년은 걸릴거야!”
이현은 혀를 내두르며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문시가 “가세!”라고 말하며 손짓을 하자 두 송이 붉은 구름이 공중에서 날아왔다. 문시가 이현의 손을 잡고 함께 올라탔다. 이현은 처음 구름에 오르자 놀라서 전전긍긍했다.
문시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그 먼 화산까지 며칠을 뛰어다니고 요괴가 사람을 삶는 기름 가마도 경험해 보았는데, 어찌 이런 것을 또 두려워하는기?”
이 말에 이현도 실소를 금치 못했다.
잠시 구름이 떠오르고 바람 소리가 윙윙 나는 것 같았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모두 나는 듯이 뒤로 물러났다. 수많은 고산준령과 장강거천(長江巨川 긴 강과 큰 하천), 수백 곳의 번화가를 지나고 또 수많은 깊은 숲이 지나갔다. 한참 경치를 보다가 문시가 그에게 분부했다.
“아래를 내려다보지 말게, 자네와 같이 피와 살로 된 몸은 현기증을 이기지 못하네. 자세히 보려다 조사님을 뵙고도 예를 행할 수 없다네!“
이현은 두려워서 황급히 두 눈을 감고 구름과 바람이 부는 대로 몸을 맡겼다.
밥 짓는 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귓가에 문득 문시가 “멈춰라!”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얼른 눈을 떠보니 두 사람 모두 높은 산 위에 내려와 있었는데 맑고 그윽하며 빼어난 경치였다.
문시가 웃으며 말했다.
“사제, 이곳이 바로 곤륜의 최고봉이라네. 조사님의 동부는 바로 저 앞에 있네. 저쪽을 보게나, 두 명의 동자가 마중하러 오는데, 조사께서 보내신 것 같네.”
이현이 문시를 따라 똑바로 쳐다보며 의관을 단정히 하고 규범에 따라 몇 걸음 따라 잡았다. 그러자 과연 두 동자가 손을 맞잡고 오더니 웃으며 말했다.
“대사형께서 돌아오셨군요. 조사님께서 저희 둘보고 이곳에서 기다리라 하셨습니다.”
문시가 웃으며 말했다.
“번거롭겠지만 사제들이 들어가서 내가 이현을 데려왔다고 아뢰어 주게.”
동자가 들어가더니 얼마 후 다시 나와서 손짓하며 말했다.
“조사께서 당신들을 들여보내라 하십니다.”
문시가 이현을 거느리고 얼른 입궁했다.
이때 이현은 매우 공손한 태도로 곁눈질조차 하지 않아서 얼마나 많은 보석과 옥으로 장식된 누각과 금, 은으로 된 계단을 지나서 조사의 대전에 도착했는지도 몰랐다. 문시는 이현에게 문 앞에 잠시 서 있으라고 명령하고 자신이 먼저 들어가 청우를 거둔 상황과 이현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가 참관하겠다는 말을 아뢰었다. 노자가 웃으며 온화하게 위로하고 곧 이현을 만나겠다고 했다.
문시가 다시 나와 이현을 데리고 들어갔다. 이현은 대전 계단에 엎드려 외쳤다.
“제자 이현이 알현하나이다. 조사님의 성수(聖壽) 무강(無疆)하시길 축원합니다.“
노자가 앉으라고 했다. 이현은 절을 마치고 일어났지만 여전히 감히 자리에 앉지 못했다.
문시가 웃으며 말했다.
”조사께서 앉으라 하셨으니 사제는 너무 사양하지 말게.”
이현이 이에 앉았다. 노자가 이현을 보더니 속으로 아주 기뻐했다.
무엇 때문에 기뻐했는지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25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