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이현이 실내에서 조용히 원공(元功)을 운용하다 한 여인의 계략에 의해 경전을 빼앗기자 놀라 아연실색하여 비비(飛飛) 등과 함께 동굴 밖으로 나가 바라보니, 자취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현이 발을 구르며 한숨을 쉬며 눈물을 비 오듯 흘렸다.
전전이 물었다.
“요괴는 이미 갔으니 조급해해도 소용없고 빨리 경전을 돌려받을 생각을 하는 것이 옳습니다.”
이 말이 이현을 일깨웠다.
“그렇다. 여자가 떠날 때 산 뒤 백옥동에 산다고 했는데 무슨 백옥 부인이라 했던가. 너희들은 이곳에 오래 살았으니 이런 요괴 동굴이 있다는 것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런 요정이?”
비비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했다.
“이 산에는 동부가 크고 작은 것이 부지기수이고, 소인들은 오랫동안 이곳에 살았지만 자세히 알지 못합니다!”
이현이 문득 생각이 났다.
“사형께서 신(神)을 부르는 법을 가르쳐 주신 적이 있는데, 어찌하여 본산의 토지에게 가르침을 청해 자세한 사정을 알아보지 않는가.”
그러자 비비(飛飛), 전전은 빨리 불러오라고 재촉했다. 이현이 그 말에 따라 구결을 외웠다. 과연 늙은 토지가 앞에 서서 환히 웃으며 이현에게 먼저 두 요괴를 거둔 공을 감사했다. 비비 등은 한쪽에 서서 자기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졌다. 그 토지는 고개를 들어 그 두 사람을 보고 상당히 안절부절했다.
이현이 말했다.
“그때는 그때고, 지금은 지금이오. 이미 지나간 일에 대해 그 사람 얘기를 하는 것은 좋지 않겠소! 지금은 한 가족이 되었는데, 먼저 상의하고 경을 가져오는 일이 중요합니다.”
그러면서 토지에게 물었다.
“산 속에 백옥동(白玉洞)이 있는데 아십니까?”
토지가 대답햇다.
“백옥동은 여기서 가까운 곳이지만 소신(小神)의 관할이 아니라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 오늘 그 동굴에도 요괴가 수작을 부려 행인을 잡아먹었다고 들었는데, 이 두 사람과 동도(同道)의 사람입니다.”
비비가 그 말을 듣고, 손을 뻗어 그의 대머리 위를 두어 번 내리치며 말했다.
“이 늙은이가 아주 잘 속이는군. 사존께서 여기 계시는데 감히 우리를 얕잡아 보느냐? 내일 내가 다시 요정이 되어 네 굴을 때리지 않으면 대장부라 할 수 없다.”
놀란 토지가 연신 말했다.
“소신은 그저 농담 한마디 한 것이지 감히 두 분의 미움을 사려는 것이 아닙니다.”
이현이 질책하며 말했다.
“나는 이미 정도(正道)에 들어섰는데 왜 또 사심(邪心)을 일으키느냐? 맹세대로 되는게 두렵지 않으냐? 사형의 장심뢰가 떨어지는 것을 보고 싶은 것이냐?!”
비비가 웃으며 말했다.
“그냥 남편과 즐겁게 지내려는 것뿐 거기는 여기만 못해요.”
이현이 말했다.
“농담을 해도 분수가 있어야 한다. 이렇게 상식을 벗어난 말은 허락하지 않는다.”
비비는 어쩔 수 없이 알았다고 했다.
이현은 토지에게 감사하고 그를 보냈다. 곧 두 사람을 데리고 뒷산으로 가서 그곳 토지를 불러 물어보았다. 그 토지는 얼굴이 비쩍 말라 매우 초췌한 것이 처음 본 토지와 비슷했다. 이현이 백옥동 요괴에 대해 묻자 토지가 대답했다.
”이곳으로부터 30리 떨어진 곳에 동굴이 하나 있는데, 동굴에서 백옥이 나온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동굴에 한 요괴가 사람을 잡아먹고 신을 모욕하고 온갖 악행을 저지르는데, 당시 노군조사의 청우(靑牛)와 본산의 들소 한 마리가 교합해 태어난 것입니다. 나자마자 못먹는 것이 없어 이 동굴 뒤에 일종의 부드러운 백옥을 찾아 식량으로 삼았습니다.
옥을 많이 먹자 영성(靈性)이 더 잘 통하여 마침내 사람 형상으로 변할 수 있었습니다. 그 빛깔은 희고, 살결은 연약하며, 온몸이 옥색이며, 그녀가 입은 옷조차도 위아래가 희고, 잡색이라곤 전혀 없습니다. 그녀는 자칭 백옥 부인이라 하면서 산 아래에 가서 미모의 동자를 현혹해 동굴로 데려와서 원정(元精)을 취합니다. 정이 고갈해 몸이 약해지면 훗날 잡아먹습니다. 이로 인해 산 아래에는 행인이 드물고 주민들이 멀리 대피하며 소신(小神)들에게 올리는 향불마저 끊겨 저희들은 곤궁하기가 그지없습니다. 오늘 법지(法旨)를 받드는 것은 필히 하늘이 법사님을 보내서 이 요괴를 제압하려 하신 것일까요? 백성들의 다행일 뿐만 아니라, 소신들도 적지 않게 덕을 볼 것입니다!”
전전이 몰래 비비에게 말했다.
“뜻밖에도 이 요괴가 우리와 동도(同道)인 줄 몰랐네, 어쩐지 그 토지가 우리를 놀리더라니.”
비비가 질타하며 말했다.
“이왕이면 당신과 친척인지도 알아보시지.”
이현은 그들의 이런 농담을 듣고 속으로 짜증이 나서 야단쳤다.
“또 헛소리! 이 요괴가 경전을 빼앗아 갔으니 우리 셋 다 죄가 있다. 빨리 되찾을 방도를 찾지 않고, 도리어 여기서 서로 놀리는 것은 전혀 선가(仙家)의 체통이나 도문(道門)의 규칙에 어울리지 않는다!”
두 사람이 듣고 감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현은 또 토지에게 물었다.
“이 요괴는 무슨 재주가 있습니까?”
토지가 말했다.
“재주는 뭐 그리 대한한 것은 없지만, 비바람을 부르고 사람이나 물건을 빨아들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삼첨양날(三尖兩刃)의 칼도 능숙하니 보통 사람은 그녀를 이길 수 없습니다. 그 외에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릅니다.”
이현이 토지에게 감사하고 보냈다. 두 사람에게 말했다.
“이 요괴도 알고 보니 소의 정령[牛精]이로구나. 너희 둘 다 전투에 능력이 있으니 먼저 가서 한번 대진해 보거라. 나는 이 봉우리에서 멀리 바라보겠다. 만약 너희 둘이 그녀를 이길 수 없다면, 내가 검을 날려 너희를 돕겠다.”
비비가 말했다.
“이왕 그렇다면 법사님께서 그에게 검을 한 번 날리시면 끝인데 무엇 때문에 수족을 쓰신답니까.”
이현이 말했다.
“내가 어찌 그걸 모르겠느냐. 다만 이 물건이 여러 해 수지(修持)해서 이런 도행(道行)을 얻게 된 것인데 이 보검은 조사께서 친히 하사하신 것이라 일단 검을 날리면 신선도 감당하기 어렵다. 이 요마(妖魔)가 어찌 막을 수 있겠느냐! 만약 그녀의 생명을 다치게 한다면, 그녀의 천년의 공부를 헛되게 할 것이다. 나는 경전을 잘 회수하고 좋은 말로 가르쳐서 그녀의 목숨을 살려 그녀의 평생 도과(道果)를 이루게 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만약 그녀가 고집을 부리고 힘들게 서로 싸운다면 스스로 죽음을 구하는 것이다. 그러면 나도 살계(殺戒)를 열어 이 산을 위해 해악을 없앨 수밖에 없다. 천지에는 호생지덕(好生之德)이 있고, 선술(仙術)의 병기(兵器)는 모두 부득이해서 사용하는 것임을 생각하면, 진실로 보전할 수 있다면, 어찌 흉악한 짓을 하겠느냐? 너희는 천성이 흉포하고 악행을 너무 많이 저질렀다. 이왕 내 문하에 들어왔으니, 늘 이런 마음을 간직해 과거의 잘못을 만회한다면 장차 성취를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두 사람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감동하여 모두 기뻐하며 명을 받들고 떠났다.
백옥동 앞에 이르러서 큰 소리로 불렀다.
“백옥 부인인지 뭔지! 나오너라.”
그 백옥 부인은 보물 비급을 얻자 막 기뻐하고 있었다. 갑자기 부하 요괴가 보고하며, 한 남녀가 밖에서 호통을 치며 부인을 지명하면서 만나려 한다고 했다.
부인이 웃으며 말했다.
“아마 그 이현의 두 도제가 온 것 같구나. 내가 나가서 좀 보자!”
하고는 하던 일을 좀 마치고 삼첨양인도를 들고 동굴 밖으로 나가 물었다.
“너희들이 그 가난한 도인의 도제냐?”
그러자 두 사람이 말했다.
“그렇다! 기왕 우리를 알고 있으니, 경권을 돌려주면 모든 일이 다 끝나겠지만, 만약 한 마디로 우물쭈물한다면, 무정하다고 탓하지 말거라.”
그 부인이 허허 웃으며 말했다.
“토끼와 꿩 따위에 불과한 것들이 무슨 대단한 능력이 있어서 감히 이런 망언을 하느냐!”
두 사람도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비꼬지 말고 너 자신이나 거울에 비춰 보거라, 소 형상도 다 벗지 못한 주제에.”
이 말을 들은 부인은 화가 나서 수중의 칼을 들고 두 사람에게 달려들었다. 두 사람도 각각 무기를 들고 맞서서 50 회합(回合)을 싸웠는데 두 사람은 그녀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막 패하려고 할 때, 이현은 산꼭대기에 서서 진작 관망하고 있으면서 이미 검을 뽑고 바삐 주문을 외우려 했다. 갑자기 금빛이 언뜻 보이더니 이미 손을 떠나 날아갔다.
이현은 속으로 여전히 그녀의 목숨을 살려놓고 싶은 마음에 이렇게 생각했다.
‘급소를 피해 한 곳을 골라 베면 가장 좋겠다.’ 뜻밖에도 이 검은 영성이 있어서, 마음먹은 대로 따랐다. 이현의 생각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 검은 이미 요인(妖人)의 발을 한바퀴 돌더니 소 다리 하나를 잘라내 원래 모습을 드러냈다. 보니 흠이라곤 하나도 없는 온통 흰 소 한 마리가 땅바닥에 누워 슬프게 울부짖었다. 이현은 우선 동굴에 들어가 경권(經卷 두루마리로 된 경)을 되찾은 후에야 앞으로 가서 백우(白牛 흰소)에게 물었다.
“내가 너를 죽이지 않은 의도를 아느냐?”
이 소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현은 마음속으로 참지 못하고 말했다.
“네 이런 행실만 보면 정말 죽여도 모자란다! 하지만 나는 오늘 네가 천 년 동안 수련한 것이 쉽지 않음을 생각했다. 내 보검에 걸리면 반드시 죽지 않을 수 없지만 특별히 다리 하나를 베어 네 생명을 보존하게 했다. 네가 허물을 고칠 수 있다면 나와 함께 동굴에 돌아가 내 두 제자를 따라 나무를 하고 물을 긷는 자질구레한 일을 하겠느냐.
네가 내 경을 좋아하니 이것도 인연이 있는 셈이다. 내 반드시 너를 저 두 제자와 같이 생각하고 수시로 가르침을 좀 주겠다. 네가 만약 고집을 부리며 깨닫지 못한다면, 내 선검(仙劍)이 손에 있는 것을 보아라. 네 목숨을 빼앗는 것은 손바닥 뒤집듯 쉽다.”
백우는 울부짖으며 그의 명령에 따르겠다고 했고 자리에서 한번 굴러 절름발이 미인으로 변해 이현의 뒤를 따라 비비, 전전과 함께 자하동으로 왔다.
이때부터 이현은 공을 운용함에 더욱 부지런하고 방비에 더욱 신중해졌고, 세 사람에게 밤낮으로 교대로 동굴 입구를 지키라고 분부했다. 사람이든 요괴든 막론하고, 법지(法旨)를 따르지 않으면 일체 문을 들어서는 안 된다. 몇 달이 지나 곡식을 끊을 수 있었다. 매일 세 사람이 산에서 따온 과일로 허기를 채우고, 몸과 마음이 깨끗하게 변했다. 1년 사이에 상하 두 권을 다 읽고 나서 비바람을 부르고 구름과 안개를 몰고 다니며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없었다.
이때, 산속에서 오는 요괴들이 점점 더 많아졌으나 항복할 것은 항복시키고, 죽일 것은 죽이는 등 산속의 많은 해를 제거했다. 하권을 다 읽고 나서, 마침내 저승도 출입할 수 있었고 변화가 무궁해졌으며, 아울러 과거와 미래의 일도 알 수 있었다. 비록 천상의 대라금선(大羅金仙)은 아니지만, 이미 초범입성(超凡入聖)의 공을 이뤘다.
3년의 기한이 차자, 비비 등에게 동부를 지키게 하고, 스스로 구름을 몰고 곤륜산 팔경궁으로 와서 노군을 참배했다. 노군이 이미 알고 곧 문시(文始)선생이 10대(代) 문도(門徒)들을 데리고 밖에서 맞이하게 했다. 이현이 앞으로 나가 만났다. 여러 신선들이 일제히 공을 이룬 것을 축하했다. 이현은 겸허히 물러서지 않을 수 없었다. 여러 신선들이 그를 데리고 노군을 뵈었으며 큰 상을 받았다. 이현이 다시 한 번 가르침을 청하자, 노군이 알려주었다.
“도를 위함은 날마다 줄이니, 줄이고 또 줄여 무위(無爲)에 이르며, 마음이 담담하고 호기(浩氣)가 선하면 사물에 대해 저절로 그러할 뿐 사(私)가 없을 것이다.”
이현은 고개 숙여 가르침을 받았다.
노자가 또 명했다.
“무릇 신선은 성을 기르고 마음을 지키는 것[養性保心]을 위주로 하고 법술(法術)은 보조로 하느니라. 심성을 보양(保養)하면 자기를 불괴(不壞)의 몸으로 만들 수 있고, 법술을 수련하는 것은 사람을 구제하는 데 쓴다. 네 비록 수련에서 공을 이뤘지만 공행(功行)이 아직 부족하다. 내가 3년 전에 네게 산수를 많이 유람하라고 명령했는데, 지금은 바로 이런 공부를 해서 공덕을 좀 짓거라. 만약 인연 있는 사람을 만나면 문도(門徒)로 받아도 무방하다. 모두 네게 유익할 것이다. 다시 10년이 지나면 나를 만나러 이곳에 와도 된다.”
이현은 명령을 받고 물러나 문시진인, 광성자(廣成子), 적정자(赤精子), 연등(燃燈)도인 등 사형들과 심경을 나누었다. 여러 신선들이 뒷산에서 연회를 베풀어 서로 축하해주었다. 그 술자리에서 선주(仙酒)와 선효(仙肴 선계의 안주)를 다 이야기할 수는 없고 진수성찬도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하물며 이현은 막 공을 연마해 처음 성공해서 주빈(主賓)이 되었으니 즐거움이 극에 달했다.
문시가 먼저 이현에게 웃으며 말했다.
“현제(賢弟), 자네와 같은 수도(修道)는 정말로 신선이 생긴 이래 제일 쉬운 사람이라 할 수 있네! 생각해 보게, 자네가 출가한 후로 지금까지 다 합쳐도 며칠 되지도 않았는데, 벌써 이런 성취를 거뒀으니! 우리들과 비교하면 정말이지 속도와 난이도에서 판이하다네.”
연등도인과 광성자도 말했다.
“이것은 사람마다 각자 연법(練法)과 복명(福命)이니 억지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세.”
적정자가 웃으며 말했다.
“사실 수도하여 신선이 된 우리들도 이미 아주 빠르다고 할 수 있지. 뜻밖에도 이현 아우는 우리보다 열 배나 빠르니 정말 부럽네.”
이현은 천성이 겸손하고 온화해 여러 사형들이 이렇게 칭찬하는 것을 보고 마음이 불안해서 몇 번이나 겸양하며 말했다.
“모두 조사님의 은택과 여러 사형들의 가르침 덕분입니다.”
문시가 이에 말했다.
“전에 조사님께서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아우는 전생에 선인(仙子)이었고 또 향상할 뜻을 세워 옥제(玉帝)를 감동시켜 이번 생에 성취했으며, 성령(性靈)이 어둡지 않아 어려서부터 도에 입문했고 복택이 비교적 두터워 성취가 어렵지 않았다고. 아우는 지난 3년 동안 열심히 닦았고, 그래서 이렇게 의외의 성공을 거두었네. 우리가 무슨 한 일이 있겠는가.”
이현이 급히 말했다.
“사형께서 일꾼 두 명을 내려주신 덕분에 소제(小弟)는 추위와 굶주림 없이 잘 지낼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과연 오늘의 자리가 있었겠습니까?”
말을 마치자 뭇 신선들이 다 웃었다.
사흘 후 이현은 노자와 사형들과 작별하고 자하동으로 돌아갔다. 동자(童子) 셋에게 동부를 잘 지키고 열심히 수련하라고 분부했다. 동자들이 모두 머리를 조아리며 명령을 받들었다. 이현은 비로소 안심하고 다시 범계(凡界)로 내려갔다. 이번엔 예전과 달리 득도(得道)한 사람이라 모든 것이 편리했다. 출가하기 전에 수련 성취하면 집으로 돌아가 부모님을 찾아뵙겠다고 했었다. 이번에는 마침 구름을 타고 단번에 갈 수 있었다. 하나는 부모를 찾아뵙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고향의 상황이 어떠한지 보려는 것이다.
구름을 타고 반나절 만에 낙양성에 도착해 걸어서 집에 돌아갔다. 그의 아버지 이기(李奇), 어머니 우(尤) 씨는 이미 연로해서 몸이 쇠약해서 일 년 내내 집에서 요양하며 문밖을 나서지 않았다. 이때 문득 하인이 보고하기를 한 도인(道人)이 만나기를 청한다고 했다. 이기는 아들을 잃은 지 여러 해가 되어, 친 아들이 돌아왔을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진선(真仙)을 직접 만난 적이 있어 감히 방외인(方外人 수련인)을 홀시할 수 없었다. 매번 먼 곳의 도사들이 찾아올 때마다 예의를 갖추어 대접했다. 이때 비록 병중이라 하나 정성스럽게 모시고 들어오라고 분부했다.
이현은 아버지가 이렇게 늙으신 것을 보고 슬픔에 잠겨 황급히 달려와 아버지의 다리를 껴안고 무릎을 꿇고 절을 올렸다.
“불효자 이현이 아버님께 절을 올립니다.”
이기는 뜻밖의 일에 깜짞 놀라 황급히 그를 부축해 일으키며 물었다.
“네가 정말 내 아들 이현이란 말이냐? 어떻게 돌아왔느냐?”
말하면서 이현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의 풍채가 한결 나아진 것을 보고 비로소 진짜 사랑하는 아들 이현임을 알았다. 마음속 기쁨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어서, 그는 더 이상 그에게 무슨 말을 물을 겨를도 없이 단지 그를 잡아끌며 큰소리로 말했다.
“빨리 부인을 불러라! 집을 나갔던 현아(玄兒)가 돌아왔다.”
안에 있던 부인이 이 말을 듣고 기뻐서 눈물 콧물이 범벅이 되었다. 원래 움직이기도 힘들었지만, 지금은 다른 사람의 부축을 받지 않고, 절룩이면서 대청에 도착했다.
이현이 뛰어올라가 말했다.
“어머님, 불효자식이 인사드립니다.”
부인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먼저 이현을 한 번 훑어보고는 다시 이기를 바라보며 물었다.
“나으리, 이게 무슨 말씀입니까, 설마 당신과 내가 다 꿈속에 있는 건 아니겠죠?”
이기가 웃으며 말했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밝은 대낮에 무슨 꿈이란 말이오.”
이현도 웃으며 말했다.
“어머님 의심하실 필요 없습니다.”
부인은 그제야 또 통곡하기 시작했다. 단번에 많은 가족들이 와서 젊은 주인을 뵙고 노주인과 부인께 축하를 드렸다.
부인과 이기가 다투어 이현의 과거 사정을 묻자 이현은 먼저 대략적인 상황을 알렸다.
노부부는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즉 내 아들이 마침내 뜻을 이루었으니 이미 신선이 되었구나. 또 우리 노부부가 네가 출가한 후 줄곧 그리워하여 거의 큰 병이 날뻔했다. 지금은 나이가 들수록 몸이 쇠약해져 평생 너를 볼 수 없게 되었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다시 만날 줄이야, 정말 큰 기쁨이자 가문의 행운이구나.”
이현이 말했다.
“부모님과 헤어지고 나서 늘 마음에 걸렸습니다. 항상 도를 배우려는 마음이 강했기 때문에 한눈을 팔 수도, 스승의 명을 어기고 찾아오지 못했습니다. 다행히 빨리 도가 이루어져서 자비로운 얼굴을 다시 뵙게 되어 마음의 위안을 받습니다.”
그는 부모님이 노쇠한 것을 보고 급히 단약(丹藥) 두 환을 꺼내며 말했다.
“이 환(丸)은 아들이 화산에 있을 때 조사님의 경문에 따라 만든 것으로, 기사회생의 공(功)과고 반로환동(返老還童)의 힘이 있습니다.”
즉시 깨끗한 물 한 사발을 가져오게 한 후 두 노인이 각각 한 환씩 드시게 했다. 이기 부부는 크게 기뻐하며 물과 함께 삼켰다. 과연 선가(仙家)의 묘약(妙藥)은 효과가 비상했고, 환을 먹는 즉시 눈이 시원하고 몸이 가뿐하고 건강해졌으며, 순식간에 머리카락이 검게 변했고, 온갖 병이 다 사라졌다.
두 사람이 기뻐하며 말했다.
“네가 출가할 뜻을 품고 정말로 대도(大道)를 연마해 성취하니, 우리 두 늙인이들도 덕을 보는 구나.”
이현이 말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예전에 조사께서 승천하실 때 온 가족이 신선이 되셨습니다. 아들은 이제야 선도(仙道)에 통했을 뿐 아직 공행(功行)이 미치지 못합니다. 이번에 하산해서 공덕을 널리 세우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하루 빨리 정과(正果)를 이루어 금선(金仙)의 자리에 오르기를 원합니다. 그때는 반드시 양친을 모시고 함께 하늘로 올라갈 수 있을 것입니다.”
두 노인은 이 말을 듣자 더욱 기뻤다. 우 부인은 필경 여자라 아들이 처음 집에 왔으니 반드시 1년이고 반 동안 머물게 한 후에야 떠나게 하려 했다. 이현은 조사님의 법지(法旨)를 어길 수 없고, 다행히 아들이 이미 선법(仙法)을 얻어 앞으로 자주 돌아올 수 있으니 붙잡을 필요 없다고 거듭 아뢰었지만 부인이 허락하지 않았다. 하룻밤이 지나자 부인이 일찍 일어나 공자를 불러오게 했다. 하지만 서재에 가보니 이현의 자취는 보이지 않고 아직 먹물이 마르지도 않은 편지 한 통만 남아 있었는데 금빛이 반짝였다.
이기가 뜯어보니 이현은 떠나지 않을 수 없는 고충과 앞으로 다시 만날 날이 있으며 또 어머니가 아쉬워할까 봐 이미 토둔(土遁)으로 집을 나섰고, 부모님께 식사를 잘 하실 것을 부탁하는 등의 글이었다. 이기는 이 뜻을 부인에게 들려주고는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이현은 집을 나서서 강남의 여산(廬山)의 풍경이 맑고 그윽하며 전당 서호(西湖)의 산수가 아름답다는 말을 듣고 늘 가보고 싶었다. 먼저 구름을 몰고 여산에 도착했다. 당시 주(周)나라 말기 전국(戰國)시대라 강남 일대는 여전히 만이(蠻夷 문화가 낙후된 이민족)의 땅이었다. 이현이 여산에 도착하자 정세가 기이하고 북쪽에는 이런 좋은 산이 없었다. 이에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다.
“장차 지기(地氣)가 크게 변하리라. 북방에는 비록 영웅이 많지만, 백성의 지식은 반드시 남방에 미치지 못할 것이다.”
여러 날 유람한 후 서호에 도착하니 산도 맑고 물도 아름다워 광려(匡廬)보다 나았다. 미련이 남아 며칠 머무는데 문득 호숫가에서 한 아이를 만났다. 아이는 호숫가에서 눈물을 흘리며 물에 뛰어들 듯하였다. 이현은 그가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보았다. 그 아이는 한바탕 울고 나서 큰소리로 외쳤다.
“하늘이시여, 하늘이시여! 나 양인(楊仁)은 사내로 태어났으나 홀로 되신 노모를 구하지 못하고 헛되이 세상을 살았습니다. 차라리 자진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말을 마치고 호수로 훌쩍 뛰어내렸다.
이현은 그가 효자임을 알았다. 그가 호수에 뛰어드는 것을 보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으므로 손으로 호수를 가리키자, 이 호수의 맑은 물이 갑자기 변했다. 호수가 어떻게 변했는지, 아이가 죽지 않을 수 있는지 알고 싶다면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256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