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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선득도전(八仙得道傳)》 제26회: 이현이 절름발이 거지 몸을 빌리고 양인은 신선의 제자가 되다

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이현이 태산에 돌아와서 보니, 동굴 문만 활짝 열렸을 뿐 사람이라곤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자신의 몸조차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손꼽아 헤아려 보니 이미 짐작할 수 있었다. 원래 이현은 이때 양인이 기일 전에 몸을 소각했음을 알았고 속으로 더는 의심하지 않았고, 아울러 도중에 마음이 떨리는 까닭을 알았다. 그래서 노군의 게어(偈語)를 회상하며, 당황스러워도 침착한 표정을 짓고, 아주 정확하게 사정을 계산해 보았다. 하지만 아직 ‘새로운 얼굴(新面目)’이란 부분을 이해하지 못했다. 과연 자신이 아직 신체로 돌아갈 가망이 있는 걸까?

한참 있었지만 여전히 잘 이해되지 않았다. 그는 애초 양인이 급히 모친을 보러 가느라 스승의 가르침을 어겨 사부의 혼백이 의지할 곳이 없어 정처 없이 떠돌게 된 것을 원망했다. 그러다 또 나중에 양인의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추산해 냈다. 양인이 비록 황급히 돌아갔지만 말도 하지 못해 유훈(遺訓)조차 듣지 못했음을 알았다.

선인(仙人)의 마음씀[存心]은 필경 속인과는 달랐다. 이현은 여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자신의 고통과 위험도 잊은 채 홀연히 양인을 위해 무궁하고 억울한 고통을 느꼈다.

또 생각을 바꿔 말했다.

“이 또한 내가 그를 해친 것이다. 만약 내가 혼백이 돌아다니는 놀이를 하지 않았다면, 그가 내 몸을 지키지 않아도 되고, 또 많은 일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었을 것이며, 그들 모자도 대화할 기회가 없진 않았을 것이다. 이제 와서 내가 그들이 보아도 못 본 것이나 마찬가지가 되게 했으니, 이는 다 나의 작은 유희 때문에 일어난 일이구나. 어찌 죄가 되지 않겠는가?”

그가 배운 도경(道經)에 원래 기사회생법이 있었던 것을 기억했다.

“만약 내가 즉시 들어갈 수 있고, 그녀의 시체가 부패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10년이든 8년이든 더 살게 할 수 있고, 또 나의 허물도 없앨 수 있으니 이 얼마나 좋은가! 한스러운 것은 내 공행(功行)이 아직 시해(尸解)할 시기에 이르지 못했고, 또 육체가 신선에 오를 수도 없으니, 혼령이 부착할 육체라는 껍질이 없이 사용하다 시간이 지나면 혼백이 점차 사라질 것이다. 그때는 성명(性命)조차 지키지 못할 텐데 어떻게 도(道)를 닦을 수 있단 말인가?”

여기까지 생각하자 자기도 모르게 주저하게 됐다. 잠시 후, 의연하게 말했다.

“이것이 나의 복명(福命)이다. 생사존망(生死存亡)은 다 하늘이 정하시는데, 굳이 이렇게 멀리까지 생각할 필요가 있겠는가? 수련하여 선인(仙人)으로 성취하지 못해도 할 수 없다. 오히려 양인의 모친을 구하는 것이 시급하다. 만약 구할 수 있음에도 구하지 않는다면, 내 죄를 더하는 것이 아닌가?”

이렇게 마음을 정하고 벌떡 일어나 동굴 밖으로 나가 구름을 타고 막 남쪽으로 가려고 했다.

홀연 동북쪽에서 한 송이 상서로운 구름이 화살처럼 빠르게 다가오더니 갑자기 이현이 탄 구름과 만났다. 이현이 눈을 뜨고 바라보더니 자신도 모르게 몹시 기뻐하며 말했다.

“문시 사형께선 어디서 오십니까? 소제(小弟)의 일을 아시는지요?”

문시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자네가 전생에 지은 죄의 빚 때문이 아니라면 내 어찌 자네를 볼 시간이 있겠는가?”

이현이 깜짝 놀라서 말했다.

“사형(師兄)께 여쭙겠습니다, 소제는 생전에 단지 금산(金山)의 일만 마음에 두고 있었고 지금 사존의 법지를 받들어 하(何)씨 집안 아가씨를 형산으로 보냈는데 어찌하여 또 갚을 업의 빚이 있단 말씀이신가요?”

문시 진인이 탄식하며 말했다.

“세상에 오직 수도(修道)하는 사람만이 공을 이룸이 가장 크고, 인품 역시 가장 높으며, 아울러 천지와 수명을 나란히 하고, 일월(日月)과 함께 존재하며, 무궁한 향수를 누린다지만, 단지 그뿐이라네. 책임의 무거움과 처신의 어려움 역시 그 어떤 사람보다 더 심하다네. 자네는 하씨 집안 여자를 제도했으니 죄값을 다 치렀다고 말하지만, 이는 자네 양심상의 일종 책임을 다한 것일 뿐 무심코 지은 한 가지 죄가 또 있는데 어찌 기억조차 하지 못한단 말인가?”

이현(李玄)이 듣고도 여전히 어리둥절했다.

문시가 또 탄식하며 말했다.

“자네가 생각하지 못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네. 무심코 한 일인데 어떻게 기억하겠는가? 자네가 전세(前世)에 행한 두 가지 일이 의도는 좋았지만 나쁜 일로 되었네. 자네 자신도 알아차리지 못하니, 비록 깨달음을 얻었음에도 여전히 아무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는군. 하나는 자네가 어릴 때부터 여인을 가까이 하지 않겠다고 맹세했고 백여 년 동안 여자들에게 털끝만큼도 손대지 않았는데, 하필 백년 후 이미 죽은 여자를 이렇게 가까이 한 인연이 있다는 것이네. 둘째, 자네가 그녀를 구하는데 성공하지 못했고, 오히려 그녀의 다리를 부러뜨렸네, 다행히 그녀는 근기가 매우 두텁고, 용왕으로부터 단환(丹丸)을 받아 금생에 불구가 되진 않았네.

만약 일반적인 사람이었다면, 전생(前生)에 무슨 병에 걸려 죽으면, 다음에 전생(轉生)해도 여전히 그 병을 벗어나지 못한다네. 비록 그녀가 죽은 후에 다리가 부러졌다 해도, 다리가 부러져 죽은 것과 같은 결과가 되었을 걸세. 만약 그렇다면 이 어찌 자네 죄가 아니겠는가? 사제는 선가(仙家)의 일 처리는 모두 자비로워 사소하고 무심코 한 잘못은 꼭 천벌을 받지 않는다고 말하지 말게. 선가(仙家)일수록 더 빚을 질 수 없다네. 자네의 오늘 일은 전적으로 빚을 갚기 위해 발생한 것일세. 조사께서 이미 자네를 위해 이번 액운(厄運)을 정해주셨다. 명색이 액운이지, 사실 빚을 갚은 것으로, 이 빚을 갚지 않으면 도를 깨우치는데 기한이 없다네. 그러니 이번 액운은 오히려 자네의 불행이 아니라 그야말로 기쁘고 축하할 일이라네.”

이현이 듣더니 자신도 모르게 마치 취한 듯 두려워 떨었다.

문시가 웃으며 위안했다.

이현이 물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사형께선 분명 저를 구하실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문시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어찌 방법이 없겠는가! 만약 자네처럼 자비로 인한 허물 때문에 전생조차 하지 못한다면, 하늘이 어찌 이런 가혹한 형벌이 있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노제(老弟)는 원래 영준하고 잘 생긴 청년이었지만 앞으로는 오히려 다리를 절며 지저분한 모습이 될 수밖에 없네. 게다가 한쪽 다리가 온전하지 못하니, 이게 자네가 빚을 갚는 방법이 아니겠는가? 내 손에 든 것이 무엇인지 좀 보게. 노제한테 주는 지팡이가 아닌가! 이것은 바로 자네더러 다리를 절게 한 후 힘을 보태는 데 쓸 것이네. 노제, 이 선물을 아무 가치도 없다고 생각하지 말게. 알아보면 그래도 상당한 내력이 있다네.”

이현은 이때 넋을 잃고 그 지팡이를 받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문시 진인이 또 웃으며 말했다.

“이 지팡이는 개벽 이전 왕모(王母 서왕모)의 정원에서 처음으로 반도(蟠桃)대회를 열었는데, 복숭아를 따던 여인이 신중하지 못해 나뭇가지를 한 마디 부러뜨리자, 왕모께서 이 부러진 가지를 조사님께 주셨다네. 비록 죽은 가지이지만, 맑은 날과 비오는 날, 추위와 더위를 알 수 있고, 또 병기(兵器)로도 사용할 수 있다네. 평범한 요괴는 이 지팡이를 견뎌낼 수 없지. 내가 처음 사부님 문하에 들어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조사님께 여쭤보니, 조사께서 내력을 설명해 주시며 우형(愚兄)에게 주셨다네. 지금 마침 노제가 몸을 지킬 법보(法寶)에 적합하네. 이른바 물건은 각자의 인연이 있다고 하니, 이 물건을 노제에게 주는 게 가장 유용할 걸세.”

이현은 그제야 깨닫고 황급히 감사 인사를 했다.

문시가 웃으면서 이현을 끌어당기며 또 말했다.

“노제는, 사양하지 말게, 빨리 나와 함께 자네 화신(化身)을 찾으러 가세.”

이현이 그 말에 따라 지팡이를 들고 구름을 타고 내리니 황량한 잡초밭이었다. 문시는 저쪽 나무 밑에 시커먼 것이 있는 것을 가리키며 말했다.

“노제, 저것이 자네를 대신할 몸일세.”

두 신선은 손을 잡고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이현은 마음이 급해서 먼저 나무 밑에 가서 눈여겨보니 시꺼멓고 못생겼으며 한쪽 발은 길고 한쪽 발은 짧은 죽은 거지 같았다. 이현이 깜짝 놀라 다시 몸을 숙여 몸을 눌러보니 얼음장처럼 차서 죽은 지 오래인 것이 분명했다. 이현은 자신의 대역이 이렇게 더럽고 꾀죄죄한 것을 보고 마음이 언짢았다.

문시가 따라와서, 그가 멍해져서 아무 말도 없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하하 웃으며 말했다.

“신선이 되어 아직도 좋은 용모를 따진단 말인가?”

이현이 망설이다 말했다.

“사형, 그런 말씀이 아닙니다. 신선은 도법(道法)을 종지로 삼는데 천지를 유람하는 것 외에 자연히 어떤 미모라든가 청수(淸秀)한 것도 필요 없습니다. 하지만 이 죽은 거지의 모습은 매우 보기 흉하군요, 앞으로 공행(功行)이 이루어지면 어쩔 수 없이 사형들을 따라 제천(諸天)의 여러 금선(金仙)과 삼계의 진신(真神)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모두들 풍채가 좋은데, 단지 소제만 이렇게 낭패한 꼴이 된다면, 남들이 저를 더럽다고 싫어하는 것은 제쳐두고라도 소제 자신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형, 부디 이 죽은 거지 말고 소제에게 조금 더 괜찮은 시신으로 대체해 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문시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사제, 나는 자네가 너무 철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자네도 도를 닦아 성취한 사람인데, 마치 내부 인사가 아닌 것처럼 말을 하는 군. 자네도 알다시피 선가에서 가장 중시하는 것은 ‘연(緣)’이란 글자인데, 인연의 매듭은 누구도 풀 수 없다네. 방금 우형과 자네가 한 대화처럼, 어찌 인연이 없으면 같이 있고 싶어도 같이 있을 수 없음을 모른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면, 자네가 나를 청하고 싶어도 청할 방법조차 없을 걸세.”

이현은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자기도 모르게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형의 높은 뜻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하지만 이 거지와 소제가 또 무슨 인연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문시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이것은 물론 우연한 일이 아닐세. 자네가 전생에 사람으로 있을 때 이 거지가 일찍이 자네를 대신해 한 생명을 구했으니 이치에 따르면 마땅히 그의 두터운 은혜를 갚아야지만 출가해서 수도(修道)할 수 있다네. 자네는 근기가 보통 사람과 다르기 때문에, 이번 생에 귀양 기간이 끝나면, 곧 천조(天曹)로 올라가, 더는 속세에 들어와 그에게 은혜를 갚는 일을 할 수 없다네. 그러니 그가 죽은 후 자네가 그의 신체에 혼이 붙으면 그의 혼은 비록 사라졌어도 몸은 죽지 않으니, 그런대로 그가 생명을 구해 준 은혜를 갚는 셈이지. 이것은 정말 일거양득이라네. 게다가 당연히 그래야 할 운명[天數]인데, 자네는 어찌 그 사람이 더럽다고 다른 사람을 찾을 수 있겠는가?

또 하나는 선인(仙人)처럼 귀한 이가 만약 범체(凡體 속인의 몸)을 버리고 마음대로 변해, 못생긴 이는 영준하게 변하고, 망가진 것도 좋게 변화시킬 수 있다면, 남자가 여자로 변하고, 노인이 젊게 변하는 것도 못할 것이 없을 걸세. 자네는 아직 시해(尸解)할 시기에 이르지 못한 것 같은데, 당분간 이 거지의 시신으로 인간 세상에서 오가다 나중에 공행이 원만해 시기(時機)가 무르 익으면, 다시 이보다 백배는 아름다운 모습을 갖추게 될 텐데, 아직도 다른 몸을 구한단 말인가?”

이현이 듣고 마음속으로 확실히 깨닫자, 자신도 모르게 연신 고개를 끄덕이더니, 또 말했다.

“장래 시해한 후 이런 추한 몸을 갖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이신가요?”

문시가 말했다.

“그건 그렇지 않네, 자네가 그의 시체를 빌려 사람이 되었으니, 도를 이루기 전후를 막론하고 늘 이런 모습을 주체(主體)로 삼아야 하네. 언제 어디서나 변하지 않도록 금지할 수 없을 뿐이지.”

이현이 말을 다 듣고는 문시를 향해 사의를 표하며 한마디 했다.

“들어가겠습니다.”

그러자 혼이 시체에 들어갔고, 시체가 벌떡 일어나더니 문시가 준 지팡이를 들었는데, 마침 길이가 몸에 딱맞았다. 이현은 지팡이를 짚고 다시 문시에게 절을 올렸다. 문시는 황급히 붙잡고 이현에게 몇 걸음 걸어가 보라고 했다. 이현이 이 말에 따라 한 걸음씩 몇 걸음 절뚝거리며 걸었다.

문시는 그의 이런 동작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이현이 강가로 가서 강물을 향해 이 몸을 비추어 보더니 마음속으로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

문시가 위로하며 말했다.

“원래 진인(真人)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조사(祖師)께서 인간 세상에 내려올 때마다 늘 추악한 모습으로 변해서 오신다네. 그래야만 비로소 범인(凡人)들이 공경하게 예를 올리는 마음이 참인지 거짓인지 시험할 수 있다네. 지금 자네는 일종 환형(幻形)이라 해도 좋지 않을 게 뭐 있겠는가? 양인의 어머니를 구하는 일은 늦지 말고 빨리 가야겠지? 하지만 양인의 모친은 수명이 길지 않네, 비록 자네의 법력으로 다시 살아났지만, 수명을 한 기(紀) 연장한데 불과하네. 또 양인에게는 좋은 일을 많이 해야만 잘못을 보충할 수 있다고 분부하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양인의 앞길에 장애가 있을 뿐만 아니라, 자네도 연루되어 적지 않게 천벌을 면하기 힘들 걸세!”

이현은 가르침을 받고 문시와 헤어져 혼 구름을 타고 일어서서 다시 한번 그 몸을 둘러보니 쇠 주물처럼 검었고 온몸에 흰 살이 하나도 보이지 않아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터뜨렸다.

“이 죽은 거지는 원래 흑인 나라에서 나고 자랐나 보군. 내가 기왕 지금 흑인이 되었으니 아예 별명을 지어 내 성에 붙여 철괴리(鐵拐李)라 불러야겠다.”

또 문시가 그에게 준 복숭아 지팡이를 보니 색깔이 연한 황색이고 완연히 새 지팡이였다.

“몸이 이렇게 시커먼데 이 지팡이만 예쁘면 뭘해?”

이에 숨을 한번 내뿜자 지팡이도 살갗처럼 시커멓게 되었다. 이에 고개를 끄덕이더니 웃으며 말했다.

“이래야 내 철괴(鐵拐)란 두 글자가 명실상부하지.”

이렇게 재빨리 태안(泰安) 지방에 착륙해 양인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양인은 방금 주소관과 막 서로 싸우는 것 같았다.

어머니의 시신은 이미 관에 안치되었고 집안이 쓸쓸한데, 그들 두 사람 외에는 소관이 데려 온 시골 사람들만 있었다. 철괴 선생은 그들이 서로 무엇 때문에 싸우는지 몰랐다. 먼저 밖에서 한번 쳐다보고 나서야 비로소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이 아님을 알았다.

이들이 대치한 이유는 양인이 어머니의 임종을 지키지 못해 유훈 한마디 듣지 못하고, 다른 한편 은사인 이현에 대한 신의를 저버리고, 법신을 먼저 불태웠기 때문이다. 양인은 은사께 불충(不忠)하고, 모친께 불효(不孝)했으니, 스스로 사람이 될 면목이 없다고 생각했다. 관을 사오길 기다렸다가 모든 일을 마치고 모든 일은 주소관에게 맡기고 스스로 검을 뽑아 영전 앞에서 목을 베어 하늘에 계신 은사님과 구천에 계신 모친께 사죄하려 한 것이다.

주소관은 당연히 그가 자결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양인이 칼을 빼든 것을 보고 급히 생사를 돌보지 않고 앞으로 달려나와 그의 팔을 잡고 칼을 내리지 못하게 했다. 양인은 목이 터져라 불효를 자책하며 자신이 살아갈 면목이 없다고 했다. 소관이 있는 힘을 다해 버티고 있었지만 만류하진 못했다.

철괴 선생이 이 장면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을 위안하며 말했다.

“저 녀석이 자결하려는 것은 진실로 어리석지만, 이를 통해 그의 흉금과 뜻을 알 수 있구나. 스스로 불충하고 불효하다 말하니, 그의 충효가 남다른 것을 보았다. 진실로 나 철괴 선생의 문생(門生)으로서 부끄럽지 않구나. 또 내가 그를 발탁한 것이 더욱 헛되지 않다.”

그는 절뚝거리며 걸어 들어와 두 사람을 향해 손을 번쩍 들며 말했다.

“두 분께선 무슨 일로 이렇게 다투는 것이오?“

소관이 전후 사정을 말해주었으나 양인은 여전히 자결하려 했다.

철괴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양군(楊君), 이것이야말로 자네의 큰 잘못일세. 살고 죽음은 명(命)이 있다는 말을 들어보지 못했는가? 어찌 억지로 죽음을 구한단 말인가? 사람의 아들이 되어 부모를 모심에 살아서는 효를 다하고 돌아가시면 예를 다했으니 이미 큰 효인데, 어디 또 다른 효도가 있단 말인가? 영사(令師 남의 스승에 대한 존칭)의 일을 말하자면 비록 허물이 없진 않지만, 결국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니 영사께서도 절대 자네의 잘못을 탓하지 않으실 걸세. 이것은 충(忠)의 도리로 말해도 그래도 무난하다 할 수 있네.

이왕 충직하고 또 효도하면 사람이 되기에 충분하네. 만약 반드시 자진해서 잘못을 만회하려 한다면, 잘못을 만회할 수 없을까 봐 염려된다. 오히려 천조(天曹)에 계신 존사(尊師)께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구천에 계신 영당을 가슴 아프게 한다면, 그 죄가 너무 크네. 그러니 양군은 어찌하여 자해(自解)하려 하는가?”

소관은 검고 다리를 절뚝거리는 거지가 이런 큰 도리를 논하는 것을 보고 놀랍고 기뻐서 연거푸 그렇다고 동조했다. 양인도 그에게 설득되었는지 고개를 숙인 채 말없이 탄식했지만 찾아온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물어볼 기분이 나지 않았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갑자기 관 옆에 엎드려 목놓아 울기 시작했다. 소관은 더 이상 그를 설득하지 않고 급히 이현에게 인사를 올리며 존함을 물었다. 이현이 빙긋 웃으며 한차례 말을 하자, 비로소 양인의 얼굴에 희색이 가득하더니 슬픔이 모두 가셨다.

이현이 과연 어떤 말을 할지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27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