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철괴 선생은 소관이 성씨를 묻자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양인 모친의 관 옆에 가서 큰소리로 외쳤다.
“양인 아들아, 어찌하여 사존도 몰라보느냐?”
양인이 막 통곡하며 쓰러지려다, 이 말을 듣자 깜짝 놀라 눈물 콧물이 일제히 배까지 굴러내려가 두 눈을 크게 뜨고 이현을 위아래로 훑어보았다. 주소관도 매우 의아해하며 몇 걸음 앞으로 나서며 물었다.
“어째서 노형(老兄)께서 내 벗인 양인의 사존이란 말입니까? 제 친구는 어려서 출가해, 한 분의 스승님만 모셨고 그분의 성은 이(李), 이름은 현(玄)자로 두 번째 선생님이 없습니다. 노형께서 어찌하여 또 벗의 스승이라 말씀하시는지 가르쳐 주십시오.”
양인도 울음을 그치고 이현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정말 소제(小弟)는 평생 이 사부님 한 분뿐인데, 노형과 무슨 사제의 정이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여기에는 필경 이유가 있을 것이니 감히 가르침을 청합니다.”
철괴 선생이 이를 보면서 자기도 모르게 웃다가 또 탄식하며 외쳤다.
“내가 바로 네 사부 이현이다. 네가 나를 모른다는 이것도 탓할 수는 없다. 원래 누가 너더러 내 몸을 기한도 되기 전에 먼저 화장하라고 가르쳐 나의 유혼(遊魂)이 의지처를 잃고 기로에서 방황하게 했느냐? 만약 내게 도행(道行)이 좀 없었더라면 이렇게 괴상하고 추한 몸뚱이라도 빌릴 수 있었겠느냐?”
양인이 이 말을 듣자, 분명 이현의 말투였고, 게다가 그 말하는 정황이 매우 확실했다. 비로소 정말 사존께서 오셨음을 믿고, 황급히 무릎을 꿇고 머리를 마늘 찧듯이 땅에 조아리며, 스스로 죽을죄를 지었다면서 사존께 죄를 주십사 입이 닳도록 빌었다. 주소관도 얼른 따라서 무릎을 꿇었다.
철괴 선생은 급히 두 손을 뻗어 두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는 말했다.
“방금 이미 말했듯이, 네 이 잘못은 효(孝) 때문에 일어난 것이니 용서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하물며 이속에는 또 일부 정해진 운명[定數]이 있다. 설령 네가 먼저 미리 화장하지 않았더라도, 내 몸뚱이를 지킬 수 없었을 것이다. 이 이치는 내가 천천히 말해주마. 또 네가 내 몸을 지키느라 모친의 임종이란 큰일을 놓쳤으니 이는 또 내가 널 해친 것이다.”
양인이 듣고 마음속으로 몹시 불안했다.
철괴 선생이 또 말했다.
“네 모친의 수명은 원래 여기까지였다. 예전에 네가 나를 따라 출가할 때, 한번 깨우쳐 주지 않았느냐? 너도 어렴풋이나마 기억할 것이다. 지금 내 너의 순수한 효심을 불쌍히 여기고, 또 내 일 때문에 네가 임종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나도 몹시 미안하게 생각한다. 내 오늘 법력을 좀 써서 네 모친을 기사회생시켜 12년을 더 살고 나서 하늘로 돌아가게 해주겠다. 하지만 이 12년 동안, 네가 좋은 일을 많이 하고, 음공(陰功)을 널리 세워야만 비로소 네 자신의 복명(福命)을 꺾지 않을 것이고, 나 역시 하늘을 거스른 처분을 받지 않을 것이다.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어머니가 살아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양인은 벌써 기뻐서 급히 엎드려 철괴 선생에게 무수히 절을 올렸다. 하마터면 이마가 찢어질 뻔했다. 양인이 말했다.
“사존께서 이렇게 은혜를 베푸신다면 제자는 분골쇄신(粉骨碎身)해서라도 좋은 일을 널리 실천해 하늘처럼 높고 땅처럼 두터운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철괴 선생은 약도 쓰지 않고 주문도 외우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 시체를 향해 숨을 훅 내쉬며 말했다.
“일어나라.”
말하자면 좀 이상한데 그 시체가 갑자기 일어나 앉더니 한마디 했다.
“답답해 죽겠구나.“
양인이 기뻐하며 다가가서 껴안고 나서야 삼켰던 눈물과 콧물이 다시 터져 나왔다. 모친이 눈을 뜬 후 아들과 검은 거지가 옆에 서 있는 것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놀라고 기뻐하며 눈물을 흘렸다.
“아들아, 너는 어찌하여 이제야 돌아왔느냐? 내가 음간(陰間 저승)에 갔던 것을 기억하는데, 갑자기 맑은 바람이 불어 나를 돌아오게 했다. 설마 네가 날 구한 것이냐?”
양인이 얼른 대답했다.
“어머님, 사부님께서 이곳에 계십니다. 이 어르신이 선법(仙法)으로 어머니를 회생시키셨습니다.”
모친이 이 말을 듣더니 관에서 나와 절을 올리려 했다.
양인이 급히 만류했다.
“어머니는 방금 살아나셔서 많이 고통스러우실 겁니다. 제가 대신 감사드리겠습니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양인의 모친은 이때 병이 없을 때보다 기운이 10배나 더 강해졌다. 양인의 부축을 받지 않고 스스로 관에서 내려왔고 두 모자가 일제히 철괴 선생에게 절을 올렸다.
선생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이러지 마시오. 나는 출가한 사람이라 사람을 구하고 세상을 구제하는 것 역시 당연히 할 일이니 사람의 절을 너무 많이 받으면 안 됩니다.”
그러면서 양인에게 명령했다.
“어서 영당을 안으로 모시고 들어가 좀 쉬시게 하거라. 나는 이미 하늘을 거스른 이런 일을 했으니, 모두 네가 스스로 좋은 일을 많이 하는 것에 달렸다. 12년 동안 너는 산으로 돌아올 필요가 없다. 네 능력껏 자주 밖으로 다니거라. 12년 후 내가 다시 와서 너를 인도하겠다.“
말을 마치고 한 갈래 바람으로 변해 공중으로 날아갔다. 아래에서 양인 모자와 주소관이 경건하게 배웅한 것은 세세히 말할 필요 없다.
철괴 선생이 팔경궁(八景宮)으로 돌아오자, 뭇 신선들은 그가 괴상하게 변한 것을 보고 모두 웃음을 참지 못했고, 모두들 잠시 그를 놀리자 철괴 선생은 더욱 부끄러워졌다. 잠시 후 노군이 자리에 앉으셨다. 철괴 선생이 대전 아래 고개를 숙였다.
노군이 웃으며 말했다.
“이 모습[形景]이 좋겠다. 범인(凡人)은 마음이 더럽고 너는 외모가 추하니 장차 사대부주(四大部洲), 삼계오옥(三界五獄)을 두루 돌아다녀도, 평범한 사람들은 너처럼 추하고 괴상한 대라금선(大羅金仙)을 알아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너는 이것을 이용해 사람들이 도(道)를 향하는 경건함의 허실을 고찰할 수 있으니 아주 오묘하지 않으냐?”
철괴 선생이 이 말을 듣고는 크게 기뻐서 절을 올리며 대답했다.
“제자도 원래 그렇게 생각했고 또 문시 사형이 준 지팡이를 받아 철 색으로 변하게 했고 제 별호도 철괴리라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해도 될지 모르겠습니다?”
노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아주 좋구나, 아주 좋아. 그 철괴 끝에 호로(葫蘆 조롱박)도 하나 달면 더 좋겠다.”
그러더니 뒤돌아 동자에게 명령했다.
“뒤 뜰에 가서 호로를 하나 따오너라.”
동자가 명에 따라 가더니 잠시 후 큰 호로를 하나 갖고 왔다. 노군이 받아서 철괴에게 하사했다. 철괴 선생이 경건하게 받들며 청했다.
“조사께 여쭙겠습니다, 이 호로에는 어떤 오묘한 점이 있는지요?“
노군이 말했다.
“이 호로는 숲에서 따온 것으로, 원래 무슨 희귀한 물건이 아니다. 하지만 내가 한 번 연제(煉制 정련해서 제작)한 후 이미 그것의 재질이 변했다. 보통 호로병 안에는 씨앗과 열매가 있지만, 이 호로병에는 선가의 지보(至寶 지극한 보물)이 가득 차 있다. 네가 요괴를 물리치려면, 이 물건이 불꽃을 일으키거나 홍수를 일으킬 수 있다. 불이 뜨거울 때는 화염산(火焰山)과 같고, 물이 크면 동해와 맞먹을 것이다. 상계의 천선(天仙)이 아니면 누가 그것을 막을 수 있겠느냐? 너는 그것을 고난을 구하고 사람을 구하는 데 써야 한다. 뚜껑을 열면, 약이 필요하면 약이 있고, 돈이 필요하면 돈이 있으니, 때로 임시 숙소로 쓸 수 있는데 많은 사람을 숨길 수 있다.”
노군이 여기까지 말하자 뭇 신선들이 실소를 금치 못했다.
노군이 웃으며 말했다.
“너희들은 이 호로병이 한 사람을 수용할 수 없다고 보느냐? 이는 그야말로 우물 안 개구리 격이다.”
그러면서 이현에게 호로병을 내려놓고 입구를 밖으로 내밀게 했다. 그에게 두 눈을 감고 입구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서 세 걸음을 지나서야 비로소 눈을 뜨라고 했다. 철괴 선생이 명을 받들어 두 눈을 꼭 감고 세 걸음 성큼성큼 걸어가서 비로소 눈을 떴다. 알고 보니 몸이 이미 조롱박 안에 있었고, 밖에 있던 많은 도우들과 조사도 보이지 않았다. 몇 걸음 더 걸으니 안은 더욱 밝아졌고 자세히 보니 원형의 큰 집이었다. 집 안에는 궤짝과 침대가 있고, 가구, 그릇 등이 모두 갖추어져 있었다.
한 층 더 올라가니 또 하나의 더 큰 둥근 집이 있는데, 무릇 사람이 사는데 상용하는 물건, 입고 먹는 것, 보고 노는 것, 모든 것을 갖추지 않은 것이 없었다. 더욱 절묘한 것은 철괴 선생이 이 넓은 몇 층짜리 집에 몇 명의 일꾼이 청소하고 부엌일을 하고 요리하고 씻어야 그것이 주택과 더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하자 눈앞에는 푸른 옷차림의 많은 사람들이 손을 아래로 내리고 서 있었고, 그밖에 아름다운 두 명의 노비가 있어서 한 사람은 차를 들고 한 사람은 수건을 들고, 나긋하게 다가오더니 미소 지으며 말했다.
“주인님 차 드세요.”
철괴 선생은 뜻밖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생각했다.
“조사님께서 이렇게 나를 놀리시는구나. 아쉽지만 나는 도를 닦는 사람이니 어찌 이렇게 편안할 수 있겠는가, 깨진 항아리, 새끼줄로 엮은 침상, 구멍 난 사립문이면 충분히 편안하고 몸에 어울린다. 지금 나는 거지 신세가 되었으니, 무슨 좋은 옷은 필요 없다. 먹을 것도 수도인은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지만, 어쨌든 우리 조사님의 깊은 은혜만은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바로 생각이 여기에 이르자, 그 높은 건물과 많은 귀한 그릇, 남녀 하인들이 모두 순식간에 어디로 갔는지 행방을 알 수 없었고, 그 2층짜리 둥근 집은 벗겨지고 파손되어 낡은 집으로 변했다. 실내 가구 그릇 등은 좀 더 단순하고 거칠어서 아까 보았던 부ᄌᆞᆺ집과는 정반대의 지위에 있었다.
철괴 선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출가인은 바로 이와같아야 한다. 이런 마음이 한가롭다. 조사님은 진정 선조(仙祖 신선들의 조상)시다. 어쨌든 내 취향을 잘 아시는구나.”
그는 또 생각했다.
“방금 몇몇 사제들이 조사님의 법지(法旨)를 듣고 모두가 의심하는 것 같으니 그들을 초대해야 겠다. 첫째는 여럿이 감상하면 모든 사람의 식견을 넓힐 수 있고, 둘째 여러 신선들과 함께 이곳에서 호로병 축제를 여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그는 생각하면서 여전히 뒤쪽으로 걸어갔다.
한 층 더 올라가자, 그 집은 앞의 두 번째보다 더 크고, 마지막에는 커다란 둥근 벽이 가로막혀 있는데, 아마도 호로박의 끝과 바깥쪽 경계선이 있는 곳일 것이다. 그는 마음이 담담했기 때문에 실내의 배치가 매우 조촐하고 소박했다. 철괴는 잠시 바라보다가 그대로 중간 건물로 물러났다.
뜻밖에 그 큰 뜰에는 이미 많은 사형과 사제들로 가득 차 있었다. 철괴를 보자, 뭇 신선들이 혼잣말을 했다.
“자네가 호로병 입구에 들어간 후 보이지 않았네. 사람들이 분분 의논하고 있었는데, 조사께서 홀연히 말씀하시길, ‘너희 철괴 사제가 지금 안에서 너희들을 걱정하고 있으니, 모두 들어가서 보아라. 그에게 무슨 좋은 물건이 있는지 보아라.’ 그래서 우리도 속속 들어와서 주인을 찾고 있었는데, 네가 또 뒤에서 또 나오니 어쩐지 조사님이 우리는 우물 안 개구리라고 하시더라니, 이 작은 조롱박 안에 정말 수천 명이 숨을 수 있군.”
철괴는 신선들을 만나보고, 그때의 집안이 다시 화려하고 아름다운 먼젓번 모습을 되찾은 것에 더욱 기뻤다.
철괴 선생은 얼른 신선들에게 앉으라고 권했고 청의 동자 비녀는 쉴 새 없이 차 과일을 내오는 등 매우 부지런했다. 묘한 것은 철괴 선생이 분부를 하지 않고 생각만 해도 바로 적절하게 처리했다. 세상에 어떤 하인이 이렇게 똑똑할 리가 없다. 신선들은 매우 부러워하며 철괴에게 그가 이런 귀한 보물을 얻은 것을 축하했다.
그러자 문시 선생도 이 자리에서 웃으며 말했다.
“우리는 조사님을 이렇게 오래 따라다녔지만 어르신께서 이런 걸 만드실 줄은 몰랐다. 사제가 온 지 얼마 되지 않아 특별한 운수가 있으니, 조사님이 특별히 총애를 하시는 것을 알 수 있다. 전생의 인연이 없다면 어찌 이럴 수 있겠는가?”
철괴 선생이 웃으며 감사의 말을 했다.
“비록 조사님의 두터운 은혜지만, 사형의 발탁과 여러 사형들이 보살펴주신 공(功) 덕분입니다. 저 이현은 오직 마음의 향기[心香] 한 조각밖에 없습니다, 삼가 여러 사형들의 복과 장수가 영원하길 빕니다.”
뭇 신선들이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정말 이전 인연인데, 우리들이 무슨 공을 세웠는가? 어쨌든 처음인데 호로병 선부(仙府 신선의 저택)를 관광하는데 축하 선물을 가져오지 않아 미안하네.”
철괴 선생이 급히 웃으며 말했다.
“그럴 필요 없습니다. 장차 수련할 장소를 찾아야 하는데, 필요하다면 반드시 사형들께 부탁하겠습니다. 지금은 일단 여러 사형들께 맡겨두겠습니다.”
이 말에 다들 웃었다.
문시 선생이 호로병 선부를 모두 둘러보겠다고 하자, 철괴 선생이 그들을 이끌고 다시 뒤쪽으로 걸어갔지만, 뒤로는 통할 길이 없어, 여전히 앞쪽 입구에서 함께 나왔다. 그 호리병을 돌아보니, 여전히 몇 치 길이에 둥근 물건에 지나지 않았다. 이에 모든 신선이 철괴 선생을 따라오며 모두들 기뻐하며 찬탄하고 감사함을 그치지 않았다.
노군이 웃으며 말했다.
“이건 장난일뿐 무슨 대도(大道)라 할 수 없다. 너희들이 깜짝 놀랐겠지만 아주 작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신선들이 묵묵히 있었다. 노군은 철괴 선생에게 즉시 호로박을 지팡이에 매라고 명령했다. 문시 진인이 급히 말했다.
“제자가 다시 사제에게 쪽지 하나를 주도록 하락해주십시오.”
노군이 웃으며 이마를 찡그렸다.
문시 진인이 선관(仙冠 신선이 쓰는 모자)를 벗고 긴 머리카락을 하나 뽑았다. 손을 뻗어 당기면 길이가 한 장에 달했고, 손을 놓으면 다시 원형으로 줄어들었다. 철괴를 위해 조롱박을 쇠지팡이 끝에 묶었다. 반짝반짝 빛을 발하는데, 마치 쇠의 재질인데 부드럽기는 면과 같고, 실처럼 가늘며 쇠 힘줄처럼 질겨서 뽑아도 끊어지지 않았다.
철괴 선생은 얼른 또 고맙다고 인사를 드렸다.
노군이 분부했다.
“지난번에 내가 일찍이 네게 바다에 들어가보라고 분부했는데, 중대한 고비에는 아마 나와 네 사형들까지 다녀와야 할 것이다. 이 일은 비록 그리 크진 않지만, 마교(魔敎) 교주가 기회를 타서 우리 교(敎)를 곤란하게 하려 하니 신중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이 일의 발단을 말하자면 바로 원시천존(元始天尊)의 제자 문미 진인과 시종 관계가 있다. 네가 오늘 돌아가면 태산의 네 제자들이 사는 동부에서 기다리면 된다, 대략 하루 이틀 안에 누군가가 너를 청하러 올 것인데 그가 바로 문미의 제자니라. 내부 사정은 그가 네게 알려줄 것이다.”
철괴 선생은 모두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했다.
노군이 또 말했다.
“사실 이 일은 네가 최근에 점화해서 제도한 하란선(何蘭仙)의 책임이다. 이 일의 주인이 그녀와 예전 인연이 있으니, 관례대로 그녀가 맡아서 진행해야 한다. 그녀는 아직 경건하게 수련을 하고 있으니, 이런 잡무로 그녀의 마음을 분산시킬 수는 없다. 이 일을 네게 맡겼으니, 네가 난선을 대신해서 이번에 공덕을 세운 것으로 치자.”
철괴 선생이 얼른 대답했다.
“허 낭자의 일은 제자가 대신 고생함이 마땅하고 작으나마 공로가 있다면 그녀에게 돌아가도록 하소서. 제자는 결코 남의 공을 망령되이 탐내지 않겠습니다.”
노군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출가인은 남에게 이롭기만 하면 된다. 오늘 일을 주관하는 사람도 머지않아 도를 이루게 될 것이다. 나중에 너희들은 다 동문이 될 것이니 서로 돕는 것은 이치상은당연하다. 원래 서로 피차를 억지로 갈라놓을 필요는 없다.”
철괴가 고개 숙여 명령을 받았다.
태산 옥애동(玉崖洞)으로 돌아가서 편지를 보내어 비비, 전전을 불러 명령을 기다리라고 했다. 해가 지기 전에 두 사람이 함께 선생을 뵈러 왔다. 철괴가 그 이후 있었던 일들을 그들에게 알려주자 두 사람이 기뻐하며 칭송했다.
철괴는 또 옥아가 도망가서 하산한 일을 이야기하자 두 사람이 분연히 말했다.
“스승님께서 어느 곳으로 갔는지 밝혀주시면 제자들이 가서 잡아다 죄를 다스리겠습니다.”
철괴가 웃으며 말했다.
“이 녀석은 아직 야심(野心)이 길들여지지 않았다. 원래 점화해서 제도하여 모이게 할 수 없었다, 그것은 내가 너무 열심인 탓이다. 기왕에 가버렸으니, 내 생각에 당분간은 백성들을 해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나중에 죄가 생기면 가서 처리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철괴가 또 말했다.
“내일 반드시 누가 나를 청하여 산에서 내려가서 바닷속의 큰일을 하자고 할 것이니 너희는 문밖을 지키며 그를 영접해서 들여보내거라.“
두 사람은 모두 그의 말대로 동문 밖에서 멀리 내다보고 있었다. 오시(午時)가 막 지났을 때 갑자기 큰 새가 날아가는 듯한 소리가 들려 두 사람은 깜짝 놀랐다. 고개를 들어 보니 일찍이 여자 도사가 공중에서 내려와 앞에 서 있었다. 두 사람은 스승님을 모시러 온 사람이 틀림없다고 생각하여 급히 손을 들어 예를 표하며 물었다.
“선고(仙姑)께서 바다에서 오셨으니 법호(法號)를 알려 주시면 아뢰기 편하겠습니다.”
여관(女冠)이 웃으며 말했다.
“존사(尊師)께서는 진실로 도가 있는 진선(真仙)이시로구나. 이미 내가 와서 모셔갈 것을 알고 계셨구나. 빈니(貧尼 여도사가 자신을 겸칭)의 법명은 혜통(慧通)으로 존사의 사형이신 문미 진인의 제자이고 두 분 도우들과 같은 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대들의 스승과 내 스승님은 한분은 노군의 문하이고 한분은 원시천존의 문하이니 동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모두 한 집안 식구입니다.”
비비가 웃음을 머금고 인사를 했고 전전이 급히 안으로 들어와 아뢰었다. 철괴 선생은 애초 득도한 것이 모두 여러 동문들의 보살핌 덕분이었다. 그는 또 천성이 겸허하고, 여태까지 지나치게 자존심을 높이지 않았다. 특별히 비비와 함께 직접 맞이하러 나갔다.
혜통은 철괴를 보자마자 스승이 말한 절름발이 신선(跛仙)임을 알고 황급히 다가가 땅에 엎드려 말했다.
“사숙님, 제자 혜통이 문안드립니다.”
철괴 선생이 반절을 하고 웃으며 안으로 들어오라고 청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좌정했다. 혜통은 먼저 나원 부인을 수도에 성공시켜 스승의 명을 받아 도장을 지었으니 사숙께서 한번 와보시라고 청했다. 철괴는 당연히 승낙했고, 하는 김에 혜통에게 나원의 이전의 일을 간단히 말해달라고 부탁했다. 혜통이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철괴 선생은 비로소 전후의 인과를 깨닫고, 조사께서 말씀하신 동문 동료가 혜통이 말하는 장과(張果)임을 알고 즉시 친근한 마음을 품었다.
혜통이 또 말했다.
“나원 부인은 이미 스승님의 명을 받아 각선(覺先)으로 개명했고 지금은 오직 법가(法駕)가 오시길 기다리고 있습니다. 또 여러 산의 도우(道友), 각계 대선(大仙)과 바다의 용왕(龍王) 부부를 초청하여 성대한 모임에 참여하게 하고, 사숙께서 하루빨리 오시기만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철괴 선생이 급히 말했다.
“출가한 사람이 사람을 살리는 일 말고 또 무슨 일이 있겠느냐. 부름을 받았으니 당연히 사저(師姐)와 함께 즉시 떠나야지.”
혜통은 크게 기뻐하며 철괴와 함께 일어나 비비, 전전 두 사람을 데리고 구름을 불렀다. 회해 마을은 태산 남쪽에 있어서 일행과 네 명은 모두 남쪽으로 출발했다. 도중에 갑자기 네 사람 뒤에서 한바탕 검은 바람이 불어왔다. 철괴와 혜통은 이상함을 알고 있었고, 뒤를 돌아보니 먹구름 속에 도인 몇이 유유히 오는 것이 보였다.
혜통이 철괴에게 말했다.
“사숙, 이번에 오는 자가 요인(妖人)임에 틀림 없습니다. 제 스승님께서 ‘이번에 각선(覺先)이 도를 이룬 후 도량을 만들면 반드시 원수가 와서 함락하고 파괴할 것이니 모두 조심해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이 네 사람이 보니 요기가 가득하며 또 우리와 같은 방향으로 가는 것을 보니, 틀림없이 회해촌으로 갔을 것입니다. 저와 사숙은 천천히 움직여도 무방합니다. 그들이 오기를 기다려 도대체 어떻게 대처할지 알아본 후에 대처 방법을 결정하면 어떻습니까. 사숙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러자 철괴 선생이 고개를 끄덕였다. 구름의 속도를 늦추고 뒤에 있는 네 사람이 쫓아오기를 기다렸다.
과연 이들 넷이 요사(妖邪)한지 여부는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