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능허와 공공 두 요괴가 철괴 선생을 암살하기 위해 모기와 개미로 변신해 우렁이 궁에 갔지만, 뜻밖에도 죽이기는커녕 철괴 선생의 공력(功力)에 의해 호로병 안으로 거두어졌고, 그들이 고심해서 단련한 몇 가지 법보마저 그대로 헌납해야 했다. 또 그들을 한바탕 겁주어 두 요괴가 머리를 조아리고 피를 흘린 후에야 비로소 호로박을 회수해 두 요괴를 쫓아내자 한바탕의 선풍(仙風)이 그들을 조개 껍질 문 안으로 불었다. 두 요괴가 눈을 뜨고 보고 나서야 한편으로는 놀랍고 또 한편으로는 기쁘고 또 두렵기도 했다.
철괴 선생은 원래 성격이 가장 인자(仁慈)해서, 그들의 음모에 당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기회를 보아 그들을 깨우쳐 과거의 잘못을 통감하고 정교(正敎)로 들어가게 하려 했다. 이렇게 하면 아주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두 요괴가 집착하며 깨닫지 못하고 살려달라고 애원하는 외에 제도해달라는 말은 한마디도 꺼내지 않았다. 철괴 선생은 비로소 두 축생(畜生)이 정말 복명(福命)이 없음을 알고 이에 그들을 제자리로 돌려보냈다.
두 요괴는 기뻐한 나머지, 자기도 모르게 다투어 하늘을 향해 재생의 덕을 감사했고, 그제야 허둥지둥 내당(內堂)으로 들어섰다. 노교룡 등 10여 명의 요괴들은 모두 매우 초조하게 기다렸는데, 두 사람의 이런 상황을 보고 모두 깜짝 놀랐다.
명명자(冥冥子)가 먼저 말했다.
“지금 광경을 보니 분명히 큰 손해를 보았겠군.”
통현자는 마음속으로 그의 보병(寶甁)만 그리워하며 급히 물었다.
“두 형제가 돌아오셨는데, 섭혼병은 찾았습니까? 사로잡은 두 요괴는 도대체 있는지, 생사는 어떻습니까?”
능허자가 얼른 손을 흔들며 말했다.
“말도 마시오. 오늘이야말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큰 손해를 보았습니다. 보세요, 우리 둘의 법보마저 다 잃어버리지 않았습니까.”
통현자가 앞서 사정을 대강 말하자 대중들은 어안이 벙벙해져서 서로 쳐다보면서 말을 잇지 못했다.
노교룡이 노여워하며 말했다.
“두 분이 또 이렇게 큰 손해를 보고 그 절름발이 도적이 이렇게 창궐할 줄은 전혀 몰랐습니다, 제가 다시 가서 교주(敎主) 어르신을 한번 청해 반드시 그를 제거해 후환을 막아야 겠습니다.”
요괴들이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칭찬했다.
막 몸을 움직이려 하는데 홀연 밖에서 선악(仙樂)이 크게 울리더니 하늘에서 학 울음 소리가 길게 들렸다.
노교룡이 크게 의심하며 말했다.
“또 어떤 선인(仙人)이 와서 그들을 도우러 왔단 말인가? 만약 그렇다면, 우리는 정말 교주님을 모셔오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문 앞의 졸개 요괴가 보고했다.
“두 분 어르신과 한 부인께서 오셔서 문 앞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노교룡은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며, 반드시 자기편 도우(道友)들이 도우려 왔음을 예상했다. 그래서 여러 요괴들과 함께 마중 나갔다. 알고보니 절교 문하 1대 대제자(大弟子)인 손호(孫虎), 우발(牛勃), 호해산(胡海山) 세 선인과, 백씨(白氏) 여선(女仙) 한 명이 우렁이 껍질 안에 도량을 만들고 양교(兩敎)의 인물들이 모두 이곳에 모인다는 말을 듣고 자기 교가 질까 봐 특별히 교주의 명을 받들어 돌보러 온 것이다.
노교룡이 매우 기뻐하며 여러 요괴들과 큰절을 올렸다.
손호가 대치 상황과 저쪽 도량의 날짜를 묻자, 노교룡이 능허 등 세 요괴가 패배한 상황을 보고하고 나서 말했다.
“도량은 원래 오늘 열기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많은 동도(同道)들이 도착하지 않아서 이미 열흘을 미뤘으니 아마 이번 달 20일 안에 반드시 개설할 것입니다.”
우발(牛勃)은 능허자 등이 이렇게 화(禍)를 당했다는 말을 듣고 크게 노해 말했다.
“노군(老君)의 문하가 어찌 감히 우리 교(敎)를 업신여긴단 말이냐. 우리가 이미 이곳에 왔으니, 내일 바로 앞 넓은 공터에 연무대를 하나 만들고, 그들을 하나씩 올려 죽이자. 만약 아무도 연무대에 오르지 않는다면 그 우렁이 껍질을 부수고 나원 부인을 뭍으로 쫓아내고 회해촌 마을 500리 안에 잠시도 머물 수 없게 하겠다. 도형들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손호가 웃으며 말했다.
“철괴가 비록 도행(道行)이 좀 있지만, 모두 합쳐서 요 몇 년만에 무슨 큰 재주를 가질 수 있겠는가? 오늘 우리가 온 것을 알면 반드시 다른 고인을 바다로 모셔서 도와달라 할 것이다. 우리는 사람을 보내서 그들에게 시합을 하러 오라고 통지하는 한편 우리가 직접 중요한 곳에 가서 관문을 지켜야 한다. 만약 이 녀석이 바다로 나갈 때는 반드시 산으로 가서 구원병을 요청하는 것이다. 그러면 먼저 그를 잡아다 능허를 비롯한 세 도우(道友)를 대신해 복수하는 것이 좋겠다.”
요괴들이 모두 기뻐하며 칭찬했다. 곧 대합 껍질 안에서 또 다시 큰 환영회가 열렸다. 한편으로 졸개 요괴를 시켜 우렁이 껍질에 편지를 보내게 했다.
각선이 편지를 받고 혜통, 장과 등과 함께 철괴 선생을 만나러 갔다. 편지를 받아 든 선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해저에서 싸우는 것도 기이한 이야기지만 안타깝게도 많은 동도(同道)들이 이번 겁난을 면치 못하는 것이 가련하고 아프구나.”
두 사람이 그 뜻을 알고 고개를 끄덕였다.
혜통이 물었다.
“선생께서 몇 분 선사(仙師)님들께 도움을 청하러 가시렵니까?”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청하러 갈 필요 없다. 우리 구원병이 이미 오고 계신다.”
잠시 후 과연 문시, 표묘, 광성, 운중(雲中) 등 진인과 문미 진인이 일제히 도착했다. 철괴와 각선 등 신선이 모두 함께 나가서 안으로 영접헀다.
문시가 미소를 지으며 철괴에게 말했다.
“듣자하니 조사께서 자네가 참 주도면밀하고 또 마음이 자선(慈善)하다고 몹시 칭찬하셨네.”
철괴가 황공해 하면서 말했다.
“또한 조사님의 보살핌은 정말 골수까지 깊이 사무치게 감동스럽고 평생 잊을 수 없습니다. 여러 도우 사형(師兄)들께서 모두 저를 도우러 와주시니 더욱 감동했습니다. 그러나 궁중(宮中)에서 일찍이 조사님의 지시를 받들어 중대한 고비에 이르면 어르신께서 직접 와서 가르침을 주시겠다고 하셨는데, 이 말씀이 실현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뭇 선[衆仙]들이 다 말했다.
“이것은 당신의 특별한 법연[緣法]으로 조사님의 파격적인 발탁을 그 누가 따를 수 있겠습니까?”
장과(張果)도 와서 스승인 문미 진인을 뵈었다. 진인이 그의 도행을 고찰한 결과, 그의 얼굴에 도기(道氣)가 가득하고 온몸이 선골(仙骨)인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며 고개를 끄덕여 감탄하며 말했다.
“선연(仙緣)이 두 종(二宗)은 달라 정말 해석할 수 없구나. 너처럼 출신이 아주 작아도 내가 이렇게 발탁해 지금은 풍파가 다 가시고 한마음으로 수도에 전념할 수 있게 되었으니. 너는 장차 수백 년 안에 반드시 도를 이룰 것이다. 물류(物類 사람이 아닌 부류)가 도를 얻는 것 중에서 비교하면 이미 좋은 복분(福分)인 셈이다. 하지만 네 철괴 사숙과 비교하면 행복의 깊이와 선연(仙緣)의 두터움은 같이 말할 수 없겠구나.”
뭇 선들이 듣고 다들 탄식했다.
장과가 말했다.
“제자는 오직 공을 이룰 수 있기만 추구할 뿐 빠르고 느림은 따지지 않습니다. 어쨌든 인연이 적고 박복한 사람도 일반적으로 다 신선(仙)이 될 수 있지만 많아도 천백 년의 고생스런 공부가 필요할 뿐입니다. 이왕 인간 세상에서 출가해 도(道)를 닦았으니, 약간의 고생을 겪는 것이야 다 마땅한 일입니다. 제자가 비록 어리석긴 하지만, 그래도 함부로 자신을 비하하진 않습니다.”
문미 진인이 이 말을 듣더니 자기도 모르게 탄식하며 말했다.
“네가 이런 뜻을 세우고 또 이런 마음을 품었으니 수련하여 신선이 되거나 부처가 되는 것도 모두 어렵지 않을 것이다. 걱정할 필요 없겠구나.”
문시 등 여러 신선과 철괴 선생이 한결같이 치켜세우자 오히려 장과를 몹시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때 혜통이 나와서 문미를 뵙고, 자신이 늦은 까닭 및 각선 등이 도량을 배치한 것을 말하며 사존께 용서를 청하자 문미가 웃으며 말했다.
“네가 바른 일을 하느라 스스로 해결한 다음 나를 보러왔는데, 내 어찌 너를 책망하겠느냐?”
혜통이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장과 옆에 나란히 아랫자리에 앉았다.
문미와 문시 두 진인이 표묘, 화룡진인에게 말했다.
“두 분 도형께서 여기까지 오셨는데 어찌 두 분의 고족(高足 남의 제자에 대한 존칭)은 와서 인사를 하지 않습니까? 하물며 이곳은 그들 부부가 관할하는 곳인데, 이곳 주인에 대한 우의(友誼)는 그들에게도 책임이 있지 않습니까?”
두 진인(真人)이 듣더니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급히 이곳에 오느라 수정궁에 미처 통지하지 못했으니 그들은 당연히 우리가 이미 이곳에 온 것을 모를 겁니다. 하지만 그들 부부는 충효하고 우직한 사람들이니 하루 이틀 안에 우리가 여기에 있는 걸 알면 반드시 알현하러 올 것입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밖에서 비바람 소리가 들리고 이어서 파도 소리가 들렸는데 기세가 매우 세찼다. 뭇 선들이 어찌 된 영문인지 몰랐고 철괴 선생은 조개의 요괴들이 와서 소란을 피우는 줄 알았다.
단지 문미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표묘, 화룡 두 형의 고족(高足)이 틀림없습니다.”
말이 끝나자마자 과연 본동(本洞)의 시녀가 용왕(龍王) 내외를 안내하자 먼저 표묘, 화룡 두 진인에게 절을 올렸다. 두 진인은 얼른 그들에게 여러 사숙과 사제들을 만나게 했다. 그중에서도 혜통과 용왕이 가장 친했다.
이외에 장과는 비록 그들과 천백 년 전 사귄 벗이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비루함을 알기에 어른을 공경하는 예의로 용왕과 왕비에게 절을 올렸다. 한바탕 술잔이 오가고 오히려 매우 떠들썩했다. 그 자리에서 용왕은 남해에서 대합이 새로 와서, 또 이곳에 조개껍질을 궁궐로 만들고 사면팔방의 요정을 불러서 연무대를 설치해 이곳에서 상선들을 난처하게 한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과인이 원래 일찍이 그들을 쫓아내 이곳에서 소란을 피우지 못하게 하려고 했지만, 그들 중에도 능력이 있는 인물이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절교 교주인 통천도인(通天道人)이 직접 와서 그들 한 무리의 제자들을 위해 세력을 부추길 것입니다, 우리의 도법(道法)에 한계가 있어 그와 대항할 순 없습니다. 다행히 이곳에 이미 많은 천선(天仙)들이 계시니, 요괴를 소탕하기란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니 잠시 허술한 척하면서 저들이 어떻게 이쪽을 난처하게 만드는지 보시죠.”
문시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우리가 이왕 이곳에 왔으니 모름지기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습니다. 내일 모두 가서 그들이 어떻게 국면을 만드는지, 또 어떤 능력자와 고사(高士)가 있는지 봅시다. 이렇게 일찍 똑똑히 알게 되면, 우리 이(李) 사제가 단(壇)에 관한 일을 일찍 끝낼 수 있고, 모두 각자 천조(天曹)로 돌아가서 바다 밑에 오래 머물러 용왕을 방해하는 일도 없을 겁니다.”
뭇 선들이 모두 웃으면서 좋다고 했다.
용왕 부부가 매우 황송하고 부끄러워 하며 동시에 말했다.
“여러 상선(上仙)들께서 왕림하셨으니, 정말 바다세계[海界]로선 다행한 일이고, 소왕(小王)들이 환영할 겨를도 없는데 어찌 폐를 끼친단 말씀을 하십니까?”
화룡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바로 그렇다. 이곳은 너희 부부의 치하(治下 다스리는 곳)이고, 이곳 주인과의 의리는 마땅히 너희들이 극진히 해야 한다.”
용왕이 일어나 웃음을 머금고 대답했다.
“이는 당연합니다. 원래는 사숙 형제들을 궁으로 초대해 궁에서 한번 놀려고 했습니다. 도량에 한번 오고 싶었지만 꼭 몸을 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 소왕(小王)도 감히 이런 인정을 베풀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공양 준비 등은 이미 궁중에서 완벽히 준비되어 있고 따로 관원을 파견해 특별히 맞이하게 했습니다.“
뭇 선들이 모두 급급히 사양했다.
표묘 진인이 크게 웃으며 말했다.
“여러 도형 사제들께서 꼭 이렇게 사양하실 필요 없습니다. 용왕 내외는 평소 맛있는 음식이 얼마든지 있고, 그 풍족한 정도는 천상(天上)에서도 드문 일입니다. 우리들이 이런 것을 얻기 어려우니, 그를 한번 귀찮게 한들 무슨 문제가 되겠습니까?”
운중자, 광성자가 듣고는 웃으며 말했다.
“알고 보니 당신들 두 스승이 식견이 좁고 식탐이 심해 도제들에게 바가지를 좀 씌우려다 오히려 우리까지 모두 끌어들이는 것이로군요!” 한마디에 모두가 웃었다.
말하는 중에 과연 용궁(龍宮)에서 파견한 이들이 연회를 베풀어 매 신선마다 한 자리씩 차렸다. 용왕 부부는 공손하고 예의 바르게 그들을 일일이 앉히고, 부부가 직접 주전자를 들고 아래 자리에 함께 앉았다. 뭇 선들도 여기까지 이르자 더는 사양하지 말고 각자 자리에 앉았다.
용왕 부부가 각기 술을 따랐고, 일시에 맛있는 안주와 음식들이 진열되었다. 좋은 과일이 골고루 진열되어 그 부귀한 기상은 말할 것도 없고, 온갖 진기한 맛은 말로는 이루 다 표현할 수 없었다. 두 주인이 정성껏 권하자 여러 신선들도 모두 구속을 벗고 마음껏 먹고 마셨다. 이 연회는 오전부터 시작해 오후 늦게야 해산했다. 용왕 부부는 공무(公務) 때문에 인사하고 돌아갔다.
문시 진인이 문득 마음속에서 한 가지 움직임을 느끼고 철괴 선생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사제, 그 요괴는 정말 식견이 얕구나, 그들은 자네가 구원병을 청할 것을 대비해서 사람을 보내어 이미 궁중에서 자네를 기다리고 있네. 우리가 지금 그를 한번 놀려주세.”
철괴가 웃으며 계책을 물었다.
문시가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단주(檀主)이니 이곳을 떠나기 어렵네. 나와 문미 도형이 자네 사제(師弟)의 모습으로 둔갑해 그들에게 잡혀가 나중에 크게 싸울 때 우리가 안에서 일을 만들어 일거에 섬멸할 계책을 마련하면 어찌 편리하지 않겠는가?”
뭇 선들이 듣고 손뼉을 치며 오묘하다고 했다.
철괴 선생은 사도(師徒)라는 두 글자를 듣자마자 갑자기 한 가지 중요한 일이 생각나 급히 말했다.
“마침 사형 등을 청해 가르침을 청하려던 참인데, 제 제자 비비, 전전이 이렇게 요괴에게 잡혀가서 섭혼병에 담겼습니다. 지금 병을 찾긴 했지만 병을 열 수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합니까?”
문시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이것은 틀림없이 통현자의 법보일 것이다. 그것은 원래 매미였는데 마침 우리 대사형(大師兄)이신 운정진인(雲鼎真人)이 불쌍히 여겨 약간의 도법(道法)을 가르쳐 주셨지. 뜻밖에도 그는 살다가 번뇌를 견디지 못해선지 사(邪)와 정(正)을 구분하지 못하고 이곳에 와서 우리측에 도전하다니 아마 이 녀석의 운명도 비슷할 것이다. 병을 꺼내 내게 보여주면, 어떻게 열지 다시 연구해 보겠네.”
철괴 선생이 이 말에 따라 품에서 섭혼병을 꺼냈다. 문시가 병을 손에 들자 모든 신선들도 다 와서 구경했다. 문시가 뭐라고 외우자 입에서 황금 기운이 뿜어져 나와 곧장 병마개로 향했고, 입구가 갈라지면서 두 혼령(魂靈)이 원래 몸으로 돌아왔다. 안에 있던 비비, 전전 두 사람은 자기도 모르게 “아악” 소리를 지르며 기어 일어나 상선(上仙)께서 구해주셨다는 말을 듣더니 황급히 나서서 감사의 절을 올렸다.
이에 문미 진인은 철괴의 형상으로 변하고 문시 진인은 몸을 둘로 나눠 비비와 전전으로 변했다. 세 몸이 구름을 타고 사방을 바라보니, 도처에 요괴가 지키고 있었다. 문미와 문시는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 그들과 한바탕 싸웠으나, 기력을 더하지 않고 곧 붙잡혔다. 모든 요괴들이 기뻐하며 세 사람을 둘러싸고 조개껍질[蚌殼]로 돌아왔다. 두 선인이 멀리서 바라보니 조개껍질 위에 자줏빛 구름이 주위에서 은은히 감도는 것을 보고 자기도 모르게 놀라며 말했다.
“알고 보니 그들의 교주인 통천 노인네[通天老兒]가 도착했군, 우리의 이 화신법(化身法)은 어찌 그의 눈을 속일 수 있겠는가. 오히려 공교롭게 졸렬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좋겠다.”
말이 채 끝나기 전에 이미 조개 궁[蚌宮]으로 들어갔다.
두 선인은 원래 이때 몸을 빼어 도망갈 수 있었지만, 내부 정보를 알아보기 위해 잠시 들어가 보기로 했다. 그래서 이 요괴들에게 이리저리 밀리면서 2층 큰 뜰로 갔다. 과연 연무대가 설치되어 있고 그 위에 많은 요괴와 신선들이 모여있는데 오히려 고상함과 속됨이 같지 않고 아름다운 것도 있고 추한 것도 있었다. 가운데 흰 머리에 흰 수염, 네모난 코에 긴 귀를 가진 노도사(老道士)가 앉아 있었다. 두 선인은 그가 통천교주임을 알아보았지만, 그가 언제 왔는지는 알 수 없었다.
빠져나갈 계책을 생각하던 중, 문득 통천교주가 두 눈을 번쩍 뜨고 양쪽에 있는 몇몇 제자들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
“보아라, 노자 문하의 제자와 손제자들이 이토록 사물을 분간하지 못하는구나. 내가 여기 있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감히 화신법으로 시험하려 하다니.”
뭇 도제들이 물었다.
“이 세 물건은 철괴와 그 도제들이 아닙니까?”
통천이 냉소를 지으며 한마디 했다.
“이때 어리숙한 아이들이 끌어올리면 그들이 변화해서 오둔법[五遁 오행 둔갑술]을 쓸 것이다. 내 부적을 가져가서 그들의 머리에 붙이면 그럼 도망갈 수 없을 것이다.”
이에 대제자 손호, 우발이 부하에게 명령해 부적을 내려왔다. 문미가 문시를 향해 눈을 깜박거리며 신호를 보내자 문시는 “갑시다”라고 말하며 두 발을 한번 굴렀다. 이미 토둔법(土遁法)으로 조개껍질 밖으로 나와 본영(本營)으로 돌아왔다. 통천 사도는 화가 나서 죽을 지경이었다.
다음날이 되자 문시, 문미, 표묘, 화룡 등 네 진인과 광성자, 운중자, 철괴 선생 사도, 혜통, 장과, 각선 등 일행 10여 명의 선인들이 조개껍질을 향해 갔다. 이쪽에서 통천교주는 여전히 어제처럼 높은 단상에 앉아 있었고 몸을 일으킨 적도 없었다.
문시 진인이 큰소리로 외쳤다.
“통천 사숙(師叔), 우리 교(敎)와 사숙 일파는 비록 같은 도(道)에 속하진 않지만 모두 방외지사(方外之士)에 속하고 도(道)가 있는 몸입니다. 우리 이곳 각선 도우는 전생에 죄가 무거우니, 금세(今世)에 며칠간 도량을 열도록 원혼(冤魂)을 초도하려 합니다. 이 역시 매우 도리에 맞는 일인데, 어디에서 사숙에게 죄를 지은 것인지 마치 큰 적을 만난 것처럼 이렇게 친히 찾아오셨으니, 이는 무슨 연유입니까?”
통천은 답이 없었다.
옆에서 우발(牛勃)과 손해(孫海) 두 장수가 뛰어나와 크게 외쳤다.
“문시(文始)와 문미(文美)는 헛소리 마라. 너희들이 기왕 같은 방외(方外)의 수도지사(修道之士)임을 안다면 서로 존경하고 친하게 지내야지, 어찌하여 너희 둘은 밖에서 우리 교가 인류(人類 사람의 부류)가 아니라고 폄훼하느냐? 설마 문미가 거둔 문생(門生)은 다 인류란 말이냐? 하늘은 호생(好生)하고, 사람(人)과 사물(物)은 같은 열에 있으니, 존비귀천(尊卑貴賤)이야 각자 수지(修持)를 보아야지, 어찌 출신으로 서로 모욕할 수 있느냐? 우리 교는 원래 너그럽고 관대하여, 너희들을 난처하게 하지 않았다.
뜻밖에도 나원이란 그 작은 요괴가 자신을 헤아리지 못하고 교룡 형을 난처하게 했다. 교룡 형은 예전에 비록 그녀의 아들이었지만, 지금은 이미 천 년이 지났고, 사람도 여러 세대에 걸쳐 바뀌었는데, 굳이 이런 묵은 원한을 다시 고칠 필요가 있느냐? 이에 우리 조사님께서 자비를 크게 베풀어 그를 구하러 오셨다. 너희가 만약 분별이 있다면, 빨리 본산(本山)으로 돌아가고 우렁이를 우리에게 넘기면 만사가 편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오늘 너희들은 흥(興)으로 왔다가 목숨을 잃고 돌아갈 것이다.”
그러자 문시, 문미 모두 크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 말을 들어보니, 우리가 당신들을 인류로 대하지 않아 오랜 원한이 생긴 것 같구나. 마침 저 교룡을 앞세워 당신들 사도(師徒)가 이 기회를 이용해 복수하러 온 것이 아니냐? 오늘 당신들이 들은 말이 진실인지 여부는 상관하지 않겠지만, 이 교룡을 말하자면, 이 짐승이 각종 패역과 이치를 어긴 일을 저질러 그가 우리를 찾지 않는다 해도, 우리 역시 백성들을 대신해서 해악을 없애기 위해 그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 뜻밖에 제발로 스스로 우리를 찾아올 줄은 몰랐다. 그의 기수(氣數)가 이미 끝났음을 알 수 있으니 수천 년 수련한 공이 곧 물거품이 될 것이다. 도우들이 또 만(萬) 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그의 역행(逆行 도리에 어긋난 행동)을 돕다니, 그야말로 천도(天道)와 대의(大義)를 모르는구나. 빈도(貧道)들은 남몰래 도우(道友)들을 위해 기다리며 먼저 공격하지 않았다!”
우발(牛勃) 등이 이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냈다.
우발 등이 어떻게 화를 냈는지 알고 싶다면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29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