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각설하고 조개껍질에 연무대를 설치했는데, 통천교주가 명령을 내려, 우발 등이 이쪽의 여러 신선과 말다툼이 끝나지 않는 것을 보고 말했다.
“어디 그들과 그렇게 많은 말다툼 할 시간이 있느냐. 지금 우리가 이 무대를 설치해 놓았으니, 그들이 올라와서 겨루어 보라고 하라. 겨루어 이긴다면, 우리는 깃발을 내리고 북을 그치고 본산으로 돌아가겠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말한 대로 우렁이와 박쥐들이 여기서 위세를 부리는 것을 허락하지 않겠다. 모두 하늘 밖으로 쫒겨 날 것이며 다시는 중원(中土)으로 돌아올 수 없다.”
말을 마치고 교주는 대에서 내려갔다.
여기 능허, 통현, 공공 세 사람은 이미 법보(法寶)를 잃어 더는 위엄을 부릴 수 없었다. 단지 명명자만이 아직 승복하지 않고, 세 도우를 대신해 복수를 하려고 가장 먼저 무대에 올라 큰소리로 외쳤다.
“귀교 문하에서 어느 분이 올라와 빈도와 우열을 가리겠소?”
말이 끝나기도 전에 여선(女仙)인 혜통(慧通) 펄쩍 뛰어올라 성명을 말하고 각기 보검(寶劍)을 들고 무대에서 한바탕 맞섰으나 승부가 나지 않았다.
명명자가 손에 몰래 법보를 넣고 몸을 돌려 가다가 혜통이 달려가는 틈에 맹렬히 소리쳤다.
“요부(妖婦)야, 조사 어르신의 법보가 왔다!”
혜통이 고개를 들어 쳐다보자 명명자의 손에서 한 갈래 붉은 빛이 곧장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날아왔다. 원래 명명자는 반딧불이 수련 성취한 것이라, 내보낸 붉은 빛은 그 본신(本身)의 불이라, 보통 사람이 만나면 순식간에 온몸이 타버릴 수 있었다. 하지만 혜통은 일찍이 방비했으므로, 소매에서 보선(寶扇 보배 부채) 하나를 꺼내 불길을 향해 세 번 부채질했다. 이 불이 비록 돌아가 명명자를 태우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이쪽으로 오지도 못했다.
혜통이 웃으며 말했다.
“이 쪼그만 벌레야, 정말로 반딧불 주제에 감히 나와서 사람을 겁주려는 것이냐? 네 조상 할머니의 불길을 보아라!”
말을 마치면서 입에서 환(丸) 하나를 뱉으니 명명자에게 날아갔다. 바로 호신지단(狐身之丹 여우의 단)이었다. 단이 명명자의 몸에 닿자 갑자기 온몸에 불이 일어나더니, 맹렬한 화염이 무대에 가득 찼고 명명자를 태워 원신(原身)으로 화하게 했는데, 아주 거대한 모기였다. 모기는 불꽃에서 날아와 무대로 떨어져 머리가 문드러지고, 날개뼈가 부러지자 숨을 헉헉 몰아쉬며 본진(本陣)으로 물러났다.
노교룡은 명명자가 이렇게 망신당하는 것을 보고 속으로 크게 분노해 즉시 화가 치밀어 올라왔다. 그저 침을 살짝 뱉았을 뿐인데 무대 전체를 망망한 큰 바다에 담가버렸다. 놀란 혜통은 당황하여 진흙과 물이 묻은 채 본진으로 도망쳤다. 즉시 문미 진인의 혼(魂)이 용궁으로 가서, 용왕 내외에게 빨리 바닷물을 거둬 요인(妖人)이 빌려쓸 수 없게 했다.
용왕이 아뢰었다.
“그 노교룡이 비록 사법(邪法)이긴 하지만, 그 본성이 물(水)에 속해, 그 능력을 다 발휘하면 강과 바다를 뒤집을 수 있습니다. 제자에게 빌린 것이 아닙니다.“
문미는 어쩔 수 없이 조개껍질로 돌아왔다.
마침 철괴 선생이 뒤따라 와서 이유를 물었다. 이때 물의 세기가 커질수록 점점 이쪽으로 밀려오는데 다행히 모든 신선은 물을 피하는 피수(避水) 법이 있어서 물이 곁에 오면 즉시 물을 갈라 미세한 손해도 없었다.
철괴가 웃으며 말했다.
“이건 내 호로병으로 담지 않으면 안 되겠구나.”
황급히 호로병을 열고 뭐라고 중얼거렸다. 갑자기 거센 파도가 일제히 호로병 속으로 흘러가는 것이 보였다. 노교룡은 크게 노해 남해의 물을 다 뿜어내어 뭇 선들을 잠기게 했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물살이 클수록 호로병에 유입되는 것도 빨라졌고, 호로병 바깥에는 물의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이때 문시가 소리쳤다.
“저 짐승이 여전히 정말 사활(死活)을 모르는구나, 네가 바닷물을 다 거두면 그쪽 백성들의 생령(生靈)이 다 망가지지 않겠느냐. 천조(天條 하늘 법규)를 어기는 죄를 지어 벼락을 맞을까 두렵지 않으냐?”
노교룡이 갑자기 놀라 정신을 차렸다. 또 이렇게 큰물로도 적을 완전히 해칠 수 없다는 것을 보고, 어쩔 수 없이 퇴수결(退水訣)을 맺어 물살을 멈추게 했다.
철괴 선생은 호로병을 들어 단상을 향해 웃으며 말했다.
“네가 물을 물려, 저쪽의 수심이 몇 치밖에 안 남았고 또한 생령(生靈)이 연루되는 것을 모면할 수 없음을 아느냐?”
노교룡은 이 말을 듣고 뭐라 할 말이 없어 불만스런 표정으로 무대에서 내려왔다.
그러자 손호가 단상에 올라가 높이 소리쳤다.
“누가 빈도와 한번 놀아 보겠느냐?”
광성자가 운중자에게 웃으며 말했다.
“이 손호는 호랑이 요괴입니다. 그에게 고루주(骷髏珠 해골 구슬) 한 꾸러미가 있는데 바람을 한번 맞으면, 도행이 얕은 사람은 혼담(魂膽)이 사라질 겁니다. 도형이 지니신 정신주(定神珠)로 그를 깨뜨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요괴는 검법(劍法)과 무예가 모두 좋으니 싸울 때 상대하실 때 좀 조심해야 합니다.”
운중자가 칼을 메고 올라가 서로 통성명을 하고 한바탕 크게 싸웠다. 운중자는 비록 도행이 고심한 사람임에도, 손호의 쌍추(雙錘) 앞에서 힘을 느낀 듯, 자신도 모르게 웃으며 말했다.
“필경 악한 호랑이라도, 그래도 기력이 좀 있구나.”
그 말을 들은 손호가 더욱 화를 내며 쌍추를 들고 운중자의 몸 위로 벽력같이 내리쳤다. 운중자는 몸놀림이 민첩한데 어찌 건드릴 수 있겠는가? 무대 아래 사람들은 분명히 손호의 망치가 운중자의 몸에 닿은 것을 보았지만 운중자는 결코 다치지 않았다. 문득 손호 뒤로 빙글 돌았다가 잠시 후에 또 그의 등 뒤를 스쳐 지나갔다. 오히려 손호는 힘이 세어도 쓸데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온 얼굴이 땀투성이가 된 손호는 자신도 모르게 화가 극에 달해 문득 해골 꾸러미를 꺼내 들었다. 크고 작은 해골이 모두 70여 개였다. 모두 그가 평소 잡아먹었던 사람들인데 나중에 연마해서 이 보배로 만든 것이다. 운중자를 향해 드르륵 소리를 내며 해골을 몇 차례 흔들었다. 하지만 운중자는 법력(法力)이 지극히 커서 떨림을 느끼지 않았고 다행히 미리 방비했기 때문에 정신보주(定神寶珠)를 손에 들고 해골 꾸러미를 비추었다.
손호가 눈을 뜨고 보니 문득 1장 가량 보주의 빛이 발산되는 것이 보였는데 빛 속에 수많은 매서운 귀신들이 비쳐 나왔다. 하나같이 머리를 풀어 헤치고 온 얼굴에 피투성이여서 무척 무섭게 보였다. 그것은 모두 이 해골 자체로서 손호에게 이를 갈며 일제히 그의 몸을 향해 달려들었고, 손호는 소리를 지르며 놀라 땅에 굴렀다.
광성자가 무대 아래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
“운중 도형, 빨리 손을 쓰세요, 이 짐승이 사람을 가장 많이 잡아먹어 악이 이미 가득 찼으니 절대로 가볍게 놀려서는 안 됩니다.”
운중자는 이미 손호의 아랫배를 겨누고 칼을 찔렀다. 무대 위와 무대 아래에 호랑이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렸는데 마치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갈라지는 것 같았다. 손호는 이미 비명횡사했다. 무대 위에는 죽은 호랑이가 한 마리 누워있고, 앞발에는 사람을 그렇게 놀라게 하던 법보인 해골 꾸러미를 움켜쥐고 있었다.
운중자가 손에 집어들고 막 무대 아래로 내려갈 때, 갑자기 뒤에서 미친 듯한 고함 소리가 들렸다.
“도적아 멈춰라, 나와 한번 놀아보자.”
운중자가 뒤를 돌아보니 우두마면(牛頭馬面)에 용의 몸, 호랑이 꼬리를 가진 괴물로, 바로 통천교주가 타고 다니는 용호혼(龍虎混)이었다. 손에 유금류(溜金鎦 금반지)를 끼고 운중자의 머리와 얼굴을 겨냥해 쳤다.
운중자는 그가 이렇게 추하게 생기고, 게다가 너무 맹렬하게 오는 것을 보고, 세 걸음 뒤로 물러서서 웃으며 말했다.
“정말 재수가 없으려니 청천 대낮에 이런 악한 괴물이 나타나는구나. 너는 거울로 비춰보지도 않느냐 수련하여 짐승 모양도 못 갖춘 것이 또 사람 앞에 얼굴을 내민단 말이냐?“
이 말 한마디에 용호혼이 화가 나서 크게 고함을 질렀고, 콧구멍에서 두 줄기 연무가 뿜어져 나오더니 똥 같은 악취와 뱀 비린내가 났다. 운중자는 속이 몹시 메스꺼웠는데, 마침 몸이 단상 옆에 있어서 자신도 모르게 몸을 가누지 못하고 무대에서 떨어졌지만 다행히 광성자가 구해주었다.
문시 진인이 이마를 찌푸리며 말했다.
“수도인(修道人)은 아무것도 두렵지 않지만 다만 더러운 냄새를 싫어할 뿐이다. 이 물건의 비린내가 이와 같으니, 누가 견딜 수 있겠는가? 물에 담그고 불에 태우면, 비린내가 더 심해질까 봐 두렵고, 또 하나는 그것이 용의 몸이니 물에 잠기면 수성(水性)이 통할까 두렵다. 대체 무슨 수로 그를 다스릴 수 있을까?”
문미 진인이 웃으며 말했다.
“도형은 어찌 저런 괴물을 무서워해 남의 웃음거리가 된단 말이오?”
문시 진인이 말했다.
“언제 저것이 무섭다고 했소. 이런 하등한 축생(畜生)의 비린내개 신선의 몸을 물들이면 되겠는가 하는 뜻이오! 운중 도우가 이미 그에게 크게 당한 것을 보지 않았소?“
문미 진인이 한참 생각하다가 말했다.
“방법이 있습니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것은 그의 비린내인데 비린내 나는 물건은 아마 진한 향기를 두려워할 겁니다. 철괴 사형의 호로병 안에는 조사께서 직접 만드신 백합농향(百合濃香)이 있으니, 그에게 한번 시험해 보게 하는 것도 무방할 겁니다.”
문시가 시키는 대로 철괴 선생을 무대로 청했다. 철괴는 손에 지팡이와 호로병을 들고 절뚝절뚝 무대에 올라왔다. 가소로운 용호혼은 자신의 못난 몰골은 생각지도 않고 철괴가 못생겼다고 비웃었다. 하지만 철괴 선생이 어디 그런 말을 거들떠보겠는가. 그저 호로병 뚜껑을 열고 몇 마디 중얼거리자 갑자기 짙은 향기가 사방에 퍼졌다.
용호혼은 이런 것이 그의 비린내를 막아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도 못 했는데, 갑자기 혼수상태에 빠져 무대에서 기절했다. 통천교주는 자신의 탈것이 쓰러지자 급히 화부(畫符)를 맺어 많은 신장(神將)을 불러 용호혼을 지키게 했다.
철괴가 노해 말했다.
“절교는 바로 사마외도(邪魔外道)인데, 어찌하여 당신들 신장들이 그의 명령을 따른단 말인가?”
신장이 몸을 돌려 대답했다.
“법사님, 저희는 부적과 주문에 따를 뿐 그 사람이 어떤지 묻지 않습니다. 지금 이미 법사님의 명령이 있으니 잘못이 있다면 용서하시기 바랍니다. 말장(末將 장수가 자신을 겸손히 칭하는 것)들은 이제 작별하고 떠납니다.”
철괴 선생은 거듭 고맙다고 했다. 신장들은 모두 갔다.
철괴 선생은 통천교주가 또 다른 수법을 부릴 것을 깊이 염려하여, 신장이 하늘로 올라가기도 전에 황급히 용호혼을 두 동강 냈다. 괴물의 몸에서 녹색 피가 뿜어져 나왔고 비린내는 코를 찌르는 것보다 더 심했다. 철괴 선생은 일찍이 대비해서 검을 날리자마자 대 아래로 도망쳤는데, 검이 비린내를 받을 줄이야, 비록 공을 세웠지만 무대 위를 날며 맴돌 뿐 내려올 수 없었다. 공교롭게도 그때 독각 대사(獨角大獅 외뿔을 가진 큰 사자)가 칼을 들고 무대에 올랐는데, 갑자기 번쩍이는 검광에 뿔 반쪽이 잘라버렸다.
대 아래의 뭇 신선들은 뜻밖의 일에 대소하며 말했다.
“이제 독각은 반쪽이 되니 반각 사자가 되었구나.”
독각 대사가 또 분노했다. 그 검이 아직 무대 위에서 춤을 추고 있는 것을 보고, 감히 높이 올라가지 못하자 보도(寶刀)를 꺼내, 비검이 몸에 가까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컥’하며 칼로 막았다. 칼과 검이 마주치자, 소리가 쨍강하고, 만 갈래의 불꽃이 무대 위에서 사방으로 튀었다. 다행히 철괴 선생이 다시 주문을 외워 보검을 거두어들였는데, 그 검에 더러움이 묻은 부분은 마치 녹이 슨 것 같았고, 아직도 악취가 남아 있어 구역질이 났다.
철괴 선생은 자신도 모르게 크게 후회하며 말했다.
“내가 며칠 더 시간을 들여 수련해야 되겠다.”
뭇 신선들이 웃으며 말하였다.
“당신은 겨우 이 정도의 작은 손해를 입었을 뿐인데, 그 요괴의 목숨은 이미 당신 손에 보내졌고, 그리고 그의 주인은 탈것을 잃어버렸는데 무엇 때문에 그렇게 고뇌하는 것이오.”
한 마디가 끝나기도 전에 통천교주와 독각대사가 모두 대 입구에 나란히 섰다.
교주가 크게 화를 내며 말했다.
“도적 요괴가 어찌 감히 이렇게 무례하게 굴고 또 내 탈 것을 훼손할 수 있단 말이냐. 나는 본래 같은 수도인임을 생각해, 너희의 체면을 봐서 너희의 생명을 살려주려 했건만, 너희가 이렇게 창궐하니, 내가 너희들에게 독수를 써도 탓하지 말아라.”
이렇게 말하면서 더 기다리지 않고 그가 두 손을 뻗어 큰 바구니를 안을 듯이 하고 입으로 뭐라고 중얼거리며 ‘빨리!’하고 외쳤다.
삽시간에 하늘과 땅이 어두워지고 빛이 한 점도 없어졌다, 이것은 통천교주의 가장 흉악하고 독한 도법(道法)인데 ‘주선망(誅仙網 신선을 주살하는 그물)’이라고 한다. 두 손을 번쩍 들어 큰 그물 모양을 만들고, 입에서 주문을 외우자, 그물이 곧 합쳐졌다. 비록 형체도 없고 질(質)도 없지만, 그 어떤 신선이나 요괴든, 그 안에 들어가기만 하면, 빠져나올 생각은 할 수 없다. 중국 역사상 전해지는 바에 의하면, 주 문왕(文王)은 땅에 금을 그어 감옥을 만들었다고 하는데, 대개 이와 비슷하지만, 땅에 금을 그어 감옥을 만드는 것은 죄인을 가둘 뿐이지 죽음에 이르게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주선망은 정말 대단해서 그물에 걸린 신선들은 온몸이 바늘로 찔리고 묶인 것 같아, 묶인 것이 점점 더 단단해지고, 찔린 곳이 더 아파진다. 당신이 아무리 대단해도 불과 열두 시진도 안 되어 모두 핏물로 변해버린다.
통천교주는 뭇 선들을 그물 안에 가두고, 안에 고명(高明)한 선비들이 많을까 우려해,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대합 요정에게 껍질을 닫게 하고, 통천교주의 신부(神符 부적)을 붙여 그들이 도망가지 못하게 했다. 그는 특히 노군이 직접 구하러 올까 염려해 특별히 몇 명의 대제자들을 조개껍질 바깥 구름 끝에서 지키게 했다. 이제 12시진만 지나면 모든 신선이 핏물로 되므로 완전ᄒᆞᆫ 승리로 볼 수 있고 우렁이 껍질을 부수고 나원 등을 쫓아낸 후 자신은 당당하게 천남 운봉령(雲峰嶺)으로 가려 했다.
여기선 일단 교주 쪽은 놔두고, 주선망 안에 갇힌 뭇 선들을 말해보자. 문시 등 4명의 진인은 통천교주가 어떤 법술을 썼는지 짐작조차 할 수 없었고,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해 이 괴상한 망에서 도망치려고 했다. 하지만, 이 그물은 진짜 물건이 아니라, 완전히 통천교주 자체의 힘줄로 연마해 낸 것이라 있다면 있고, 없다면 없는 것이다. 없을수록 더욱 파괴할 수 없게 되어, 오히려 뭇 선들이 단 하나의 계책도 펼치지 못하게 했다. 시간이 오래 되자 모두들 몸이 밧줄에 묶인 것처럼 느꼈고, 잠시 후 온몸이 바늘로 찔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도행(道行)이 깊은 몇 사람은 아직 아무렇지 않았는데, 오직 혜통, 장과, 전전, 비비 등 몇 사람은 아파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비명을 지르며 죽지 못해 안달했다. 뭇 선들이 초조해할 때, 철괴 선생은 문득 노군의 말씀을 기억해 많은 도우들에게 잠시 고통을 참아야 하며 적에게 약한 모습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고 큰소리로 충고했다.
“조사께서 이미 이 겁난을 예상해, 일찍이 친히 와서 구해주시겠다고 하셨으니 아마 얼마 안 있어 도착하실 겁니다. 반드시 인내심을 갖고 공손히 기다려야 합니다.”
하지만 혜통 등이 듣고는 모두 울면서 말했다.
“사숙께서야 도행(道行)이 높고 깊어, 이런 고초를 겪지 않으시겠지만 저희가 너무 아파 견디기 힘든 건 모르실 겁니다!”
이 한마디에 철괴는 부끄럽고 또 초조해졌다. 막 난처한 상황에 문득 문미 진인이 말했다.
“철괴 사형, 그 호로병 속에 별천지(別天地)가 있으니 피난처로 삼아 보면 어떻겠습니까? 그 보배는 조사께서 직접 단련한 기이한 보물이니 요법(妖法)이 아무리 사납다고 해도 절대 이 안으로 들어갈 순 없을 겁니다.”
뭇 선들이 듣고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네, 좋아요, 아주 좋습니다. 빨리 꺼내서 해보세요.”
철괴 선생이 급히 호로병 뚜껑을 열자, 뭇 선들은 한 줄기 빛이 호로병 주둥이에서 나오는 것을 보았고, 앞다투어 밝은 곳을 향해 들어갔다. 원래 인원수가 많지 않아서 한꺼번에 다 들어갔다. 다만 갈수록 밝아지고 더 넓어졌다. 한 층 더 나아가자, 뒤쪽에 그릇과 가구가 배치되어 있고, 바깥쪽에는 밭, 집, 산과 강 등 없는 것이 없이 모두 구비되어 있었다. 모두 세 칸짜리 초가집에서 머물렀는데, 과연 바깥처럼 편안했다. 다만 호로병에서 위험을 벗어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모두 잠시 의논하는데 철괴 선생이 단호히 말했다.
“여기서는 잠시 몸을 맡길 수 있을 뿐이고, 호로병을 나서자마자 통천교주의 그물에 걸려들면 어떻게 위험을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뭇선들이 듣고 자신도 모르게 크게 실망했다. 다행히 다친 사람들이 호로병에 들어가자 바늘로 찌르고 묶이는 고통을 면했을 뿐만 아니라, 모든 상처가 다 치료되어 평상시와 다름없이 회복되었다. 모두 자못 안심되었고 오직 노군께서 구하러 와주시길 기다릴 뿐이었다.
얼마나 지났는지 모르는데 문득 밖에서 이야기하는 소리가 나는 것 같았다. 모두 귀를 기울여 보니 마치 통천교주의 목소리가 그곳에서 괴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의 이 대법(大法)은 지금껏 효과가 없었던 적이 없고, 또한 많은 요괴들을 죽였다. 설사 각 동부의 금선(金仙)들이라도 보면 두려워했는데, 어찌하여 이들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핏물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것이냐? 게다가, 이 물건들은 어째서 또 보이지 않는가? 이게 무슨 까닭인가?”
잠시 후 또 한 사람이 말했다.
”조사님, 이 호로병은 절름발이 도둑의 법보(法寶)입니다. 그 안에 수천 명의 사람들이 숨을 수 있습니다. 설마 이 도적들이 모두 안으로 숨었을까요?”
또 통천교주의 말이 들렸다.
“그것도 걱정이다. 그들이 어찌 되었든 호로병 밖으로 도망칠 수 없다. 내가 삼매진화(三昧真火)로 이 호로병을 함께 불태워 버린다면 그들이 무슨 방법이 있는지 보자!”
뭇 선들이 안에서 이 말을 듣자, 철괴 선생이 웃으며 말했다.
“그가 불로 내 호로병을 태우려 하다니, 정말 어리석기 그지없구나. 내 호로병이 어찌 시골 농민이 심은 것처럼 불에 태우고 칼로 자를 수 있겠는가? 만약 이렇게 해도 소용이 없다면, 안에 또 많은 작용이 있지 않겠는가?”
혜통이 웃으며 물었다.
“밖에서 불로 태우면 다른 것은 두렵지 않지만, 안의 날씨가 좀 뜨거워지지 않겠습니까?”
장과가 웃으며 말했다.
“그게 뭐 두렵습니까? 원래 이곳의 기후는 너무 추운데 그가 대신 화로를 보내준다면 편안하고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뭇 선들이 듣고 폭소를 터뜨렸다.
그러자 밖에서 또 말이 들렸다.
“너희들 좀 들어봐라, 안에서 사람 소리가 나는데, 이놈들이 정말 호로병 속에 숨어 있구나!”
안에 있는 뭇 선들은 밖에서 하는 이런 말을 듣고 또 서로 크게 웃으며 말했다.
“정말 귀찮게 되었군, 저들은 대합 속의 요괴가 되었는데, 우리는 또 호로병 속의 선인(仙人)이 되었군. 이렇게 서로 대치하면, 대합 껍질이 호로병에 의해 부서지고 호로병이 대합 껍질을 납작하게 만들 줄 모르는구나!”
호로병 밖의 요인(妖人)이 무슨 오묘한 말을 하는지 다음 회를 기대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