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구도인(無垢道人)
【정견망】
철괴 선생이 말하기를, 후예가 계략에 걸려 오만한 말을 몇 마디 했는데, 그것은 오히려 교활하고 일리가 있다고 했다. 사람들이 급히 물었다:
“오 노인이 어떻게 대답했습니까?”
철괴는 웃으며 “자네들 왜 그렇게 서두르는가? 생각해보게, 월부의 성군이 얼마나 총명하고 영리한 신선인가. 남들이 힐난하면 대답할 말을 미리 준비했지. 위의 글 중에서 성군이 오강에게 이렇게 하라고 지시한 것에 이런 말이 포함되어 있다네.”
이어 철괴선생은 계속 말했다:
“오강은 후예에게 웃으며 말했다: ‘너는 허풍 떨지 말고 성주님을 헐뜯지 말아라. 솔직히 말해서, 우리 성주님은 어떤 신분이고, 얼마나 신통한지 아느냐? 얼마나 많은 대라금선이 승복하여 오체투지했는지. 요지의 서왕모는 신선들의 우두머리이시다. 원시노군은 신선의 조사인데, 그들은 공주를 보고도 어른의 예를 자처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은 너도 잘 알고 있다. 그분은 이렇게 큰 재주와 수완을 가지고 있는데 설마 너 같은 나쁜 짐승을 두려워하겠느냐?
첫째, 월부는 맑고 그윽한 곳이라 복이 없는 선인이 이곳에 놀러 올 인연도 없다. 공주는 세계 고금의 인간, 신선 중에서 제일 고결한 사람이니까. 평범한 신선이 어떻게 그녀를 만날 수 있겠는가? 그녀를 만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월궁의 땅 한치도 밟을 수 없다.
이건 또 자네가 알고 있다. 설마 너 같은 나쁜 짐승이 작은 소동을 피운 것 때문에 하늘의 궁전에 가서, 천제를 뵙고, 장수와 병사를 동원하여 네 놈을 상대해야 하는 것이냐? 게다가 이렇게 당황할 필요도 없이 이 천병신장들이 와서 잠시 주둔해도 공주는 절대로 견딜 수 없다. 군사를 가볍게 움직이지 않고, 설마 직접 얼굴을 드러내어 너 같은 짐승과 말싸움하는 것은 체면이 말이 아니다, 그럼 그분의 신분을 더 무시하는 거 아니겠느냐? 이렇게 곤란한 점이 많다. 만부득이하여, 작은 계략을 써서 너를 이곳으로 끌어들여 이 일을 맡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공주가 널 속여 유인했다는 말은 옳지 않아.
공주는 네가 이 나무를 톱으로 잘라 그것으로 공을 세워 잘못을 만회하는 점으로 삼으라고 명령한 것이 아니다. 너는 네 입으로 성지를 받들어 자원해서 일하러 오지 않았느냐? 지금 공사는 시작도 안 했는데 공주는 네가 시작만 하고 끝을 안 내고 반쯤 톱질하다가 갑자기 싫증을 낼까 염려했다. 너는 또 비행법을 새로 얻었으니 단번에 나무 베는 일을 버리고 하계로 날아가 버리면 그때 나무는 톱질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이 껍질과 뼈만 남은 사바나무를 생각해 보아라, 얼마나 꼴불견인이겠느냐! 재삼 생각해보니, 너같이 야만적인 녀석은 이런 봉사에 쓸모가 없다.
그래서 단지 선법을 써서 너를 잠시 가둘 수밖에 없었다, 너는 오늘 더 많은 말을 하지 마라, 열심히 나무에 톱질하면 나무가 부러질 때가 올테니 바로 네가 자유를 되찾을 때다, 다시말해 네 부부가 인간계로 내려가는 날이다. 공주는 끝까지 너에게 실언하지 않았다. 어떻게 너를 속인 것이냐?”
후예는 듣고도 할 말이 없었다. 처음에는 구역질이 나서 공사를 시작하기를 꺼렸지만, 나중에는 ‘술과 밥이 든 바구니가 나뭇가지 끝에 걸려 있는데, 나무를 톱으로 자르지 않으면 바구니가 떨어지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보면 바구니에 담긴 술과 밥 외에 차와 양식같은 것은 더구나 줄 수 없을 것 같은데, 언제 배가 고프면 견딜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저 힘을 써서 나무를 톱질한 후 그녀에게 항아를 달라고 하자. 그녀는 자칭 신의를 자랑하는데, 당연히 더 이상 핑계를 댈 수 없겠지?’ 하고 생각하니 악을 먹고 있는 힘을 다하여 이 사바나무를 톱질하는 수밖에 없었다.
나무가 비록 크지만 후예의 타고난 신력을 견뎌내지 못했다, 원래 양팔의 힘으로 부러뜨릴 수 있는데, 하물며 이런 도구까지 있으니 더욱 말할 것도 없다. 몇 시진 지나지 않아, 이미 다 잘랐고 위의 나뭇가지 끝이 내려앉았다. 그러자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나무는 밖으로 쓰러졌지만, 밥이 든 바구니는 안으로 미끄러져, 휙 하고 오자마자 후예의 손에 떨어졌다. 후예가 보니 바구니가 기껏해야 주먹보다 약간 큰데, 안에 든 술과 밥은 후예처럼 이렇게 큰 입으로 삼키기에 알맞겠는가?
후예는 이때 이미 굶주려 견딜 수 없었다. 이런 상황을 보자 화가 치밀면서도 걱정이 되었다. 화가 난 건 성군이 일부러 놀려준 것이고, 걱정은 배불리 먹을 수 없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보잘것없는 것을 먹어봐야 무슨 기별이 있겠는가? 원래 먹지 않으려고 했는데, 술과 밥의 냄새가 평소와 달리, 정말 고소하고 달콤하고 너무 맛있어서 한줄기 군침이 흘려내렸다.
그는 또 생각했다:
‘어쨌든 공사는 끝났으니 일은 이미 끝났고 곧 돌아갈 수 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할 필요가 있겠느냐. 지금은 좋은 술과 음식이 있으니, 먼저 그것을 먹고 나서 그 오강 노인을 찾아가면, 그가 나를 잘 초대하지 않겠는가.’
바구니에 담긴 술을 따라 실컷 마신 뒤 밥을 입에 넣었다. 믿기지 않는 이상한 일이 또 발생했다. 원래 텅 빈 바구니에 술과 밥이 가득 차 있었다. 후예는 기뻤다.
’알고보니 이 바구니가 이런 좋은 점이 많구나? 나중에 오강노인을 만나면 나에게 줄 수 있는지 부탁해 보아야지.’
그래서 용기를 내어 허릿띠를 풀고 삼백오십 바구니를 연거푸 먹고 나서야 속이 꽉 차고 편안함을 느꼈다. 그 바구니를 보니 여전히 처음과 마찬가지로 신선하고 달콤한 흰 밥과 향기롭고 좋은 술이 그득했다. 후예가 웃으며 말하였다.
`좋은 장난감이구나. 이것을 몸에 지니고, 천하를 두루 다니며, 십주삼도十州三島를 다 겪어도 양식에 연연할 필요가 없으니 정말 훌륭하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 바구니는 갑자기 손을 떠나며, 쏴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일찍이 원래 매달려 있던 나뭇가지 끝으로 돌아갔다. 후예가 오히려 깜짝 놀랐다. 망설이고 있는데 갑자기 윙윙거리는 바람소리가 들리고 눈앞의 나무 그림자가 흩날리며 그의 눈을 어지럽혔다. 땅 위의 나무 부스러기가 바람에 휩쓸려 눈에 들어왔다. 후예는 황급히 눈을 잠시 감았는데, 마음속으로 또 이 바람이 왜 갑자기 불어오지 하고 불평했다. 잠시 후 바람이 잠잠해져서 눈을 떠보니 자기도 모르게 고통의 신음을 질렀는데, 알고 보니 그 나무가 잘린 곳이 이미 다시 합쳐져서 여전히 하늘 높이 우뚝 솟아 있었다. 톱질한 흔적은 커녕 방금 톱질한 나무 부스러기조차도 찾을 수 없었다.
후예는 이 지경에 이르자 매우 슬펐지만, 감히 성군을 욕하지 못했다. 그저 자신을 속여 비행술을 가르쳐 월궁에 들어오게한 마귀가 미웠다. 나를 너무 고생하게 만들었구나. 그는 오랫동안 속인으로 살아서 천상의 신신의 술법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른다. 자기는 자기가 천상의 금선이라고 자랑하는데, 어찌 월궁의 법도를 모르겠는가? 성군이 마음껏 놀려주어 자기를 죽지도 살지도 못하고 진퇴양난에 빠지게 만들었다. 그 마귀는 능력이 남보다 뛰어나지도 않고, 직접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나를 유인하여 함정에 빠뜨린 것은 남을 해치려는 의도가 아니겠느냐? 여기까지 생각하자 인간계로 당장 날아가 그 마귀를 3, 400번 쏘아서 온몸에 살점이 하나도 남지 않게 해야 가슴의 화가 풀릴 것 같았다.
잠시 화가 치밀었다가 다시 멍해졌다. 날이 점점 어두워지는데, 상황을 이해 못 하는 배와 세상 물정을 모르는 창자가 주인의 고통을 몰라주면서, 또 거기서 꼬르르 하며 분분히 떠들기 시작해서, 후예는 매우 괴로웠다. 그들과 동고동락하는 것이니 고생시키는 것은 섭섭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열심히 나무를 베는 것 외에는 음식이 아무리 좋아도 나무를 자르지 않으면 내려오게 할 수가 없다.
어쩔 수 없이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숙이고 다시 이 놀이를 계속했다. 나무가 부러질 때가 되자 그제서야 바구니는 예전처럼 내려와서, 그는 대취하게 마시고, 배불리 먹었다. 이 바구니는 예전처럼 술과 밥이 가득 담겨있었고, 예전처럼 온 방향으로 데굴데굴 되돌아갔다. 그때 후예는 갑자기 그 부러진 나무를 힘껏 눌러서 그것이 마음대로 붙지 못하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이 생각이 나오자마자, 광풍이 예전처럼 다시 일어나는데 이번에는 이전보다 더 심했다.
나무 부스러기 외에 또 많은 모래와 자갈이 더해져서, 그야말로 후예의 눈을 뜰 수 없게 하였고, 간간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이렇게 두세 시진 동안 소란을 피웠다. 후예는 성질이 급한 사람이라 눈이 너무 아파 견딜 수가 없어서 작은 칼로 그 두 눈알을 파내어 버리고 싶었다. 가까스로 안정을 찾자 눈물이 그치고 아프지도 않고 가려움증도 없어졌고, 귓가에 바람소리도 없어졌다. 겨우 눈을 떠보고는 정말 화가 나서 괴성을 질렀다.
알고 보니 그 두 번째 톱질하여 자른 나무는, 여전히 이전처럼 합쳐져 하늘 높이 우뚝 솟아 있었다. 밥 바구니는 또 나뭇가지 끝에 높이 걸려 있어 마치 나무에 수박이 열리는 것 같고, 바람에 흔들리면서도 재미있었다. 이것이 후예를 어안이 벙벙하게 만들어 마치 목석 인형처럼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생각해보니 어쩔 수 없어, 화를 참고 그대로 있는 수 밖에 없었다. 후에 그는 또 한가지 방법을 생각해내었다. 바구니가 손에 잡히기를 기다려 밥을 먹지 않고 먼저 가서 그 부러진 나무를 눌렀다. 믿기지 않겠지만 이 나무는 마치 신통이 있는 것처럼 후예의 손이 나무에 닿기만 하면 바로 큰 바람이 불어왔다.
바람이 불어 후예는 거의 눈이 멀게 될 정도였지만, 결국 예전 그대로였다. 바구니는 예전처럼 그대로 걸려 있었고 부러진 나무도 그대로 붙었다. 후예는 화가 났지만 배와 창자는 이유를 모르며 여전히 굶주리고 갈증을 견디기 어려우니, 여전히 밥을 먹어야 하고, 여전히 나무를 톱질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이렇게 예전 그대로였다. 이틀이 지난 후에야 후예는 조금 체념하고 무기한 장기 노동을 하기로 했다. 다시는 남을 침략하니, 황제를 칭하니 하는 웅대한 지략을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하늘에서 이틀이지만 인간계에서 이미 수개월이 지났다. 이때 나라의 왕이 없어지자 조정은 분란이 대단했다. 나라의 크고 작은 신들이 하늘에 품했다. 그래서 옥제는 후예가 지금 공주 있는 곳에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또 이 사람의 재위를 조사해보았다. 본래 500여 년이었는데 그가 정치에 덕이 없고 백성을 해쳤기 때문에 이미 복록과 수명을 삭탈하고 곧 신하에게 죽임을 당할 예정이었다.
그래서 태백금성에게 전지를 내려 후예의 몸을 놓아 돌려보내 신하에게 찬탈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과보를 받게 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그의 생혼은 월궁에 남아 영원히 나무를 톱질하는 막노동으로 저승의 형벌을 대신해도 무방하다. 거기서 겪는 고통이 그의 죄악을 맞먹을 수 있을 때까지 다른 데 태어나는 것은 허용하지 않는다.”
철괴선생이 여기까지 말했는데, 저자가 오히려 몇 마디 쓸데없는 말을 삽입하려 하니, 독자분들 잘 들으시기 바란다. 이 후예가 월궁에 들어온 경위는 오늘날 많은 과학자, 지리학자, 탐험가들이 달은 다른 별과 마찬가지로 사람, 성곽과 문물제도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중국에서 수천 년 동안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달에는 태음성이 모든 일을 주관한다고 한다. 또 한 사람이 거기서 오로지 톱으로 그 큰 사바나무를 톱질하는데 톱질하면 하는대로 끊어지고 끊어지는대로 다시 붙는다고 한다. 나무 꼭대기에 밥이 든 바구니가 달려 있어서 나무가 끊어질 때마다 내려오고, 때맞춰 다시 올라오는 것은 이 책에서 말하는 것과 똑같다.
하지만 전설에서 사람들은 너무 무식해서 항아를 즉 태음성주로 잘못 알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무를 자르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왜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하는지 모른다. 신학문(新學)이 크게 성행하고 새로운 설(新說)이 성행하면서 이 같은 옛말은 미신으로 취급받는다. 전문가, 학자들은 말하기를, 달에서 증거를 찾을 수 없으니, 신학문에 갖다 붙일 수 밖에. 달속에서 다닐 수 있고, 이른 바 말하는 달 중의 상황도 태반이 이상理想에 속한다. 과연 그럴지는 누구도 단정할 수 없다.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현재의 많은 일, 중국 고대에 전해진 많은 일들이 철학에 가깝다. 외국인이 말하는 것은 완전히 과학에 속한다. 양자는 서로 절대적으로 반대되는 점이 있다. 사실 자세히 연구해 보면 어찌 통할만한 이치가 없겠는가? 예를 들어, 번개가 사람을 치는 것은 과학자는 감전이라고 하는데 이치는 틀리지 않다.
만약 이 책에서 말한 대로라면, 감전의 일은 여전히 하늘의 신에 의해 관리되는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왜 천고에 전해지기를, 오늘이나 과거에 듣기로, 벼락에 맞아 죽은 사람은 대부분 흉악무도한 부류에 속하며 하지만 품행이 단정한 정인군자가 감전의 참형을 당한다는 말을 듣지 못했는가? 이 말은 독단에 가깝지만 무신론자가 무슨 근거로 우리에게 연구 자료로 삼을 수 있겠는가?
천둥과 번개의 이치가 그렇다면 월궁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서복이 바다에서 신선을 만나 바다 중에 나라를 세워 백성을 번식시키고 정부를 건설했다고 한다.
서복이 도착하기 전에, 그 나라 사람들은 신선의 무리가 아님을 어찌 알았으랴. 만약 그렇지 않다면, 왜 선인이 주권이 있어서 이 땅을 서복에게 주었을까? 이것을 예로 보면 혹시 미래의 월궁도 당시의 서복의 나라와 마찬가지로 태음성군이 오늘날 사람들에게 식민지로 하사하였을 것이다. 아마도 그녀는 마음이 청화(청아하고 아름다움)를 사랑해서 차마 버리지 못하고, 결국 인간에게 주지 않았을 것이다. 이 모든 것은 아직 예측하기 어려울 뿐이다. 만약 몇몇 탐험가의 말을 믿고 달은 지구와 같이 인간이 사는 곳이라고 우기며 신선들이 왕래하는 것은 절대 없다고 하는 것은 우뢰와 번개에 신이 없다는 말과 마찬가지로 우리 우리의 완고한 사고방식을 굴복시킬 수 없다. 쓸데없는 말은 많이 하지 말자. 말을 많이 하면 사람을 짜증나게 하니, 빨리 본론으로 들어가자.
철괴선생은 말했다:
“천제가 태음성군에게 전지를 내려 후예의 혼백을 가두고 몸을 양간으로 석방하여 죄를 받게 하라고 했다. 성군은 당연히 그렇게 했다. 하지만 혼백을 잃은 사람이 어떻게 좋은 일을 할 수 있겠는가? 후예가 다시 나라로 돌아오자 미친놈이나 다름없었다. 그래서 곧 신하 한착寒浞에게 죽임을 당했는데, 저항할 힘이 전혀 없었다. 후예가 죽자 그의 죄상은 이미 반쯤 사라졌으니, 관례대로 저승에 들어가 저승의 법률대로 처벌을 받아야 했다. 옥제는 특별히 은혜를 베풀어 그가 월궁에서 오천 년 더 고생하면 천자 지위를 회복하고 흑호성의 원래 자리로 돌아갈 수 있도록 했다. 이것이 본래 제일 좋은 일이었다. 뜻밖에 후예는 원래 음탕한 사람이어서 혼이 비록 구류되었지만 어리석은 마음은 여전히 항아를 연연해하고 있을 줄이야.
매번 항아가 정원에 와서 꽃을 채집하고 대나무를 다듬고 산과 물로 놀러 돌아다닌 것을 볼 때마다 그는 슬피 울어 그 소리가 원근에 들렸다. 항아는 처음에는 아랑곳하지 않다가 시간이 지날수록 감정이 변했다. 보통 사람들은 과거의 일에 대해 종종 원한을 잊고 덕을 품게 된다. 하물며 항아는 원래 자상하고 충후한 여자였으니 이런 처절한 소리를 들으니 먼저 부부의 정이 있는데다 후예는 천일 동안 나쁜 곳에 있었으니 하루도 좋은 점이 없었다. 지금 그의 혼은 월궁에 갇혀 일년 내내 비와 풍상에 시달리고 있다. 이것은 모두 자신을 위해서 그렇게 된 것이었다. 본인은 이미 신선이 되었지만, 조금도 그를 위해 괴로움을 겪은 적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실제로 그가 도와서 이룬 셈이 되었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나를 위해 고통을 받았다, 이전의 나날은 계산하지 않고 앞으로 다가올 천 년의 세월을 어떻게 견딜 수 있겠느냐? 둘째, 후예가 이렇게 슬피 소리지르니, 성군은 비록 아는 것이 없고 들은 것이 없지만, 자매들이 다니면서 얻은 소식을 말하며 항아를 보면 모두 놀려댔고, 그녀가 양심이 없다, 친남편을 이 지경까지 빠뜨렸는데, 어찌 자비를 베풀어 성주 앞에서 말을 해주지 않느냐. 이렇게 비아냥거리는 것도 그녀를 매우 괴롭게 했다. 이런 두 가지 이유로 항아의 마음속에는 자신도 모르게 후예를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겼다.”
철괴선생이 여기까지 말하자, 그 말을 듣던 여신선들은 자기도 모르게 서로 마주보며 탄식하였다.
“천하에서 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바로 이 정情이란 관이다! 불쌍해 불쌍해.“
종리권은 도대체 어려서 세상 물정을 모르고 있다가 이 말을 듣고 갑자기 피식 웃으며 말하였다.
”두 분은 여인의 마음이시니, 우리보다 어질군요. 조심하세요, 스승님은 비로소 항아가 자비심이 나왔다고 하셨어요, 비록 결말이 어떻다고는 말씀하시지 않았지만, 그녀가 이 일로 인해 인간계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측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맹강녀의 전생인지도 모르지요. 당신들은 이렇게 자비로우니, 앞으로 누가 사랑한다는 말을 한다면, 다른 사람의 애틋한 마음을 불쌍히 여겨서 무슨 속된 생각을 하게 될까 두렵네요. 그때 스승님은 두 분을 도울 수 없어요!”
이 말이 나오자 장과와 비장방은 혀를 내둘렀고, 화가 난 선고와 통혜는 냉소했지만 순식간에 얼굴이 붉어지고 화가 치밀었다.
철괴선생은 얼른 야단쳤다:
”어린아이가 철없이 어떻게 감히 함부로 남을 비평할 수 있는가. 특히 부인의 체면에 대해서는 더욱 말을 삼가야 한다. 방금 그런 말을 한 것은, 정말 경박하고 무뢰하구나. 다른 사람에게도 안 되는데, 하물며 자신의 동문 사저에 대해서는 말할 것이 있는가. 이런 말을 하면 사람의 일을 논한다면 당연히 수명을 잘라야 하고, 신선의 율법을 논하자면 공을 줄여야 한다. 이것은 모두 너의 자업자득인데, 다른 사람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다음에 또 조심하지 않으면, 너는 나를 만나지도 못할 것이다.”
한바탕 야단에 종리권은 등에 식은 땀을 흘리며 엎어져 일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선고와 통혜는 보다 못해 웃으며 한 손씩 잡아 그를 일으켜 세웠다. 종리권이 또 두 사람에게 재삼 사죄했다.
철괴선생은 몇 마디 위로의 말을 한 후 계속했다:
”방금 아권은 항아가 맹강녀의 전신이라고 추측했는데, 이 말은 오히려 정확하게 알아맞혔다. 그 항아는 첫째는 후예를 불쌍히 여기고, 둘째는 그가 그렇게 소리지르는 것을 멈추기 위해 마음속으로 나아가 그를 만날 생각을 했다. 그런데 겁이 나서 가지 못했다. 사람은 무릇 사랑하는 마음이 생기면 세월이 흘러가며 쌓여서 벗어날 길이 없다.
매우 열기가 뜨거워졌을 때, 비록 큰 위험이 있더라도, 한번 시도해 볼 수 있다. 항아가 이런 마음을 품고 있으니 모든 생각이 깨끗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겁이 많고 정도 깊지 않아서 억지로 버틸 수 있었다. 이때 어느덧 세월이 지났고, 그녀의 애정은 어느덧 좀 더 뜨거워졌다. 비록 감히 공공연히 방문하지는 못하지만, 늘 가까운 곳에서, 특별히 왕래하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때로는 사바나무 아래까지 가서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다.
후예는 그녀를 보자마자, 보물을 얻은 듯, 입만 열면 모두 자책과 후회의 말뿐이었다. 다급한 상황에 이르자 작업을 중단하고 부들부채 같은 큰 손바닥을 쳐들고 자신의 몸을 필사적으로 때리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항아(嫦娥)는 매우 미안하게 되었다. 처음에는 말로 달래다가 나중에는 스스로 그를 위해 눈물을 흘렸다. 이때부터 두 사람은 서로 만나면서, 이전의 원한이 모두 풀렸다. 후예는 그녀에게 방법을 강구하여 구해 달라고 부탁했다. 항아는 직위가 낮은 것을 원망하여 감히 한 마디로 승낙하지 못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를 위해 매우 초조해했고, 기회를 봐서 성군의 기분을 알아보고 다시 방법을 찾고 싶었다. 그러나 누가 알았으랴,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자신이 먼저 큰일을 저지를 줄이야.”
철괴선생이 여기까지 말하자 입이 빠른 종리권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아마 성군께서 이 일을 알고 계시니 틀림없이 승낙하지 않으실 겁니다”라고 말했다.
항아가 도대체 무슨 큰 화를 불러왔는지 다음회를 보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