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연(了緣)
【정견망】
삼재(三災)의 심각성에 대해 말하자면, 500년 후에는 직접 벼락을 맞고, 다시 500년 후에는 천화(天火)에 몸이 불타고, 다시 500년 후에는 온갖 바람이 사방을 휩쓸어 사람을 날려 버릴 수 있다.
관(關)마다 모두 사관(死關)이고 목숨을 노리고 온 것으로 아주 지독하기 때문에 반드시 피해야 한다. 오공은 보리조사의 이 말을 듣고 두려워하며, 여러 번 절을 올리면서 조사에게 삼재를 피하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간청한다.
조사가 말한다.
“이 역시 어렵지 않다. 하지만 단지 네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때문에 전해줄 수 없을 뿐이다.”
오공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자신은 비록 원숭이의 몸을 가졌지만, 사람과 마찬가지로 아홉 개의 구멍, 네 개의 사지, 오장육부를 가지고 있다. 겉으로 보면 조금 못생긴 것 외에는 사람과 차이가 없어 보인다.
조사가 말했다.
“네가 비록 사람과 비슷하긴 하지만 뺨이 작지 않으냐?”
흥미로운 말이다. 원숭이는 광대뼈가 툭 튀어나오고 뺨이 쏙 들어가 움푹 파인 얼굴에 입이 뾰족하게 튀어나와 있다. 하지만 뺨이 없다고 해서 큰 법술(法術)을 연마해 강해질 수는 없는가?
우리 “뺨[腮]”이란 이 글자의 의미를 살펴보자. 腮=月+思로 구성되어 있다. “月”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시간의 의미가 있고, 시간을 측정하는 데 사용한다. “思”의 표면적인 뜻은 사고(思考)하는 것이다. 수련은 오성(悟性)에 의존하는데 오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선천적인 영성(靈性) 외에도, 법에서 장시간 사고하는 것에서 온다.
인지(認知)가 사람의 사유 방향을 결정하고 사상이 사람의 행동을 지배하기 때문에, 말과 행동을 바로잡자면, 특히 마난 속에서 초심을 지키고 선량한 본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마성(魔性)을 눌러 제거해야만 관(關)을 넘길 수 있다. 그러자면 더욱이 법에서 사고해야 하는데, 어디에 누락이 생겨 어떤 마음이 외부로 드러난 마난인지 사고해야 한다.
힘겹게 요괴와 싸우는 것이 제때 누락을 찾아 보완하고, 원인을 명확히 살펴, 심성을 완벽하게 해서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 못하다. 먼저 요마귀괴(妖魔鬼怪)의 근원을 차단해 그것의 차원을 낮춰 공격한다면 얼마나 통쾌한가? 일에 부딪혀 법(法)에서 사고할 수 있다면 사실 바로 안으로 찾는 것이다. 바르게 찾으면 가장 빠른 시간에 정확하고 안정적으로 제고해 요괴를 타격할 수 있으니 시간 낭비를 줄이고 실질적인 일을 많이 할 수 있으니 이것이 바로 정진이 아닌가?
따라서 오공에게 사람 몸이 없는 것에는 장단점이 다 있다. 장점이라면 사람 몸이 없으니 관념의 속박에서 자유롭고, 영성(靈性)이 억눌리지 않아 오성이 좋다. 단점은 원숭이의 성격이 조급해 사고력이 부족하고, 오성이 오기만 하면 곧 충동적으로 행동하며, 말보다 행동이 앞선다. 따라서 오공은 말보다 주먹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하고 잘 소통하지 못한다. 바로 이런 이유때문에 보살이 그를 속여 긴고주(緊箍咒)를 착용하게 한 것이다.
취경단에서 요괴가 나타나면, 능력 차이가 아주 크기 때문에, 오직 오공만이 겉모습을 꿰뚫어 볼 수 있었고, 나머지 셋은 환상에 쉽게 미혹되어 진짜와 가짜, 사람과 요괴를 구분하지 못한다. 사실 바로 겉으로 드러나는 상(相)에 집착한 것이다.
예상치 못한 돌발적인 사건에 대한 인식 차이로 인해 나머지 셋은 가짜를 진짜로 믿었기 때문에 오공의 진상(真相)은 불신당했고, 그는 종종 배척당하거나 저촉되거나 심지어 탄압받는다. 취경단이 일심동체(一心同體)가 되는 데 실패하니, 요괴를 만나 즉시 싸우는 대신 오히려 내부에서 다투며 갈등과 내분을 조장했고, 결국 요괴들의 웃음거리가 된다. 본래 요괴를 간파해 시장을 주지 않고 요괴에게 속아 넘어가지 않았다면 요괴도 속수무책으로 당했을 것이고, 이 하나의 관(關)도 이미 타파했을 것이다. 그러나 사상이 통일되지 않고 내분이 생기자 단순한 일을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마음이 일치하지 못하자, 취경단은 정체(整體)를 형성하지 못했다. 마음의 구멍[心漏]은 체와 같아서, 손오공의 능력이 아무리 뛰어나도 먼저 자기편에게 억압당했으니, 헛되이 요괴에게 기회를 준다. 결국 당승이 요괴에게 붙잡혀 기름 가마에 올라간 후에야 비로소 각자 자신이 잘못 보았음을 깨닫고, 후회하며 대사형(大師兄 오공)이 구해주기를 바랄 뿐이었다.
당승의 상태가 이러하니 오공의 능력도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 자주 작은 요괴들에게 상처를 입는다. 일이 생기면 보살을 찾고 구원병을 불러들이느라 천상, 지하, 인간 세상에 알려질 정도로 소란스러웠다. 결국 그래도 구출하긴 했지만, 간신히 관을 지난 것이다.
하지만 그 대가는 당승이 기름에 볶이고 튀겨지는 고초를 겪거나, 아니면 여자 요정에게 한 차례 색의 유혹을 당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은 다 사람 마음을 겨냥해 온 것이니, 어느 하나도 넘기기 쉽지 않다. 또한 마음속에 그림자를 남기기 쉬웠으며, 요괴들에게 놀림과 조롱을 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 체면이 말이 아니었고, 몹시 낭패한 모습이다.
보라, 오늘날 수련하는 사람들 중에 이러한 문제가 없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정체적인 협력이 잘 안되고, 모순을 겪는 문제는 다 소통에서 비롯된다. 소통은 하나의 예술이자 또한 능력과 지혜의 표현이다. 같은 한 가지 일에서도 각자 넘어야 할 관이 있으며, 누가 먼저 제고(提高)되느냐에 따라 한 걸음 먼저 수련해 올라갈 수 있다. 그러니 머리를 잘 써야 한다.
흔히 나타나는 현상은, 오성이 좀 좋은 사람은 오성이 부족한 사람을 깔보고, 오성이 부족한 사람은 문제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면서 고집을 부려 서로 인정하지 않는다. 이때가 바로 오공처럼 뺨이 작은 것이 되는데 재주가 아무리 커도 소통할 줄 모르면 소용이 없다. 홀로 싸우려 하지만, 상대(요괴)는 정체를 겨냥해서 온 것이니 누구도 독립적으로 나설 수 없다. 그러므로 법(法)에서 많이 생각해야 하고, 소통을 잘해서 간격이 없이 정체에 녹아 들어야 한다. 모두 안으로 찾을 줄 알아야지만 비로소 여의금고봉(如意金箍棒)을 장악해 정확하게 맞출 수 있다.
구구 81난(難)은 모두 이렇게 온 것이다. 당승 사도들이 각자 누락을 찾아 보완해서 협력이 점점 더 좋아지게 만든다. 영산(靈山)에 가까워질수록 요괴의 수준이 더 높아졌음에도, 끊임없이 정체로 융합하는 팀을 가로막긴 어려웠다.
오공은 조사가 뺨이 부족하다고 하는 말을 듣고, 즉시 볼을 만지면서 웃으며 말한다.
“사부님, 계산을 잘못하셨습니다. 제가 비록 뺨이 작긴 하지만, 대신 사람보다 모이주머니(素袋)가 하나 더 있으니 이것으로 충분히 상쇄할 수 있습니다.”
모이주머니란 동물이 음식을 저장하여 야생에서 생존에 유리하게 하는 기관이다. 이것은 오공이 비록 생각은 부족하지만, 에너지를 저장해 힘으로 승리할 수 있음을 암시한다. 오직 강하게 변해야만 두려운 삼재(三災)를 마주했을 때 간신히 관을 지나갈 수 있다.
이에 조사는 오공에게 72가지 변화하는 구결(口訣)을 전수했다. 이 원숭이는 하나를 깨우치자 모든 것에 통달해, 그 자리에서 주문을 익히고 스스로 수련하여 72가지 변화를 완벽하게 배웠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857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