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효(劉曉)
【정견망】
사람의 명은 하늘이 정한다는데, 그렇다면 사람의 운명은 바뀔 수 있는 것일까? 청조(淸朝)의 한 좀도둑이 큰 부자로 인생이 역전된 전설같은 이야기를 살펴보자.
청 도광제(道光帝) 연간, 어느 지방에 매우 가난하고 곤궁한 사람이 있었는데 여기서는 일단 그를 갑이라 부르자. 그는 젊은 시절 구걸로 생계를 잇다가 나중에는 좀도둑으로 전락했다. 그러나 운명은 몇 년 사이에 갑자기 뒤바뀌어, 그는 결국 거대한 부자가 되었고 자손이 번성했으며 후대 중에는 과거에 급제하여 관직이 도대(道臺 정4품의 지방관으로 순무나 총독을 돕는 관리)에 이른 이도 있었다. 이처럼 천양지차인 인생의 전환점은 그 근본을 따져볼 때 그가 행한 두 가지 큰 선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1. 정의로운 용기 정절을 지키다
갑이 좀도둑 노릇을 할 때 현(縣)에 부유한 집안이 하나 있었는데, 남자 주인들이 모두 세상을 떠나고 동서지간인 여자 셋만 과부로 남았다. 첫째와 둘째는 자식이 없었고 오직 셋째 집 여인만 유복자를 임신 중이었다. 동서 셋은 모두 뱃속의 아이가 아들이어서 종사(宗嗣)를 잇기를 간절히 바랐다.
청명(淸明) 때 첫째와 둘째가 성묘를 하러 나갔는데 왕복에 3일이 걸렸다. 셋째는 몸이 무거워 집에 남았고 노비 한 명만이 시중을 들고 있었다. 갑은 이 사실을 알아내고 도둑질할 마음을 먹었다.
그날 밤 그는 담을 넘어 들어가 여인과 노비가 문단속을 하는 틈을 타서 셋째 집 침실 어두운 곳에 숨어 들었다. 여인이 잠들기를 기다려 재물을 훔치려 한 것이다.
뜻밖에도 여인은 방에 돌아온 후 잠자리에 들지 않고 등불 아래에서 책을 읽었다. 노비는 술기운이 있는 듯 여인에게 일찍 자라고 재촉하다가 물러갔다. 잠시 후 의관을 정제한 한 젊은 남자가 문을 밀고 들어왔다. 여인이 이를 보고 크게 소리치며 도움을 요청하자 남자는 다가와 강제로 정을 통하려 했다. 여인은 죽기로 거부하며 노비를 소리 높여 불렀으나 아무 대답이 없었다. 남자는 여인이 저항하자 칼을 뽑아 협박하며 “순종하지 않으면 죽이겠다!”라고 했다. 여인은 “청백한 집안의 여인으로서 차라리 죽을지언정 욕을 당할 수는 없다!”라며 꾸짖었다.
일촉즉발의 순간, 갑은 의분이 치밀어 올라 갑자기 튀어나와 칼을 빼앗고 남자를 베어 쓰러뜨렸다. 여인은 혼비백산했다. 갑은 곧 대문을 열고 도둑을 잡으라고 크게 외쳤다. 이웃들이 달려와 보니 한 사람이 피 칠갑이 되어 쓰러져 있었는데 뜻밖에도 서쪽 이웃 사람이었으며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갑과 그 남자를 함께 관가에 보냈다. 관아에서 심문할 때 남자는 도리어 여인이 갑과 간통했다고 무고했다. 갑은 담담하게 말했다. “나는 도둑이다. 이는 세상이 다 아는 사실이다. 여인이 설령 부정하다 한들 어찌 도둑과 간통하겠는가?” 그는 결백을 증명하기 위해 자신이 과거에 저지른 도둑질까지 낱낱이 자백했다. 조사를 마친 관부가 엄하게 문초하자 남자는 마침내 실토했다. 원래 그는 여인의 미색을 탐내어 노비를 매수해 길을 안내하게 한 뒤 못된 짓을 하려 했던 것이다. 관부는 법에 따라 두 사람을 처벌하고 여인의 정렬(貞烈)을 표창했으며, 갑은 의로운 일을 했다 하여 죄를 면해 주었다.
이 한 번의 거동으로 여인의 절개를 보전했을 뿐만 아니라 뱃속의 아이도 지켜낼 수 있었다.
2. 재물을 보고도 취하지 않아 본심을 지키다
갑은 석방된 후에도 여전히 도둑질을 했다. 어느 날 밤 도둑질에 실패하고 황급히 어느 황폐한 묘(破廟)로 도망쳐 신안(神案) 아래 숨었다. 부주의하게 진흙 불상을 건드려 넘어뜨리고 자신도 땅에 고꾸라졌다. 비몽사몽간에 푸른 얼굴에 붉은 수염을 한 귀졸(鬼卒)이 칼을 들고 꾸짖으며 그의 목숨을 취하려 했다.
갑자기 전각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사람은 남의 절개를 보전하고 종사를 온전하게 하여 음덕(陰德)이 매우 크다. 천제(天帝)께서 이미 두터운 보답을 내리셨거늘 귀졸이 어찌 감히 그를 해치려 하느냐!”
귀졸은 꾸지람을 듣고 물러났다. 그 목소리가 다시 말했다.
“뜰 아래에 은(銀)을 하사하노라.”
갑은 머리를 조아려 감사하며 물러나는데 꿈속에서 계단 아래에 은산(銀山)이 있는 것을 보았다. 막 앞으로 나아가려다 갑자기 넘어졌는데 깨어보니 이미 날이 밝으려 하고 있었다.
그는 꿈속의 말을 떠올리고 계단을 따라 세밀히 찾아보았으나 오직 ‘강희통보(康熙通寶)’라 적힌 엽전 한 닢만을 얻었을 뿐이다. 그는 신불(神佛)이 자신을 희롱한 것이라 생각하며 그것을 챙겨 떠났다.
어느 마을 어귀에 이르러 그는 그 돈으로 토란을 사서 허기를 채웠다. 잠시 후 한 노인 또한 먹을 것을 사러 왔다가 서둘러 떠나며 봇짐을 흘리고 갔다. 갑이 열어보니 황금 두 덩이와 은원(銀元) 백여 개, 잔돈(制錢) 수백 문, 그리고 거액의 미수금이 적힌 장부 네 권이 들어 있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혹시 이것이 신이 내려주신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만약 장부를 잃어버리면 노인은 반드시 파산할 것이었다. 비록 ‘하늘이 내린 것’이라 할지라도 취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리하여 그 자리에 서서 기다렸다.
과연 노인이 당황하며 되돌아왔다. 갑은 봇짐을 있던 그대로 돌려주고 오직 먹을 것을 샀던 돈 몇 문만을 받았다. 노인은 내용을 확인도 해보지 않고 곧장 그를 집으로 초대했다.
노인은 초(楚) 땅의 큰 상인으로 이곳에서 목재소를 수년째 운영하며 막대한 자본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부분이 외상 거래라 장부를 잃으면 가업이 무너질 판이었다. 감격한 노인은 감사의 뜻으로 천 량의 은을 주려 했으나 갑은 굳이 사양하며 받지 않았다.
노인이 어떻게 사는지 묻자 갑은 솔직히 털어놓았다.
“사실대로 말씀드리면 저는 도둑입니다.”
하지만 노인은 크게 기뻐하며 말했다.
“자네가 바로 그 정절을 지킨 여인을 구해준 사람인가? 천지가 증명하노라! 오늘 또 이익을 보고도 취하지 않으니 광명정대함이 선비도 미치기 어렵겠군. 나와 함께 장사를 해보겠는가?”
갑은 흔쾌히 응낙했다.
3. 운명의 전환
노인을 따라 장사를 배우며 2년 동안 부지런하고 세심하게 일하니 장부에 추호의 오차도 없었다. 노인은 연로하고 자식이 없었으므로 그를 양자로 삼아 고향으로 데려갔다. 고향 사람들은 그의 출신을 몰랐다. 노인이 세상을 떠난 후 갑은 가업을 계승했고 가세가 더욱 번창했다.
그 후 자손이 번성하여 과거에 급제하고 관직이 도대, 순무(巡撫)에 이르는 이들이 나오니 마침내 초 땅의 명망 있는 가문이 되었다.
맺음말
거지에서 거부로, 도둑에서 명문가로 바뀐 갑의 운명 변화는 겉보기에는 우연처럼 보이나 실은 필연이다.
한 차례 의로운 용기로 위기에 처한 사람을 구했고,
한 차례 재물을 보고 취하지 않은 행위는 본심을 지켰다.
바로 이 두 번의 결정적인 선택이 그의 일생의 흐름을 바꾸어 놓았다. 명(命)에 아마 정수(定數)가 있을지 모르나 덕행(德行)이 전기가 될 수 있다. 운명의 바탕색은 일단 선량함으로 칠하면 천지도 그를 위해 다시 써 내려가는 법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13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