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연(了緣)
【정견망】
태백금성이 오공을 위해 위로 좋은 말을 전해준 덕분에 옥황상제도 그 권고를 받아들였다. 먼저 예우를 갖춘 뒤 무력을 쓰는 것이야말로 정도(正道)이기 때문이다. 잘못을 저질렀다 해도 개과천선할 기회조차 주지 않을 수는 없으니, 일단 상계(上界)로 불러 작은 관직을 맡겨보고 그 심성이 어떠한지 살펴본 뒤 처분해도 늦지 않다.
소위 ‘큰 덕(大德)이 있어야 크게 쓰인다’고 하였으니, 원숭이가 비록 완악하고 거칠긴 하나 상선(上仙)의 경지에 오른 것은 공덕을 쌓아 이룬 것이기에 이 역시 쉬운 일이 아니다. 다만 관리에 따르지 않고 성정이 멋대로이며 소탈할 뿐이니, 말하자면 한무리 ‘의마(意馬)’를 맡겨 그 심의(心意)를 방목하게 한 셈이다. 심원(心猿)과 의마(意馬)가 서로 조화를 이루어 천정에서 방목하며 그 마음을 얼마나 거두어들이는지 지켜본 뒤 다른 용도로 쓰고자 함이었으나, 이는 뒷날의 이야기다.
천제(天帝)의 사신 태백금성이 교지를 받들고 남천문(南天門) 밖으로 나가 상서로운 구름을 타고 화과산 수렴동에 이르렀다. 그는 여러 새끼 원숭이에게 말했다.
“나는 하늘에서 보낸 천사(天使)로 여기 성지(聖旨)가 있으니, 너희 대왕을 상계로 모시러 왔노라. 어서 가서 보고하라.”
새끼 원숭이들이 감히 태만히 하지 못하고 겹겹이 동굴 깊은 곳까지 전하여 미후왕에게 알리니, 천사가 와서 하늘로 올라가자고 청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공은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했다. 재주가 너무 커서 인간 세상에서는 ‘너무 강해 고독한’ 지경이었으니, 능력 있는 자로서 진작부터 하늘에 올라가고 싶어 했던 터였다. 참으로 졸음이 쏟아질 때 베개를 가져다준 격이라, 오공은 서둘러 천사를 모시라 하고 갑주를 갖춰 입고 문밖으로 마중 나갔다.
천사가 문안으로 들어와 남쪽을 향해 서서 상선의 풍모를 한껏 뽐내며 옥황상가 초안(招安)하는 뜻을 선포하고, 신선들의 명부인 선록(仙籙)에 이름을 올려줄 것을 약속했다. 천정에 호적을 올리고 정식 경로를 거치게 된 오공은 이제 범인에서 신선으로 전환되어 재직 공무원과 같아진 것이며, 관직을 얻었으니 크든 작든 관리가 된 셈이다. 관직을 맡아본 적 없는 오공에게 이는 커다란 유혹이었고, 자기도 모르게 허영심이 폭발했다. 그는 웃으며 감사를 표하고 태백금성에게 연회를 베풀려 하니, 원숭이라 해도 인지상정(人情世故)을 완전히 모르는 것은 아니었다. 태백금성이 어찌 오래 머물 수 있겠는가. 원숭이를 속여 하늘로 데려가려니 마음 한구석이 찔리기도 했고, 워낙 내력이 큰 원숭이라 안치하기가 쉽지 않으니 일단 달래놓고 보자는 심산이었다.
여기서 문제가 보인다. 분명히 원숭이는 큰 잘못을 저질렀다. 사사로이 생사부를 그어버려 천도(天道) 법칙의 일부를 고쳐놓았고, 원숭이 무리 중생들이 생로병사의 법칙 제약에서 벗어나게 했다. 윤회에 들지 않고 천지와 수명을 같이하게 되었으니, 이는 삼계 밖으로 벗어나고 오행(五行) 중에 있지 않게 된 것과 다름없지 않은가? 적어도 작은 범위의 천도 법칙 내에서는 예외적인 존재가 된 것이다. 천제가 어찌 원숭이가 천도에 구멍을 내고 패기를 발산하는 것을 눈뜨고 보고만 있겠는가? 천제 자신조차 천도 윤회를 완전히 초월하지 못해 허다한 무력함을 느끼고 있는데 말이다.
엄밀히 말하면 천도 법칙은 바로 천제의 에너지장이니, 오공이 천도 법칙을 깨뜨린 것은 천제의 신체가 포함하는 면을 가르고 손을 밖으로 뻗어 딴살림을 차린 것과 같다. 누가 이를 참을 수 있겠는가. 그런데 왜 천제는 생사부를 다시 고쳐놓지 않고, 오공을 다시 생사부에 눌러 가두어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를 하지 않은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천제가 그렇게 할 능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비록 천제라는 자리는 영구히 남지만, 그 자리에 앉는 신선은 돌아가며 바뀐다. 천제 자리에 오래 앉아 하계의 오염을 너무 많이 받으면 몸에 문제가 생기고, 급이 낮은 신선들도 병이 날 수 있다. 업력이 많이 쌓이면 하계로 내려가 겁난을 겪어야 하니, ‘황제 자리는 돌고 도는 법이라 내년에는 우리 집 차례’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천제의 자리에 있더라도 압박감이 상당하며 위기감이 늘 존재한다. 머리 위의 하늘 밖에 또 하늘이 있고(天外有天), 신 밖에 신이 있으니(神外有神), 얼마나 많은 고급 생명이 쇼를 구경하고 있을지 모른다. 누가 정법(正法)을 하는데 지구를 선택했는가. 이는 층층 대궁(大穹)과 가없는 환우(寰宇)의 존망이 걸린 대사이며, 모든 생명의 생존과 직결된 문제다.
구우주의 미래가 이 작은 지구에 달려 있다. 말법 말세 모든 고급 생명의 생사존망이 가장 저급한 존재인 지구에 희망을 걸고 있는 이유는, 그곳에서 정법이 널리 전해지고 ‘법륜성왕(法輪聖王)’께서 세상을 구하시기 때문이다. 성도(聖徒)인 대법제자, 무수한 성자(聖者)와 성녀(聖女)들이 인간 세상에서 사람을 구하는 사명을 이행하며 사부님을 도와 정법하고 있다. 이를 통해 무량한 중생을 구속(救贖)하고, 괴멸(壞滅) 속에서 신성(神性)을 일깨워 열반으로 재생하며, 대법(大法)에 동화되어 미래를 개척하고 신우주의 대기원(大紀元)을 열어가고 있다.
법륜성왕께서는 세상에 내려와 법을 전하시기 아주 오래전부터 “정법은 반드시 성공할 것이니 나를 믿는 자는 사부를 따라 세상에 내려가 정법하자”라고 하셨으니, 여러 신이 믿든 안 믿든 호기심을 막지는 못한다. 궁금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 어떤 마음을 품었든 정의의 편에 서느냐 사악의 편에 서느냐, 혹은 관망하느냐에 따라 미래에 남을 수 있을지가 결정된다. 시비(是非)를 분명히 가리고 악을 버리며 선을 택해 법에 동화되는 것만이 구원받을 유일한 희망이다.
그러므로 천제 또한 경외(敬畏)가 있는데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경외심이다. 미지의 강대함이 가늠조차 되지 않을 때는 호의를 보이는 것이 최선이며, 적어도 적을 만들지는 말아야 한다. 내력을 알 수 없는 이 원숭이도 가급적 건드리지 않는 게 상책이다. 마음이 커졌으니 위로 불러 마음을 좀 다독이고, 하늘의 수많은 신선과 어울려 신선 친구도 사귀고 술도 한잔하다 보면 성격이 무뎌질지도 모른다. 신선의 삶이 이토록 유유자적한데 누가 사서 고생을 하겠는가.
비록 하늘의 뜻은 오공을 선대(善待)하는 것이었으나, 오공은 결코 본분에 충실한 놈이 아니었다. 이 사고뭉치는 하늘에 올라간다는 말을 듣자마자 신선한 흥미가 발동하여 아주 협조적으로 교지를 받들었다. 그러고는 원숭이 무리에게 잘 훈련하고 있으라 당부하며, “내가 먼저 하늘에 올라가 길을 봐 둘 테니, 그때 너희를 데리고 올라가 함께 살자꾸나”라고 말했다.
보아하니 오공의 격국(格局)은 아직 열리지 않았다. 이미 상선이 되었음에도 마음속에는 오직 제 원숭이 소굴 생각뿐이다. 사명감이라곤 전혀 없으니, 자신이 단순히 원숭이 왕이 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중생의 부처(佛)가 될 수 있음도 모른다. 이것이 훗날의 잘못을 결정지었다. 하늘을 찌를 듯한 그 큰 잘못들은 단지 제 원숭이 소굴의 복지 문제가 만족스럽지 않다는 이유로 마성이 크게 폭발하여 천지를 뒤집어 놓은 소동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003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