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漢家)
【정견망】
사람들이 흔히 말하기를 “두 사람의 정이 진정 오래도록 변치 않는다면 어찌 꼭 아침저녁으로 함께 있어야 하리오”라고 한다. 예로부터 ‘견우직녀’ 이야기는 사람의 마음을 뒤흔들며 천년 동안 전해 내려왔다. 그런데 이들의 사랑은 왜 이토록 충격적이며 깊은 생각에 잠기게 하는 것일까? 아마도 션윈 공연 《견우직녀》를 통해 일종의 계시를 얻을 수 있을 듯하다.
견우는 가난한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성품이 순박하고 선량하여, 종일 늙은 소 한 마리와 벗하며 밭에서 부지런히 일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줄곧 장가를 들지 못하자, 그와 생사고락을 함께하던 늙은 소가 이를 지켜보며 속을 태웠다.
어느 날, 하늘의 일곱 선녀가 왕모낭랑(王母娘娘)를 모시고 천계(天界)를 순유하고 있었다. 그녀들은 인간 세상의 어느 호숫물이 푸르게 출렁이며 맑고 아름다운 것을 보고는, 지상으로 내려가 목욕하게 해달라고 청했다. 왕모낭랑은 처음에 허락하지 않았으나 딸들의 거듭된 간청을 이기지 못해 결국 허락하였다.
일곱 선녀는 가볍게 인간 세상으로 내려와 호수에서 노닐었다. 이때 견우의 늙은 소가 호숫가에서 풀을 뜯다 그 광경을 보고는 갑자기 직녀의 분홍색 옷을 입에 물고 달아났다. 선녀들은 순식간에 당황하여 어찌할 바를 몰랐고, 여섯 선녀는 서둘러 옷을 챙겨 천정(天庭)으로 날아갔으나 직녀는 옷을 빼앗긴 탓에 감히 몸을 드러내지 못하고 물속에 숨어 있을 뿐이었다.
견우는 늙은 소가 옷을 물고 가는 것을 보고 급히 쫓아가 옷을 되찾아 직녀에게 돌려주었다. 직녀는 옷을 입고 견우에게 감사를 표한 뒤 떠나려 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견우가 직녀에게 정면으로 청혼을 하는 게 아닌가. 범인(凡人)이 신선에게 청혼하는 것은 본래 경계를 넘어서는 행동이었으나, 이미 인과의 실마리가 심어진 셈이다. 직녀는 처음에 거절하며 천계로 돌아가려 했으나, 마을 사람들의 중매에 못 이겨 결국 마지못해 응낙했다.
이웃들의 도움으로 견우와 직녀는 혼인했다. 그러나 이 인연은 천의(天意)의 인정을 받지 못했다. 혼례를 올린 지 얼마 되지 않아 왕모낭랑이 천병(天兵)을 거느리고 내려와 두 사람을 강제로 갈라놓고 직녀를 하늘로 데려가려 했다. 견우는 굴하지 않고 그녀를 되찾으려 했으나 결국 막아낼 힘이 없었다. 왕모는 신통력으로 파도가 넘실거리는 은하수를 그어 두 사람을 영원히 갈라놓음으로써, 신과 인간 사이의 넘을 수 없는 경계를 보여주었다.
견우는 비통함에 못 이겨 은하수로 뛰어들어 힘껏 직녀를 향해 헤엄쳤다. 거대한 물결이 휘몰아치며 그를 집어삼켰다. 하지만 ‘정(情)’이란 본래 삼계(三界) 속에 가득 차 있는 기본 존재 중 하나다. 견우는 인간의 몸으로 세간의 예법을 통해 혼인을 이루었고, 또 그것을 잃은 순간 생명을 다해 정에 집착했다. 이러한 집착은 그를 어느 한 층의 경계에서 ‘정’과 상응하게 했으며, 인간 세상과 천계 사이에 매달려 결정되지 못한 채 머물게 했다.
왕모낭랑은 이 집착을 보고 가련한 마음이 들어 한 가닥 길을 열어주었으니, 그를 구해내고 오작교로 이어주어 견우와 직녀가 매년 한 번씩 만날 수 있게 한 것이다. 동시에 이러한 안배는 신과 인간의 혼인이 천리에 어긋난다는 점을 밝히는 것이기도 하다.
견우와 직녀는 자신들의 경험을 통해 경계를 넘은 정이 부르는 인과관계를 연기했으며, 후인들에게 ‘바른 원인은 바른 결과(正果)를 맺고, 부(負)의 원인은 부(負)의 결과를 맺는다’는 도리를 일깨워 주었다. 사람의 마음이 구하는 바에도 바른 것과 치우친 것의 구분이 있기 마련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이 이야기가 천고의 절창(絶唱)이 되었으며, 후세 사람들로 하여금 혼인의 이치에 대해 더욱 이성적으로 사고하게 한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 “두 사람의 정이 진정 오래도록 변치 않는다면 어찌 꼭 아침저녁으로 함께 있어야 하리오”라고 읊조린다. 대개 이를 아름다운 기탁으로 여길 뿐, 그 속에 내포된 비극적인 의미는 간과하곤 한다. 사실 ‘견우직녀’ 이야기는 시종일관 세상 사람들에게 이것을 거울로 삼아야 함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상은 션윈 공연 《견우직녀》를 관람한 후의 개인적인 감회다. 사람마다 체득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이것이야말로 션윈 예술이 담고 있는 독특한 매력 중 하나일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16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