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顔丹)
【정견망】
자고로 남을 함정에 빠뜨려 억울한 누명을 씌운 악인(惡人)들은 대체로 끝이 좋지 않았다. 특히 생사여탈권을 쥔 관리가 뇌물을 받거나, 혹은 몸을 보존하고 사익을 취하려 진상을 무시한 채 서둘러 사건을 종결하거나 심지어 고의로 흑백을 전도해 원안(冤案 억울한 사건)을 조작해내기도 한다. 높은 자리에 있어 잠시는 속일 수 있을지 모르나 결국 “인과(因果)”란 두 글자를 피할 수 없다.
아래에 소개할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원안은 청조 건륭 40여 년에 발생했다. 인과응보가 매우 참혹해서 기록을 남긴 사람은 사건이 발생한 지명조차 차마 언급하지 못했다. 다만 어느 현에서 일어난 일이라고만 했는데 그곳에 사업 규모가 매우 커서 한 지방의 부호로 꼽히는 한 상인이 있었다.
당시 그 현에 마음씨가 고약한 한 지주가 있었는데 상인에게 돈을 빌리려 했으나 상인이 빌려주지 않았다. 지주가 재삼 간청하며 높은 이자를 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상인은 여전히 거절했다. 나중에 그 지주는 인맥을 동원해 공무를 빙자하여 사람을 보내 상인에게 말을 꺼냈으나 결과적으로 또 거절당했다.
이에 지주는 원한을 품고 있다가 상인 집 여종의 딸이 두 살 나이에 요절한 것을 보고 계책을 하나 냈다. 그 여종을 부추겨 관아에 상인을 무고하게 했는데 상인이 “채생(采生 산 사람을 해쳐 앵벌이로 만드는 수법)”과 같은 요사한 술법을 써서 자신의 딸을 해쳐 죽였다고 거짓 고발하게 했다. 처음에 현에서는 이 사건을 수리하지 않았다. 지주는 다시 같은 시기에 아이를 잃은 부모 몇 명을 찾아가 돈으로 매수하여 그들도 상인을 무고하게 했다.
현(縣)에서 관여하지 않자 지주는 직접 부(府)에 찾아가 꾸며낸 이야기를 지부(知府) 대인에게 늘어놓았다. 그러나 지부는 “당신이 말하는 그런 요술은 들어본 적도 없고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적도 없어 참고할 기준이 없으니 어떻게 처리하겠느냐”며 지주를 돌려보냈다.
지주는 포기하지 않고 다시 돈을 써서 아이를 잃은 부모들이 관아를 고소하게 했다. 결과는 역시 수리되지 않았다. 급해진 지주는 무고하는 편지를 썼는데 그 상인이 요술로 이미 많은 사람을 해쳤다는 내용을 덧붙여 경성의 한 고관에게 보냈다. 이 고관 역시 그런 일을 들어본 바 없어 처리 방법을 모르자 편지를 해당 현이 속한 성의 순무(巡撫)에게 전달하며 지방에서 이 일을 감독하여 처리하라고 했다.
그 순무는 오로지 자신의 관직을 보존할 생각뿐이었고 일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연루될까 걱정되어 우선 상인을 잡아들였다. 무고한 자들의 말이 확고했기에 순무는 더 세밀히 조사하지 않고 그 상인에게 사형을 판결했다.
사형을 집행하던 날 형장에 갑자기 이상한 현상이 나타났다. 광풍이 몰아치며 황사를 말아 올리니 하늘이 금세 어두워졌고 온 형장이 황사로 덮여 담장과 나무 기둥까지 모두 황색으로 변했다. 더욱 무서운 것은 형장에 모인 모든 사람의 얼굴이 토황색으로 변한 것이었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 사이에서 “저 상인은 틀림없이 억울한 원한이 아주 깊을 것이다”라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며칠 지나지 않아 현에서는 지주의 집에 흉보가 전해졌다. 그의 아들이 갑자기 미쳐서 끊임없이 큰소리로 원통함을 호소했는데 마치 죽은 상인이 원한을 갚으러 온 것 같았다. 그 아이는 지주를 가리키며 크게 욕을 하고 가까이 오지 못하게 하더니 며칠 후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또 며칠이 지나자 그 지주 역시 미친병이 들어 죽었다.
소식은 곧 순무의 귀에 들어갔다. 그는 극도로 두려워하며 특별히 형옥을 주관하는 관리 서너 명을 불러 자신을 보호하게 했다. 어느 날 그가 부하들과 정사를 논의하다가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너를 죽인 것은 저 지주지 내가 아닌데, 왜 자꾸 나를 찾아오느냐?”라고 소리쳤다. 그 모습을 본 부하가 주변 사람들에게 대인이 병이 났으니 빨리 의원을 부르라고 일렀다. 결국 의원을 불러왔으나 이미 손을 쓸 수 없는 상태였고 며칠 지나지 않아 그 순무도 죽었다.
불과 십여 일 사이에 상인을 무고하고 억울하게 죽인 주요 책임자들이 모두 미친병으로 죽자 이 사건은 근방에 널리 알려졌다. “천자의 이목”으로 여겨지는 독찰원(督察院)에서 이 일을 문책한 이후 각지 관아 위아래에서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고대에도 사람의 생명에 관한 억울한 사건은 때로 조야(朝野)를 진동시켰고 때로는 문예 작품으로 쓰여 후세에 전해졌다. 이처럼 큰 영향을 끼친 이유는 오직 하나일 것인데 그것은 후세 사람들을 경계하여 한때의 미혹으로 자신의 생명을 잃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스스로 악의 원인(惡因)을 심는 것은 참으로 득보다 실이 큰 선택이다.
참고자료: 《북동원필록(北東園筆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