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단(顏丹)
【정견망】
‘원풍(元豐)’은 송 신종(神宗) 황제의 두 번째 연호이고, 신종이 서거한 후 철종(哲宗)이 즉위하였는데 ‘원우(元祐)’는 철종의 첫 번째 연호이다. 이 두 연호 동안에 모두 다섯 명의 장원이 나왔다. 첫 번째는 원풍 2년의 장원 시언(時彥, 자는 방미[邦美])이었고, 다섯 번째는 원우 6년의 장원 마연(馬涓, 자는 거제[巨濟])이었다.
이 두 장원은 전후 두 명의 황제가 조정에 있을 때 나타났는데,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들이 이러한 공명과 심지어 후일의 관직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 모두 이 두 사람의 부친이 유사한 처지에서 동일한 선택을 한 것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러한 선택으로 인해 두 부친은 모두 깊고 두터운 복덕을 쌓았으며, 오랫동안 슬하에 자식이 없는 유감을 뼈저리게 겪은 후 갑자기 귀한 아들을 얻게 되었으니, 하늘은 선량한 사람을 결코 저버리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시언의 부친에 대해 말하자면, 당시 그는 이미 환갑을 넘겼고 모친도 마흔이 넘었으나 줄곧 자식이 없었다. 그의 모친은 대의에 밝아 자신의 돈 백 냥을 꺼내어, 부친에게 촉(蜀) 땅으로 가서 첩을 하나 사 와 가문의 향화(香火 제사 즉 대를 이음)를 이어갈 것을 권하였다.
그의 부친은 성도(成都)에 이르러 한 여성을 만났다. 이 여성은 용모가 단정하고 행동거지가 예의 발랐으므로, 그의 부친은 여성의 처지에 대해 물어보았다. 뜻밖에도 이 여성은 울면서 말하였다. “제 부친께선 조정의 관리로 계시다가 나중에 임지에서 병으로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모친께서는 아버님의 영구를 고향으로 보내 안장하고자 하셨으나 안타깝게도 노자가 부족하여, 어쩔 수 없이 저를 팔아 아버지의 장례 비용을 마련하려 한 것입니다.”
시언의 부친은 이 말을 듣고 더 이상 첩을 들이는 일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는 그 백 냥의 은전을 가지고 여성과 함께 그녀의 어머니를 찾아가, 자기 돈으로 그들의 소원을 이루어 주고자 하였다. 그는 먼저 모녀 두 사람을 동반하여 영구를 메고 갈 사람들을 고용하였고, 그런 다음 그들을 길을 따라 경성까지 배웅해 주었다. 장례 수속을 모두 마칠 때까지 도와주고 나서야 그는 하직 인사를 하고 떠났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적이 나타났는데, 시언의 모친이 갑자기 임신을 한 것이다. 해산하기 전날 밤, 모친은 꿈을 하나 꾸었는데, 몇 사람이 화려한 옷을 입은 아이를 자신의 집 대청으로 들어 메고 오는 꿈이었다. 이것이 아마도 시언이 장원에 급제하고 이부상서까지 오를 수 있었던 꿈의 징조였을 것이다.
다음으로 마연의 부친에 대해 말하자면, 그 역시 중년이 되도록 줄곧 자식이 없었다. 마연의 모친은 그를 위해 첩을 들이려고 서둘러 중매를 섰다. 나중에 용모가 출중한 한 여성을 만나 집으로 맞이하였다. 그러나 마연의 부친은 그 여성이 거울을 보며 머리를 빗을 때마다 늘 쓸쓸해하고 마음속으로 매우 슬퍼하는 듯한 모습을 발견하였다. 그리하여 기회를 찾아 그는 그 여성에게 무슨 까닭인지 가만히 물어보았다.
마연 부친의 말을 듣자 그 여인은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
“제 부친께서는 본래 어느 지역의 관리로 계시다가 퇴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저와 어머니는 아버지를 고향으로 모셔 안장하고자 하였으나 안타깝게도 노자가 부족하여 어쩔 수 없이 저를 팔게 되었습니다…… 지금 아버님의 시신이 채 식지도 않았고 저는 아직 상중이라 머리에 흰 비단띠를 매어야 하지만, 제가 나리 집에 온 것은 기쁜 일이므로 남들이 보고 좋지 않게 여길까 봐 몰래 그 위에 붉은 비단 띠를 매어 흰 것을 가렸습니다……”
마연의 부친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편치 않았다. 이에 아내와 상의하여 그 여성을 그녀의 어머니 곁으로 돌려보내기로 하였다. 아내가 듣고 즉시 동의하였다. 이 부부는 첩을 산 돈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배를 불러 여인의 짐을 실어 모친에게 보내 주었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마연의 부모는 이 이후로 모두 꿈을 꾸었는데, 모친은 신명이 그녀에게 “하늘이 네게 아들을 하사하니 경사가 끝없이 흐르리라(天賜爾子,慶流涓涓)”라고 말씀하시는 꿈을 꾸었다. 부친은 한 노인이 찾아와 감사를 표하며 “내가 바로 그 여인의 아버지인데, 이 일은 하늘에서도 이미 알고 계십니다. 당신 가문의 부귀가 끊임없이 이어지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는 꿈을 꾸었다. 두 꿈에 모두 ‘연(涓 물이 흐른다는 의미)’ 자가 있었으므로 부부는 아들의 이름을 ‘마연(馬涓)’이라고 지었다.
자란 후의 마연은 글을 읽는 데 매우 뛰어난 재능이 있었다. 그날 그는 전시(殿試)를 치르고 나서 당일 밤에 꿈을 꾸었는데, 어떤 사람이 그에게 “네가 과거에 고중(高中 역주: 과거 최종시험인 전시에서 3등 안에 드는 것)하려 한다면 열세 번의 1등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연이 깨어나 태학에서 공부할 때부터 나중에 추천과 선발 시험에 응시했던 성적을 회상해 보니, 결국 1등이 12번임을 발견했다. 그가 낙담하고 있을 때 전시의 순위가 발표되었는데, 뜻밖에도 그가 장원(壯元) 급제했다. 이 1등을 더하니 딱 열세 번의 1등이 되었다. 이 결과는 그가 꿈꾼 바와 완벽히 부합하였다.
참고자료: 《춘저기문(春渚紀聞)》, 《순정몽구(純正蒙求)》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