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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회이야기: 션윈을 보고 ‘한요(寒窯)’의 전말과 윤회의 의미를 알다

글/ 자연

【정견망】

2018년 설날 션윈 공연을 보았다. 공연을 보는 과정에 나는 끊임없이 정교하고 아름다운 연출에 감동과 진감(震撼)을 받았는데 특히 <한요(寒窯)>가 기억에 남았다. 다음 날 내 눈 앞에 광대한 화폭이 펼쳐지기 시작했는데 하늘에서 안배한 설인귀(薛仁貴)와 왕보천(王寶釧)에 대한 이야기가 상세하게 재현되었다. 그 자세한 내용은 천상과 지하를 망라해 나를 매우 진감시켰다. 올해 나는 그 중 중요 부분을 골라 독자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자 한다.

1. 천계(天界)의 안배

“인간세상은 한바탕 연극이며 하늘에는 안배가 있다.(人間一場戲,天界有安排)”는 말이 있다. <한요(寒窯)-역주: 옛날 장안 곡강지(曲江池)의 동쪽>라는 이 큰 연극 역시 마찬가지로 천계의 안배였다.

천궁(天穹)의 빼어난 경치, 우뚝 솟은 궁궐, 대전의 휘황함, 여러 신선들이 힘을 합쳐 상의하며 인간세상에 혼인과 충정(忠貞)에 대한 아주 빼어난 극본을 만들어냈다. 그들은 이 극본의 모든 상세한 내용을 빠짐없이 안배한 후 몇몇 신선을 선정해 이 이야기를 연기하게 했다.

수련인은 역사상 남겨진 이야기들은 사실 모두 극본이 있으며 아울러 이 극본의 내원 역시 낮은 게 아니라 천계에서 안배한 것임을 알 것이다. 또한 한 단락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신선은 원래 극본을 반복적으로 고친다. 왜냐하면 만장한 세월 중에 신계에도 변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실상을 말하자면 신계(神界)의 표준・기제(機制)・지혜도 아래로 미끄러지고 있는데, 이렇게 되자 신선이 극본을 수정하는 과정에서 일이 더 복잡하게 변했다. 그래서 점차적으로 원래(原始) 극본의 줄거리를 바꾸거나 심지어 원래 극본의 의도를 벗어나기도 한다.

아주 오래전부터 전해지는 사랑이야기 《양축(梁祝 역주: 양산백과 축영대)》을 예로 들면 션윈에서 연출 상연한 《양축》은 극의 마지막 부분에 양산백(梁山伯)이 ‘의동생(義弟)’ 축영대(祝英台)를 보러 가는데 결과적으로 의동생이 뜻밖에 아름다운 여자임을 발견한다. 축영대의 부친은 양산백을 이리저리 살펴보고는 볼수록 기뻐한다. “젊은 사람이 멋있는 인재로구나.” 다시 딸의 표정을 보고는 다 알게 된다. 당장 나서서 양산백에게 딸을 시집보내는 행복한 결말이다. 이것이 원래 극본이며 주제는 “끝내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족이 되는 것(有情人終成眷屬)”이다.

나중에 이 극본은 변이된 神에 의해 모습이 완전히 고쳐졌고 마문화(馬文華)가 개입해 “사랑하는 사람과 가족이 되지 못한다”는 비극으로 바뀌고 또 나비로 변하는 결말을 설계했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양산백과 축영대가 윤회에 들어 곤충이 되는데 이름만 그럴듯한 ‘나비로 화했다(化蝶)’는 것이다. 이렇게 고친 것은 원래 극본의 의도를 완전히 위배한 것으로 수정 중에 망친 것이다.

역사상 남겨 내려온 유명한 이야기들 중 아주 많은 것들이 신선들에 의해 끊임없이 수정된 것이다. 이들 신은 창세주가 인류에게 남겨준 문화를 이미 완전히 고쳤으며 전혀 다르게 만들었다. 개편된 이야기는 사람들에겐 그런대로 마음에 들었지만 원래의 운치를 잃어버렸고 창세주가 사람에게 문화를 다져주는 중에 인류에게 남겨준 심후한 내함(內涵)을 파괴했다.

마찬가지로 《한요》는 집집마다 아는 이야기인데 천고에 전해져 오는 일화지만 이 역시 변이된 신이 수정한 것이다. 션윈 예술단이 2018년 《한요》를 무대로 올렸는데 개인적인 깨달음으로는 현재 유통되는 극본과 비교해서 션윈 무대에서 공연한 것이야말로 원래의 가장 좋은 극본으로 진정한 신전문화(神傳文化)다.

신이 최초에 남긴 《한요》란 극본의 본의는 세인들에게 혼인에는 충정(忠貞 충직한 정조)이 있어야 함을 알려주려는 것이다. 물론 그 속에는 또 은의(恩義), 버림, 인내, 고생, 약속을 지키는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런 것들은 모두 우수한 인성(人性)과 뛰어난 인품을 드러내준다. 이 이야기 속에는 전통문화의 핵심이 포함되어 있으며 중화민족의 정신을 조성한 부분이 들어있다. 세월이란 기제는 이 이야기를 사람의 혈맥과 기억 속 및 유전자에 낙인시켜 깊이 뿌리박게 했으며 이는 그 어떤 외래의 요소로도 말살할 수 없는 것이다.

2. 수구결연(繡球結緣)-수놓은 공이 맺어준 인연

부부간의 혼인 인연은 하늘이 정한 것이라고들 말하는데 확실히 그렇다.

당나라 때 가난한 설(薛)씨 집안에 남자아이가 하나 태어났는데 이름을 설인귀(薛仁貴)라고 지었다. 2년 후 부귀한 왕(王)씨 집안에 왕보천(王寶釧)이란 여자아이가 태어났다. 보천은 자라면서 점점 용모가 아름다워졌고 심지(心地)가 선량해 부모는 귀한 옥처럼 여겼다. 두 사람이 점점 성장함에 따라 천상의 신선이 세상을 주목하다 두 사람을 주의 깊게 지켜보았다. 시간이 되자 인간세상의 이 아름다운 한 쌍이 하나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써야 했다.

천계에서는 소위 홍난성(紅鸞星)이 움직이면 월하노인이 실을 묶는다고 한다. 사실은 천계에서 그들에게 배치한 혼인의 인연이란 원반을 시동한 것이다. 인간세상에는 우연한 일이란 없다.

보천이 16세 되던 해 부모님은 딸의 혼사를 걱정하고 있었다. 몇 년 전 점치는 사람이 보천의 팔자를 보았는데 보천의 품격이 고귀해 모친보다 지위가 더 높아질 거라고 했다. 보천의 부친이 그 말을 듣고 속으로 생각하길 ‘운명의 격이 승상부인(相府夫人)보다 높다면 바로 황후나 또는 왕비가 된다는 말인데.’라고 하며 매우 기뻐했다.

성장한 보천은 달처럼 예쁜 미모에 천하일색이라 구혼자가 날마다 끊이지 않았다. 때로는 보천의 시녀인 우민(羽玟)이 소저를 데리고 병풍 뒤에 숨어 몰래 구혼자를 관찰하기도 했다. 하지만 시녀는 구혼자가 아무리 뛰어나도 소저는 아무 느낌도 없거나 심지어 이들이 너무 속되다고 느끼는 것을 발견했다.

보천은 어느 날 꿈에 자신이 어느 높은 대 위에 서서 손에 수놓은 공을 들고 한 사람에게 던지는 것을 보았다. 이 사람이 수놓은 공을 받아들고는 자신을 쳐다보자 보천은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가 바라보니 이 사람은 기개와 도량이 비범하면서도 속되지 않았는데 뛰어난 영웅의 얼굴이 마주 보았다. 보천은 그의 얼굴이 익숙하다고 느꼈지만 누군지는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한참 생각하다가 꿈에서 깨어났다.

그 영준한 모습, 형형한 눈빛이 여전히 눈앞에 나타났다. 보천은 당황하고 실망하여 얼른 수건으로 얼굴을 가렸다. 그러나 수건 사이로 여전히 그 사람의 얼굴이 보였다. 보천은 얼른 이불로 얼굴을 덮었는데 여전히 그 얼굴을 막지 못했다. 그 눈빛은 당당했으며 직접 보천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것 같았다. 이때 보천의 귓가에 시녀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 숨 좀 돌리세요.”

보천이 이불을 내렸다. 그러나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얼굴이 여전히 눈앞에 나타났다. 보천은 어쩔 수 없이 우민에게 이 일을 말했다. 그러자 우민이 히히 웃으며 말했다.

“신랑감이 나타난 게 아닐까요?”

보천이 시녀를 때리려 손을 쳐들자 시녀가 살짝 피하며 말했다.

“아가씨 절에 가서 점 한번 쳐보시는 게 어때요? 혼인의 인연이 어떤지.”

보천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소저 신변의 일부 시녀들은 일이 커지는 것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보천이 모친을 찾아가 꿈에 신령(神靈)을 보았으니 절에 가서 향을 올리고 싶다고 말하자 모친은 당연히 허락했다. 절에서 보천은 신불(神佛)에 절을 올리고 자기의 청을 말했다. 그리고 일어서서 점괘를 하나 뽑았다. 그 점괘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홍난성이 움직이니 한요(寒窯 토굴)에서 기다린다.

아름다운 화장을 다 씻고 이구(二九 18이란 의미)를 기한으로 한다.

군무로 바빠지니 남편은 귀하고 아내는 영화롭다.

(紅鸞星動,寒窯以待;鉛華洗盡,二九之期;戎馬倥傯,夫貴妻榮。)”

보천이 괘를 들고 무슨 뜻인가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방장인 공각(空覺)대사가 들어오는 것을 보았다. 공각대사는 보천을 보고는 미소로 합장하며 말했다.

“시주는 혼인의 연이 열렸으니 주저하지 마세요.”

보천은 인사를 올리며 “대사님 좀 가르쳐주세요.”라고 했다.

“꿈에 수놓은 공이 나타나면 속세에서 혼인의 인연이 온 것이며 화장을 씻는다는 것은 꿈이 아니며 가난하지만 공이 오기를 기다리라는 것입니다. 시주는 꿈속의 사람과 인연이 있으나 절대 놓치지 마시기 바랍니다. 시주는 십년 후 오늘 다시 이곳에 올 텐데 빈승이 시주에게 해드릴 말이 있습니다. 평소 불경을 부지런히 읽고 복을 많이 쌓아 내일을 준비하십시오.”

말을 마친 방장은 몸을 돌려 떠났다.

다음날 문안 인사를 드릴 때 보천이 부친에게 말씀드렸다.

“제가 꿈을 꾸었는데 아름다운 누대 위에서 수놓은 비단 공을 던지자 운명에 인연이 정해진 사람에게 맞았습니다. 아버님께서는 딸이 수놓은 공을 던져 사위를 구할 수 있게 허락해주시기 바랍니다.”

왕 승상은 딸의 청을 들어주기로 했다. 비단 공을 던질 화려한 누대를 세운 후 공을 던져 신랑을 구하는 그날, 왕 승상은 하인들에게 모든 길의 입구를 지켜 옷이 번듯한 준재만 들어올 수 있고 가난뱅이는 쫓아내도록 했다.

3. 만남과 이별

이날 설인귀는 성안에 가서 일을 보고 고개를 숙인 채 급히 길을 가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어떤 물건이 자기를 향해 돌진하는 것을 보고 본능적으로 손을 뻗어 물건을 잡았다. 설인귀가 고개를 들어보니 앞의 높은 누대에 고귀하고 아름다운 소녀가 서서 자기를 보며 미소를 머금고 쳐다보고 있었다. 설인귀는 어찌된 일인지 몰라 그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방금 거리에 사람이 별로 없었는데 어떻게 갑자기 이렇게 많은 사람이 나타났을까?’

여러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오고 나서야 설인귀는 자기가 잡은 것이 승상의 귀한 딸이 던진 비단공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순간 멍했다

‘이 얼마나 큰 오해란 말인가? 자신은 혼자 살기도 힘든 몸인데 어찌 승상부의 귀한 따님을 먹여 살린단 말인가?’ 그는 연신 손을 흔들어 아님을 표시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이끌려 승상 앞으로 갔다. 왕 승상은 이 일에 대해 매우 화가 났다. 속으로 하인에게 어떻게 잘 막지 않아서 이런 가난한 시골뜨기 손에 비단 공이 떨어지게 했는지 책망하고는 이 일을 무마하려고 돈을 꺼내어 이 가난한 젊은이에게 주었다.

하지만 보천이 보니 공을 잡은 사람은 분명 자신이 꿈에 봤던 그 사람이었다. 남루한 무명옷을 입긴 했지만 영준한 모습이 마음이 쏙 들었다. 보천은 그 순간 부친을 가로막고 황급히 말했다. “아버님, 딸이 공을 던져 사윗감을 구한 것은 온 성안이 다 아는 일입니다. 오늘 여러 사람들이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는 중에 공을 던져 설 씨 낭군을 얻었으니 이는 하늘의 뜻이 아닌가 합니다. 아버님께서 이제와 말을 바꾸시면 세상 사람들은 소녀가 가난한 사람을 싫어하고 부자만 사랑한다고 비웃을 것입니다. 승상의 체면에도 좋지 않을 것이옵니다. 소녀는 가난이 두렵지 않으니 원컨대 설가에 시집가겠으니 허락해주십시오.”

왕 승상은 늘 총명하던 딸이 자신의 선택을 고집하자 화가 났다. 한편 설인귀는 돈을 보고도 거듭 손을 흔들었다. 그의 본뜻은 뜻밖의 재물은 원하지 않는 일이니 받지 않겠다는 것이었다. 왕 승상은 가난한 젊은이가 재물을 받지 않으려는 것을 보고는 자기 딸이 마음에 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여겨 설인귀를 자기 분수를 모르는 놈이라고 생각하며 분노했다.

분노한 승상은 방향을 바꾸어 딸에게 부모와 혼인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요구했다. 보천은 눈물을 머금고 설인귀를 선택했다. 그러자 부친은 그 자리에서 화가 나서 자기는 이런 딸이 없다고 선포하고 딸과의 관계를 단절한다고 말했다. 사태가 너무 급하게 전개되는 바람에 부인은 남편을 말릴 수도 그렇다고 딸을 어쩌지도 못해 그저 눈물만 줄줄 흘렸다.

설인귀는 그저 이 짧은 시간에 겪은 일이 진실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황홀한 것이 마치 꿈과 같았다. 하지만 분노한 승상이 체면 때문에 보천과 자신을 승상부 옆문으로 쫓아낸 후에야 정신이 들었다. 승상은 또 하인을 시켜 딸의 머리에 장식한 금비녀와 조상이 물려준 옥팔찌를 회수했다.

설인귀는 손수건으로 이따금씩 눈물을 훔치며 자신을 따라오는 아름다운 여인을 보고 갑자기 정신이 돌아와 냉정해졌다. 그는 보천에게 말했다.

“당신이 지금이라도 승상부로 돌아간다면 모든 것이 늦지 않을 것이고 부친께서도 용서해주실 겁니다. 나는 가난한 집안에 홀몸의 신세라 나를 따른다면 고생을 견딜 수 없을 겁니다.”

보천은 놀라서 말했다.

“제 뜻은 이미 정해졌고 더는 바뀌지 않을 겁니다. 설랑이 이런 말을 하다니 설마 제가 싫어 버리려는 건 아니겠지요?”

설인귀는 얼른 손을 흔들며 자기는 그런 뜻이 아니라고 말했다.

사태의 발전은 보천의 생각과는 달리 전개되었다. 보천은 비록 이상하긴 했지만 마음은 오히려 더 확고해졌다. 보천은 유기(劉記)의 전당포를 지날 때 귀걸이를 맡기고 은자 두 개를 받았다. 보천이 설인귀를 따라 가난한 토굴 같은 집(한요 寒窯)에 들어섰을 때 갑자기 사원에서 서약한 말이 생각났다. “토굴에서 기다린다. 아름다운 화장을 다 씻고” 그래서 이것이 자기가 가야할 인생의 길임을 알았다.

설인귀는 그날 밤 밖에서 잠을 잤다. 다음 날 친한 친구들과 관심 많은 이웃들의 도움을 받아 간단하고 누추한 혼례를 올린 두 사람은 부부가 되었다. 이렇게 되자 설인귀는 황홀한 느낌이 들었고 마음속으로 확신이 생겼다. ‘아내가 진정으로 자기 의사로 나를 선택했으니 진심으로 나와 함께 하길 원하는구나.’ 한동안 기쁨과 걱정이 뒤섞였다.

기쁜 건 아내가 조금의 주저함도 없이 자신을 선택했다는 것이고 걱정되는 일은 이렇게 아내를 고생시킬 것을 생각하니 스스로 불안했다. 한동안 남자로서의 신의(信義)와 책임감이 마음속에 가득 찼다.

점차적으로 설인귀는 밖에 나가서 공명을 성취하고 싶은 생각이 생겼다. 이런 생각은 날마다 강해졌다. 결혼 3개월 후 설인귀는 아내에게 나가서 한번 사업을 벌여 성취하고 싶다는 자기 생각을 알렸다. 보천은 비록 아쉽긴 했지만 남편의 선택을 지지했다.

며칠 후 아침 설인귀는 집을 떠났다. 두 사람은 섭섭해 마지않았고 송별하는 길에서 오고가길 반복했다. 설인귀는 눈물을 머금었고 보천도 소매로 눈물을 훔쳤다. 하지만 그 누가 알았으랴! 이렇게 한번 헤어지면 18년이나 걸릴 줄을. 하지만 두 사람의 생각만은 연결되어 있었다.

4. 송량선(送糧仙), 흘파파(乞婆婆)와 호법신

남편이 옆에 없는 여인은 아주 고생스럽다. 하나는 상사(相思)의 고통이고 둘은 양식이 없는 고통이다. 또 모든 일을 스스로 해야 하며, 먹는 것과 땔감은 물론이고 일상용품도 모두 직접 해결해야 한다. 마침 보천은 자수를 잘해서 스스로 약간의 양식을 벌 수 있었고 더 많은 경우 나물을 캐서 허기를 채웠다.

션윈 무대의 스크린 속에 보천이 나물을 캐고 있는데 이것은 보천이 18년간 가난한 중에 내내 생활을 유지한 방법이었다. 야채(野菜)는 ‘3푼 양식에 7푼 채소’라는 말이 있다. 이건 어찌된 유래인가?

보천은 천계의 선자(仙子)가 전생한 것으로 신변에 많은 호법들이 그녀를 보호하고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육신은 장기적으로 나물만 먹으면 영양이 부족해진다. 그래서 천상의 송량선(送糧仙 양식을 보내주는 신선)이 정기적으로 보천에게 곡식을 보내주었는데 주는 방식은 다른 공간에서 양식을 나물 중에 뿌리는 것이었다. 보천이 각기 다른 시기에 캔 나물 중에는 늘 양식이 포함되어 있었다.

송량선은 남자 신선과 여자 신선의 구분이 있으며, 허리에 노란색 양곡 주머니가 걸려 있고 붉은 실로 묶어 놓았다. 여기서 하나의 천기를 말하자면, 송량선은 천하의 양식 창고를 담당하는데 크게는 왕궁의 창고에서 작게는 사가의 쌀통에 이른다. 얼마의 쌀을 얻을 수 있는지는 모두 신선이 사람의 복분(福分)에 근거해 미리 정해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 세상의 농작물의 수확이 어떤지는 하늘에 달려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보천이 한요에서 그렇게 고생하던 8년째 한 거지 노파(乞婆婆)를 만났다. 노파는 옷이 남루하고 피골이 상접하고 무척 쇠약하게 보였다. 한요 밖에서 문을 두드리며 마실 물을 달라고 했다. 거동하기도 힘든 노파를 본 보천은 그녀를 불쌍히 여겨 집안으로 들어오게 했다.

노파는 한요 안으로 들어와 더운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숨이 가빠졌다. 보천은 그녀를 부뚜막으로 부축하여 세심하게 돌보기 시작했다. 이틀 후 노파의 몸이 좀 호전되자 자기를 돌봐주어 고맙다고 감사하며 구태여 보천을 딸로 삼고 싶다고 했다. 보천은 이에 응낙했다.

7, 8일 후 한요의 먹을 것이 다 떨어졌고 노파는 나가서 구걸하려고 했으나 보천이 가로막았다. 보천은 양식을 외상으로 구해오고 힘들게 물을 길어오고 나물을 캐서 노파를 돌보려고 노력했다. 노파는 기색이 점점 좋아졌으나 보천은 오히려 더 말라갔다.

한 달 후 노파가 보천에게 말했다.

“딸아, 나는 가야하는데 늘 너를 힘들게 할 순 없다. 내게 백납대(百衲袋 누더기를 기운 주머니-겉보기엔 여러 조각의 천을 붙여 만들지만 기능은 많은 재물을 넣는 것이다)가 하나 있는데 그 속에 돈이 한 푼 있으니 네가 갖거라. 내게 또 수리한 구걸 그릇이 있는데 쌀은 이 그릇에 담는다. 이 그릇은 보배 그릇이란다. 딸아, 내 말을 잊지 말아라.”

노파는 말을 마치고는 “나는 간다. 울지 말거라. 울면 몸이 상하고 가족이 불안해진다.”라고 했다.

거지 노파가 떠나자 보천은 노파를 생각하며 눈물을 참았다. 보천이 조금 남은 쌀을 그 구걸 그릇에 쏟자 쌀이 그릇 바닥도 덮지 못했다. 다음날 그녀는 그릇 속의 쌀이 더 많아진 것을 발견했는데 그릇의 절반까지 차 있었다. 좀 이상한 생각이 들었는데 “이 그릇은 보배 그릇”이란 노파의 말이 떠올랐다. 보천이 궁금하여 그릇을 보니 쌀은 조금도 변화가 없었다. 물을 지고 돌아오거나 혹은 나물을 캐서 돌아오면 쌀은 더 많아져 있었다.

얼마 후 이 지방에 흉년이 들었고 대량의 메뚜기 떼가 농작물을 다 먹어치우는 바람에 구걸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보천은 그릇 속의 쌀이 다음날이면 완전히 가득 차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매일 약간의 쌀을 남겨두고 쏟아낸 쌀과 나물을 함께 삶고 다시 소금을 좀 넣었다. 구걸하는 사람이 오면 죽을 퍼주었다. 거지는 죽을 얻어먹은 후 감격하여 떠났다. 거지가 가고 나서 보천이 돌아보면 죽이 조금도 줄어들지 않았다. 보천은 그래서 일부 사람들을 구제했다. 보천의 구제를 받은 그 거지들은 모두들 매우 감격해 했다. 그러면서 어느 거지 할머니가 “설 낭자에게 가면 채소 죽이 있다”고 말했는데 이런 거지가 한둘이 아니었다.

보천은 그녀가 어느 거지에게 동전을 하나 준 후 일각(一刻 15분)도 안 되어 포대 속에서 또 하나의 동전이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보천은 이것이 보물 주머니임을 알았다. 보천은 한번은 성에 들어가 소금을 샀다. 그때 백납대에서 연속해서 8개 동전을 꺼냈다. 그래서 자기가 쓰는 돈은 사실 정해진 것임을 알았다.

보천은 거지 노파가 보통 사람이 아니며 신선이라고 확신했다. 보천은 노파에게 감사했고 자기를 보호해준데 대해 엎드려 하늘과 땅에 감사드렸다.

어느 날 보천의 부모가 찾아와 그녀를 집으로 데려가려고 했다. 부친은 백납대 속에 돈 한 푼이 있는 것을 보고 비웃었고 모친은 보천의 다 떨어진 치마와 솥 안의 죽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모친이 말했다.

“내 딸이 어찌 이런 고생을 겪는단 말이냐, 나를 따라 집에 돌아가자. 이 토굴에서 고생할 필요 없다.”

부친은 말했다.

“애비 말을 들어라. 설인귀에 대한 마음을 끊고 거지들과 왕래하지 말고 흉년이 들었다고 구걸해온 거지의 밥을 먹으면 이 승상의 체면이 깎인다. 나를 따라 집에 가자. 내가 다시 좋은 집을 찾아줄게. 가난한 녀석보다 천 배 만 배 더 잘 사는 으리으리한 집에 시집보내 주겠다.”

하지만 보천은 부모님의 호의를 거절하며 말했다.

“저는 재가 할 수 없습니다. 저는 설랑에게 정절을 다하고 그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겠다고 약속했어요.”

부친은 크게 화를 내면서 딸을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알아보니 그 녀석은 군대에 들어갔고 지금 죽었는지 살았는지도 모른다. 네가 더 기다려 봐야 아무 소용없다. 멀지 않아 어떤 거지가 나더러 너의 시신을 거두라고 할지 모르니 오늘 안으로 반드시 돌아와야 한다.”

보천은 대노한 부친을 보면서 다시 고개를 저었다. 왕 승상은 분노를 참지 못해 부인을 끌고 화를 내며 떠났다.

부모가 떠난 후 보천은 통곡하기 시작했다. 자신이 부친을 화나게 했고 모친을 상심시켰으며 또 남편의 안위가 걱정되어 한동안 울다가 보니 눈앞이 캄캄해졌다. 노파의 말을 떠올린 후에야 겨우 울음을 그쳤다.

얼마 후 한 거지가 와서 말했다.

“설 낭자, 쌀을 조금 얻어왔는데 당신께 드릴 테니 울지 마세요. 설 낭자는 좋은 분이에요.”

저녁이 되자 비에 머리가 젖은 것 같은 거지 몇 명이 왔는데 표정이 매우 흥분하여 말했다. “우리 형제들이 어느 집의 일을 도와주었는데 돈은 받지 않고 그저 포목 천을 한 포 얻었는데 이걸 드릴게요.”

보천은 그들을 보고 감동해서 아무 말도 못했고 그저 죽으로 대접했다.

그중 한 사람이 말했다.

“내가 어느 형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설 낭자가 그 옛날에 작은 절에서 남편과 이별할 때 남편이 돌아오기를 기다린다고 했어.’ 그 형이 당시 작은 절의 장막 아래 누워 있었는데 감동하여 자칫하면 울 뻔했대요. 형이 말하기를 설 낭자는 좋은 사람이고 했어요.”

가난한 삶이었지만 거지들의 이런 말은 보천에게 커다란 위안이 되었다.

보천의 호법은 그녀가 18년간 한요에서 기다리는 동안 그녀에게 번거로운 일을 많이 처리해주었다. 한번은 성안의 어느 부잣집 도령이 말을 타고 와서는 길가는 보천을 보며 말했다.

“나와 하룻밤 잠자리를 해주면 걱정 없이 먹여주고, 첩이 되고 싶으면 첩으로 삼고 싶소.”

보천은 그를 거들떠보지 않고 앞으로 계속 걸었다. 그러자 그는 화가 나서 말을 타고 달려와 보천을 잡으려 했다. 호법이 보천을 보호하려고 달려갔고 다른 한 호법은 어느 거지를 시켜 활로 말을 쏘게 했다. 말이 아파 미친 듯이 달리자 그 녀석은 말에서 떨어져 내렸다. 그러나 발은 아직 말 등자에 걸려있었기 때문에 말에 의해 끌려갔다. 나중에 성을 순시하는 사람에게 발견되어 말이 겨우 멈추게 되었다. 그 녀석은 보름이나 누워 있어도 낫지 않았다.

또 어떤 나쁜 사람은 불순한 의도로 한밤중에 보천을 욕보이려 했는데 소위 말하는 “귀타장-귀신에 홀려 한곳에 빙빙 돌게 되는 현상”을 만나 어느 곳에서 돌면서 빠져나가지 못하는 일도 있었다. 알게 모르게 이런 번거로움은 호법이 모두 해결해주었다. 말을 거는 사람이나 떨칠 수 없는 악인이 있으면 갑자기 신체가 아프거나 하여 얼른 떠난다든지 하는 일이 정말 많았다. 하늘은 착한 사람을 보우하며 좋은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으므로 그런 나쁜 일은 진정으로 발생할 수 없었다.

천계에서 보천과 잘 아는 선녀가 그녀를 도우려고 했다. 어느 날 보천이 들에서 나물을 캐는 곳에서 돈주머니를 보았다. 보천은 여전히 나물을 캐며 돈주머니를 보고도 못 본체 했다. 나물을 좀 캐고 돌아와 보니 작은 쥐 한마리가 돈주머니를 잡아 당겨 그 속의 은자가 노출되었다. 보천이 잠시 보다가 몸을 돌려 떠났다.

천계의 다른 선녀가 돈 주머니를 보낸 선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당신 이건 보천을 시험하는 건가요?”

선녀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나중에 보천이 선계로 돌아오면 나는 이 일을 말해줘야겠어.”

5. 복을 양보함은 인생 수행의 극치

보천은 18년 동안 꿈에 설인귀를 보았다. 그는 하얀 옷을 입고 은빛의 갑옷을 입고 손에는 은빛 창을 들었는데 마치 천장(天將) 같았다.

때로는 꿈에 설인귀가 위험에 빠진 것을 보았는데 깬 후 보천은 얼른 불경을 외우며 신불에게 설인귀가 난을 넘기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그 기간 보천은 두 차례 복을 양보했다.

한번은 헤어진 후 6년이 되던 해였다. 보천은 설랑이 병으로 누워 있는 꿈을 꾸었다. 보천은 깨어난 후 걱정이 되어 얼굴을 깨끗이 씻은 후 하늘에 절을 하며 설랑의 평안을 기도하며 자기의 몸으로 설랑의 병업(病業)을 분담하길 원했다. 그러자 보천은 곧 병이 들었으며 보름 후 겨우 일어났다. 그 동안 열 살 먹은 소빈(小蘋)이란 여자 거지가 돌봐주었다.

병이 나은 후 보천은 소빈을 남으라 하여 옷을 만들고 자수 등의 솜씨를 가르쳤다. 반년 후 소빈에게 편지를 써주며 성 내에 가서 ‘금도(金都)’라는 자수공방의 우민(羽玟)이라는 책임자에게 찾아가서 살길을 찾아보라고 했다.

또 한번은 헤어진 지 11년 후였다. 보천은 꿈에서 설랑이 대군의 무리 속으로 돌격하는 것을 보았다. 온몸의 하얀 옷은 피로 물들어 있었다. 깨어난 후 보천은 두려웠다. 그녀는 갑자기 옛날의 그 절에서 한 방장 스님이 한 말이 생각났다.

“설랑이 내년에 큰 난이 있을 것이니 부지런히 불경을 외우고 남편의 복을 비세요.”

보천은 경을 부지런히 외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남편이 이번에 큰 난을 당했다면 자기가 경을 읽고 선한 덕을 쌓은 것이 남편이 겁을 지나는데 도움을 못 준 것이 아닐까, 어찌해야 좋을까? 이렇게 생각하자 보천은 좀 당황했다. 얼른 시방의 신령(神靈)에게 꿇어 엎드려 자기의 복을 바칠 테니 설랑이 평안과 승리를 얻도록 해달라고 기도했다.

이렇게 두 차례 복을 양보한 것은 하늘의 신령들을 감동시켰다. 어떤 신선은 “하늘이 만든 이 극본이 헛되지 않구나, 보천이 그것을 지극히 잘 해내는구나!”라고 했다. 또 어떤 신선은 “인생은 정말 한바탕 수행이구나!”라고 감탄했다.

보천은 자발적으로 자신을 수행했다. 설인귀가 꿈에 나타난 것부터 보천이 주동적으로 예불을 올리고 점을 친 후 누대에 올라 수놓은 구를 던져 설인귀에게 시집갔으며 이후 한요를 지키고 고생을 견디면서 부군의 평안만을 구했으니 정말로 극본의 선택과 다르지 않았다.

두 번째 복을 양보한 후 보천은 더는 백납대 속의 동전이나 그릇속의 쌀을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 않았다. 어느 날 낮잠을 자는데 흐릿한 가운데 문득 가느다란 목소리를 들었다.

“설 낭자가 이곳의 돈을 사용하지 않으니 어떻게 해야 좋을까?”

다른 하나의 굵은 목소리가 말했다.

“아이구 설낭자가 내 쌀을 먹지 않고 바깥의 쌀은 또 비싼데 이걸 어떻게 하지?”

한동안 두 음성이 안타까워하는데 가느다란 목소리가 말했다.

“보아하니 주인에게 말하는 수밖에 없네, 주인이 그녀에게 권하도록.”

밤이 되어 보천이 꿈을 꾸었는데 그 거지 노파가 나타나서는 말했다.

“내 딸아 너한테 준 백납대와 밥그릇은 네가 어려운 날을 지날 수 있도록 돕기 위한 것이니 사양하지 말거라. 나는 천상의 거지 신선으로 한 무리 거지를 담당하고 있다. 너의 시주를 받는 자는 말세에 너와 인연이 있을 것이다. 너는 재물과 쌀을 자신에게 사용해도 되며 너를 힘들게 하지 말거라.”

보천은 노파에게 감사드렸다. 꿈에서 깬 후 보천은 이상함을 느꼈다. 아침이 되자 보천은 백납대와 밥그릇을 보며 말했다. “생각해보니 내가 어제 정오에 너희들이 하는 말을 들었는데 너희들 둘이 내 사정을 할머니에게 말했나 보구나. 내가 정말 너희들을 귀찮게 했구나.”

그렇게 말하자 보천은 백납대 주머니 입구가 한번 움찔하는 것은 보았고 밥그릇이 굵직한 소리를 내는 것을 들었다. “설 낭자 너무 사양하지 마세요.”

어느 날 보천은 백납대와 밥그릇에게 말했다.

“만물은 영이 있다고 말하는데 너희들 둘의 진실한 본상은 어떤 모습이니? 내가 한번 볼 수 있을까?”

보천이 말을 하자 가느다란 음성이 말했다.

“설낭자 놀라지 마세요!”

말을 마친 후 보천의 눈앞에 두 형상이 나타났는데 하나는 백납대를 입은 허리가 가는 여자였고 다른 하나는 두꺼운 입술을 가진 건장한 남자였다. 여자가 보천에게 말했다.

“저는 금을 얼마든지 넣을 수 있고 은이나 보석도 얼마든지 넣을 수 있답니다. 하지만 유독 낭자 이곳에서는 겨우 동전만 담을 수 있어요. 이것은 하늘의 뜻이에요.”

남자는 한마디도 안했는데 입을 삐쭉하더니 나중에 조금씩 열어 그릇만큼 커졌을 때 보천은 자기가 본 그릇이 생각났다. 입을 대야보다 더 크게 열었을 때 보천은 자기가 본 대야가 생각났고 항아리보다 더 크게 열었을 때 보천은 정말로 놀랐는데 본 것이 항아리였고 입을 점점 다물었을 때 보천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6. 설인귀와 전령관(傳令官)

한편 설인귀는 집을 떠난 후 군대에 투신했다. 일반 사병부터 시작해 필사적으로 싸웠고 나중에는 장군이 되었다. 설인귀의 군대 생활 중 6년이 되던 해 군중에 돌림병이 발생해 병에 걸려 누워지냈다. 그는 흐릿한 가운데 보천이 그를 대신해 이 병업을 갚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았다. 그러자 매우 빨리 설인귀의 병이 나았다. 그는 매우 놀랍고 두려웠다. 그는 이것이 진실이라고 느끼는 한편 보천이 이 난을 지날 수 있을지 걱정되었다.

왜냐하면 군중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전염병으로 사망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자기 아내를 사랑하고 줄곧 염려했으므로 이 일로 인해 불안해졌다. 보름 후 설인귀는 몸이 좀 회복되자 말을 타고 먼 곳의 사원에 가서 아내의 평안을 위해 점을 쳐보고 비로소 안심했다. 이후 설인귀는 사원을 보기만 하면 반드시 가서 참배하고 보천의 평안을 빌었다,

설인귀가 집을 떠난 지 11년 째 되는 해 설인귀는 한차례 악전고투를 치렀다. 용감히 나아가 적을 무찌르고 있는데 창이 비스듬히 옆구리를 향해 찔러왔다. 사병 하나가 용감히 이 창을 막았고 대신 이 사병은 뒤쪽에서 온 창에 왼쪽 팔을 찔렸다. 설인귀는 사병을 끌어내어 말 위에 얹어놓고 말을 적의 군영으로 몰았다. 눈에 핏발이 서고 생각은 굳어져 그는 단지 눈앞에 아내의 모습만 떠오르는 것 같았다. 아내의 모습이 있는 곳이라고 생각되면 그곳의 적을 향해 달려가 죽이며 아내를 보호하려 했다. 사람이 온통 미친 듯한 상태에 처해 있었다. 적군도 그의 끔찍한 기세에 놀라 겁을 먹었고 설인귀의 하얀 전포는 한바탕의 악전 중에 완전히 피로 젖었다.

여기서 말해야 할 것은 설인귀의 주원신(主元神)은 천상의 장군성이 속세에 내려온 것이고 부원신(副元神)은 천상의 무령(武靈)이 세상에 내려온 것이다. 이 양자가 서로 결합했으니 사람은 지극히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하나는 설인귀가 대당의 평안을 지키게 하려 했고 둘째는 부원신이 왕보천이 천계의 선녀로 그녀가 자신의 복을 바쳐 설인귀 주체의 위세를 증가 시키려 발원했음을 알았다. 셋째 부원신이 자기는 사명이 있으며 주원신을 보호해 주원신이 위명과 작위를 성취하도록 도와야 함을 알았다. 그래서 온 힘을 다 기울여 작용을 발휘한 것이었다.

전투가 끝난 후 설인귀는 자기를 구해준 병사 내엄(乃嚴)을 호위병으로 삼았다. 이것은 설인귀의 생사의 사귐이며 운명의 형제였다. 사적으로 그는 서로 호형호제했다. 이번의 악전 후 설인귀의 이름이 널리 알려졌으며 관직이 많이 올라갔다.

흔히 말하기를, 술에 취한 후에야 진실한 말을 한다고 한다. 설인귀는 내엄과 몇 차례 술을 마셨다. 술이 얼큰하게 올라오자 보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아내가 자기를 위해 밥을 하던 일, 몹시 바빠 땀을 한바탕 흘린 일, 아내가 빵을 구워 잘 구워진 빵을 자기에게 먹으라고 주고 잘못 구워진 빵은 남겨놓고 몰래 먹던 일, 설인귀가 그것을 발견하고 매우 마음이 아팠던 일들을 들려주었다.

한번은 집에 돌아갔는데 칼 가는 사람이 주문을 외우면서 말했다.

“칼을 가는 데 뜻밖에 너무 빨리 갈지 말라고 하니 정말 우습네.”

집에 돌아온 후 그것이 자기 아내가 요구한 일임을 알았다. 아내의 손을 잡고 보니 아내의 손에 몇 군데 상처가 있었다. 결혼할 때 아내의 손이 하얗고 부드러웠는데 지금은 점점 거칠어졌다. 그때 아내 머리의 보석은 차례로 전당포로 들어갔고 결혼할 때 필요한 물건과 그 후 양식과 쓸 물건은 모두 아내가 준비한 것이었다. 자기가 떠날 때 가지고 간 재물도 역시 아내가 준비한 것이었는데 아내는 오히려 부족하다고 했다.

설인귀는 아내를 만나던 그날 아내가 자신에 대해 은혜와 의리가 있으며 자신에게도 집이 있다는 개념이 생겼다. 아내는 고귀하고 우아하며 아름답고 현숙했다. 쓸 물건을 조달하고 양식과 천을 사서 스스로 옷을 지었는데 아주 딱 맞았다. 아내가 이 가정을 위해 한 일들이 낱낱이 모두 자기 눈에 있으며 매우 감동했다. 동시에 그의 속마음은 때로 불안했다. 남자가 직책을 담당해 자기 능력으로 아내를 편하게 해주고 싶었고 아내의 짐이 되는 남자는 되고 싶지 않았다.

두 사람이 헤어질 때 아내가 말했다.

“저는 딴마음 먹지 않고 당신이 오시길 기다릴께요!”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부귀영화를 쟁취해 금의환향하여 승상의 영예보다 더 높이 아내를 행복하게 해주겠소!”

이런 말을 하면서 설인귀는 눈물을 흘렸다.

설인귀가 했던 이런 사소한 일들을 내엄은 모두 기억했다. 내엄은 한 여인이 부귀영화를 내려놓고 가난한 군인을 따라갔으니 정말 대단한 여인이라고 느꼈다. 사병으로서 내엄은 군공(軍功)은 필사적인 혈전을 통해 얻어 온 것임을 알았다. 장군이 이렇게 필사적으로 아내를 위해 바치려 하니 장군의 아내는 장군이 이렇게 할 가치가 있었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내엄에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그것은 자기가 나중에 아내를 맞이하면 장군의 아내 같은 여인을 만나고 싶다는 것이었다.

7. 약속을 실현해 기쁘게 상봉하다

헤어진 지 18년이 되어갈 때 보천은 꿈에 거지 노파를 보았다.

노파가 말했다.

“내 딸아, 내가 백납대와 밥그릇을 준 것 역시 하늘의 뜻에 따른 것이다. 그들은 네 신변에 9년간 머물렀으니 사명을 완성했고 하늘나라로 돌아가야 한다. 너는 내일 그것들과 작별하거라!”

다음 날 아침을 먹고 나서 백납대와 밥그릇의 본 모습이 나타났다. 그들은 꿇어 앉아 보천에게 말했다. “우리는 돌아가야 하니 낭자와 작별하려 합니다.”

보천은 감동하여 눈물을 흘렸다.

두 보물은 꿇어앉아서는 꼼짝 않고 말했다.

“낭자는 나물을 캐러 가세요.” 하고 공손히 말했다. 보천은 할 말이 없어 바구니와 나물 캐는 칼을 들고 문밖으로 나갔다, 보물이 일어서서 몸을 굽혀 송별했다. 보천이 밖을 나가서 감히 고개를 돌리지 못했는데 고개를 돌리면 두 보물이 보이지 않아 눈물이 흐를 것 같아서였다. 공교롭게도 까치가 나타났는데 가는 길에 때때로 보천의 옆에 앉았다.

보천은 생각했다.

“하늘나라로 돌아가니 기쁜 일이지. 나의 인연은 어찌 눈물을 흘리려 하는지 정말 정이 많은 게 탈이야.”

18년째 되는 해 설인귀는 마침내 공명을 성취해 금의환향 했다. 왕부(王府)가 성대하게 세워졌으며 노복이 무리를 이뤘다. 설인귀는 행장을 꾸리고 떠날 준비를 하며 아내를 맞이하려고 했다. 그 순간 심정은 긴장하여 격동했다. 내엄은 호위병으로서 장엄함과 신성함을 느꼈다. 그는 격동하여 생각했다. ‘내가 전장에서 죽지 않고 왕야가 아내와 상봉하는 이 날을 맞이하고 싶었는데 이 날을 직접 보다니 금생이 헛되진 않구나!’ 그는 왕야가 늘 보고 싶어 하던 여인을 보고 싶었다.

어느 날 아침을 먹고 난 후 보천은 밖에서 까치 우는 소리를 들었다. 보천은 의자를 마당으로 옮겨 놓고 옷을 꿰매고 있었다. 잠시 후 손으로 목을 두드리며 몸을 일으켜 허리를 펴고 눈을 들어 먼 곳에 한 무리 사람들이 제법 소리를 내며 가는 것을 보았다. 보천은 의자에 돌아 와 앉았는데 얼마 안 되어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녀는 무슨 일일까 하며 문을 열었는데 먼저 어떤 병사가 서 있는 것을 보았고 그 뒤에 자기 남편이 서 있었다.

그 순간 보천은 만감이 교차했으며 하고 싶은 말이 많았으나 멍하게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설인귀도 마찬가지로 격동하여 많은 말을 하고 싶었으나 목이 막힌 것처럼 말이 나오지 않았다. 이때 내엄이 말했다.

“왕야께선 전공이 혁혁하여 금의환향 하셨으니 왕비를 맞이해 집으로 돌아가려 합니다!”

설인귀가 아내를 바라보자 두 사람의 눈에 반짝이는 눈물이 보였다. 그 순간 마음이 서로 통한 부부는 그 어떤 말도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설인귀는 어깨걸이를 벗어 친히 아내에게 걸어주다가 아내 귓가에 백발이 몇 가닥 있는 것을 발견했다. 설인귀는 아내의 손을 잡고 말했다. “우리 집으로 돌아갑시다!”

보천은 왕부에서 하루는 나물을 캐서 만두를 빚고 싶었다. 내엄은 집의 하인들을 데리고 따라왔으며 왕비는 직접 나물을 캐고 내엄은 옆에서 지켰다. 따뜻한 햇빛 아래 내엄은 졸려서 몇 보를 걸으며 왕비를 보았다. 순간 그는 번쩍하며 왕비의 신변에 천병천장이 수호하고 있는 것을 봤는데 자세히 보려고 하자 보이지 않았다. 내엄은 크게 놀랐다. 그는 경성 교외의 사원에서 본 호법신의 조각상이 생각났는데 자기가 방금 본 모양과 완전히 꼭 같았다.

내엄은 사원에서 있었던 장면을 회상해보았다. 당시 방장인 공각대사가 평복 차림으로 온 왕야에게 조용한 방으로 들라고 청하며 왕야 일동에게 앉으라고 권했다. 한참 후 방장이 왕야에게 말했다. “시주께서는 무엇을 보았습니까?”

왕야가 말했다.

“황홀한 사이에 구름이 아득히 떠 있고 또 궁전이 우뚝 서 있는 것을 보았는데 어떤 음성이 말했습니다. ‘신선이 하계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방장은 씩 웃으며 말했다.

“시주가 본 것은 하늘의 경치입니다. 시주는 본래 천상의 장군성이 세상에 떨어져 온 것인데 현재 이미 작위를 얻었습니다. 하지만 살기(煞氣 악한 기운)가 치우쳐 비승(飛昇)하는데 장애가 있습니다. 시주의 아내는 선녀가 세상에 들어온 것으로 18년을 고생스럽게 수행했으므로 이미 나한 과위를 넘어 보살계로 들어갈 것입니다. 왕야께서 욕심을 참고 부지런히 수행해 왕비와 함께 널리 중생에게 선을 베풀고 과위를 닦으시면 마찬가지로 보살이 되어 선계로 돌아가실 수 있습니다.”

왕야는 경의를 표하고 경건하게 머리를 숙였다.

방장이 또 말했다.

“시주께서 아시다시피 아내께선 지난 18년 동안 마음이 줄곧 부처님을 향했고 시주의 평안을 기도했으며 두 차례나 복을 양보해 시주를 도왔으니 시주는 당연히 느낀 바가 있을 것입니다.”

왕야는 재차 고개를 끄덕였고 내엄은 이 말에 몹시 놀랐다.

방장은 놀란 내엄에게 말했다.

“시주는 금년에 혼인의 인연이 있어 좋은 사람을 만날 것이고 내년에 귀한 아들을 보게 될 것입니다. 또 말세가 되면 인연 있는 사람을 상봉해 연을 맺을 것입니다.”

내엄은 더욱 놀라 몸을 굽혀 감사를 표시했으나 마음속에는 일말의 의혹이 있었다.

오늘에 이르러 내엄은 왕비 신변의 호법이 언뜻 나타나는 것을 직접 보았고 이에 그는 왕비가 절대 평범한 사람이 아님을 확실히 믿었으며 왕비에 대해 점점 더 존경하게 되었다. 그는 또 방장의 말에 완전히 신복했다. 방장 공각대사는 정말 예지가 있는 신선이라고 느꼈다. 동시에 자기의 혼사에도 꽤 기대를 하게 되었다.

보천이 캐온 나물을 잘 씻어서 자르고 만두를 빚기 시작했다. 설인귀는 아내가 직접 만든 만두를 먹어보니 맛이 별로 없다고 느꼈다. 마침 공교롭게 아내가 놀리듯이 말했다.

“그 옛날 이런 만두를 먹었는데 매우 기뻐했지요.”

이 말을 듣고 설인귀는 묵묵히 억지로 먹으며 내엄에게 한 그릇을 주었다. 내엄이 먹어보니 맛이 썼지만 오히려 마음은 기뻤다.

설인귀는 내엄에게 ‘광선당(廣善堂 널리 선을 베푸는 집)’을 지어 고아를 받아들이게 했다. 내엄은 왕야의 비밀 두 개를 알고 있었다. 하나는 왕야가 방장의 말을 기억하고 왕비를 따라 염불하며 침실에 다른 방이 있는데 왕야와 왕비는 각자 다른 방에서 잔다는 것이다. 둘째, 왕야의 서재에 그때 왕비가 비단 구를 던질 때 머리에 썼던 비녀와 옥패를 간직하고 있는 것이었다.

내엄은 유기 전당포 주인 유소정(劉紹貞)이 의로운 마음이 있음을 알았다. 왕비가 저당 잡힌 물건을 지금까지 남겨두었다가 왕야가 돌아오자 이 물건을 가지고 와서 “기이한 물건”이 있으니 왕야께서 반드시 기뻐할 거라고 했다. 왕야는 그 물건을 보더니 과연 기뻐하며 받았다. 유소정은 돈을 많이 받지 않겠다고 고집하며 자신은 그저 그때 굉장했던 승상부의 천금 같은 소저가 비단 구를 던진 일을 알고 이 일에 좋은 결말이 있으리라 직감해 이 일의 증거로 남기두길 원했다고 했다. 왕야는 내엄에게 유기의 장사를 잘 돌봐주라고 분부했다.

어느 날 보천이 내엄에게 말했다.

“내가 옛날 한요에서 병으로 누워 있을 때 다행히 소빈이 나를 구해준 적이 있어요. 소빈은 고생스런 운명을 가진 아이인데 6살에 부친을 잃고 8살 때 모친도 잃고 집은 삼촌에게 뺏겼어요. 그 아이는 남자 옷을 입고 밖에서 2년간 밥을 구걸했죠. 병이 나은 후 내가 그 아이에게 자수 등의 일을 가르치고 옷을 해주고 편지를 써주어 성 내에 ‘금도’라는 자수공방 책임자에게 찾아가 살길을 찾아보라고 했어요. 자수공방 책임자는 옛날 내 시녀 우민이에요. 그녀가 소빈을 잘 돌봐줬어요. 소빈은 자수 놓는 솜씨가 좋고 시원하게 생겼고 올해 17살이에요. 그대도 이제 29살이니 가정을 이뤄야 해요. 싫지 않으면 내가 중매를 서고 왕야가 돈을 내 두 사람을 혼인시켜 주고 싶은데 어때요?”

내엄은 얼른 왕비에게 감사드리며 왕비의 생각에 따르겠다고 했다.

보천은 소빈을 위해 세심하게 예쁜 장식과 혼례복을 준비했는데 마치 딸을 시집보내는 것 같았다. 어느 날 보천이 무의식중에 서재에서 자기가 옛날에 패용했던 장식을 보고는 마음이 담담했다. 두 사람이 마찬가지 느낌이 있었는데 이 장식을 소빈에게 주자고 했다. 내엄이 이것을 알고는 크게 감동했다.

결혼 후 내엄은 소빈이 정말 좋은 여자이며 현숙하고 아름다워 내심으로 기뻐했다. 다음 해 소빈은 아들 딸 쌍둥이를 낳았고 내엄은 절에 가서 향을 올리며 경건하게 예불을 드렸다.

나중에 설인귀는 66세 보천은 64세까지 살았고 두 사람 다 아무런 병도 없이 세상을 떠났다.

맺는 말

이상은 진실하고 거짓 없는 이야기다. 당시 18세였던 왕보천과 20세 설인귀의 상봉은 인생의 꽃다운 시절이었다. 이후 18년간 언제 인간의 좋은 시절을 맛볼 수 있었는가. 부부 두 사람은 18년간의 기다림과 기대로 자기의 약속을 실현했고 인생의 전기적 이야기와 휘황함을 빚어냈다.

이 일은 역사책에 기록되어 있지 않은데 거기에는 인위적인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이 결혼은 비록 명분은 있지만 부모의 축복을 받지 못했고, 둘째로 구걸하는 거지의 문제와 관련이 있는데 존비와 등급의 문제가 관련되었기 때문이다.

《한요》라는 이 극본의 주제는 은의(恩義)와 충정(忠貞)이다. 은의를 말하자면 보천은 하늘의 뜻을 믿고 지시를 따랐으며 설인귀에게 시집갔으니 ‘의(義)’라 할 수 있다. 설인귀는 아내가 일생을 자기에게 맡기자 감격하여 가정의 내포를 깨달았다. 또 아내가 자기 대신 병에 걸리고 복을 양보하여 부부가 일체임을 나타내고 영광과 치욕을 함께 했으니 설인귀는 아내가 자신에게 ‘은(恩)’이 있다고 여겼다. 설인귀는 남자의 책임으로 아내에게 부귀영화를 주기로 결정했다. 설인귀가 부귀영화를 얻자 금의환향해 아내를 영접했고 자신에 대한 아내의 ‘은(恩)’에 감사를 표시했다. 또 남편으로서 ‘의(義)’를 나타냈다. 이중에는 책임과 감당이 포함되어 있다.

또 충정을 말하자면 보천은 가난한 집을 힘들게 지키며 “두 마음 먹지 않고 남편이 돌아오길 기다린” 것은 혼인에 대한 보천의 충정을 표현한 것이다. 설인귀는 군생활 중 동료들은 휴가 시 밖에 나가 욕망을 방종했으나 설인귀는 그런 곳에는 아예 발을 들이지 않았다. 부귀하게 된 후에도 근본을 잊지 않고 마찬가지로 아내에 대한 충정을 표현한 것이다. 두 사람이 내심 도덕을 지키고 도의를 준수하며 혼인이 깨지지 않도록 했다. 또한 부부가 한마음으로 절친하게 지냈으니 설인귀의 공작(功爵 공과 작위) 속에는 보천이 치른 대가가 있다.

바로 이렇다.

젊은 청년은 군에서 단련해 혁혁한 전공을 세웠고
아름다운 부인은 추운 집을 지키며 약속을 지켰다.

대단원의 순간에 그들은 부부간의 깊은 은의(恩義)와 충정을 지키는 것을 연기해냈다.

후세 극본 중에 고쳐진 것 중에는 신선이 설인귀에게 서량공주(西涼公主)를 안배해 준 것이 있다. 이런 개편은 실패작으로 원래 극본의 안배를 파괴했고 극본이 표현하려는 주제를 파괴했다. 즉 은의와 충정을 파괴한 것이다.

나는 어릴 때 이 이야기를 들었는데 설인귀가 서량공주를 아내로 취했을 때 매우 실망했다. 또 설인귀가 보천의 순결함을 시험해보려고 했을 때 매우 화가 났으며 다시는 이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 마음속으로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사실 원래 극본 중에는 이런 내용이 없다.

극본은 문화적인 사명을 담당하러 온 것이고, 연기자가 이 문화를 세상에 전하는 것은 천명(天命)을 완성하는 것이다. 천고에 유전되는 이야기 중에 당신은 이런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어보았는가. 당신은 이런 이야기의 내포를 이해했는가. 이런 이야기의 맥락의 선율을 따라오고 전통문화에 인연이 닿았는가.

《한요》 에서 설인귀와 보천이 혼인을 굳게 지킨 것은 역시 후세인에게 참조를 남겨준 것이다. 사실 이 이야기를 연역하는 과정 중에 후세에 문화를 남겨주어야 할뿐 아니라 말세에 인연을 맺어야 했다. 수련인의 인연뿐 아니라 가족의 인연도 맺어야 했다.

금생 주변 동수 중에 나는 설인귀, 우민, 보천의 부모, 유소정, 방장을 보았다. 내엄은 현재 나의 남편이고 소빈은 내 딸이다. 내엄은 아마 전세 깊이 묻힌 소원(앞으로 아내를 맞이하면 장군의 아내 같은 사람을 맞이하겠다) 때문인지 신이 그의 숙원을 기억하여 금생에 그의 소원이 정말로 이뤄졌다.

내가 남편을 만났을 때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고정된 직장이 있었다. 하지만 남편은 고정된 직장이 없어 환경이 어려웠다. 그래서 나중에 그의 친구들은 이상하게 여겨 이렇게 물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네 아내는 대학을 졸업했고 직장도 좋은데 너는 직장이 없는데 그녀는 어떻게 네가 마음에 들었니?”

남편은 내게 이런 말을 하며 마음속으로 득의양양했다. 가족으로 말하면 역사상 그들은 나를 동반하여 길고 긴 인생을 걸어왔으며 비록 그들이 역사상에 이름 없는 사람이지만 그들과 나의 인연은 매우 깊은 관계가 있다.

지금 사람들은 《한요》 이야기를 불가사의하다고 느낄 것이다. 이 이야기의 심층 내포는 더 이해하기 힘들다. 사람들은 진화론과 무신론의 영향으로 이미 신불(神佛)의 존재를 믿지 않으며 천명의 가르침은 더욱 믿지 않는다. 또 현대의 의식행위 관념은 사람을 막다른 길로 이끌어 문제를 사고하게 하는데 모두 위사위아(爲私爲我)하다. 혼인한 후에도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도덕 수양을 소홀히 하고 내심으로 정절의 약속을 지키려 하지 않으면서 그저 어떻게 복을 누리고 향수를 누릴까만 생각하며 욕망을 방종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것이다.

혼란한 세상에 사람이 무지(無知) 속에 업을 지으니 고생을 겪지 않으면 어떻게 업을 갚겠는가? 어떻게 행복한 인생이 있겠는가?

인류는 오직 신령(神靈)을 믿고 인간계와 천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믿으며 선념(善念)을 지키고 신이 인간에게 정해준 표준을 준수하고 전통으로 회귀해야만 비로소 바른 길로 돌아갈 수 있고 비로소 신의 비호를 받을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인류는 장차 훼멸과 도태에 직면할 것이다.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2596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