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맹도인(孟道仁)
【정견망】
들어가는 말
어지러운 세상에서 인간세상의 희로애락을 있는 대로 맛보고 아주 많은 생사의 이별을 겪었다. 지난 일을 돌아보면 인생회고록을 쓰기에 충분할 정도다. 경험과 층차면에서 종횡으로 인생의 여로를 교차하였으니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 지 모르겠다. 몇 차례 붓을 들었다 내려놓았고 수년간 주저하다가 깊이 사고한 후 내가 직접 겪은 신기한 일들을 정리해서 쓰기로 결정했다. 아무런 평론이나 해명 또는 가르침도 없다.
이 이야기들은 모두 다른 공간에 독립적으로 나타난 것으로 현실생활 중에서는 만질 수 없고 볼 수 없기에 종종 미신이란 오해를 받는다.
하지만 내가 알기에 사람과 신이 함께 하는 이 물질세계 속에서 나와 유사한 경험을 한 사람들이 아주 많고 또 내용도 더욱 풍부하고 다채롭다. 오늘 나의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보다 많은 사람들이 더 좋은 이야기들이 나오기를 희망하는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이번 생에 나의 큰 행운이 될 것이다!
상편 [미혹(惑)] 욕망의 바다인 속세에 몸이 있어 미혹과 같은 기이한 이야기
하편 [귀(歸)] 정법을 얻어 수련 후 회귀의 길에 만난 기이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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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白龍)과의 기이한 인연
1940년대 어느 여름 날 큰비가 억수같이 내리고 천둥이 치는 가운데 윤회 중의 나는 또 한번 인간세상에 왔다. 어릴 때 장작처럼 마르고 몸이 약해 병이 많았던 나는 늘 어떤 전조도 없이 갑자기 졸도하곤 했다. 매번 졸도하고 늘 깨어났기에 식구들은 습관이 되어 내가 살아나지 못할까 걱정하지 않았다. 6살 이후로 더는 졸도하지 않았다.
하지만 졸도하면서 무엇을 겪었는지에 대해 나는 가족들에게 말한 적이 없다. 오늘에야 말해 보는데 매번 졸도하기 전이면 늘 먼저 길고 긴 “후-하…후-하…” 하는 소리를 들었고 순간적으로 머리가 어지럽고 가슴이 답답했으며 내 몸이 일종의 회전력에 의해 공중으로 끌려 들어갔다. 줄곧 정체되어 움직일 수 없을 때 눈을 떠보면 거대한 짙은 구름 속에서 꿈틀거리며 춤을 추는 몸체를 보았으며 그것은 동쪽에서 헤엄쳐 와서 내 신체 주위에서 아래위로 어슬렁거리며 돌았다. 성장한 후 벽화를 보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그것이 용(龍)임을 알았다.
내가 공중에 앉아서 보니 백룡(白龍)이 선회하면서 나를 보고 있었다. 말로 할 수 없는 친근감이 있었는데 매우 깊었다. 백룡은 때때로 나를 높이 받쳐 들거나 또는 나를 내려놓았으며 나는 까르르 웃었다.
어떤 때는 백룡의 신체를 만질 수 있었지만 한 번도 타 본적은 없었다. 한번은 나와 백룡이 다른 공간에 나타났는데 바로 경계 밖의 경계(境外境)였다. 그것은 더욱 아득히 먼 상계(上界)였다 나는 백룡이 선회하며 만들어낸 공간 중앙에 앉았고 회전하는 백룡의 몸이 나를 하계(下界)까기 호송하는 과정을 겪었다. 휘익하는 소리가 나는 가운데 나는 앉아서 움직이지 않았고 따라서 돌지 않았다. 하지만 시종 비행기가 하강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나는 수많은 아름답고 오묘한 선경(仙境)을 보았고 또한 위험한 덤불이 자라고 있는 환영의 장면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가부좌 중에 나는 백룡이 하늘에서 내려올 때 감당한 고통을 느낄 수 있었다! 백룡은 선회하는 중에 극렬한 통증 때문에 신체는 끊임없이 색깔이 변화하고 있었다.
나는 정말로 어떤 언어로도 그 【경계】와 【광경】의 장관을 다 설명할 수 없다. 단지 그것이 바로 우주라고 할 수밖에!
한동안 노는데 백룡은 머리를 흔들며 길고 긴, 끝을 볼 수 없는 신체는 흐르는 강물처럼 서쪽으로 향해 굴러갔다.
이때 한 목소리가 들렸다. “깨어났다!”
내가 다시 눈을 떠보니 식구들이 옆에 있었다. 부모님은 나를 의사에게 데려갔으나 뚜렷한 답을 얻진 못했다.
이것이 나와 백룡의 기이한 인연이었다. 백룡은 모습을 드러내며 나와 6년간 동반했지만 6살 이후로 나는 더는 졸도하지 않았고 백룡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내가 서서히 성장하고 늙어가는 인생 여정 중에 나는 백룡이 시종 나를 떠나지 않고 있음을 알았다. 백룡은 다른 방식으로 나를 떠나지도 포기하지도 않으며 나와 함께 했다. 나와 함께 있으며 무수한 겁난을 겪었고 무수한 위험을 평온하게 해주었다. 2020년 봄 백룡은 특수한 방법으로 내게 ‘나는 돌아갈 것이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백룡이 점점 사라지는 화면을 보면서 내 마음은 떨리지 않았다. 하지만 줄줄 흐르는 감사와 은혜의 뜨거운 흐름은 오히려 조용히 용의 몸에 녹아 들어갔고 백룡을 따라 함께 무한한 하늘로 날아갔다…. 나는 우리가 반드시 다시 만날 것임을 믿는다.
나와 백룡의 많은 이야기는 아마 단독으로 써낼 것이다,
낭랑묘의 기이한 만남
어렸을 때 매년 설을 쇠기 전이면 부친은 나를 데리고 “낭랑묘(娘娘廟)”에 가서 설에 사용할 물품을 사곤 하셨다. 내게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사당에 들어가면 네 개의 진흙 조소상이 눈동자를 굴리거나 깜빡하며 내게 인사를 하는 것이었다. 나도 미소를 지으며 잠깐 서서 웃음으로 대했다. 자란 후에 알았는데 그들은 천계(天界)의 남천문(南天門)을 지키는 사대천왕(四大天王)이었다.
부친은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내 손을 꼭 잡고 앞으로 걸어가셨고 나는 섭섭해서 뒤돌아보았다. 문을 나설 때 천왕들은 여전히 눈을 깜빡하거나 눈동자를 움직였다. 내가 떠나는 것을 아쉬워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매번 나는 소리쳤다.
“내년에 다시 올 께.”
부친은 내가 자신에게 말하는 줄 알고 큰소리로 말씀하셨다.
“매년 너를 데려오마.”
천왕들이 매우 기쁜 모습을 나타냈다.
어른이 된 후 나는 어느 사찰을 가든 늘 사대천왕 상 앞에서 발을 멈추곤 한다. 비록 무슨 상호간의 움직임이 없지만 나는 그들과 매우 친근함을 느낀다. 52세에 대법을 수련한 후 여러 차례 사대천왕과 교감이 있었다. 이에 대해서는 하편 [귀]에서 쓸 것이다.
하계에서 길을 잃다
내게는 잊을 수 없는 꿈의 장면이 있다. 내가 어둑한 구름 속에서 아래로 뛰어 내려올 때 눈 앞에는 금빛으로 번쩍이는 서양식 궁전이 있었다. 온 하늘 가득한 노을이 퍼져있는데 웅장하고 아름답기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내가 막 발을 황금색 계단에 내딛으려고 할 때 머리 상공에 천부(天父)의 음성이 들렸다.
“네 할머니를 찾아서 그녀를 데리고 오너라!”
나는 얼른 발을 거둬들였고 계속 아래로 내려갔다. 앞쪽에 끝을 볼 수 없는 회색의 긴 벽이 나타났고 벽 위에는 온통 채색의 꽃이었다. 발을 들어 보니 벽 안쪽에 들쭉날쭉한 중국 고대의 누각들이 보였다. 고대 복장을 하고 날아다니는 신선들과 각종 자태의 백학들 게다가… 내가 자세히 보려고 하자 머리 위에서 또 호된 음성이 들렸다.
“네 할머니는 여기에 있지 않다!”
나는 얼른 눈을 돌렸고 긴 벽을 따라 계속 걸었다.
긴 벽의 끝에까지 걸어갔을 때 오른쪽에 하나의 점포가 나타났는데 진열장에는 각종의 시계가 진열되어 있었다. 문을 밀고 보니 실내의 장면에 숨이 막힐 것 같았다! 사방이 벽을 볼 수 없을 정도로 커다란 전당이 있었고 그 안에 크고 작은 각종 다른 모양의 시계가 빼꼭히 차 있었다. 기괴한 것은 매 시계마다 시침의 위치가 달라서 각자 다른 시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째깍째깍하는 시계 소리가 실내를 가득 채웠고 마치 무슨 교향악을 연주하는 악단 같았다. 나는 깊이 알아보고 싶은 생각도 없이 얼른 물러나왔다.
몸을 돌려 나오자 눈앞에 안개가 자욱하게 낀 어두운 터널이 있었다. 주저 없이 들어가서 더듬더듬하면서 터널을 빠져나왔을 때 눈앞 경치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시커먼 하늘, 혼탁하고 더러운 땅, 견딜 수 없을 정도로 너덜너덜 찢어진 장막이 있었는데 그 속에 누추하고 허약한 사람이 누워있는데 마치 지옥 같았다. 가슴이 쿵쿵하며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갑자기 할머니가 생각났고 얼른 고함을 지르며 장막을 열어 제치며 할머니를 찾았다. 갑자기 눈앞에 현대 중국 사회의 거리가 나타났으며 거리 모퉁이에 식품점이 하나 있었다. 나는 갑자기 배가 고팠으며 여기가 어디지 하는 생각이 들어 사방 주위를 돌아보니 모든 것이 생소한 장면, 물건, 사람이었다. 나는 당황하여 원래 오던 길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몸을 돌려 터널을 찾으러 갔는데 이리저리 돌아봐도 갈수록 희미해졌으며 어디가 터널인지 알 수 없었다. 시계 점포, 긴 벽, 궁전은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았다. 나는 미로에 들어왔다! 돌아갈 수 없구나!
어떤 사람이 1번 버스를 타면 돌아갈 수 있다고 알려주었다. 나는 그래서 정류장에서 기다렸다. 너무 피곤했기에 아무 버스나 올라타고 어쨌든 1번 버스를 만날 수 있겠지 하는 희망을 품고 무수한 차례 버스를 환승했지만 결과는 철저히 길을 잃어버렸다.
다시 뒤로 돌아 망망한 어두운 밤중에 질퍽거리는 진흙길에서 나는 어렵사리 외발 손수레를 밀고 거주할 수 있는 집을 찾아보았다. 그러나 내가 몸을 쉴 곳은 없었다. 설사 머물 곳을 찾거나 심지어 들어가도 다른 사람의 집이었다.
몇 번이나 그런 일이 있고나서 기차역에 달려가서 그날 밤의 막차 표를 구했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차표 값이 모두 5자로 되어있었다. 예를 들면 5위안, 50위안, 55전 등의 동전이었다. 매번 곡절을 겪어 차표를 얻은 후에 플랫폼으로 달려가면 기차는 이미 떠나버렸다. 급한 마음에 기차 궤도를 따라서 걸어갔다.
나는 할머니를 찾지 못했고 나 자신도 돌아가지 못했다!
매번 깨어나면 가슴이 답답하고 울고 싶었다. 사는 의미가 무엇인지 의혹투성이였다. 낮에 바쁘면 정서는 좀 나아졌고 밤에 꿈에 들면 계속 암흑 속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고 있었다. 깨어날 때는 여전히 실망감과 어쩔 수 없는 느낌이었다.
백의(白衣)보살의 보우
그때가 음력 4월 7일이었다. 어느 불교 거사가 남편과 어느 절에서 4월 초파일 행사에 참가하기로 약속했다. 새벽 3시에 우리 일행 10명이 차 두 대로 나누어 갔다. 4명이 소형승용차에 타고 나와 남편 등 6명은 7인승 승합차에 탔다. 절까지 여정이 아직 한 시간이 남았을 때 우리가 탄 차 오른쪽 뒷바퀴가 터졌다. 운전사가 예비 타이어로 바꾼 후 막 몇 미터를 달렸는데 예비 타이어도 터졌다.
차는 고속도로 상에 놓여 있었다. 주위는 모두 숲이고 인가도 없었으며 지나가는 차량도 없었다. 사람들은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이때 내가 어디서 용기가 났는지 그들을 지휘하기 시작했다. 기사에게 수리점까지 얼마나 남았느냐 묻자 그는 정상속도로 30분은 달려야 한다고 했다. 나는 차를 어떻게 해서든 수리점까지 갈 수 있는지 물었다. 기사는 다만 이렇게 해볼 수 있다고 했으나 차량의 중량을 경감하기 위해서 나는 6명이 작은 승용차에 끼어 타서 먼저가라고 하고 기사, 거사, 나와 남편 등 4명이 바퀴 터진 차를 탔다.
나는 왼쪽 뒷자리에 타고 차가 출발한 후 눈을 감고 단정히 앉아서 부처님께 보우를 부탁했다. 막 한마디 부탁하자 신체는 즉시 온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에 쌓였고 흰옷을 입은 보살 한분이 공중에 서 계신 것이 보였다. 그 보살의 팔이 미미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았는데 바퀴 하나가 넓은 소매 속에서 날아 나와서 떨어졌고 이에 따라 자동차가 흔들렸다. 나는 어디서 나온 담인지 보살께 부탁했다.
“바퀴를 하나 더 주세요!”
보살은 미소를 지었다. 미소 지을 때의 그 자상함이란! 나는 지금도 그 미소 짓는 모습을 기억할 수 있다. 그리고 정말 소매에서 또 하나의 바퀴가 나와서 차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보살은 사라졌다.
이때 나는 기사가 “도착했습니다” 하는 말을 들었다. 내가 눈을 떠보니 눈앞에 차 수리점이 있었다. 기사에게 얼마나 달렸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15분이라고 했다. 네에? 좋은 차의 속도로 30분 걸리는 거리인데 바퀴 하나가 터진 차로 그보다 더 빨리 달렸다고요? 나는 가슴이 갑자기 뜨거워졌고 눈물이 나올 뻔했다.
그 거사가 일주일 후에 차를 가지러 갔을 때 수리 기사가 말했다.
“이 차가 뒤집어지지 않았다니 정말 기적입니다. 바퀴만 문제가 아니라 차축이 다 갈라졌어요. 그러고도 이렇게 멀리 달렸다니 당신들 차안에 반드시 귀인이 타고 있었을 겁니다.”
나는 자비로운 백의 보살이 우리를 구한 것임을 알았다.
천장의 연꽃
우리는 수리점 차로 바꿔 타고 절에 도착했다. 절에서 한 바퀴 돌고 난 후 나는 좀 피곤하여 쉬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은 흥이 아직 많아서 절에 남았다. 나 혼자서 절문을 나와서 길고 긴 거리를 지나서 현의 호텔에 예약해둔 방에 도착하여 자리에 누워 곧 잠이 들었다.
한참 잠을 자는데 흐릿한 가운데 머리 위에 어떤 빛이 번쩍하는 것을 느껴 천천히 눈을 떠보았다. 천장에 머리에서 발에 이르는 방향으로 가지런한 은백색의 꽃이 번쩍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연꽃이었다. 또 생각했다.
‘어쩌면 거리의 가로등불이 창문으로 비쳐 들어온 것일지 몰라.’
고개를 돌려보니 아래까지 두텁게 드리워진 두터운 커튼에는 빛이 없었다. 몸을 일으켜 커튼을 열어 제치니 바깥은 온통 암흑이었다. 이곳은 시골이라 가로등조차 없었다. 먼 곳에 은은하게 미약한 황색 가로등이 보였다. 다시 주위 환경을 보니 빛이 들어올 곳이 없었다.
나는 또 침대로 돌아와 일곱 송이의 뚜렷하고 밝은 연꽃을 감상했다. 머릿속에는 끊임없이 생각했다. 정말 부처님이 계실까? 이것은 부처님께서 내게 나타나신 걸까? 설마 내가 석가모니부처님의 제자란 말인가?
잠시 후 말소리가 들리더니 친구들이 돌아왔다. 내가 다시 천장을 보니 연꽃은 사라져버렸다.
다시 백의보살을 만나다
어느 날 밤늦게까지 몸을 뒤치며 잠이 들지 못하다 겨우 막 잠이 들었는데 머리 위에 매우 듣기 좋은 은방울 같은 음성이 말했다.
“가서 봐요!”
나는 멍하게 음성이 가리키는 것을 따라 어느 방문 앞에 도착하여 나무로 된 문을 밀었다. 어이구, 백의 보살이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계셨다. 나는 즉시 흥분하여 달려갔다. 그러나 나는 몸을 꼼짝할 수 없었다. 허리 앞쪽에 넓적한 검은 판이 있어서 나와 보살을 분리해 놓았다.
하나의 사유가 내게 알려주었다.
“이것은 사람과 신(神)의 경계다.”
나는 멍하니 서서 보살을 바라보며 눈물이 줄줄 흐르는 것을 금할 수 없었다. 보살은 나에게 동북(東北) 방향을 보라는 뜻을 표시했는데 뜻밖에 동일한 모습의 무수한 백의 보살이 나타났다. 한분 옆에 바로 한분이었는데 끝없이 모두 나를 향하고 있었다. 내게 가장 가까운 보살은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소식을 전해주었다.
“우리는 돌아가려고 한다….”
내가 “저도 데리고 가주세요!”라고 말하려고 했는데 갑자기 두 가슴이 욱신하며 텅빈 것처럼 괴로웠고 쓰러졌다. 깨어나 보니 나는 여전히 침상 위에 있었다….
흰 수염의 장자
그날 정오에 잠이 들었는데 어떤 사람이 말했다.
“얼른 옹화궁(雍和宮) 서문 전달실에 가시오.”
나는 음성을 따라서 얼른 전달실의 입구에 도착했다. 20대의 젊은이가 나에게 인사를 하며 말했다. “사부님께서 당신이 양식을 가져가시길 기다리고 계십니다.”
나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내가 언제 사부가 있었다고! 양식을 가져가서 뭐하게, 나도 먹을 게 없는 것도 아닌데.’
나는 그를 따라 옹화궁 맨 뒤쪽 후원의 동북쪽 구석에 갔다. 즉 라마가 거주하는 선방(禪房) 앞이었다. 거기에 머리가 허연 백발에 긴 흰 수염이 있고 나풀거리는 하얀 태극도포를 입은 선풍도골(仙風道骨)의 위엄이 있는 장자(長者)가 선방 앞의 언덕 위에 가부좌하고 있었다. 나는 숙연해져서 아마 이 분이 사부인가보다 생각했다. 그런 생각이 들자 나는 즉시 꿇어앉았다. 그 장자는 내게 포대를 하나 던져주었다.
내가 막 가져가려고 무의식적으로 머리를 들자 장자의 왼쪽 어깨 위에 어느 젊은 사람이 만면에 미소를 띠며 나를 보고 있었다. 어! 그 미소는 오래 헤어졌다 다시 만난 가족 같은 사람만이 나타낼 수 있는 웃음이었다! 어디서 봤지? 매우 익숙하고 친절한데 매우 가까운 사람인데… 나는 눈알도 굴리지 않고 젊은이를 보았다. 주위의 일체가 응고되었다… 깨어났을 때 나는 눈을 뜨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깨어난 후 속으로 매우 기뻤지만 마음은 일종의 초조함으로 덮여 있었다.
인(人)자 거리에서 장자를 보내다
꿈에 옹화궁에 놀러간 그날 밤 다시 한 번 유람했다. 나는 양쪽 끝이 사람 인(人_자 모양으로 닿은 거리에 갔다. 입구 양변에 성벽이 있었다. 성벽 위에는 옹화궁에서 본 젊은이가 마치 누구를 접견하기를 기다리는 것 같이 서 있었다. 다시 양쪽의 거리를 보니 사람들이 잔뜩 서 있었고 누군가를 맞이하는 것 같았다.
나는 모퉁이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잠시 후 그 장자가 왼쪽의 길에서 활달하게 걸어왔으며 사람들이 몰려왔고….. 이별을 아쉬워했다. 장자는 사람 인자 거리의 끝에 서서 성벽을 오르려고 하다가 갑자기 몸을 돌려 매섭게 나를 바라보면서 한마디를 던졌다.
“너는 죄가 있다!!”
그 음성이 공중에서 진동했다. 나는 듣고서 어찌해야 좋을지 몰랐다. 나처럼 이렇게 좋은 사람이 무슨 죄가 있는가? 다시 성벽을 보니 그 젊은이와 백발 장자는 보이지 않았다.
천안문 광장 상공의 먹
백발 장자를 보낸 그 다음날 밤의 꿈에 천안문에 도착했다. 광장은 온통 누런 먼지였다. 황사 중에 회색 옷을 입은 수없이 많은 승려들이 나무를 심고 있었다. 한 스님이 내게 사람 키 만큼 크고 잎이 없는 나무를 주며 자신을 따라 심으라고 했다. 나는 기분 나빠하며 말했다.
“나는 대학교수인데 왜 나더러 이런 걸 심으라는 거죠?”
그는 눈을 뜨고 보더니 광장 동쪽으로 달려갔다. 나는 나무를 들고 뒤를 따라가는 수밖에 없었다. 역사박물관 전방에 어느 위치에 도착하자 스님은 나무를 심으라고 했다. 내가 보니 나무는 뿌리가 없었다. 그래서 물었다.
“뿌리가 없는데 나무가 어떻게 살겠어요?”
다시 보니 스님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았다. 나는 혼자서 삽을 이용하여 뿌리가 없는 나무를 흙에 묻었다.
막 나무를 심는데 스님이 달려와서 북쪽 천안문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사부님께서 당신을 부르십니다.”
나는 얼른 건물 전방으로 달려갔는데 사부님은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광장에 모든 스님이 남쪽을 향해 합장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 남쪽 하늘 상공에 천막 위에 검은 먹의 흔적이 서쪽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데 한 글자 한 글자씩 한자(漢字)가 드러났다. 사부님을 따르라(隨師) … [師]자가 나타난 후 뒷면의 글자는 멀어져서 보이지 않았다. 나는 바닥에 쓰러졌다. 깨어난 후 놀람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이때부터 마음이 더는 편한 날이 없었다.
원문위치: http://www.zhengjian.org/node/2708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