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미(子微)
【정견망】
(2) 파계한 수행인이 기로로 가다
여신은 한때 밀교 수련자 충빠(瓊巴)로 전생(轉生)해 사부를 따라 수행했다.
충빠의 사부는 그를 데리고 비밀리에 수행했다. 밀교의 수행에 남녀쌍수(男女雙修)라는 것이 있는데 수련에 소질이 있는 사람은 삿된 것에 흐르지 않았다. 그러나 충빠는 수행 전에 갑자기 이상이 나타났다. 그는 불과 같은 것이 자신을 태우는 것을 느꼈다. 그는 이성을 잃었고 색심(色心)이 솟구쳤다. 사부가 그의 표현을 보면서 색마(色魔)가 올라갔지만 물리치지 못했음을 알고는 그를 사문(師門)에서 쫓아냈다.
사문에게 쫓겨난 충빠는 원망과 증오로 나쁜 마음이 생겼고 사부의 조카 일가족의 음식에 독을 넣었다. 하지만 곧 그는 매우 후회했고 얼른 돌아가서 사람을 구하려 했지만 단지 한 어린 소녀만 구했다. 그는 어린 소녀를 다른 곳에 맡겨 기르게 했다. 어린 소녀의 이름은 팡칸(芳坎)이었다. 한 번은 팡칸이 꿈에서 그녀를 구한 사람, 그녀를 도와준 사람이 자기 부모를 죽인 사람임을 보았다. 깨어났을 때, 그녀는 이 꿈이 진짜라고 확신했고, 그녀의 마음속에 복수의 씨앗이 점차 자라났다. 하지만 그녀는 복수할 기회를 찾지 못했다.
충빠는 무술(巫術 무당이 쓰는 술법)을 할 줄 아는 사람을 만났는데, 이 사람은 충빠에게 아주 잘해 주었고, 충빠에게 무술을 가르쳐 주었다. 충빠가 배워서 사용해보니 아주 영험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끊임없이 그를 찾아와 돈을 주고 무술을 부리게 했다. 이렇게 충빠의 생명체계는 무(巫)의 요소에 의지하고 있었다. 세속의 애욕에 대한 충빠의 추구가 충족되었다.
충빠는 꿈에 사부를 보았다. 사부는 그를 엄하게 바라보고 있었고, 충빠는 두려움에 떨었다. 충빠는 잠에서 깬 후 무술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여전히 누군가가 끊임없이 그를 찾아와서 도움을 청했다. 충빠는 오랜 시간이 흐르면, 자신의 체계 내에 달라붙은 그 가지와 가지에 달린 사악한 것들이 생명의 짐이 되어 앞으로 나아가는데 굴레가 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때때로 충빠는 금기의 삶을 멀리하고 여유롭게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에는 고급 수행에 대한 동경이 그래도 남아 있었다. 그의 사려가 순수하고 마음에 동경할 때마다 신불(神佛)은 그의 정념(正念)을 가지해 주었고, 그가 악념(惡念)을 품을 때면 곧 나쁜 생명들이 몰려들어 그의 욕념(欲念)을 강화했다.
(3) 여우를 죽인 약초꾼
충빠는 일찍이 운남과 귀주 일대에 전생한 가난한 집 아이로 태어났는데 이름이 리빠(裏巴)라 했다. 리빠는 일찍이 부모님이 돌아가셨고 어려서 거지가 되었다. 한 약초꾼이 그를 불쌍히 여겨 받아주었고, 그는 약초꾼의 제자가 되었다. 리빠는 몸이 민첩하여 남들이 오를 수 없는 높은 봉우리에 오를 수 있으며, 희귀한 약초를 채취했다. 사부는 이런 제자를 얻어 매우 기뻐했다.
한 번은 사부가 꿈을 꾸었는데, 많은 난초와 붉은 꽃이 있는 가파른 낭떠러지를 보았다. 사부는 깨어난 후 지형을 그려서 리빠에게 이곳을 찾으라고 했다. 리빠는 과연 이런 곳을 찾았고 절벽 봉우리를 등반하기로 했다.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올라가지 못하자 화가 나서 사부를 원망하고 산봉우리를 욕하기 시작했다. 리빠가 사부를 원망했을 때, 사부는 집에서 가부좌하다 재채기를 했다. 그는 리빠가 산을 올라가는 것이 순조롭히 못한 것을 알았다. 리빠가 산을 욕할 때 산신(山神)이 듣고 산을 순찰하던 산신이 리빠 근처로 달려와 그를 재수 없게 만들기로 결심했다. 산신이 손가락을 튕겨 호두를 하나 쳐냈는데, 이 호두가 벼랑을 오르고 있던 리빠를 쳐서 떨어뜨렸다.
리빠는 절벽 틈으로 떨어졌다. 그는 몸을 움츠리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동굴에 들어가게 되었고 굴에는 술에 취한 여우가 있었다. 리빠는 사부에게 어떤 여우들은 수련할 줄 알고 몸에 단(丹)이 있어 사람을 현혹시키고 술을 훔쳐 마신다고 들었다. 리빠는 즉시 여우를 죽여 껍질을 벗기고 사부가 말한 단을 찾아 단을 싸서 약주머니에 넣었다. 사부가 준 ‘유황훈’으로 동굴을 칠하고 부적을 몇 개 꺼내 동굴을 메웠다. 리빠는 다른 동굴 입구로 나가 이리저리 돌아다녔지만 원래의 봉우리를 찾지 못하고 약간의 약초를 캐고 돌아갔다
리빠는 그가 다른 공간에 들어간 것을 몰랐지만, 산신은 알고 있었다. 산신은 다른 공간에 마반산(磨盤山)이 있고 산에 여우가 있는데 이 여우가 아주 사나워 때때로 이곳 산에 물건을 훔치러 오고 사람을 현혹시키는 것을 알았다. 한번은 여우가 샘에 오줌을 싸서 샘을 오랫동안 오염시켜 산신이 화가 났지만 여우를 건드리지 못했다. 그 여우는 오랫동안 수행해 왔으며 매우 교활했다. 산신은 리빠를 재수 없게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그가 여우를 죽이리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 되어 여우가 더 이상 이 지역을 해칠 수는 없고, 산신도 훨씬 더 깨끗해짐을 느꼈다. 때때로 산신은 자신을 욕한 그 젊은이가 어쩌다 여우를 죽였으니 보통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리빠는 돌아가서 사부님께 약을 드리고 있었던 일을 말했다. 사부는 단을 빻아서 각종 약초를 곁들여 사람들 병을 치료해 주었는데, 이상하게 약값을 모두 리빠에게 주었다.
한 번은 리빠가 사부님이 한숨을 내쉬며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선(異仙 역주: 기이한 신선으로 여우를 말함)은 나를 귀찮게 하지 마시오. 리빠가 죽였으니 리빠를 찾아가시오.”
리바는 이상했다.
‘사부님도 요괴를 잡으실 수 있는데 왜 이렇게 말씀하실까?’
리빠는 사부의 언행에 주의를 기울이기 시작했고, 그는 확실히 생명이 장난을 쳐서 사부를 농락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리빠는 이 일을 똑똑히 알아보려고 한번은 일부러 사부를 술에 취하게 했다. 술에 취한 사부가 말했다.
“리빠, 어떤 생명이 나를 찾아와 말하는데, 네가 죽인 여우가 오랫동안 수행했는데 참혹하게 죽었다고 하는구나. 시체를 빌려 넋이 돌아올 기회조차 없어졌다고 하는구나. 그 생명은 번거로움이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고, 천호(天狐)의 업채(業債)가 너를 귀찮게 할 것이니, 너를 쫓아내라고 했어. 기억하거라, 내가 앞으로 너를 어떻게 쫓아내어도, 너는 가지 마, 너를 쫓아내는 것은 내가 아니란다. 나는 너를 보호해서 여우 목숨의 빚을 면할 수 있어. 네가 나중에 전생하면 반드시 수행이 높은 사부님을 모셔야 이 목숨의 빚을 피할 수 있다.”
리빠는 사부의 말을 기억했고 나중에 사부가 그를 괴롭혀 쫓아내려고 했다. 리빠는 어떻게든 떠나지 않았고 사부님께 효도와 공경을 다했다. 사부는 자신을 지킬 수 있는 법술(法術)을 가르쳐 주었다. 사부는 임종 전 리빠에게 말했다.
“제자야, 앞으로 반드시 수행하여 여우의 목숨의 빚에 죽지 않도록 해라. 여기에 온 떠돌이 라마가 말하기를, 앞으로 빛나는 보좌(寶座)가 너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너는 과위가 있는 사람이다. 하지만, 얼마나 큰 과위를 성취하려면 그만큼 큰 배후의 번거로움을 해결해야 한다. 사부는 너의 성공을 축원한다!”
리빠가 물었다.
“사부님, 그때 제가 당신을 만날 수 있을까요?”
사부가 말했다.
“나 역시 영생을 얻을 수 있는 사부를 찾아야 한다.”
리빠가 말했다.
“저도 우리가 같은 사부님을 찾기를 바랍니다. 만약 우리가 만난다면, 부디 저를 일깨워 수행에 정진하도록 독촉해 주십시오.”
사부는 리빠의 부탁에 응낙했다.
사부가 세상을 떠나자 리빠는 사부를 묻고 그는 여행을 떠나 고명한 사부를 찾으려고 했지만, 줄곧 찾지 못했다. 나중에 그는 티베트에 갔다가 마침 티베트의 활불(活佛)이 길을 나서는 것을 보았다.
그는 활불을 동경하며 마음속에 한 가닥의 광명이 떠오르는 것 같았다. 그 무언의 아름다움이 오래도록 리빠의 가슴에 맴돌았다. 리빠는 운 좋게 득도한 고승이 홍화(虹化 역주: 티베트의 고승이 입적할 때 빛으로 화해 하늘로 사라지는 현상) 하는 장면을 목격했다. 고승이 입적하자 순식간에 한 갈래 붉은 빛이 되어 온몸이 녹아내렸다. 리빠는 수행 중인 상사(上師)에게 이 현상은 원신이 공을 가지고 원만하는 것임을 알았다. 수행이 좀 떨어지는 고승은 머리카락과 손톱을 조금 남기고, 더 떨어지면 몸이 한 자 남짓한 사람으로 축소되는데 신체가 완전히 고에너지 물질로 바뀌지 않은 것임을 알게 됐다. 그는 이런 수행에 대한 동경이 가득했다. 티베트에 정착한 리빠는 티베트의 신령을 믿기 시작했고, 생명의 승화를 바라며 신산(神山)에 경건하게 무릎을 꿇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사람의 마음속 소원은 정말 아주 중요하다. 그것은 내생, 혹은 후세에 기초를 다진다. 사실 진짜 이유는 리빠는 내력이 있는 생명이고 생명의 경계를 거슬러 올라가면 역시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세세생생 극본이 삼계에서는 이미 정해져 있다. 인생이란, 사실 잘 쓰여진 시나리오에 따라 그대로 연기하는 것이며 숙명이란 게 확실히 있다.
(4) 활불 창양갸초
리빠는 몇 세대를 건너 뛰어 영동(靈童 역주: 직역하면 영성이 있는 동자로 달라이 라마 등 티베트 고승이 전생한 아이)로 전세(轉世)했다.
전세 영동은 티베트 불교 겔룩파(황교)가 남긴 수련 현상으로 황교 수령이 입적한 뒤 본문파의 정통성을 확보하기 위해 다시 전생해 수행을 이어간다. 생명의 구성 중에는 주원신(主元神), 부원신(副元神)이 있기 때문에 한번에 서너 명의 영동을 찾기도 한다. 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덕분에 어떤 동자는 경전을 읽기도 전에 사람들 앞에서 불경을 읊는 초상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다.
리빠의 영혼이 전생한 영동은 후대에 6대 달라이 라마로 불리는 창양갸초였다. 창양갸초는 법명이며 원래 농노의 아들이었는데, 전세(前世) 활불이 남긴 말에 따라 스님들이 다섯 살배기 그를 찾아냈다. 열네 살 때 제파(第巴 티베트 왕) 상게갸초(桑結嘉措)가 사람을 파견해 그를 포탈라 궁으로 데려갔다. 사실 창양갸초 생명의 구성 요소는, 리빠의 원신이 영동으로 전생했고, 리빠의 원신과 동시에 영동의 생명 속에 태어난 또 다른 4개의 부원신이 있었는데, 그중 한 부원신이 5대 달라이 라마의 부원신이었다.
창양갸초에 대해 말하자면 그는 두드러진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오히려 개인의 욕망에 대한 갈망을 드러냈다. 그를 두고 세상 사람들의 평가는 엇갈려, 어떤 이는 그가 재능이 있다고 하며, 어떤 이는 시인이라고 하고, 어떤 이는 그를 살아있는 부처로 삼고 경배한다. 그의 시는 어떤 것은 제멋대로다.
“포탈라 궁전에 사는
나는 설역에서 가장 큰 왕이고,
라싸 거리를 떠돌면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연인이다.”
또 세상사의 처량함을 꿰뚫은 시도 있다.
“세상사는 생사 외에 어디 한가한 일이 아닌게 있는가.”
정을 읊은 것도 있다.
“세상에 어디 둘 다 완전한 법이 있는가, 여래를 저버리지 않으면 경(卿 연인)을 저버린다.”
창양갸초는 포탈라궁에 머무는 것도 싫었고, 장황한 경전을 오래 외우는 것도 싫어했고, 그는 이런 생활이 너무 지루하다고 생각했다. 창양갸초는 때때로 어떤 광경을 보았지만, 그는 그러한 점화의 함의를 잘 이해하지 못했다. 한번은 검은 바지가 타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은 업화(業火)가 나타날 것이며 욕망의 또 다른 표현임을 알지 못했다. 금빛 승려 모자 위에 새똥이 있고, 똥 속에는 벌레가 들어 있는 것도 보았다. 이것은 그에게 세간의 망념이 수행인의 사상을 차지하지 않도록 청정한 수행을 해야 한다고 알려주는 것이었다.
신불의 이런 점화와 일깨움에 대해 창양갸초는 그 속에 담긴 뜻을 깨닫지 못했다. 그렇다면 그에게 혜근(慧根)이 없던 것일까? 그게 아니라 그의 사고가 누군가에 의해 통제되고 혜근이 가려진 것으로 패괴한 생명의 요소가 그를 방해한 것이다.
창양갸초는 또 세속적인 모습도 봤는데 그에 대응된 것은 사랑에 대한 미련과 즐거움이었다. 그는 이런 것들을 배척할 줄 몰랐고, 이런 것들을 매우 좋아했다. 꿈에서 그는 한때 아내를 얻고, 아이를 낳는 등, 인륜의 즐거움을 실컷 누렸다. 깨어나자마자 그는 실망한 듯 거듭 되새겼다. 수행자로서 정말 진아(真我)가 자기의 생각과 행동을 통제할 수 없다면, 패괴한 것들이 지배할 것이고, 그 패괴한 생명들이 번성하게 될 것이고, 진아가 매일 경서를 읽어도 망연자실하게 될 것이다.
마침내 어느 날 밤, 창양갸초는 조용히 산을 내려와 번화가로 갔다. 떠들썩한 세속, 인간 세상의 놀이는 그를 흥분시키고, 고요한 마음이 깨어나, 젊은이의 마음은 세속에 대한 즐거움을 용솟음치게 했다. 창양갸초는 아름다운 여인 줘마(卓瑪)를 만났고, 그녀의 눈에도 그를 좋아하게 되었고, 그녀의 열정은 창양갸초의 마음을 흔들었고 그는 세속적인 사랑을 갈망했다. 사랑은 사람의 이성을 잊게 하고, 독단적으로 행동하게 하며, 수행의 사명을 저버리게 했다. 젊은이는 자신을 방임하고 희열이 솟아올라 그의 영성을 덮었다. 그는 후세 사람들에게 흥미진진한 연애 시를 썼다. 어떤 사람은 창양갸초를 찬미하며, 그를 일대(一代)의 정승(情僧)이라 여겼다. 나는 이런 평가가 알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수행자는 정을 버리지 않으면 자비가 나올 수 없고 정이 무거우면 수련의 방향을 잃는다.
사실 매번 몰래 산을 내려올 때마다 이성적인 생각이 그렇게 하지 말라고 그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러나 창양갸초의 마음은 패괴된 요소에 가려져 있었다. 그는 조용히 생각했지만, 그 다리는 여전히 아래로 내려가고 있었고, 영적인 것은 이미 그에게 작용을 발휘할 수 없었다. 그는 한번은 이성적인 사유에 대해 말했다.
“너는 나를 상관하지 마.”
기괴하게도 창양갸초는 어쩔 수 없는듯한 탄식 소리를 들었다고 느꼈는데, 그 탄식 소리는 머리에서 나온 것 같았다. 창양갸초는 순간적으로 의심하면서도 계속 산 아래로 달려갔다. 세간의 유혹이 수행의 요인보다 크니 창양갸초의 발은 이미 허공으로 내딛었다.
창양갸초는 계속해서 신불(神佛)의 점화를 보았다. 승모가 그의 머리와 함께 불타고 있는 것을 보았는데, 그는 단지 이런 일이 정말로 일어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길 뿐, 신불이 그에게 강한 욕망이 불처럼 이미 그의 이성을 불태웠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임을 몰랐다. 그는 벌거벗은 가지 끝에 서 있는 새 한 마리를 보았다. 새의 다리는 나뭇가지로 변했고, 새의 눈에서 피가 흘러나왔다. 이런 점화는 그의 처지에 대응했다. 그는 수련을 이루지 못하고 하늘로 돌아갈 힘이 없다는 것이었다.
창양갸초는 한적한 밤에 하늘의 별을 보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는 다른 차원에서 생명의 눈들이 별보다 더 많이 그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특히 그 배후에 그가 업의 빚을 진 목숨이 그의 집념을 붙잡아 수련을 못하게 할 것임을 몰랐다. 그 생명들이 그를 망치고, 그를 세상에서 가장 큰 스캔들이 나게 할 것임을 몰랐다.
정치적인 풍파의 위기에 처해 있던 창양갸초는 결국 적대적인 쪽에 의해 약점을 잡혔다. 창양갸초를 키워준 제파(티베트 왕)와 라장 칸의 갈등이 격화되면서 전쟁이 벌어졌고, 라장 칸의 몽골군은 티베트 군대를 무찌르고 제파를 죽였다. 라장 칸은 제파가 찾아낸 영동은 가짜이고, 창양갸초는 가짜 달라이 라마라고 선언했다. 라장 칸은 강희제에게 편지를 보내 상게갸초의 모반을 보고하고, 그가 세운 6대 달라이 창양갸초가 주색에 빠져 교무(敎務)를 무시했으니 가짜 달라이라마를 폐위하고 처형하라고 했다.
강희제는 티베트 정세를 고려해 이렇게 조서를 내렸다.
“라장 칸이 상주한대로 상게갸초가 세운 6대 달라이 라마를 폐하고 북경으로 소환하라.”
지난 날에 사람들이 우러러보던 활불이 계단 아래 포로가 되어 먼 황제의 도읍으로 끌려가게 되었다. 아름다운 연인 줘마는 군중 속에서 한때 준수했던 연인이 족쇄를 찬 채 험난한 걸음걸이를 하는 것을 보았다. 그녀의 마음속은 매우 고통스러웠지만, 또 다른 환희의 의식이 뇌리에서 나타났다. ‘그는 마땅히 죄를 받아야 한다.’ 이 두 가지 완전히 다른 사상은 여자를 곤혹스럽게 했다. 이 여인은 바로 옛날의 팡칸이었고, 이로써 묶은 원한을 갚았다.
창양갸초를 호송하는 행렬이 철방사(哲蚌寺) 산 아래로 들어갔을 때, 한 무리의 티베트 민병대들이 그를 구했다. 이때 어느 티베트인의 모자가 떨어졌고, 병사들은 그들이 철방사의 무승(武僧 무술 승려)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철방사는 황교의 유명한 사원으로, 전에 4대 달라이 라마가 철방사에서 수행한 적이 있었다. 창양갸초는 무승에 의해 구조되어 철방사에 들어갔다. 그곳에서 사흘 밤낮, 사원 내의 사람들은 그를 공손하게 대하고 신처럼 섬겼다. 무승은 사원을 지키며 몽골군과 대치하며 격전을 벌였다. 창양갸초가 사원을 나서려 하자 사원 내의 사람들은 일제히 무릎을 꿇고 나가지 말라고 부탁했다.
사흘째 되던 날, 사원 내에서 폐관하고 있던 한 라마가 갑자기 출관하더니 창양갸초를 만나러 갔다. 그 라마는 무릎을 꿇지 않고 대신 창양갸초에게 다가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
“리빠, 나를 잊었느냐?”
그 순간 창양갸초는 전생이 떠올랐고 자신이 한때 약초를 캐던 사람의 일생을 보았고 또 충빠의 생애를 보았다. 그는 이 라마가 바로 그때 두 세(世)에 걸친 사부라는 것을 알고 갑자기 통곡하며 라마 앞에 무릎을 꿇었다.
라마는 그에게 수련 중 장애의 연원을 들려주었다. 창양갸초는 전생의 소원이 현세의 수행으로 이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운명의 빚으로 인해 줘마를 만났고 또 여우의 요소가 그를 유혹한 것이다. 라마는 말했다.
“전세(前世) 행동이 후세의 운명을 결정짓는데 이것이 인과(因果)다. 인생의 고난에는 숙명의 배치가 있고, 생명 중의 선택이 중요하며, 숙명을 만들고 있다. 너는 퇴폐하지 말고, 부처님을 굳게 믿고, 태연하게 운명에 직면하여, 부처님의 힘에 의지하면, 종국에는 생명이 해탈할 것이다.”
창양갸초는 라마에게 그를 위해 경전을 설교해 달라고 부탁하고 다음 생에 만날 수 있는지 물었다.
라마가 말했다.
“다음 생에 우리는 반드시 만날텐데 네가 나를 피할까 봐 염려된다. 내세에 우리는 큰 파룬(法輪)을 돌리시는 무상(無上)의 법왕(法王)을 만날 것이다. 그분께서 우리를 고해에서 구해 줄 것이다. 하지만 그때는 세상이 더욱 패괴될 것이니 너는 자신을 지켜야 한다! 기억해라, 속세에서 선행에 힘써야지, 세속적인 향락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
창양갸초는 라마와 말세에 서로 만나 수행을 게을리하지 말자고 약속했다. 라마는 이에 응낙하고 손에 돌리던 염주를 창양갸초에게 주었다.
그날 밤 창양갸초는 잠을 이루지 못하고 시를 한 수 지어 베개 밑에 놓았다.
나는 존귀하신 사부님을 뵙고
평생을 알았네
윤회 중의 걸림돌이
내 뜻대로 되지 않게 했구나
어느 한 차례의 해탈이
비로소 진짜인가
나는 무상의 법왕께서
파룬을 돌리시길 바란다네
구도된 생명은
윤회의 족쇄에서 벗어나
영생의 기쁨을 얻으리라
나흘째 되는 날, 창양갸초가 결연히 마음을 굳히자, 철방사 스님들이 물러났고, 창양갸초는 혼자 철방사를 걸어나왔다. 절의 츠빠(赤巴 주지)는 창양갸초의 걷는 뒷모습을 보며 갑자기 눈물을 흘렸고, 나머지 사람들도 마음이 쓸쓸했다. 이 츠빠는 창양갸초의 전생과 폐관 라마의 유래를 알았다. 츠빠는 정실(淨室)에 있었고, 멀리 떨어져 있었지만 라마와 창양갸초의 대화를 들었던 것이다.
그는 라마가 여우 문제를 해결하려 했지만 아직 해결하지 못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여우의 배후는 복잡할 뿐만 아니라 조력자도 있었다. 츠빠는 8년 전 라마가 풍진을 겪으면서 찾아오자 그와 6세 달라이 라마의 인연을 알았다. 라마는 수행할 정실을 요청했고, 그의 원신은 창양갸초를 도우러 나간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신통으로는 업의 빚을 감당할 수 없었고, 그 존좌(尊座 존귀한 자리)에 있던 창양갸초는 과거 운명의 빚 때문에 반드시 쇠락의 운명을 걸어야 했다.
츠빠는 미리 창양갸초의 번거로움을 보고 라마와 창양갸초가 만나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절 안의 무승이 움직여 창양갸초를 구출하려고 했을 때 막지 않았다. 그는 또한 창양갸초가 죽을 때를 알고 있었다. 츠빠는 창양갸초가 절을 나서자 라마의 법안(法眼)이 절 밖을 주시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츠빠는 수인(手印)을 쳐서 라마에게 알려주었다.
“미래 부처님께서 법을 설하실 때 나도 당신들을 만나 힘을 보태기를 바랍니다.”
라마는 츠빠에게 감사의 뜻을 표했다.
철방사를 나온 창양갸초는 몽골 병사를 숙연하게 했다. 창양갸초는 사원에 복수하지 말라고 장군과 병사들에게 다짐하게 했다. 창양갸초 일행이 청해호(靑海湖)로 행진했을 때, 그는 병으로 쓰러졌다. 어렴풋이 그는 흑백의 두 생명이 나타나는 것을 보았고, 그는 목숨을 앗아가는 수갑 한 쌍을 보았다. 창양갸초의 마음속에는 갑자기 전에 없던 평온, 인생은 수행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막을 내리게 되었음을 보았다. 그는 자신을 지탱하고 일어나 앉았다. 그의 사유는 전에 없이 맑았다. 한 편의 시가 흐르는 물처럼 가슴에서 솟아났다.
나
부처님 앞의 못난 제자
업채의 불에 타서
죄업을 깨끗이 씻었구나
나는 다시 불연(佛緣)을 이어가길 갈망하노라
창공의 눈이
비천한 나를 내려다보는구나
가죽 껍질을 벗고
원한을 갚았네
다시 태어나는 나
부처님의 동정을 바랍니다
나는 다시 부처님 앞에 귀의해
세상에 올 때의 숙원을 이루고 싶어라
창양갸초는 청해호에서 좌화(坐化)했고, 그를 호송한 병사들은 천장(天葬 조장을 말함) 하는 사람들을 찾아가 천장을 했다. 하늘의 새가 청해의 바람을 타고 창양갸초의 23세 일생을 날려버렸다.
이제 줘마를 말해보자. 그녀는 과거의 묵은 원한을 갚았다. 사실 줘마의 뒤에는 또 일부 생명들이 참여했다. 일부 고급 생명은 그녀와 창양갸초의 상봉과 소원성취를 계획했다. 또한 욕계의 생명이 참여했으며 또 여우의 요소를 포함한 욕계의 생명이 참여했다. 창양갸초가 전생에 약초꾼으로 있을 때, 그 여우를 죽인 적이 있다. 나중에 여우의 영혼이 어떤 흰 여우의 몸을 차지해서는 줄곧 그를 죽일 사람을 찾았다. 마침내 그의 소재를 알게 되고, 여우는 우뚝 솟은 궁전을 바라보며 어떻게 복수할 것인가에 대해 머리를 쥐어짜고 다른 부류의 조력자를 찾았다. 하지만 그것은 감히 포탈라궁 근처에는 가지 못했지만 포기하려 하지 않았다.
창양갸초는 복수할 생명에게 쉽게 기회를 주었다. 그는 몰래 산을 내려와 술을 흥청망청 마시고 색계(色戒)까지 범했다. 그러나 여우는 그 원수를 보호하는 생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여우는 그저 줘마의 신상에 올라가 세상의 빈틈을 파고들 수밖에 없었다. 줘마는 한 여자로서 마음속에 사랑하는 남자를 끌어들이길 희망하고 이 소원이 또 다른 요소를 불러왔다. 창양갸초는 가명을 다상왕보(達桑汪波)라 했는데 귀공자의 풍채가 있었고 씀씀이가 헤펐다, 그는 단지 연인이 밝고 아름답다고 생각하여, 자신의 감정이 움직였는데, 어떻게 다른 것을 짐작할 수 있겠는가? 사실 세상의 엇갈린 사건 배후에는 다양한 차원의 생명군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창양갸초의 숙명은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에게 정해진 운명은 그가 태어나기도 전에 이미 안배되어 있었다. 생명이 속세에 떨어지면 모두 마음대로 하지 못하며 각종 인연의 업채(業債)가 사람을 묶고 있다.
창양갸초가 신단(神壇)에서 떨어졌을 때(역주: 달라이 라마의 위치에서 쫓겨났다는 의미) 많은 사람들이 그를 많이 이해해 주었다. 특히 후대의 문인 묵객(墨客)들은 인성과 정욕의 관점에서 그를 크게 동정했고 책임을 면제해 주었다. 창양갸초는 자신을 잃고 중생을 미혹시켰다. 수련자가 한 가지 일을 보는 것은 범인(凡人)의 시각과는 다르다. 수행인의 몸에는 불성(佛性)과 마성(魔性)의 것이 함께 존재하며 어떤 길을 가고 싶은지는 스스로 결정한다. 정욕에의 집착은 세상 사람들의 눈에 정상적인 삶의 추구로 비치겠지만 수련자의 눈에는 닦아 버려야 할 집착이다. 세간의 이치는 반대로 된 것이다. 파계(破戒 계율을 깨는 것), 특히 색계는 응보가 오는 것이 매우 빠르다. 그는 그 한 문의 수련 방법을 파괴했기에 호법(護法)도 그를 보호할 수 없었으니, 그가 세상의 영화를 잃고 액운을 만나는 것은 피할 도리가 없었다.
창양갸초 이야기를 쓸 때, 나는 늘 깨끗한 영혼인 내가 하늘 높은 곳에서 창양갸초를 보며 가볍게 탄식하는 느낌을 받았다. “아, 불쌍한 아이.” 세상을 비탄하고 사람을 불쌍히 여기는 그런 느낌은 진실했고 거짓이 없었다. 이것이 지금 나의 느낌인가? 아니면 철방사 경내의 그 라마의 한숨이 섞인 것일까? 그 라마는 창양갸초와 이야기를 끝낸 후, 다음 날 정오에 좌화(坐化)했다. 그의 원신은 창양갸초를 따라 청해호로 가서 창양갸초의 좌화와 천장을 목격했으며 그후, 라마의 원신은 다시 윤회에 들어갔다.
한 사람의 내심에서 우러나오는 소망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생명의 내원이 고귀하기 때문이다. 창양갸초는 비록 속세에 미혹되어 유혹에 빠져 업을 지었지만, 그래도 생명의 마지막 순간 청성해졌을 때, 그는 다시 부처님과의 인연이 이어지길 간절히 바랐다. 부처님은 그의 진실한 마음을 보시고 큰 연민을 느끼셨다. 말세가 되자 그는 또 부처님과 인연을 맺을 수 있었다.
(계속)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868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