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혜
【정견망】
청나라의 관료 동기란은 과거 진사 출신으로, 관직이 호부원 외랑에 이르렀다. 호부원외랑은 종오품 벼슬에 해당하며, 호부의 각 사에는 두 명의 원외랑이 있어 상급 주관자를 도와 각종 사무를 처리하는데, 이는 사장 보좌관에 해당한다.
어느 날 동기란은 경성 호부 관아에서 당직을 서고 있었는데, 저녁 무렵에 몇몇 동료들과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보더니 놀라며 말했다: “천사가 왔다.” 그래서 황제를 알현하기 입는 조복으로 갈아입고, 엎드려 절을 했다. 그의 동료들은 놀라서 그를 바라보았다. 술에 취한 줄 알고 그에게 물었다: 무슨 천사가 온 거요?
동기란은 웃으며 말했다.
“우리에게는 단 한 분의 하늘, 즉 하느님인데, 뭘 따질 필요가 있나요? 하늘에는 사면서 한 권이 있는데, 그 양식은 조정의 중서각에서 보낸 고봉 임명장처럼 하늘의 구름 속에 있는 금갑신이 서한을 들고 내 머리 위로 허공으로 날아갔소이다. 금갑신은 나에게 하늘의 임명장을 낭독하며 동쪽문 밖 화아갑의 하신河神을 맡으라고 했습니다. 여러분들과 작별을 고해야 할 것 같습니다.“
동료들은 모두 그가 헛소리를 하는 줄 알고 모두 진지하게 여기지 않았다.
다음 날, 대사농 해망海望이 호부에 출근했다. 청대의 “대사농”은 호부 상서에 대한 존칭이었다. 동기란은 관복을 입고 화령을 쓴 후, 매우 정식으로 호부상서 해망을 만나 관직 사임을 요청하며 어제 본 모든 것을 자세히 이야기했다.
해망은 듣고 나서 별로 믿지 않았다.
“당신도 학자 출신으로 과거에 합격한 군자인데 조정을 위해 일을 처리하는 것이 항상 명확하고 빠릅니다. 만약 병이 있다면 휴가를 내고 쉬어도 상관없습니다. 왜 이런 신기한 일로 사람을 속일 필요가 있겠습니까?”
동기란은 듣고 나서 상사가 믿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더 이상 변명하지 않고 고개를 돌려 마차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돌아온 후, 그는 “먹지도 마시지도 않고” 집안일을 다 처리한 후, 뒷일을 명확히 설명한 후, 셋째 날 “단정히 앉아 세상을 떠났다”.
이날 밤 북경 동쪽문 밖 주민들 사이에서는 ‘추騶'(관료가 나간다는 뜻) 하는 소리와 그 수종들이 길을 열며 행인들을 피하라고 하는 소리를 들었다. 백성들은 한밤중에 무슨 높은 관리가 지나가는가 보다 하며 문을 나와서 보았는데 아무도 없이 길은 텅비어 있었다. 다음 날엔 의론이 분분했다.
그리고 화아갑 하신묘의 엽도사는 그날 밤 꿈에 신임 하신이 도착하는 것을 보았다. 엽도사는 꿈속의 그 하신은 피부가 희고 수염이 많지 않으며, 중간 정도의 체격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호사가가 알고 보니 동기란과 꼭 닮았다. 이제서야 동기란이 정말로 화아갑의 신임 하신이 되었다는 것을 확신하게 되었다.
동기란은 역사상 실재한 인물로, 원문에는 그가 건륭 원년(서기 1736년) 진사라고 적혀 있다. 필자가 자료를 확인한 결과, 그는 옹정 11년(서기 1733년)의 진사로, 아마도 《자불어》의 저자 원매가 자료를 수집할 때 잘못 기억한 것으로 보인다.
호부상서 해망海望도 진정한 역사 인물로, 정황기 출신이며 청나라 성조 강희대제의 네 번째 황후이자 효공인 황후 오야씨의 친족조카이다. 오야씨는 바로 옹정의 생모이다. 옹정이 임종할 때, 해망은 장정옥 등과 함께 고명을 받아 고명대신이 되어 새로 즉위한 건륭제를 보좌했다. 건륭제 때, 해망은 두 차례에 걸쳐 호부상서 직책을 맡았다. “동쪽문 밖 화아갑”은 옛 북경 통혜하通惠河에서 조운행선을 통제하는 수문 중 하나로, 정식 명칭은 “화원갑”이다. 지금 통혜하는 여전히 남아 있지만, 화원 갑문의 오래된 갑문은 더 이상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이 이야기는 《자불어子不語》라는 책에서 나왔으며, 저자는 청나라 시대 문인 원매袁枚이다. 원매는 또한 관료 사회에서 직을 맡은 적이 있어서 청나라의 진짜 관료들을 사용하여 이야기를 꾸며내는 일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호부상서 해망과 같은 높은 권위의 황친국척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이 이야기의 진실성은 절대적으로 보장된다.
기록에서 동기란이 죽은 후 하신이 되었음을 알 수 있다. 인간의 진정한 생명은 곧 인간의 원신이며, 원신은 육신의 죽음으로 인해 사라지지 않는다. 그래서 전통 문화에서 말하는 생전 사후, 환생 윤회는 모두 진실이다. 인간의 육체가 죽은 후 그 원신의 행방은 하늘이 생전의 선악에 따라 배치하므로 선악의 보응도 진실하며, 무신론은 거짓으로 사람을 속이는 사설이다.
출처: 청나라 원매가 지은 《자불어 권13동기란》(주: 《자불어》는 《신제해新齊諧》라고도 함)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6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