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백(漸白)
【정견망】
나는 혼인의 인연[婚姻]은 하늘이 정한다고 믿었지만 누가 정했는지는 몰랐고 그저 하늘의 명을 따라야 한다는 것만 알았다.
신혼 첫날밤, 나는 우리 두 사람이 어떤 인연 때문에 오늘날 말법(末法) 시기에 부부가 될 수 있었는지 깊이 생각해 보았다. 그러다 곧 잠이 들었다.
꿈속에서 나는 고대 전쟁터의 장군이었고, 이미 갑옷은 잃어버렸고, 전투에 패배해 다른 병사들과 함께 황망히 도망치고 있었다. 내가 입은 옷은 이미 일반 사병들과 별 차이가 없었고 말도 잃어버렸다. 나는 우리를 추격하는 기병을 뒤돌아보며 달아나고 있었다.
이때 큰 고함소리와 함께 몽골인과 비슷한 복장을 한 대장군이 투구를 쓰고 말을 탄 채 칼을 휘두르며 내 머리를 베려고 다가왔다. 나는 급히 몸을 돌렸고 본능적으로 칼을 휘둘러 방어했다.
바로 이때 꿈속임에도 아주 선명하게 자신이 곧 죽을 것임을 알았다.
“아바마마, 그를 죽이지 마세요.” 한 여인의 단호하면서도 확고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자 몽골 대장군 차림의 사람은 딸의 말을 듣자마자 급히 내 머리를 내리치려던 칼을 회수했고 조금의 망설임이나 멈춤도 없이 앞에서 달아나는 군사들을 계속 추격했다. 꿈속에서 나는 그저 목소리만 들었을 뿐 장군 딸의 모습은 볼 수 없었다. 이때 나는 크게 감동했다. 순식간에 생사가 뒤바뀌었고, 내 생명을 구해준 여인의 은혜를 갚을 방법이 없었다.
텅 빈 전장에 서서 나는 칼을 땅에 받치고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소원을 빌었다.
“저는 반드시 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겠습니다!”
그 후 나는 꿈에서 깨어났고 여전히 마음을 가라앉힐 수 없었다. 자신의 일념(一念) 때문에 우리 혼인의 인연이 결정되었음을 알았다.
삼계(三界) 밖의 각자(覺者)는 일념으로 우주와 건곤(乾坤)을 만들지만, 속세 속의 나는 일념으로 자신의 음양(陰陽 배필)을 정한 것이다.
전에 어떤 점쟁이가 아내에게 “당신들 두 사람은 7세(世)에 걸쳐 혼인의 인연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는데 당시 나는 감히 믿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기연(機緣)을 통해 나는 자신이 확실히 7차례 이상 윤회에서 전투에 참여했음을 알기에 “7세 혼인의 인연”이란 말을 믿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돌이켜보니 당시 나의 그 일념이 너무 강했고 서원 중에는 기구(祈求)하는 성분과 바라는 성분이 많았다. 지금 생각해 보면 두렵다. “7세 혼인의 인연”은 아마 진짜일 것이다.
한편 꿈속의 그 대장군은 금생에도 그녀의 아버지가 되었다. 우리 결혼을 100% 찬성하셨다. 장인어른 말이 나온 김에 특별히 언급하고 싶은 것은 내가 질투가 없는 상태란 어떤 것인지 아는데 큰 도움을 주셨다.
어느 날 장인이 마당에서 장작을 하고 계셨다. 아들이 둘인데, 한 아들은 왼쪽 방에서 소설을 읽으면서 침대에 누워 있었고 다른 아들은 오른쪽 방에서 TV를 보면서 침대에 누워 있었다! 방 안과 밖에서 서로 볼 수 있었다. 나는 서둘러 마당에 나가 장인의 도끼를 빼앗아 대신 장작을 패려 했다. 그러자 장인은 그럴 필요 없다고 말리시면서 오히려 내가 다칠까 걱정되니 그냥 방안에서 TV나 보라고 하셨다.
이 일은 내게 사람이 질투심이 없는 것이 어떤 상태인지, 질투심이 없는 집의 아들은 어떤 상태인지 알게 해주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6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