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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산야화(醫山夜話)-두통 치료에 관한 이야기

이덕보

종종 “선생님, 저의 두통이 오래되었는데 한의학적으로 무슨 방법이 있습니까?”라고 묻는 사람이 있는데, 나는 “두통의 원인이 무엇입니까? 부위는 어디지요? 통증의 양상은 어떻습니까? 얼마나 오래되었나요?”라고 반대로 되묻는다. “아니 그렇게 복잡합니까? 양방에서 치료할 때는 의사가 단지 몇 알의 진통제를 줄뿐인데 먹으면 효과도 없을 뿐만 아니라 위장이 나빠집니다. 그 진통제는 두통, 다리 통증, 허리 통증, 어깨 통증 등 각종 통증에 모두 사용합니다.”라고 한다. 이 예에서 보듯이 양방은 전문과목이 아주 세분화되어 있어서 사실상 각각의 전문과목간에는 서로 관여하지 않지만 단지 치료에 있어서는 한가지 약으로 여러 가지 효과를 보려고 한다.

반면 한의학은 전문과목을 나누지 않고 온갖 질환을 모두 보는데 각종 임상 예를 모두 볼 수 있다. 한의학적 치료는 표(表), 이(裏), 한(寒), 열(熱), 허(虛), 실(實), 음(陰), 양(陽)이라는 8강 진단을 근거로 하여 한(汗), 토(吐), 하(下), 화(和), 온(溫), 청(淸), 소(消), 보(補)라는 8가지 치료법을 이용한다. 변증치료에는 병인(病因)변증, 팔강(八綱)변증, 기혈진액(氣血津液)변증, 장부(臟腑)변증, 위기영혈(衛氣營血)변증 등등이 있는데 환자나 질병에 따라 여러 가지의 변증방법이 동시에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가령 병인변증으로 병이 발생한 원인을 관찰하고 장부변증으로 병이 발생한 부위를 확정하며, 팔강변증으로 병변의 성질을 결정하고 기혈진액변증으로 신체의 상태를 살필 수 있다.

두통을 예로 들면 두통의 부위가 다르면 병의 원인도 달라진다. 예를 들면 편두통(偏頭痛)은 간화(肝火)가 지나치게 위로 상승하는 것인데 눈은 간의 상태를 나타내므로 두통이 안와(眼窩)까지 연결되어 머리 반쪽이 아픈 것이다. 지나치게 근심하거나 신경을 쓰거나 화를 내면 처음에는 경(經)에서 기병(氣病)이 생기지만 오래되면 락(絡)에서 혈병이 생기게 된다. 또한 이마부위의 두통은 다기다혈(多氣多血)한 양명에 속하며, 측면두통은 간화(肝火)가 담(膽)에 이어져 담화(膽火)가 낙맥을 따라 위로 솟구쳐 발생한 것이다. 그 외에도 전정통(巓頂痛), 후뇌통(後腦痛), 전두통(全頭痛), 뇌풍(腦風)두통, 면협통(面頰痛) 등등이 있다. 이와같이 한의학에서는 병의 위치가 다르면 치료도 달라진다.

아주 많은 두통은 교통사고에서 기인한다.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하면 목 근육에서부터 시리고 아픈 증상이 생기기 시작하여 점차로 어깨와 허리까지 이어져서 몸을 굽히고 펴는 것이 어려워진다. 보통은 2일 정도 후에 두통이 시작되는데 처음에는 가볍다가 나중에 심해진다. 교통사고는 가벼운 뇌진탕에 해당하기 때문에 특별한 예외를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두통이 생긴다. 이런 사례들에 있어서 사고직후에 치료하면 보통 1-2번 치료하면 좋아지지만 시간이 오래 지난 후에 치료하게되면 1-2개월에서 심지어 반년까지도 걸릴 수 있다.

두통에 대해서 보통은 하찮은 일로 보아 깊이 연구하지 않는데 임상에서 보면 두통환자는 모든 연령이나 성별을 막론하고 모두 존재한다. 의사로서 말한다면 두통을 치료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인데 완고하고 지속적이며 반복적인 두통은 특히 어렵다.

나는 임상에서 적지 않은 두통환자를 치료했는데 그 중에 한가지 아주 완고하여 반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생생한 경우가 있다.

안(安)씨 성을 가진 여자환자였는데 두통을 앓은 지 이미 30여 년이나 되었다. 처음에 발병한 원인은 말에서 떨어지면서 뒷머리가 땅에 손상을 입었다. 그 후에 천정에서 큰 나무곤봉이 떨어지면서 전에 다쳤던 뒷머리를 정통으로 내리쳤다. 양방에서 3-4차례 수술을 받았지만 원인을 찾지 못하고 도리어 뇌신경조직을 파괴하여 의사들도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오랫동안 두통이 극심하고 병사(病邪)가 깊이 들어가서 어혈이 생겨 소통이 안되므로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한 곳에 고정적으로 생겼다. 매번 발작할 때마다 일주일간 누워있어야 하며 정신이 혼침(昏沈)해지다가 약간 좋아진 후에 다시 두통주기가 시작되면 약물도 효과가 없었다. 그녀는 “정말로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하답니다.”라고 내게 말했다.

그녀가 처음에 진료실에 왔을 때,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쥐고 들어왔다. 그녀의 가족들은 응급실에 들렀다가 곧장 여기로 왔다고 한다. 내가 자세히 증상을 살펴보니 맥이 세삽(細澁)하고 혀가 짙은 자색(紫色)으로 전형적인 어혈두통(瘀血頭痛)의 양상이었다. 이에 당귀탕(當歸湯)에 오공(蜈蚣)과 세신(細辛)을 더하여 피를 잘 돌게 하고 낙맥을 소통시키며[活血通絡], 풍을 없애고 경련을 가라앉히면서[祛風鎭痙], 기를 다스리고 통증을 없애[理氣止痛]게 하였다.

그녀가 이 약을 먹고 어느 정도까지는 약간의 호전이 있었으나 오래지 않아 옛 병이 다시 도졌다. 치료할 때는 좋아지다가 몇 일 지나면 다시 통증을 호소하였다. 나는 각종 처방과 치료방법을 다 동원해 보았지만 모두 일진일퇴에 그쳤다. 한번은 내가 그녀의 설태(舌苔)에 기름이 많은 것을 보고 단 음식을 좋아하는가를 물었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예”하였다. 나는 평상시 그녀가 어떤 종류의 단 음식을 좋아하는가 물었다. 그녀는 2-3일에 한 그릇의 설탕을 먹고 매일 쵸코렛과 아이스크림을 먹는다고 했다. 나는 이것들이 두통을 유발하는 도화선이 됨을 알게되었다.

당은 습충(濕蟲)의 먹이가 되는 것으로 담(痰)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담화(痰火)가 위로 이목비구(耳目鼻口)를 공격하고 습충이 안에서 경락을 막으면 맑은 양의 기운이 막히고 여기에 이전에 손상받은 상처가 더해져서 “지붕이 새는데 연달아 밤에 비가 오는 식”으로 두통이 수습될 수 없었던 것이다.

나는 그녀에게 단 것을 먹는 것이 두통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알려주었고 그녀는 곧 단 음식과 당을 절제하기 시작하였는데 두통은 즉각적으로 많이 호전되었다. 나는 또한 처방에 혈부축어탕(血府逐瘀湯)을 더하여 그녀의 두통을 더욱 좋아지게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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