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보
비남다(費南多)는 나와 같은 진료소에서 오래 동안 함께 근무했는데, 근방에서 아주 존경받는 가정의학과 의사이다. 우리는 평상시 한방과 양방의 치료 및 진단방법이 서로 다른 점을 토론하여 장점을 취하고 단점을 보충하여왔다.
한 번은 그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한 것을 보고 무슨 일이 있는가하고 물었다. 그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내게 말하기를 아이가 설사가 난지 이미 시간이 꽤 되었고, 그가 생각할 수 있는 각종치료법을 다 써 보았지만, 주사를 놓고 약을 먹여도 병이 호전되지 않아 아이가 고생이 심하다는 것이다. 심지어 오늘은 부인이 화가 나고 조급해져서 아이를 안고는 “나가요, 우리는 진짜 의사를 찾아갈테니!” 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는 이런 말을 듣고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몰라했다. 그는 매우 존경받는 의사인데 만약 그가 진정한 의사가 아니라면 도대체 누가 진정한 의사란 말인가? 그러나 이번에는 자기 아이의 작은 병에도 속수무책이니 부인이 화를 내는 것도 당연하지 않은가?
그는 나를 보더니 갑자기 반색을 하며 “나는 한의학적 방법으로 소아설사를 어떻게 치료하는지 생각해보지 못했군요?”라고 하였다.
이때부터 우리는 아이의 병증(病症)에 관해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는 매번 한밤이나 또는 새벽에 아이가 설사를 하는데 음식이 소화되지 않고 그대로 나오며 배가 그득하다고 내게 알려주었다. 비록 아이는 음식을 평상시와 같이 먹지만 형체가 야위어진다는 것이다. 나는 비남다의 얘기 중에서 아이가 수개월동안 잘 때 배에 이불을 덥지 않고 잔다는 것을 알게되었는데 한의학적 입장에서는 배를 따뜻하게 하는 것이 상당히 중요하다. 또한 동서양의 문화와 생활습관의 차이에 대해서도 말하였는데, 서양인들은 일반적으로 배를 차게 하는 것과 설사를 연관시키지 않는다. 나는 또 음식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서양아이들은 일반적으로 빙수(氷水)를 마시고 감자튀김을 먹으며, 쵸코아이스크림에다가 햄버거 등등 차고 기름진 음식을 많이 먹어서 아이의 뱃속은 온통 가지각색의 잡동사니들로 그득하여 소화가 안되고 게다가 밤이 되면 기온이 차지니 어떻게 문제가 생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여기까지 이야기하자 그는 비로소 아이의 병의 원인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는 한의학의 이론을 자세히 묻고는 나름대로 분석하여 일리가 있음을 알게 되었고 집에 돌아가서 한의학적 방법에 따라 아이의 습관을 고치고 배를 따뜻하게 하는데 주의하였더니 아이는 금새 설사를 하지 않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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