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옥림(玉琳)
【정견망】어느 날 진료를 끝내고 마지막 환자가 떠난 후, 퇴근 준비를 하다가 전화벨이 울렸다. 잠시 망설이다가, 비록 마음속으로는 받고 싶지 않았지만, 나도 모르게 손이 저절로 수화기를 들었다. 한 양의사가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였다. 그에게 급성 요추(腰椎) 염좌(捻挫) 환자가 왔는데 움직이기도 힘들 정도여서 내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이 방면의 치료에 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내가 그의 진료실로 가서 제니(jenny)를 보았을 때, 그녀는 고통으로 신음하고 있었다. 두 손으로 의자를 꽉 붙잡고는 제대로 서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앉지도 못하면서, 조금만 자세를 바꿔도 극심한 고통에 시달렸다. 이런 환자들을 나는 임상에서 아주 많이 보았기에, 나는 즉각 그녀의 인중혈(人中穴 역주: 입과 코 사이의 중앙에 위치한 혈자리)에 침을 놓았다. 그녀가 뭐라고 반응을 하기도 전에, 침은 이미 삼푼이 들어간 상태였다. 나는 그녀에게 심호흡(深呼吸)을 하게 하였고, 1분도 안 되어 그녀는 똑바로 설 수 있게 되었다. 비록 허리에 통증이 남아있긴 했어도 분명히 훨씬 가벼워졌다. 침을 꽂은 채로 나는 그녀에게 몇걸음을 걸어보게 시켰다. 고통과 긴장으로 일그러졌던 그녀의 얼굴 근육이 풀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침을 꽂은 후에 나는 일반적인 순서에 따라 임상 치료를 실시했다. 아픈 부위를 묻고 허리를 촉진하기 위해 두 손을 뻗는 순간 제니는 갑자기 비명소리를 질렀다. 그녀의 비명소리는 너무나 날카로와 마치 다른 사람이 칼로 허리를 찌르는 것 같았다. 내가 멈칫하는 모습을 보이자 그녀는 “선생님 미안해요. 정말로 미안합니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녀는 내 손을 잡고는 울기 시작했는데 너무나도 슬피 울었다. 나는 경험적으로 이런 경우, 대개는 이전에 심신에 엄중한 외상을 입은 경우가 많음을 알고 있었다.
나는 가볍게 그녀에게 말했다. “우리 일단 요통 치료를 먼저 합시다. 당신은 오늘 집에 가서 잠을 푹 잘 수 있을겁니다.” 이렇게 치료를 받고 나서 떠날 때 쯤 되어 그녀는 요통이 호전되었으며 기본적으로 걸을 수도 있게 되었고 안고 서는 것을 자유자재로 하게 되었다.
그녀는 내게 창피하다는 듯이 말했다. “방금 전에는 죄송했어요. 혹시 이후에라도 다시 찾아뵐 수 있을까요?”
나는 “물론이죠.”라고 대답했다.
제니의 요통이 아주 빨리 좋아졌지만, 나는 그녀가 곧 다시 올 것을 알고 있었다. 며칠 후, 그녀는 자신의 간질병-한의학에서는 전간(癲癎)이라고 부른다-을 치료해 달라면서 나늘 찾아왔다.
이렇게 해서 나는 그녀의 상황에 대해 일부 알게 되었다. 다음은 그녀의 이야기이다.
“저는 미국 중부의 농촌에서 태어났으며 다섯 형제가 있어요. 어머니는 무능했지만 선량하신 분이셨어요. 계부(繼父)는 술 주정뱅이였고 그들은 제가 다섯 살 때 결혼했는데, 그때부터 제 인생은 지옥과도 같았어요.
저는 열네살 때까지 줄곧 계부의 학대를 받았고 그러던 어느 날 가출을 했어요. 지금은 더 이상 돌아갈 곳도 없습니다. 저는 지금 가족이 있고 아이도 둘이나 있는데, 절대로 계부가 아이들에게 접근하도록 할 수는 없어요.
저는 자신을 아주 비하하는 사람으로, 어릴때 겪은 일들은 줄곧 저를 고통과 곤혹에 처하게 했으며, 왜 어른들은 나를 이렇게 대할까, 나는 왜 어린 나이에 이렇게 불행할까? 일종의 자괴감은 반대로 저를 극단적으로 자부하며 자존심이 강한 사람으로 만들어 버렸어요. 이렇게 해서 제 생활 중에는 두개의 극단이 존재합니다. 표면적으로는 아주 자존심이 강하지만 속에는 극도의 자기 비하감이 깔려 있습니다. 제 삶은 너무나 고달팠어요……
저는 지금 사회에서 왜 사람의 도덕과 이념의 기준이, 이 지경에 까지 타락했는지 알 수가 없어요. 도처에서 보게 되는 것이란 아동에 대한 학대이고 심지어 친부모도 예외가 아니더군요. 매 주일마다 모두들 교회에 가서 기도를 하지만, 그러나 그것은 모두 자기 이익을 위한 기도에 불과합니다. 그런 나쁜 사람들은 마음속 깊은 곳에 조금의 양심도 남아있지 않으며 회개라는 말은 아예 꺼내지도 않습니다……”
그녀는 말을 하면 할수록 더 격동되어 끊임없이 내게 말했다. 이때에 그녀의 간질이 다시 발작했다. 나는 그녀가 경련을 끝내도록 도와주었다. 그녀의 정신이 돌아왔을 때, 그녀는 내게 이것은 자신이 발병한 역사 중에서 가장 짧은 발작이라고 알려 주었다. 발작한 시간은 채 일분도 되지 않았다.
(계속 이어집니다)
문장발표 : 2003년 6월 10일
문장분류 : 전통한의
원문위치 :
http://www.zhengjian.org/zj/articles/2003/6/10/2199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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