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우(稚雨)
【정견망】
어떤 이들은 위풍당당한 시를 쓰길 좋아하지만, 어떤 이들은 풍부하고 사랑스러운 미시 세계를 쓰기 좋아한다. 송대(宋代)에 꾸러기 같은 양만리(楊萬里)가 등장했다. 그의 시에는 모두 동심(童心)이 담겨 있어 사랑스러우면서도 유치하다.
여기서 소개할 시 《작은 연못(小池)》은 작은 계곡과 잠자리 및 작은 연꽃이 있는 아주 작은 연못에 관한 작품이다. 시인의 눈에는 오히려 내함(內涵)이 풍부하면서도 아주 생생하다.
샘구멍 조용히, 가는 물줄기를 아끼고
나무 그늘 물에 비치니 맑고 부드러워 정겨워라.
연잎 갓 자라 뾰족한 끝 드러내니
잠자리가 날렵하게 그 위에 내려앉네.
泉眼無聲惜細流
樹陰照水愛晴柔
小荷才露尖尖角
早有蜻蜓立上頭
“샘구멍 조용히, 가는 물줄기를 아끼고”
이 구절은 샘물이 마치 주위의 고요함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땅에서 솟아나 거의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과 또 자신의 가는 물줄기를 ‘아끼며’ 함부로 흐르지 않는 것을 표현한다. 온유하면서도 아주 정적인 아름다움이 있다.
“나무 그늘 물에 비치니 맑고 부드러워 사랑스러워라.”
바람 불고 화창한 날씨에 나무 그림자가 물 위에 비치니 물결 따라 가볍게 흔들리며 부드럽고 따뜻한 아름다움을 준다. 시인은 ‘사랑스럽다’는 단어를 사용해 이 자연 상태에 사람의 감정 색채를 부여하여 훨씬 친밀하고 감동적이다.
“연잎 갓 자라 뾰족한 끝 드러내니”
초여름, 연못의 작은 연잎이 이제 막 물 밖으로 나와 조금 뾰족한 모서리만 보이며 생기(生機)와 희망이 가득하다.
“잠자리가 날렵하게 그 위에 내려앉네.”
부드러운 작은 연꽃이 막 머리를 내밀자마자 잠자리가 내려와 앉으니 자연계 만물(萬物) 사이의 조화와 영성을 보여준다.
이것은 미시 세계를 사실적으로 묘사한 한 폭의 시다. 이렇게 작은 연못에 누가 또 그처럼 신경을 쓰겠는가? 하지만 불가(佛家)에서는 “꽃 한 송이가 하나의 세계이고, 나뭇잎 한 장이 하나의 보리”라며 미시 세계를 말한다. 시인이 보는 것 역시 마찬가지다.
현실에서 우리는 큰 일, 큰 사람에게만 집중하고 살아가면서 만나는 그런 작은 사람들은 소홀히 하기 쉽다. 신령(神靈)의 눈에는 모든 것이 다 평등함을 우리는 모른다. 일반 백성과 왕공(王公) 귀족은 모두 평등하게 대우받는다. 금생에 부귀했던 사람이 다음 생에서 거지가 되거나 심지어 동물이 될 수 있다. 작은 사람이 복을 쌓으면 다음 생에 권력자가 될 수도 있다. 인생이란 이렇게 불가사의하다.
만물 평등은 우주의 법칙이며, 우주의 모든 조화를 소중히 여기는 것이 신의 뜻이다.
양만리의 이 시는 사랑스럽고 활발하며 생기가 넘친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7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