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简体 | 正體 | English | Vietnamese

옹권의 시에 담긴 선의(禪意)

임우(林雨)

【정견망】

송대(宋代) 시인 옹권(翁卷)은 반은 은거 생활을 했는데 그의 시에는 흔히 한 가닥 선의(禪意)가 담겨져 있다. 겉으로는 산수 풍경을 묘사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마음속 선의와 인생 깨달음을 표현한 것이다.

1. 《야망(野望)》: 물밑에 청산이 비치는 심경(心境)

그의 시 《야망(野望)》은 의경(意境)이 아주 깊어서 무궁한 묘미가 있다.

온 하늘엔 가을 정취 햇빛 비치는 물가는 차가운데,
수많은 산봉우리는 멀고도 가깝구나.
한가로이 산에 올라 들판 지나는 물을 바라보니,
문득 물 밑에 청산이 보이는구나.

一天秋色冷晴灣
無數峰巒遠近間
閑上山來看野水
忽於水底見青山

가을 산빛은 차갑고 청량하며, 서늘한 기운이 스민다. 시인이 사는 산간 물가에서 산책하며 멀리 바라보는데, 수많은 봉우리들이 겹겹이 쌓이고 멀리 또는 가까이 펼쳐지니 우주의 무궁무진한 층차를 보여준다. 마음을 고요히 하고 고개 숙여 바라보다 보니, 오히려 물속에서 산 그림자가 보인다——원래 손에 닿지 않을 만큼 멀리 있던 산천(山川)이 오히려 눈앞에 드러난 것이다.

불가에서는 “부처는 마음속에 있다”는 말이 있다. 즉 수행의 핵심은 자신의 심성 수련에 달려있다는 말이다. 옹권은 아마도 이런 의경(意境) 속에서 외부 풍경이 드러난 것 역시 사실 내심 세계의 반영이며, 모든 경계(境界)는 다 자기 내심과 깊이 연계되어 있음을 깨달았다. 고인(古人)이 비록 불법 이치[佛理]를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이미 “문제에 부딪히면 우선 자신을 돌아보라”는 지혜를 깨달은 지 오래다.

2. 《풍공령(馮公嶺)》:낮은 곳에서 자신을 반성해야 원만할 수 있다

《풍공령(馮公嶺)》에는 또 다른 선의가 드러난다.

첩첩이 겹친 봉우리들 구름과 무지개를 스치고
사방에서 모인 골짜기와 절벽 사다리처럼 솟아 있네.
일찍이 괄주(括州) 고을에서 이 산을 바라보았으나
이 산이 오히려 뭇 산보다 낮구나.

亂峰千疊拂雲霓
輻合坑崖立似梯
曾向括州州裏望
眾山卻是此山低

사람은 자신을 크게 보기 쉬워, 늘 자신이 대단하고 남들이 자신을 우러러본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시인은 산봉우리를 관찰하고 자신을 성찰하는 중에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한다 때문에 “이 산이 오히려 뭇 산보다 낮음”을 깨달았다. 이는 단순한 겸손이 아니라 문제를 보는 각도에 대한 통찰이다.

오직 자신의 장점만 바라보면 자만에 빠지기 쉽다. 만약 자신의 결점을 직시할 수 있다면, 자신의 부족함을 발견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겸손과 진보하려는 마음이 나온다. 이는 단순한 인생 철학일 뿐만 아니라 수행자가 자신을 성찰하는 지혜이기도 하다. 즉 오직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볼 때라야만 비로소 원만에 가까워질 수 있다.

3. 선의와 삶의 지혜

옹권의 시는 겉으로는 산수를 노래하지만, 실은 그속에 수행과 인생의 철리를 담고 있다. “물 밑에 청산이 보이는구나”의 돈오(頓悟)를 통해 그는 사람들에게 경계에는 멀고 가까움이 없고 마음속에 절로 빛이 있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또한 “이 산이 오히려 뭇산보다 낮다”는 반성을 통해 사람들에게 겸허한 자기 반성이야말로 수양(修養)과 제고의 전제임을 일깨워준다.

옹권(翁卷)의 시를 읽으면 늘 고요하지만 심원한 선의(禪意)를 느낄 수 있다. 자연 경물의 묘사 속에서 심령(心靈)을 비춰보고 정화할 수 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85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