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평봉산(平逢山) 백성들이 마침내 행복과 안녕을 얻게 되자, 요진 일행은 다시 풍잠이 그려준 지형도에 근거하여 평봉산에서 수백 리 떨어진 녹오산(鹿吳山)에 도착했다. 이 산은 풀과 나무가 없고 기괴한 돌들만 가득했으며, 호수가 많았으나 호숫물 역시 잿빛이었다. 호숫가에도 수초나 갈대 같은 녹색 식물이 전혀 없어 산 전체와 주변이 온통 쓸쓸하고 황량한 모습이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이곳의 백성들이었다. 사람에게는 기쁨, 노여움, 슬픔, 즐거움의 감정이 있다고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는 오직 노여움과 슬픔뿐이었고 기쁨과 즐거움이라곤 찾아볼 수 없었다.
요진 일행이 녹오산에 도착하여 구름에서 내려오니 마침 잿빛 호숫가였다. 각자 할 일을 하려는데 풍잠이 먼저 떠났고 후돈도 구름을 타려던 찰나, 갑자기 호수 속에서 백여 마리의 작은 괴물들이 튀어나왔다. 몸집은 하이에나 같으나 하이에나보다 작고 머리는 독수리를 닮았으며 네 다리가 있었다. 흉악한 빛을 띤 눈으로 이빨을 드러내며 그들에게 달려들었다!
이 짐승은 매우 민첩하여 사람의 몸 위로 뛰어올랐다. 몸이 닿기도 전에 날카로운 이빨이 먼저 다가와, 피하지 못하면 정말 한 입 크게 물릴 판이었다. 하지만 모두 어쨌든 옥경산의 수행인들이라 부상을 입지는 않았고, 수십 마리를 베어 죽였다.
“이것들이 다 무슨 잡동사니들이냐?” 옥정은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혐오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요진 사매, 곤륜산에는 기이하고 진귀한 것들이 많으니 이런 괴물을 본 적이 있니?”
자항 사저가 물었다.
요진이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곤륜산에는 이처럼 흉측하고 교활한 물건은 거의 없습니다…….”
요진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갑자기 멀리서 이런 괴물들이 시커멓게 떼를 지어 몰려왔다.
“어이구, 세상에! 눈대중으로 봐도 오천 마리는 되겠는데! 어떡하지?” 후돈이 겁에 질려 말했다.
요진은 즉시 소매 안에서 청조 한 마리를 꺼내 하늘로 날려 보냈고, 곧 하늘에서 오천 명의 천병이 내려왔다.
이어 까다롭고도 기괴한 전투가 시작되었다.
까다롭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듯이, 이 작은 괴물들이 흉포하고 민첩하여 검으로 발을 방어하면 다리를 물고, 다리를 방어하면 배를 물며, 배를 방어하면 목을 물어뜯었기 때문이다.
요진 일행은 몸을 보호할 수 있었으나 오천 천병은 사정이 달랐다. 한 시진이 채 되지 않아 천병의 태반이 손실되었다.
“요진아! 군사를 더 보내줘! 버틸 수가 없어!” 첩효가 크게 소리쳤다.
요진은 다시 하늘로 청조를 날렸고, 하늘에서 다시 오천 천병이 내려왔다.
또 한 시진이 못 되어 괴물의 수도 줄어들긴 했으나 천병의 사상자가 더 많아 다시 태반을 잃었다.
“군사를 더 보내! 더 보내라고!……” 모두가 다시 외쳤다.
요진은 다시 오천 명을 보냈으나, 아니나 다를까 한 시진도 안 되어 또 절반 이상이 죽거나 다쳤다.
여러분도 이 싸움의 기괴한 점을 발견했을 것이다. 도리상 이렇게 빨리 사상자가 나오면 안 된다. 이 작은 괴물들은 오천 마리 정도인데, 만 오천 명의 천병이라면 병사 셋이 괴물 한 마리만 잡아도 충분히 해결될 일이지 이런 국면이 벌어질 리 없다. 어째서 계속해서 사상자가 생기는 것일까?
요진은 이 일이 매우 의아하다고 느껴 급히 구름 위로 뛰어올라 휘파람으로 명령을 내렸다. “모두 빨리 후퇴하라!”는 뜻이었다.
곧이어 모두 구름 위로 퇴각했다. 만 오천 명의 천병 중 세 시진 만에 일만 이삼천 명이 전사했다.
모두가 몹시 이해할 수 없었다. 이 짐승이 비록 흉포하다 해도 이 정도로 대단할 리는 없다. 설마 천제께서 보내주신 군사가 너무 취약해서 일격도 견디지 못한 것일까? 아니면 이 짐승의 입에 독이 있어 물리면 반드시 죽는 것일까?
저마다 여러 의구심을 품고 떠들썩하게 토론했다. 요진이 말했다.
“이렇게 합시다! 일단 모두 각자 일을 하세요. 후돈 사형, 사형은 이 짐승의 근본을 잘 알아보세요! 저는 아래로 내려가 다시 한번 조사해 보겠습니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떠났고, 요진도 조사를 위해 구름 아래로 내려갔다.
요진은 잿빛 호숫가에 전사한 장사들이 가로세로로 누워 있는 것을 보고 마음이 몹시 아파 생각했다. ‘이 짐승들을 반드시 다 없애버리겠다! 그렇지 않으면 죽은 내 장사들을 어찌 대하겠는가?!’
요진은 눈을 감지 못한 전사자가 있는 것을 보고 몸을 굽혀 손으로 그들의 두 눈을 감겨주었다. 이때 요진은 갑자기 더욱 놀라운 장면을 목격했다. 이 병사는 몸에 물린 자국이 전혀 없었고, 가슴에 찔린 칼날 한 방에 죽은 것이었다!
요진은 경악하여 눈을 크게 뜨고 급히 다른 전사자들의 시신을 살폈다. 세상에! 너무나 기이했다! 많은 병사의 몸에 물린 자국이 없었고 칼날에 죽어 있었다. 그런데 그 칼자국이 그들이 직접 든 병기와 너무나 일치했다. 설마, 그들이 스스로를 죽였단 말인가?
향 한 대 피울 시간이 지나 요진은 서둘러 일행과 합류했다. 하지만 지형 조사를 간 풍잠은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요진은 그를 기다리지 않고 후돈에게 바로 물었다.
“이 짐승의 내력을 알아냈습니까?”
후돈이 말했다. “에휴! 말도 마라! 집집마다 싸우고 욕하는 소리뿐이야! 이 녹오산 백성들은 정말 성격이 급하더군! 다행히 내가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을 때 녹오산 산신이 나타나 그 짐승의 내력을 알려주었어.
그 짐승의 이름은 고조(蠱雕)라네! 가장 무서운 점은 사람을 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이 ‘고(蠱)’ 자에 있다더군! 고조에게 물린 사람은 누구나 미친 듯이 난폭해져서 같은 동류를 죽이고 싶어 하고, 때로는 자기 부모나 형제자매에게도 마구 손을 쓴다는 거야!”
요진은 생각에 잠기더니 단번에 깨달은 듯, 후회하며 가슴을 치고 발을 굴렀다.
“아이구! 내가 정말 바보 같았어! 어쩌자고 그렇게 경솔하게 계속해서 군사를 보냈을까! 아!”
천유가 알아차린 듯 말했다.
“나도 알았네, 우리 만여 명의 병사들은 고독(蠱)에 걸려 서로 죽고 죽인 것이었군!”
요진은 미간을 찌푸린 채 말이 없었고, 자항과 마고가 그녀를 위로했다.
“요진아, 너도 이제야 알게 된 것 아니니. 다음에 경험을 쌓으면 된다. 지금 가장 중요한 것은 어떻게 이 짐승을 제거하느냐야!”
“사형, 그 산신이 이 짐승을 없앨 방법을 알려주었나요?”
요진이 간절하게 후돈에게 물었다.
후돈은 고개를 저었다.
옥정이 말했다. “다들 너무 서두르지 마. 이 고독은 본래 독의 일종이고, 독인 이상 즉사하는 독이 아니라면 모두 해독제가 있기 마련이야. 우리 먼저 이 고조가 고독을 부리는 원리가 무엇인지 알아야 해.”
천유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후돈이 이곳 백성들이 이상할 정도로 폭력적이라 했으니, 그것 역시 고독에 걸린 탓임이 분명하다. 우리가 민정을 살펴보고 실마리를 찾아보는 게 좋겠다.”
요진도 동의하며 말했다.
“좋습니다, 사형 말씀대로 하지요. 먼저 각 가정을 방문하여 백성들에게 어떤 증상이 있는지 살펴본 뒤에 대책을 세웁시다!”
일행은 다시 구름에서 땅으로 내려와 집집마다 방문하기 시작했다. 조사를 통해 발견한 것은, 이곳 사람들은 비록 성격이 거칠지만 약한 자를 괴롭히지는 않았으며 가난하거나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매우 우호적이라는 사실이었다.
요진이 어느 집에 들렀는데, 그 집의 바깥 주인은 한쪽 눈이 멀어 있었다. 이상하게도 옆집 남자 주인 역시 눈이 멀어 있었다. 요진은 그 집 안주인에게 남편의 눈이 왜 멀었는지 물었다.
그녀가 말했다. “우리 주인장이 작년에 한 마리 잉어 신선[鯉魚仙]을 낚았는데, 그 잉어 신선이 소원 하나를 들어줄 테니 놓아달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우리 주인장이 놓아주고 소원을 빌었는데, 글쎄 그 신선이 ‘이 소원은 당신 이웃이 두 배로 받게 될 것’이라고 말하는 게 아니겠어요? 얼마나 화가 납니까? 우리 옆집은 원래 우리보다 잘사는데! 왜 그들이 거저 두 배를 받는단 말입니까?! 우리 주인장이 화가 나서 소원을 바꿨지요. 자기 한쪽 눈을 멀게 해달라고요! 하하하, 그랬더니 옆집은 양쪽 눈이 다 멀어버렸지 뭡니까! 하하하하…….”
그 노파는 웃느라 허리가 휘어질 지경이었으나, 그 웃음소리에 요진은 오싹함을 느꼈다. 이 남주(南洲)에 이토록 악독하고 어리석은 자가 있단 말인가? 그 심보가 참으로 가증스러웠다…….
향 한 대 피울 시간 후, 모두 원래 장소로 돌아왔다. 각자 조사한 내용을 종합해 보니, 이곳 백성들의 공통된 병은 ‘자기보다 잘사는 사람을 뼈에 사무치게 미워하는 것’이었다.
요진이 말했다. “일찍이 사부님께서 심도(心道)를 강의하실 때 말씀하시길, 이런 심태를 ‘투기(妬忌)’라 하셨습니다. 투기심(妬忌心)은 십악(十惡)의 으뜸으로, 이 마음은 모든 양지(良知)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질투가 심한 자는 어떤 나쁜 짓도 저지를 수 있습니다.”
첩효가 물었다. “네가 심도 수업을 열심히 들었으니, 이 악한 마음을 깨뜨릴 법이 있겠느냐?”
요진이 말했다.
“사부님께서 어떤 해결법이 있다고 구체적으로 말씀하신 것은 듣지 못했으나, 질투가 심한 자들에게는 공통된 장애가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것은 바로 ‘스스로 불공평하다고 여기는 것’입니다. 제가 깨닫기로는 그 ‘스스로 불공평하다고 여기는 마음’이란 내심의 평형을 이루지 못해, 자신보다 잘사는 자들이 자신의 것을 빼앗았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천도(天道)는 공정하고 사람마다 각자의 명(命)이 있음을 알지 못한 채 질투가 일어나고, 오래되면 뼈에 사무치는 원한이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비록 이런 사람들이 지극히 악독하긴 하나 녹오산 백성들이 선천적인 본성부터 질투가 심했던 것은 아니고 단지 독에 걸렸을 뿐입니다. 제가 보기에 이 독의 가장 무서운 점은 사람의 심지(心志)가 평형을 이루지 못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육신이 균형을 잃으면 병이 생기고, 심지가 균형을 잃으면 악이 생깁니다. ‘평형을 잃음’이란 곧 ‘평형을 이루지 못하는 마음’이며, ‘평형을 잃음’이 곧 ‘스스로 불공평하다고 여기는 것’ 아니겠습니까? 백성들의 이 불균형한 증상을 다스려 평형을 되찾아주면 그것이 바로 해독하는 길이 아니겠습니까?”
모두 도리가 있다고 생각했으나, 도대체 어떻게 평형을 맞추어 다스린단 말인가…….
이때 첩효가 갑자기 풍잠이 돌아오지 않은 것이 생각나 말했다.
“풍잠이 떠난 지 사흘이나 되었는데 아직 안 왔네. 우리가 그를 깜빡 잊었어! 무슨 일이라도 생긴 것 아닐까?”
말이 끝나자마자 시원한 바람이 불더니 한 목소리가 들렸다.
“내가 돌아왔소!”
모두 풍잠인 것을 보고 왜 이렇게 오래 걸렸는지 물었다. 풍잠은 귀 옆의 긴 머리카락을 만지며 속수무책이라는 듯 말했다.
“팔백 리 지도를 다 그리고 돌아오려 했는데, 마침 팔백 리 밖 단원산(亶爰山)에 내려앉아 붓을 들려던 참에 들고양이 같은 짐승에게 발을 물렸지 뭐요. 발로 찼더니 수백 마리가 달려들어 꼼짝없이 포위되어 한참을 고생했소! 다행히 그곳 산신의 도움으로 탈출할 수 있었지.”
요진이 물었다.
“아, 우리가 겪은 상황과 비슷하군요. 그것이 어떤 괴물인지 아십니까?”
풍잠이 말했다.
“그곳 백성들이 말하길 그 짐승의 이름은 ‘류(類)’라더군. 암수가 한 몸인데, 그것에 물리는 것은 피하(皮下) 상처일 뿐이라 상관없고, 오히려 이 짐승의 고기를 먹으면 심지(心志)가 평형을 잃는 병을 고칠 수 있다는구려.”
모두 이 말을 듣고 크게 기뻐했다. 알고 보니 이 세상은 이미 해독제를 만들어 두었던 것이다! 요진은 기뻐하며 풍잠의 어깨를 툭 치고 말했다.
“풍잠 사형, 사흘 동안 갇혀 있었던 보람이 있네요!”
풍잠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어이? 이 녀석 보게! 내가 사흘 밤낮을 갇혀 있었는데 찾으러 올 생각은 안 하고, 그게 보람이 있었다니?”
일행은 풍잠에게 지난 사흘 동안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 요진이 옥정에게 말했다. “형님, 법기 하나를 만들어 주셔야겠습니다. 산이나 물건을 옮길 수 있는 도구를 만들 수 있을까요?”
옥정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산까지 옮기려고? 네 뜻을 알겠으니 물건 옮기는 자루 하나 만들어 주마.”
요진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좋아요. 감사합니다, 사형.”
하룻밤을 쉰 뒤 다음 날, 모두 함께 단원산 정상으로 갔다.
요진이 물었다.
“옥정 사형은 어디 계시죠?”
옥정이 커다란 삼베자루를 메고 뒤늦게 나타나며 소리쳤다.
“왔다, 왔어! 재촉하지 마라! 이 헌 자루 깁느라 밤을 꼬박 새웠단 말이다!”
요진이 옥정에게 고개를 끄덕이자, 옥정은 자루를 들고 땅을 향해 외쳤다.
“신수(神獸) 류는 어디 있느냐? 어서 내 자루 속으로 들어오너라!”
그러자 류들이 하나둘 옥정의 커다란 자루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거의 만여 마리가 수집되자 옥정은 자루 입구를 꽉 묶으며 말했다.
“빨리 가자! 이 현마(玄麻)는 반 각(刻)도 안 되어 효력을 잃을 테니, 그때가 되면 이 류들이 자루를 찢고 나올 거다. 서둘러 가자!”
일행은 신속히 녹오산으로 돌아왔고, 옥정이 자루 입구를 열자 만여 마리의 류가 녹오산에 풀어졌다.
속성상 류는 고조의 천적이었다. 곧이어 고조들의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려왔고, 만여 마리의 류가 만여 마리의 고조를 물어 죽였다.
그 후 요진 일행은 류의 고기를 녹오산 백성들에게 나누어 먹였다. 그러자 수년 동안 그들을 괴롭혔던 투기하는 증상이 좋아졌고, 그때부터 녹오산 백성들은 서로 화목하게 지내며 더 이상 질투하거나 해치지 않게 되었다. 눈먼 옆집 사람들도 화해하고 모두 행복하게 살게 되었으며, 사람들의 얼굴에서는 더 이상 ‘노여움과 슬픔’이 아닌 ‘기쁨과 즐거움’이 넘쳐났다.
그래서 훗날 《산해경·남산경》에는 이렇게 기록되었다. “짐승이 있으니 그 형상이 삵 같으나 털이 있고 이름은 류(類)라 한다. 이것을 먹는 자는 질투하지 않는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19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