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요진은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시종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안으로 들어갈수록 사람의 유골과 동물의 사체들이 보였고, 깊이 들어갈수록 유골은 더 많아졌다.
앞쪽에서 인기척이 느껴져 요진이 발걸음을 재촉해 보니, 동굴 벽에 두 사람이 묶여 있었다. 남녀 한 쌍이었는데 남자는 흰옷, 여자는 금색 옷을 입고 있었고 아직 살아 있는 듯 보였다.
요진이 즉시 다가가 입김을 불어 그들의 포박을 풀어주었다. 흰 옷 입은 남자는 별 문제가 없었으나 금색 옷을 입은 여자는 상처가 깊어 보였다. 포박이 풀리자 여자가 비틀거리며 쓰러지려 했고 남자가 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요진이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이며, 누가 동굴에 가두었습니까?”
남자가 여자를 안은 채 말했다.
“저희는 단우산(丹羽山) 사람들입니다. 현사에게 붙잡혀 왔는데, 구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여자가 피를 한 움큼 토했다! 생명이 경각에 달린 듯 보였다. 남자는 급히 무릎을 꿇고 요진에게 그녀를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요진이 말했다.
“일단 그녀를 내려놓으세요. 그녀의 상처가 깊으니 제가 치료해 보겠습니다.”
요진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품속에서 옥경산의 영약(靈藥)을 꺼냈다. 그것을 손바닥에 놓고 두 손을 합장하여 자신의 진력(眞力)으로 약성(藥性)을 끌어내려 했다.
요진이 막 힘을 쓰려는데, 희미한 횃불만 있던 동굴 안이 순식간에 눈부신 초록빛으로 가득 찼다!
남자가 비명을 질렀다.
“머리 위에 뱀이 있어요!”
현사는 동굴 위쪽에서 오랫동안 요진을 관찰하며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요진이 여자에게 약을 주느라 정신이 분산된 틈을 타 현사가 눈을 부릅뜨며 초록빛을 내뿜었고, 커다란 입을 벌려 요진을 통째로 삼키려 했다.
남자의 경고를 들었지만 가부좌한 요진의 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다만 왼손으로는 알약을 받친 채 오른손 검지를 뒤로 향해 튕기자 “퍽” 하는 소리와 함께 현사의 독니 몇 개가 부러져 나갔다. 뱀은 머리를 움츠리더니 꼬리를 휘둘러 요진을 낚아챘다!
요진은 장계취계(將計就計)로 일부러 그것의 꼬리에 묶여주었다. 현사는 성공했다고 생각하며 요진을 겹겹이 칭칭 감았다.
뱀이 힘을 주어 요진을 조여 죽이려던 찰나, 요진이 단전에서 힘을 한번 발출하자 극렬한 폭발음이 들렸다! 현사의 몸은 수백 토막으로 산산조각이 나 동굴 여기저기로 튀어 나갔으나, 요진은 여전히 가부좌를 튼 채 미동도 하지 않았다.
현사가 죽은 뒤 요진은 두 사람을 데리고 동굴 밖으로 나왔다.
요진은 계속해서 진력으로 단약을 녹였고, 약에서 찬란한 빛이 나자 금색 옷 입은 여자에게 먹였다.
약을 먹은 여자는 얼마 지나지 않아 깨어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회복되었다.
두 사람이 요진이 구명해준 은혜에 절을 하려는데, 갑자기 요진이 가슴에 심한 통증을 느끼며 선혈을 토해냈다!
남자가 급히 물었다. “신선님! 신선님, 왜 그러세요? 괜찮으신가요!”
요진은 손을 저으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이 단약은 급할 때 쓰는 것이라 효과는 즉시 나타나지만, 약을 써주는 사람이 복용자의 고통 중 일부를 감당해야 하거든요.”
여자가 몹시 송구스러운 표정을 짓자 요진이 웃으며 말했다.
“걱정 마세요. 저는 남주에서 오랫동안 군대를 이끌고 싸워왔는데, 이 정도 피 좀 흘리는 게 대수겠습니까!”
두 사람은 “남주에서 군대를 이끌고 싸워왔다”는 말과 은색 갑옷을 입고 머리를 높이 묶은 여선의 모습, 그리고 웃을 때 드러나는 덧니를 보고 무언가 깨달은 듯 앞다투어 무릎을 꿇었다. 요진이 놀라 그들을 일으키려 하자 남자가 시 한 수를 읊었다.
“웃는 모습 복사꽃처럼 찬란하고,
온화한 얼굴엔 영웅의 자태 서려 있네.
노하지 않아도 절로 위엄 있으니,
정기(正氣) 앞에 사악의 간담이 떨게 하누나!
笑顏桃花燦,
藹面帶英姿。
不怒自威顏,
正氣邪膽顫!
신선님, 혹시 우리 남섬부주를 위해 요괴를 물리치시는 평남대원수 요진 상신(上神)이 아니십니까?”
요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습니다”라고 답하고는 두 사람을 일으키려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일어나지 않고 요진 곁에서 따르게 해달라고 간청했다.
요진이 그들을 타일렀다. “군대를 이끌고 싸우는 일은 고될 뿐만 아니라 위험이 가득합니다. 당신들이 두렵지 않다 해도 집안 어른들께서 허락하지 않으실 겁니다.”
여자가 말했다.
“상신(上神)께서는 모르시겠지만, 저희 둘은 이 단우산의 봉황입니다. 천지 기운으로 태어나 지금까지 부모가 누구인지도 모릅니다.”
요진은 그제야 동굴 입구의 금빛 깃털이 이들에게서 떨어진 것임을 깨달았다. 또 생각하기를, 봉황은 인(仁)을 아는 새라 긍지가 높고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으며 예천이 아니면 마시지 않는 고결한 성품을 가졌다. 그런데 이제 자존심을 내려놓고 무릎을 꿇어 청하니 분명 뜻이 확고한 것이었다.
이에 요진은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두 사람은 매우 기뻐하며 서로를 껴안았다. 요진은 이성이 이토록 친밀하게 구는 모습을 본 적이 없었고 단지 이야기꾼에게서나 가끔 들었을 뿐이라, 갑자기 목격하자 얼굴이 붉어져 고개를 돌렸다.
무안함을 깨뜨리려 요진이 물었다.
“두 사람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이름을 불러야 할 텐데요.”
남자가 일어나 말했다. “저는 설봉(雪鳳)입니다.”
여자가 일어나 말했다. “저는 맹황(萌凰)입니다.”
요진은 ‘맹(萌)’이라는 글자를 듣자 왠지 낯익은 기분이 들어 급히 고개를 돌려 맹황의 맑고 고운 얼굴을 바라보았다. 꼭 옛 친구의 얼굴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이때 맹황이 갑자기 말했다.
“상신님, 저는 상신님을 처음 뵙자마자 왠지 낯이 익었습니다. 저희 봉황은 형제자매가 없지만, 상신님이 마치 언니 같은 느낌이 듭니다!”
요진은 웃으며 생각했다.
‘정말 인연인가 보구나.’
요진이 말했다. “두 사람도 신통법술(神通法術)을 열심히 익혀야 합니다. 우선 자기 법기(法器)가 있어야겠군요. 편지를 한 통 써줄 테니, 곤륜산 꼭대기 강국(羌國)의 냉월발화경(冷月潑華境)으로 가서 청란(靑鸞)을 찾으세요. 이 편지를 그녀에게 전해주면 당신들에게 쓸 만한 법기를 찾아줄 겁니다.”
두 사람이 연달아 알겠다고 하자 요진은 왼손을 들어 편지 한 통을 만들어냈다.
설봉과 맹황이 떠나려 하자 요진이 덧붙였다.
“혹시 청란을 찾지 못하면 강국의 갱체봉(更替峰)으로 가서 금오(金烏)를 씻겨주는 신녀(神女) 희화(曦和)를 찾으세요. 그녀에게 전해줘도 됩니다!”
설봉과 맹황은 요진에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온몸이 눈처럼 하얀 봉황과 황금빛이 도는 봉황으로 변하여 서쪽으로 날아갔다…….
요진도 돌아와 일행과 합류했다. 다른 이들도 모두 모였고 그곳의 사마(邪魔)들도 이미 다 소탕된 뒤였다.
요진이 풍잠에게 물었다.
“풍잠 사형, 앞쪽에 보이는 산은 무엇입니까?”
풍잠이 대답했다. “앞에 있는 것이 단우봉일세.”
요진이 말했다.
“좋습니다, 계속 나아갑시다.”
요진 일행이 단우봉에 도착했다. 그곳은 풍경이 수려하고 공기가 맑으며 선기(仙氣)가 넘실거리는 곳이었다.
풍잠이 이 아름다운 경치를 보고 자신도 모르게 시를 읊었다.
풀빛은 하늘에 닿아 푸르고,
물은 거울처럼 맑구나.
오동나무는 바람 따라 흔들리고,
봉황 춤이 그림 속에 스며드네.
草色接天碧
水若鏡台清
梧桐隨風逸
鳳舞入畫傾
천유도 말했다.
“남주에서 싸워온 수년 동안 이런 경치는 참으로 오랜만에 봅니다!”
요진이 말했다.
“이곳은 남주 봉황들의 서식지일 것입니다. 봉황은 인자한 새일 뿐만 아니라 상서로운 새이기도 합니다. 다년간 우리가 남북을 누비며 싸우다 이곳에 이르게 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닐 것입니다. 어쩌면 이 남주 제마(除魔) 대전이 곧 끝나려는 징조가 아닐까요?”
아름다운 경치에 취해 요진의 말을 제대로 듣지 못한 이도 있었고, 어떤 이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기쁜 기색을 보였다.
첩효가 말했다.
“모두 경계를 늦추지 말아야 하네. 단우산에 요괴가 없을 진 모르지만, 아직 남주의 산천을 다 돌아본 것이 아닌데 어찌 이렇게 끝나겠는가?”
요진이 말했다.
“맞습니다, 첩효 사형 말씀이 옳아요. 모두 일단 각자 할 일을 하러 갑시다!”
그 후 일행은 흩어져 일을 보았다. 요진은 풍잠과 지형을 탐측했는데, 수천 리를 날아갔으나 요마의 흔적을 전혀 찾을 수 없었다.
후돈이 민정을 살피러 가니 백성들이 집집마다 연회를 열어 축하하고 있었다. 며칠 전부터 요마귀괴(妖魔鬼怪)들이 원인 모르게 사라졌다는 것이었다. 사람들은 천제께서 보내신 평남신장(平南神將)들이 워낙 막강해서 남은 사마들이 겁을 먹고 도망친 것이라 말하고 있었다.
전에는 임무를 마치고 모일 때마다 얼굴에 무겁고 긴장된 기운이 가득했다. 매번 정사(正邪) 대전이 삶과 죽음의 갈림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합류에서는 모두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요진 역시 사마들의 기수(氣數)가 다하여 도망친 것이라 생각했다. 남섬부주가 마침내 태평해졌으니, 이제 드디어 옥경산으로 돌아가 사부님께 복명(復命)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1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