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그 밤, 깊고 고요한 정적 속에 아택이 자신의 막사로 돌아왔을 때, 그는 주변의 기운이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혼탁한 기운이 아주 짙었다. 아택은 마족(魔族) 사람이 와 있음을 짐작했으나 그 의도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다.
이에 아택은 계책을 역이용하기로 하고, 막사 안으로 들어가 아무 일 없는 듯 편안히 잠든 척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밖에서 나직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택 장군님! 아택 장군님! 저는 장군님을 돕는 선사(仙使)입니다! 긴히 상의할 일이 있어 왔습니다!”
이 소리에 도도(陶陶)와 묵묵(默默)이 잠에서 깨어 비몽사몽간에 문을 열어주었다. 하얀 옷자락을 휘날리는 두 ‘선사’를 본 두 아이는 그들을 막사 안으로 들였다.
도도와 묵묵은 주인이 이미 일어나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다. 두 ‘선사’는 문을 닫고 아택 앞으로 다가와 막 인사를 건네려 했다.
그때 아택이 눈을 살짝 뜨며 ‘현형공(顯形功 본 모습을 드러내게 하는 공)’을 내보내자, 두 ‘선사’의 선의(仙衣)와 선기(仙氣)가 모두 사라지고 마족의 흉측한 본모습이 드러났다.
깜짝 놀란 도도와 묵묵이 다급히 전투 태세를 갖추자, 마족의 두 소리(小吏)도 몹시 당황하며 더듬거리며 해명했다.
“우리는 악의가 없습니다… 악의가 없습니다…”
아택이 엄하게 말했다.
“정정당당하게 말하라! 무슨 일인가?! 사실대로 실토하라!”
이 순양(純陽)의 정기(正氣)에 겁을 먹은 두 마리(魔吏 마계의 하급 관리)는 잇달아 무릎을 꿇고 벌벌 떨며 말했다.
“악의는 없습니다… 없습니다… 저희 주인이신 공공(共工)님의 명을 받들어, 장군님께 이 고생스러운 요진의 진영을 떠나라고 권하러… 권하러 왔습니다! 저희 주인님은 장군님께서 이곳에서 마음 편히 지내지 못하신다는 것을 알고, 저희 쪽으로 모시고 싶어 하십니다……”
아택은 그 말을 듣자마자 상황을 파악했다. 공공 역시 내가 지기만 하고 이곳에서 냉대를 받는 것을 보고는, 이간질하는 계책으로 자기를 도와 첩자가 되어달라고 권하는 것이었다. 사람의 마음이 약한 곳을 파고드는 이 계책은 독랄하고 간사했으나, 아택이 보기에는 참으로 졸렬하기 짝이 없었다. 그는 냉소를 지으며 도도와 묵묵에게 상대할 가치도 없으니 그만 쉬라고 손짓했다.
묵묵이 아택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주인님, 저놈들을 쫓아내지 않으십니까?”
아택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럴 것 없다. 너는 가서 자거라. 만사만물(萬事萬物)의 오고 감에는 다 그것의 때가 있는 법이다.” 그러고는 다시 눈을 감고 가부좌를 틀었다.
두 마리는 머리를 짜내어 온갖 감언이설로 두 시간 동안이나 아택을 설득하려 쉬지 않고 떠들어댔지만, 아택의 코 고는 소리가 들려오자 결국 투덜거리며 떠나갔다.
어느 날, 요진은 군무를 처리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보고드립니다! 적군이 우리 진영 후방을 기습했습니다!”
“병사 삼천을 보내 수비하라!”
“보고드립니다! 황제(黃帝)군이 적군의 기습을 받았습니다!”
“병사 삼천을 보내 지원하라!”
“보고드립니다! 원수님! 투항해 오는 적군이 있습니다! 어떻게 처치할까요?”
“항복한 병사는 죽이지 말고 한곳에 수용하라! 기린수 네 마리를 보내 엄중히 감시하라!”
“보고드립니다! ……”
청란(青鸞)은 요진의 끝에 묻은 먼지가 닦이지 않은 것을 보고 손수건을 꺼내 닦아주려 했다.
요진은 그녀의 손을 밀쳐내며 말했다.
“됐어요, 됐어…”
청란은 ‘에휴’ 하고 한숨을 내쉬며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저기, 잠깐 이쪽으로 와 볼래? 할 말이 있어.”
요진은 청란에게 일이 있음을 직감하고 잠시 군무를 제쳐둔 채 후막(後帳)으로 가서 무슨 일인지 물었다.
청란이 나직이 말했다.
“청조(青鳥)의 보고에 따르면, 아택의 막사에 마족이 드나들었다고 해.”
요진이 놀라며 말했다.
“뭐라고요?! 군무를 마치는 대로 가서 그에게 물어볼께요.”
청란이 요진을 툭 치며 말했다.
“그걸 어떻게 직접 물어보니? 그가 사실대로 말하겠어? 그가 마족과 손을 잡았을지도 모르는데…”
요진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닐 거에요. 그는 나를 도와준 적이 있어요.”
청란이 말했다.
“그래도 조심하는 게 좋아. 어떤 계책은 연환계(連環計)일 수도 있으니까.”
요진은 생각에 잠기더니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어쩌면 오해란 일어날 수밖에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더라도 피할 수 없으니, 참으로 ‘우연이 없으면 책이 되지 않는다’는 말이 딱 맞았다.
군무를 마치고 나니 이미 밤이 깊었다. 요진은 아택의 막사에 이르러 안으로 들어가 물어보려 했으나, 청란의 말이 떠올라 머뭇거려졌다. 그녀는 아택의 막사 밖 노목 아래 앉아 어떻게 물어볼지 고민했다. 아택이 큰 도움을 주었는데 의심하는 기색을 보이는 것은 좋지 않지만, 그렇다고 묻지 않을 수도 없었기 때문이다.
이때 요진 역시 탁한 기운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고, 두 마리가 몸을 숨긴 채 아택의 막사로 들어가는 것을 보았다.
요진이 막 은신술을 써서 엿들으려 할 때 전방에서 급보가 날아왔다. 전쟁 상황은 일각도 지체할 수 없었기에 요진은 즉시 자리를 뜰 수밖에 없었다.
사실 두 마리(魔吏)는 공공에게 쫓겨 막다른 길에 다다른 상태였다. 반드시 아택을 투항시켜야 했기에 다시 와서 끈질기게 설득하려 했으나, 아택은 상대도 하지 않고 한마디도 섞지 않으니 그들은 다시 떠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전황은 확실히 황제 쪽이 우세를 점하고 있었다. 다급해진 치우(蚩尤)는 여기저기 공고를 내어 요진의 군대를 깨뜨릴 법을 구했다.
사실 다급해진 것은 치우뿐만 아니라 통천교주도 마찬가지였다. 전황은 유리했으나 자운산(紫雲山) 군대가 이렇다 할 큰 공적을 세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느 날, 다보(多寶)가 막 쉬려는데 책상 위에 비밀 봉투 하나가 놓여 있었다. 열어본 그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봉투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공적이 없거든 나를 볼 생각을 말아라!”
다보는 이것이 사부님의 최후통첩임을 알고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그는 어떻게 해야 사부님을 만족시킬 수 있을지 고민하다가 결국 그릇된 길로 빠져들었다. 갑자기 꾀 하나가 떠오른 그는 옥두(玉斗)를 찾아가 상의했다.
“사매, 전장에서 공적을 세우려면 정면 승부로는 안 되겠어. 우리 자운산 사람들이 어찌 저 곤륜산의 짐승들처럼 용맹할 수 있겠어?”
“그럼 어떡하죠?”
“이렇게 하세. 내가 보니 치우는 이제 오합지졸이라 우리가 어떻게 싸워도 이기게 되어 있어. 그러니 먼저 내부 힘을 좀 약화시키는 게 좋겠네.”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사실 요진에게도 약점이 있는데 치우 쪽에서는 그걸 모르고 있어. 우리가 먼저 그들에게 알려주어 힘을 쓰게 만드는 거지. 요진의 약점이 우리에게는 약점이 아니니까, 요진이 버티지 못할 때 우리가 나서는 거야! 그러면 공적이 우리 차지가 되지 않겠니?”
“네? 그러다가 만약 우리도 안 되면 어떡해요? 그럼 다 끝장이잖아요!”
“그럴 리 없어. 너는 요진과 곤륜산의 약점이 어디에 있는지 아니?”
옥두는 고개를 저었다.
“기억나지? 그해에 요진이 불을 뿜는 홍추에게 죽을 뻔했던 일 말이야. 곤륜산 녀석들이 평소엔 용맹해도 불만 만나면 끝장이야! 하지만 우린 불이 무섭지 않지. 우리 쪽엔 수룡(水龍)과 우장(雨將)이 수두룩하고, 수행하는 것도 행운유수(行雲流水)의 도법(道法)이니 언제 불을 겁낸 적이 있니? 먼저 비밀 서신으로 이 소식을 치우에게 흘리고, 우리 수룡과 우사(雨師)들이 준비하고 있다가 요진이 밀릴 때 우리가 단번에 적군을 섬멸하는 거야! 그럼 공적은 따 놓은 당상이지!”
옥두가 듣고는 가슴이 떨려오며 말했다.
“그… 그게… 가능할까요?”
다보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문제없어. 지금 치우는 눈썹에 불이 붙은 격이라 이 밀함을 보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 번 시도해 보는 거야!”
“아… 아니, 그 말씀이 아니라… 제 말은… 에휴…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보가 말했다.
“그럼 결정된 걸로 알고 내가 가서 준비하마!”
옥두는 여전히 마음이 불안했다.
다보의 계획에 따라, 그리고 가독성을 높이기 위해 두 사람은 서로 다른 필체로 비밀 서신 몇 통을 썼다. 거기엔 단 네 글자만 적혀 있었다. ‘요군외화(瑤軍畏火, 요진의 군대는 불을 무서워한다)’.
“사매, 반드시 은신술로 비밀 서신을 봉인해야 해! 내가 먼저 몇 통 보낼 테니 네가 뒤따라 하게!”
옥두는 벌벌 떨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보의 비밀 서신은 발송되었으나 옥두는 여전히 망설였다. 하지만 사부의 명을 어기는 것이 두려워 결국 그녀도 비밀 서신을 보냈다.
그녀는 본래 세 통의 서신을 준비했는데, 세 번째 통을 보낼 때 문득 요진이 자신의 얼굴에 오른 독을 치료해 주었던 일이 떠올랐다. 순간 마음이 흔들려 은신술을 쓰는 것을 잊어버렸고, 서신이 그대로 노출된 채 발송되었다.
이 서신이 도중에 청조에게 가로막혀 요진에게 전달되었다.
요진이 밀함을 열어보니 거기에는 선명한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요군외화(瑤軍畏火)’
요진은 불같이 화를 내며, 누가 자신의 치부를 드러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러다 갑자기 그날 아택과 동굴 근처에서 나누었던 대화가 떠올랐다…….
자신이 그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에휴… 뭐랄까, 나는 불이 제일 무서워…… 우리 곤륜산 생령들도 불을 무서워하고…..”
이 말과 함께 그의 막사에 마족이 드나들었다는 것, 그리고 청란의 말이 겹쳐졌다.
요진은 이제 아택을 첩자로 확신하게 되었다. ‘오해’란 결국 이처럼 ‘교묘함’에서 비롯되는 것이니, 마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누군가 극본을 써서 극 중 인물을 파란만장하게 만드는 것과 같았다.
청란이 물었다.
“지금 조사할까?”
요진은 분노를 억누르며 말했다.
“지금은 안 돼. 전쟁 중에 자기 사람을 조사하는 것은 금기야. 군심(軍心)이 어지러워질 수 있어.”
청란이 다시 말했다.
“그럼 내가 은밀히 사람을 보내 조사할게. 아택 쪽도 바짝 감시하고.”
요진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청란은 그녀의 모습에 위로하듯 말했다.
“그래도 우리가 이걸 가로챘잖아!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해.”
요진이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비밀 서신이 이것 한 통뿐인지 어떻게 알아요?”
청란은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맞네. 이게 한 통이 아니면 큰일인데……”
청란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막사 밖에서 병사 하나가 절규하듯 외쳤다.
“급보입니다! 급보! 적군이 불을 질렀습니다! 수많은 화괴(火怪)들이 우리 진영을 공습하고 있습니다!”
청란이 경악하며 외쳤다. “이… 이렇게 빠를 수가!”
요진은 소식을 듣자마자 단숨에 대영(大營) 밖으로 달려 나갔다. 요진이 자세히 보니 하늘에 스무 마리에 가까운 화괴들이 아래로 화염을 내뿜고 있었다. 요진은 머리에서 유리검(琉璃劍)을 뽑아 들고 하늘로 솟구쳐 화괴들을 하나하나 베어 넘겼다. 화괴들을 처치한 후 신속히 지상으로 내려와 장심(掌心)의 기운으로 지상의 불길을 잡았다.
요진은 막사로 뛰어 들어오며 소리쳤다.
“어서 군사(軍師) 해치(獬豸)를 들라 하라!”
마침 군사 해치도 막사 안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요진은 그를 보자마자 말했다.
“마침 잘 왔네! 치우가 화공(火攻)을 쓰려 하네! 방금 화괴 몇 마리를 처치했지만, 아마 반나절도 안 되어 더 큰 움직임이 있을 것이네! 자네가 보기에 누구를 보내 수룡(水龍) 몇 마리를 청해 오는 게 좋겠나?”
해치가 외쳤다.
“원수님! 이 불은 심상치 않습니다! 물을 써서는 안 됩니다!”
요진이 물었다.
“그게 무슨 소린가?”
해치가 말했다.
“원수님, 아까 장심의 기운으로 불을 끄신 곳을 한번 보십시오. 그럼 알게 되실 겁니다.”
요진이 막사 밖으로 나가 불이 꺼진 곳을 보니 누런 기름기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요진이 손가락으로 찍어 코끝에 대어보니 은은한 향기가 났다. 그녀는 문득 깨달은 듯 해치에게 돌아와 말했다.
“설마, 이 불이 천유(天油)의 불이란 말인가?”
해치는 엄중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노부(老夫)의 짐작으로는, 이 불은 어느 대도진인(大道眞人)의 유등(油燈) 도장에서 온 것이며, 저 화괴들은 그 기름으로 연성(演成)된 것입니다. 이 기름은 매우 미세한데, 보통의 수룡이 뿜는 물은 입자가 굵습니다. 일단 이 유화(油火)를 만나면 기름과 물이 섞이지 않아 수천 겹의 화랑(火浪 불보라)을 일으키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남주(南洲)는 그야말로 수심화열(水深火熱)의 지옥이 될 것이니 그 뒷감당을 어찌하겠습니까.”
요진의 미간은 들을수록 더욱 좁혀졌다. 하지만 잠시 생각하던 그녀의 표정이 다시 펴지며 말했다. “그럼 이 기름보다 더 미세한 물이 있다면 불을 끌 방법이 있겠군요?”
해치는 허허 웃으며 수염을 쓸어내렸다.
“허허, 원수님은 역시 영민하십니다. 그렇습니다. 물이 이 기름보다 더 미세하기만 하다면 이 천유의 불을 끌 수 있습니다. 노부가 알기로 이 삼계(三界)에서 기름보다 미세한 물은 응룡(應龍)이 뿜는 물뿐입니다.”
요진이 깜짝 놀라 물었다.
“응룡이라고요?! 상고 시대 용중지왕(龍中之王)이 아니오? 진작에 이 사주(四洲)에서 자취를 감추었는데 지금 어디서 그를 찾는단 말이오?”
해치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노부가 알기로 동주(東洲)에 응룡의 후예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어디 있는지 모르고 찾으러 가기엔 늦었습니다. 다만 원수님, 너무 서두르진 마십시오. 사부님이신 원시천존(元始天尊)의 백옥병(白玉瓶) 속에 상고 시대에 담아둔 응룡의 물이 있으니 그것으로도 이 불을 끌 수 있습니다.”
요진이 길게 숨을 내쉬며 말했다.
“에휴! 진작 말할 것이지 왜 그렇게 말을 빙빙 돌리시오! 청란!”
청란은 요진의 부름에 답했다.
“나도 다 들었어! 지금 당장 옥경산으로 가서 그 백옥병을 모셔 올게!”
요진이 말했다.
“역시 시원시원하네요! 희화(曦和)와 함께 가고 가는 길에 각별히 조심해요!”
청란이 막사를 떠나자 요진은 즉시 전군에 명을 내렸다.
“삼군에 명한다! 절대 물을 쓰지 마라! 수룡과 우사들은 불을 보더라도 움직이지 마라! 우선 황제군을 보호하며 수비만 하고 공격하지 마라. 내 명을 기다려라!”
이어 요진은 정곤유리검(淨坤琉璃劍)을 쥐고 천천히 구름 위로 올라가 생각했다.
‘치우, 네놈은 생령을 해치고 제멋대로 구는 것도 모자라 감히 우리 신선 장령을 매수하다니! 천유를 훔쳐 불을 지르다니 참으로 독랄하구나! 몰락한 마군(魔君)의 전생(轉生) 따위가 감히 남주를 독차지하려 드느냐?! 오늘 내 너와 끝장을 내주마!’
요진은 생각을 마치고 곧장 치우의 본영을 향해 날아갔다…….
이때 치우는 기세등등하여 공공을 칭찬하고 있었다.
“군사는 참으로 총명함이 끝이 없구려!”
공공은 사악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대왕님, 이렇게 되면 저들은 정말 물속에 빠지고 불속에 타는 신세가 될 것입니다! 하하하하!”
사실 치우는 그 비밀 서신들을 받았을 때 처음엔 기뻤으나, 혹시나 요진 군대의 계책으로 화공을 유도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 선뜻 움직이지 못했었다.
그러나 교활한 공공이 치우에게 계책을 내며 말하기를, 이 천유의 불은 물로 끌 수 없으니 비밀 서신이 진짜라면 화공은 적중할 것이요, 가짜라 하더라도 어차피 물로 꺼지지 않으니 손해 볼 것이 없다고 했다. 다행히 공공은 보통의 물로 이 불을 끄려 하면 불길이 더 거세진다는 사실까지는 몰랐으나, 그렇지 않았다면 결과는 상상조차 하기 싫을 만큼 끔찍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천유의 불을 어디서 얻었는가? 공공은 다시 자운산에 가서 빌려오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치우가 이유를 묻자 공공이 답했다. “이 비밀 서신이 진짜라면 필시 공적이 없는 자운산 병사들이 벌인 일일 텐데, 그들이 우리더러 불을 지르라 했으니 기름을 좀 빌려 달라 하면 반드시 줄 것입니다.”
치우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역시 군사의 기지가 뛰어나구려!”
그리하여 치우는 공공을 자운산의 유등(油燈)이 있는 곳으로 보냈고, 공공은 손쉽게 많은 기름을 훔쳐 왔다. 공공은 사악한 법술로 이 기름을 수많은 화괴(火怪)와 화수(火獸)로 만들었고, 풍백(風伯)에게 큰 바람을 준비하게 했다. 불이 일어나고 바람이 불면 남주는 순식간에 불바다가 될 판이었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782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