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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 시즌 3 (47)

화본선생

【정견망】

이번에 펼쳐진 꿈속은 온통 아수라장이었다.

아마도 지난번 대폭발로 무너졌던 옛 곤륜산의 모습인 듯했다. 사방에 널린 폐허와 상처뿐인 대지를 보며 요진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이때 황포를 입은 제왕(帝王)이 천마가 끄는 가마를 타고 뒤늦게 도착했다. 그는 참혹한 광경을 보며 비통해하며 말했다.

“누이야, 짐이 너무 늦었구나.”

가마에서 내린 이는 바로 호천대제(昊天大帝)였다. 꿈속의 요진은 그를 말없이 바라보며 굵은 눈울 방울을 떨어뜨렸다.

호천대제는 폐허 속에서 우연히 아기 호랑이 베개 하나를 발견했다. 그 순간 그의 눈물샘이 터져버렸다. 그는 떨리는 손으로 베개를 어루만지며 울먹였다.

“본래 한 쌍이었거늘, 어찌하여 이것 하나만 남았단 말이냐……”

그의 눈물이 베개를 적시자 하늘에서도 장대비가 쏟아졌고, 신선들은 무릎을 꿇고 호천대제에게 삼계의 대국을 생각하여 슬픔을 거두시라고 간곡히 청했다. 호천대제가 떠난 자리, 적막한 곤륜의 폐허 위에는 아기 호랑이 베개만이 덩그러니 남겨졌다.

그 시각, 서왕모의 원신(元神)은 폭발로 인해 갈갈이 찢겨 있었다. 파편이 된 그녀의 원신은 희미하게 느껴지는 오라버니의 기운을 향해 조금씩, 아주 조금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바로 호천대제의 눈물이 묻은 아기 호랑이 베개에 서려 있었다. 긴 세월이 흐르는 동안 서왕모의 원신은 그 베개 위에서 조금씩 형체를 갖추며 휴식을 취했다.

요진은 또 다른 광경을 보았다. 아주 먼 상층 천계(天界)에 남색 머리에 백의를 입은 부처가 있었다. 그는 때로는 부처의 모습으로, 때로는 복대제의 모습으로 나타나 이 모든 과정을 지켜보고 있었다. 서왕모가 사악한 무리와 대전한 직후 곤륜산이 폭발했을 때, 남색 머리의 부처님이 눈물 한 방울을 흘리셨다.

그 눈물 한 방울이 하계의 수많은 천체를 통과하여 서주 곤륜에 닿기까지는 이미 천백 년이 걸렸다. 각층 우주 공간마다 시간이 다르기 때문이다. 즉, 삼계의 시간으로 추산하면 그 눈물 한 방울은 천백 년 동안 떨어져서 비로소 서주 곤륜에 떨어진 것이다.

요진(瑤眞)이 보니, 이 눈물 한 방울이 층층의 천우(天宇)를 통과함과 동시에 서왕모의 원신(元神)도 마침 이 수천수백 년 동안 끊임없이 모이고 모였다. 서왕모의 모든 원신 파편이 전부 이 작은 백호 베개 위로 모였을 때, 이 눈물 한 방울이 마침 곤륜에 떨어졌다.

이 눈물 한 방울이 곤륜에 떨어지는 그 찰나, 이 작은 백호가 두 눈을 떴으며 양옆구리에서 날개가 돋아나 한 마리 어린 신수(神獸)가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요진은 멀리 동쪽에서 은은하게 청룡 한 마리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가는 것을 보았는데, 이 작은 청룡 역시 등에 날개가 돋아 있는 한 마리 청응룡(靑應龍)이었다.

꿈에서 깬 요진은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채 중얼거렸다.

“과연… 내가 원래 서왕모였구나. 나는 복희 대제의 아이였어.”

뒤이어 아택(阿澤), 동주왕, 청응룡과 얽힌 과거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황제와 치우의 대전에서 청응룡을 처음 만났던 일, 동주왕이 왜 유리정곤검을 쓰지 않느냐고 물었던 일, 전업술을 훤히 꿰뚫고 서왕모와 동왕공은 몸에 징음과 징양을 지니고 있다고 말해주었던 일들….

요진은 마치 긴 잠에서 깬 듯 말했다.

“그래서… 청응룡이 반도원에 오자마자 나무에 열매가 맺혔던 거였어. 청응룡이 바로 동주왕이고, 호천대제이며, 나의 오라버니인 동왕공이었구나. 그리고 동주왕이 바로 아택이었어…….”

그녀는 꿈속의 어린 소녀 ‘혜희’를 떠올리며 눈물을 닦았다.

“보아하니, 나도 삼계(三界) 내의 생명이 아니었구나. 머나먼 우주에서 온 과객이었어.”

요진은 가볍게 탄식하더니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자신의 진정한 내원이 어디인지 아는 이가 몇이나 될까? 얼마나 많은 생명이 나처럼 삼계의 과객(客)일 뿐일까. 육신성성(肉身成聖)을 한들 무엇하랴? 삼계를 벗어나지 못하면 진짜 자기가 누구인지 모른 채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할 텐데. 그러니 반도원 따위, 부서졌으면 부서진 대로 두자. 아쉬워할 것도 없지.”

비록 미소 지으며 하는 말이었으나, 그녀의 목소리에는 지우기 힘든 쓸쓸함이 배어 있었다.

어느덧 곤륜산에 아침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창문 너머로 시녀 두 명이 마당에서 조잘거리며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오랫동안 창밖을 보지 않던 요진이 불쑥 밖을 내다보았다. 시녀들이 들꽃 바구니를 앞에 두고 서로의 머리에 꽃을 꽂아주며 즐거워하고 있었다. 그 모습이 흥미로워진 요진이 선법을 써서 바구니 속 꽃 한 송이를 방 안으로 끌어당겼다. 꽃이 스스로 날아가자 시녀들이 깜짝 놀라 방까지 쫓아 들어왔다.

어느덧 곤륜산에 아침 해가 떠올랐고, 그 한 줄기 햇살이 침전의 창을 통해 요진의 몸을 비추었다. 이때 요진은 문 밖에서 두 시녀가 지저귀듯 웃으며 나누는 이야기를 어렴풋이 들었다.

요진은 오랫동안 창밖을 내다보지 않았으나, 이때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밖을 보게 되었다. 두 어린 시녀가 들꽃이 가득 담긴 큰 바구니를 들고 마당에서 꽃을 고르고 있었으며, 때때로 서로의 가체에 작은 꽃을 꽂아주고 있었다.

요진이 보기에 이 광경이 꽤 흥미로워 방 안에 앉아 선법으로 바구니에서 작은 꽃 한 송이를 끌어당겼다. 두 시녀는 작은 꽃 한 송이가 저절로 떠올라 요진의 침전으로 날아가는 것을 보고는 서둘러 쫓아왔다. 그녀들이 방 안으로 쫓아 들어왔을 때, 요진은 헝클어진 머리에 그 작은 꽃을 꽂고 침대에 누워 득의양양하게 그녀들을 보며 웃고 있었다. 이 광경에 두 어린 시녀는 너무 기뻐하며 “천신(天神)께서 웃으셨다! 천신께서 웃으셨다! 천신께서 나으셨다……”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요진이 일어나 앉으며 물었다.

“어디서 꺾은 들꽃이냐?”

어린 시녀가 대답했다.

“풍잠상신께서 보내주신 것입니다. 풍잠상신께서 말씀하시기를, 우리 처소에는 늘 산다화로만 장식하여 너무 단조로우니 관저국곡의 들꽃 한 바구니를 보내노라고 하셨습니다.”

요진이 고개를 끄덕이며 물었다.

“풍잠상신께서 또 무엇이라 하시더냐?”

시녀가 대답했다.

“풍잠상신께서 말씀하시기를, 산다화는 성품이 맑고 고귀하여 스스로 향기로워지려 노력하기에 모두 그 얼굴이 보름달 같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천지가 본래 불완전한데 어디에 진정한 보름달이 있겠느냐고 하셨습니다. 반면 이 들꽃들은 다릅니다. 아마 꽃들은 자신이 어떤 모습으로 자랄지, 어떤 향기를 낼지 전혀 모른 채 그저 바람과 비, 절기와 천지 조화에 따라 피어나니 송이마다 각기 다른 아름다움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면서 우리 처소에 바로 이런 자유로운 들꽃이 부족하다고 하셨습니다.”

요진이 웃으며 말했다.

“사형이 깨달은 바가 일리가 있구나! 이 들꽃들을 침전에 장식하고 나를 위해 화장을 해주려무나.”

요진은 화장을 마친 후 정청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때 해치 등이 그녀를 도와 공무를 처리하고 있었다. 요진은 모두가 바쁘게 움직이는 것을 보고 “고생이 많네요”라고 말했다.

사람들이 고개를 들어 요진이 씻고 단장한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해치가 농담조로 말했다.

“아니!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정청은 바람이 세니 돌아가서 좀 더 누워 계시지요?”

요진이 웃으며 “너나 가세요!”라고 말하자 사람들 사이에서 한바탕 웃음이 터졌다. 웃음이 잦아든 후 해치가 요진에게 말했다.

“요즘 공공의 그 반쪽짜리 머리통이 다 나았는지 또 남주에서 홍추단(紅貙丹)을 들고 소란을 피우며 인간 세상을 폭파하겠다고 떠들고 있습니다. 저는 별로 상대하지 않고 소수의 장수들만 보내 인간 세상을 지키게 했습니다……”

요진은 아무런 표정 없이 듣기만 할 뿐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해치가 다시 말했다.

“아 참, 일월성신이 자리를 옮기지 않았습니까. 여와낭랑의 보천대업(補天大業)도 막바지에 이르러 인간 세상의 태양은 앞으로 동쪽에서 뜨게 될 것입니다. 그래서 희화가 곧 떠난답니다. 금오(金烏)를 데리고 동주(東洲)로 간다고 합니다.”

요진이 그 말을 듣자마자 급히 물었다.

“언제 떠나느냐?”

해치가 말했다.

“오늘내일 중으로 떠날 것입니다.”

요진은 눈시울이 붉어졌으나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그래…… 그럼 며칠 동안 그녀 곁을 잘 지켜줘야겠구나.”

요진은 정청을 떠나 희화와 청란을 찾아갔다. 청란의 방에 들어서자마자 짐을 챙기는 것을 보고 물었다.

“왜 짐을 챙겨요?”

청란이 고개를 돌려 요진이 침전 밖으로 나와 단장까지 한 것을 보고 놀라며 말했다.

“언니! 다 나으셨네요!”

요진이 웃으며 말했다.

“낫지 않으면 침전에서 설이라도 쇠어야겠느냐?”

청란이 웃으며 말했다.

“희화가 떠나는 것을 알고 왔어요.”

요진이 말했다.

“그래, 그런데 너는 왜 짐을 챙기느냐? 너는 갈 수 없다.”

청란은 짐을 챙기며 말했다.

“에이, 며칠 가서 놀다가 금방 올게.”

요진이 애틋하게 말했다.

“곤륜에는 네가 필요해.”

청란은 약간 귀찮은 듯 말했다.

“곤륜에는 언니가 있는데 나까지 필요할 게 뭐 있어요!”

요진은 코끝이 찡해졌으나 참아내며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렇지 않은 척 말했다.

“음, 그래. 내가 있으니 너희 같은 한량들은 놀고 싶을 때 가서 놀거라!”

청란은 계속 짐을 꾸리며 웃으며 말했다.

“맞아, 우리 대사법천신님만 떠나지 않는다면 곤륜에는 다른 사람이 필요 없지……”

요진은 청란의 말을 끊고 화제를 돌려 말했다.

“오늘 밤 우리 모두 희화의 방에서 같이 자자!”

청란이 기뻐하며 말했다.

“좋아요, 좋아! 우리가 같이 잔 지 정말 오래됐다!”

……

밤이 되어 세 자매가 나란히 누웠다. 요진이 가운데 앉고 두 사람이 양옆에 누워 모두 미소를 띠며 어릴 적 일을 추억했다.

희화가 웃으며 말했다.

“요진은 어릴 때 정말 장난꾸러기였지. 숲속의 멧돼지들을 자주 골탕 먹이곤 했어……”

청란이 말을 이었다.

“맞아, 그런 개구쟁이가 결국 원시천존을 사부님으로 모시게 될 줄 누가 알았겠어……”

청란은 말하면서 팔을 뻗어 기지개를 켰다.

요진은 그녀가 팔을 뻗을 때 드러난 둥근 흉터를 보고 다시 눈시울이 붉어지며 말했다.

“그 흉터는 그해에 네가 나를 대신해 맞았던 다보의 주탄(珠彈) 자국이구나.”

청란이 말했다.

“네, 당시 언니가 마침 옥경산으로 법을 얻으러 갔었죠. 어느덧 세월이 이렇게 흘렀네.”

사람들이 보니 요진이 일어나 앉더니 손을 내밀자 손바닥 위에 금구(金裘) 한 벌이 나타났다. 요진은 그 금구를 펼쳐 청란의 어깨에 덮어주며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이것은 사부님께서 내게 호신용으로 주신 금구인데 아껴두느라 입지 못했다. 네가 이것을 입으면 어떤 주탄이나 도검창극 같은 하찮은 법기들로부터 몸을 보호할 수 있어 다치지 않을 것이다.”

청란이 금구 외투를 만지며 말했다.

“와, 이렇게 통이 크다니! 사부님이 주신 걸 나한테 다 주네!”

요진이 웃으며 희화에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천제께서 내게 영롱보검(玲瓏寶劍)을 하사하신 적이 있는데 이 검은 화려하면서도 날카로워요. 내가 오랫동안 검을 쓰지 않아 손에 익지 않으니 이번에 가져가요. 호신용으로 쓸 수 있을 거야.”

희화가 놀라며 말했다.

“그 검을 내게 주겠다고? 시녀들 말이 네가 아주 아끼는 검이라서 쓰지 않더라도 밀실에 갈 때마다 꺼내 만져본다고 하던데.”

요진이 웃으며 농담조로 말했다.

“내 시녀들이 어찌 모든 것을 말한단 말인가. 나중에 단단히 가르쳐야겠어요!”

청란이 농담을 던졌다.

“언니가 베푼 호의를 잊고 우리가 나중에 안 돌아올까 봐 겁나서 그런가 보죠!”

희화와 요진이 모두 하하 웃었다. 요진이 말했다.

“네 그 입버릇은 좀 고쳐야겠다!”

그렇게 세 자매는 밤새도록 이야기를 나누고 웃다가 새벽녘이 되어서야 잠이 들었다……

그러나 희화는 잠들지 못했다. 요진이 자신의 손과 청란의 손을 꼭 쥐고 잠든 모습을 보며 곰곰이 생각해보니 요진이 어딘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희화는 생각했다. ‘설마 내가 떠나는 게 서운해서 그런가? 그럴 리가 없는데. 내가 서주(西洲)로 돌아오든 그녀가 동주로 오든 만나는 건 쉬운 일인데, 왜 자꾸 아주 슬픈 감정을 억누르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어쩌면 아직 반도원에서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일지도 몰라……’

마침내 작별의 시간이 왔다. 요진은 희화를 위해 백마교(白馬轎)를 준비했다.

사실 청란도 짐을 다 챙겨 희화와 함께 떠날 준비를 마쳤으나, 요진이 잠벌레 몇 마리를 불러 그녀의 코안으로 들어가게 하여 그녀는 깊은 잠에 빠지고 말았다.

희화와 금오는 저녁 무렵 백마교를 타고 동주로 향해 새벽녘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희화가 금오를 놓아주면 인간 세상의 태양은 동쪽에서 떠오르게 된다.

배웅하러 나온 사람이 많았으나 희화는 사람들을 둘러보고 청란이 없자 요진에게 물었다.

“청란은 어디 있어?“

요진이 웃으며 말했다.

“잠이 들어서 함께 가지 못할 것 같어요. 부디 몸조심하세요.”

이어 요진은 품 안에서 편지 한 통을 꺼내며 말했다.

“이 편지를 나 대신 동주왕에게 전해주세요.”

희화는 어리둥절한 채 고개를 끄덕이고 사람들과 일일이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막 백마교에 오르려는데 요진이 다시 한 번 외쳤다.

“자주 들러요!”

희화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백마교에 올랐다.

희화는 가마에 오르자마자 가마 안에 놓인 영롱보검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

“요진은 빈말을 하지 않는구나. 그런데 왜 굳이 청란을 남겨두었을까? 청란도 며칠 놀러 가는 것뿐인데 그렇게 보내기 싫었을까?”

그러다 다시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아니야, 뭔가 이상해. 요진이 이상해……”

백마가 가마를 끌며 그녀와 금오를 태우고 동주를 향해 우아하게 날아갔다. 이때 희화는 어딘지 모르게 불안한 마음에 영롱보검을 만지작거리다가 검집에서 종이 쪽지 하나가 떨어지는 것을 보았다. 그 위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희화, 나를 대신해 인간 세상의 아침 해가 동쪽에서 뜨는 모습을 보아줘. 분명 아주 따뜻하고 아름다울 거야. —— 요진.”

이 말을 본 희화는 온몸에 싸늘한 땀이 났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809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