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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 시즌 4 (8)

화본선생

【정견망】

놀란 혜혜가 꿈에서 깨어나며 말했다.

“너희 두 녀석, 무슨 헛소리를 하는 것이냐?”

말을 마치고 수저(물통) 안의 주(裯, 이불)를 보더니 다시 말했다. “너희 이 주(裯, 이불)는 십 년은 안 빤 것 같구나, 너무 더럽다! 정아, 너는 어째서 온종일 물을 긷다가 이제야 돌아온 것이냐?”

“아가씨, 길을 잃었습니다.” 정아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에휴, 피곤하고 배고프구나. 너희들은 가서 내가 먹을 것 좀 가져오너라!”

혜혜가 짜증 섞인 투로 아도와 아묵에게 말했다.

“부인, 방금 죽 한 그릇이 남았는데… 공자께서 가져가셨습니다.”

아묵이 미안한 듯 말했다.

“그만둬… 내 활은 어디 있느냐? 내 화살은?”

혜혜는 더욱 짜증이 나서 활과 화살을 찾으며, 산짐승이라도 잡아먹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갑자기 아도와 아묵이 긴장하기 시작했다.

혜혜가 위아래 층을 다 뒤졌으나 활과 화살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아도와 아묵의 안색이 좋지 않은 것을 보고 물었다.

“내 활과 화살은 어디 있느냐?”

아도가 말했다. “부인… 부인의 활과 화살은 저희가 저당 잡혔습니다… 좁쌀(粟)로 바꾸었습니다.”

혜혜는 더욱 화가 나서 말했다.

“그럼 어서 돈을 가져가서 찾아와야지!”

아묵이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

“아가씨, 저희 평소 먹거리는 저희 둘과 공자께서 드시기에 겨우 발맞추는 정도라 때로는 저희 둘도 배불리 먹지 못합니다. 저희에게 무슨 돈이 있겠습니까? 요 며칠 아가씨와 정아가 집에 머무니 집안 양식이 도저히 부족했습니다. 제가 공자께 여쭈어보니… 공자께서… 저희더러 아가씨의 활과 화살을 저당 잡아 좁쌀로 바꾸라 하셨습니다.”

혜혜는 생각했다.

‘내 혼수도 다 써버려 돈도 없고, 저들도 돈이 없는데 활과 화살까지 없어졌으니 나를 굶겨 죽일 작정인가?’

나름대로 큰 집안의 아가씨인데 혼수가 그렇게 빨리 바닥날 수 있을까? 이 점에 대해서는… 나중에 다시 서술하기로 한다.

그녀는 생각할수록 화가 치밀어 곧장 위층으로 올라가 장우인의 멱살을 움켜쥐고 씩씩거리며 말했다.

“당신이 내 활과 화살을 저당 잡혔어요?! 당신은 맨날 나더러 일만 시키고 밥도 안 먹이는 건가요?! 당신은 정말 좋겠어요, 매일 여기 이렇게 앉아만 있으면 우리가 다 당신을 모셔야 하니!”

앉아 있던 장우인은 그녀의 행동에 깜짝 놀랐으나, 입가에는 옅은 미소를 띠며 가만히 평상 아래에 있던 야채죽 한 그릇을 꺼내 놓았다.

혜혜는 이 야채죽을 보면서 생각했다.

‘이 죽은 나를 위해 남겨둔 것인가? 혹시 아도와 아묵이 다 먹어버려 내가 먹을 게 없을까 봐 나를 위해 남겨둔 것일까……’

이 생각이 들자 혜혜의 화가 서서히 풀렸다. 장우인의 멱살을 놓고 죽 그릇을 들고 아래층으로 내려와 자신이 반 그릇을 마시고 나머지 반 그릇은 정아에게 주었다.

밤이 되자 혜혜는 여전히 배가 고팠지만, 그 얼음장 같은 얼굴이 자신을 위해 죽 한 그릇을 남겨두었다고 생각하니 활과 화살을 저당 잡힌 일도 완전히 잊어버리고 입가에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번졌다……

갑자기 이 별원에 불청객이 찾아왔다.

“쾅!”

혜혜가 앞마당 죽석 위에 가부좌를 하고 앉아 있는데, “쾅”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걷어차이며 열리고 바람이 들이쳤다. 이어 생김새가 매우 흉악한 검은 옷을 입은 무리가 들어왔다.

그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말했다.

“선수 치는 놈이 임자다! 형제들, 위층으로 올라가 장우인을 죽여라!”

혜혜는 깜짝 놀라 급히 일어나 그들을 가로막으며 물었다.

“그가 너희와 무슨 원한이 있기에 기어코 죽이려 하느냐?”

그 우두머리가 말했다.

“그를 죽이지 않으면, 도리어 그가 우리를 죽이러 오기를 기다리란 말이냐? 업해흑령(業海黑靈), 공격하라!”

혜혜가 놀라고 화가 나서 외쳤다.

“이 막무가내 강도들아! 장우인은 종일 침실에서 가부좌만 하는데 어떻게 너희를 죽이러 간단 말이냐?!”

그 무리는 여전히 위층으로 올라가려 고집했고, 혜혜는 계단 입구를 죽기 살기로 막으며 그들이 올라가지 못하게 했다.

혜혜는 속으로 생각했다.

‘장우인, 당신이 내 활과 화살을 저당 잡혀 이제 병기 하나 없는데 내가 어떻게 당신을 보호하겠어요?’ 사방을 둘러보니 문가에 세워진 부지깽이 하나뿐이었다……

혜혜는 그들을 막을 수 없음을 알고 아예 막지 않기로 했다. 그녀는 얼굴을 가리고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

검은 옷을 입은 자들은 그녀가 웃는 것을 보고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었다.

“너는 왜 웃는 것이냐?”

혜혜는 웃으면서 아묵렇지 않은 듯 그 부지깽이 쪽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내가 장우인더러 너희를 죽이라고 시켰다!”

그 우두머리 흑의인이 무례하게 물었다.

“그럼 너는 누구냐?”

혜혜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대답했다.

“내가 그의 부인이다.”

그러자 검은 옷을 입은 무리가 큰 칼을 들고 눈을 부릅뜬 채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혜혜는 부지깽이를 집어 들고 몸을 가로질러 막았다. 흑의인이 칼을 휘둘러 혜혜의 옆구리를 베려 하자, 혜혜는 부지깽이를 거두고 허리를 숙여 칼을 피하는 동시에 부지깽이를 위로 찔러 올렸다. 부지깽이 끝의 갈라진 부분이 흑의인의 염천(廉泉) 혈을 꿰뚫었다.

혜혜는 이 흑의인이 틀림없이 죽었으리라 생각하고 막 칼날을 붙잡으려 했으나, 흑의인은 그 칼날과 함께 한 줄기 기(氣)로 변해 사라져 버렸다.

흑의인 무리는 더욱 눈을 부릅뜨고 혜혜에게 달려들었고, 혜혜는 빠른 걸음으로 뜰까지 물러나며 생각했다.

‘어찌 된 일이지? 설마 저들은 사람이 아닌가……’

혜혜가 깊이 생각할 겨를도 없이 저들이 다시 칼을 휘두르며 살기를 띠고 달려들자, 혜혜는 이 부지깽이를 들고 그들과 맞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몸을 날려 회전하고, 다리를 후려치며 가로로 뛰고, 긴 것으로 짧은 것을 방어하며, 상대의 힘을 이용해 상대를 치는 등…… 마침내 혜혜는 부지깽이 하나로 흑의인들을 하나씩 소멸시켰다. 마지막 흑의인의 칼이 부러질 때 혜혜의 부지깽이도 두 토막이 났다.

혜혜의 몸 곳곳에는 이미 칼자국이 가득했고, 제대로 서 있기도 힘든 그녀는 거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오늘 밤 아주 배부르게 먹었으니, 나와 씨름 한 판 해보겠느냐?”

그 흑의인이 정말로 그녀에게 달려들자, 그녀는 기세를 타서 쓰러지는 척했다. 흑의인이 그녀의 몸 위로 덮치려 할 때 그녀는 영리하게 옆으로 굴렀고 흑의인은 허탕을 쳤다.

흑의인이 바닥에 엎드린 찰나에 혜혜는 훌쩍 뛰어올라 그 목 위에 올라탔다. 그리고 반 토막 난 부지깽이를 들고 온 힘을 다해 그 갈라진 끝을 풍지(風池)에 찔러 넣었다. 마지막 흑의인 역시 한 줄기 기로 변했다.

혜혜는 온몸이 피투성이가 된 채 바닥에 쓰러져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그녀가 깨어났을 때는 이미 다음 날 정오였고, 정아와 아도, 아묵이 모두 곁에서 보살피고 있었다.

그녀가 깨어나서 처음 내뱉은 말은 이것이었다.

“장우인은 어떠냐?”

정아가 울먹이는 소리로 말했다.

“아가씨, 어쩌다 이렇게 다치신 겁니까? 노비(奴婢)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릅니다!”

혜혜는 주변을 둘러보아도 장우인이 보이지 않자 다시 물었다.

“장우인은 어떠냐니까?”

정아가 말했다.

“위층에 계십니다. 그분은 내내 위층에만 계시지 않았습니까?”

혜혜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내가 이렇게 다쳤는데, 왜 나를 보러 오지 않는 것이냐?”

모두가 서로 얼굴만 쳐다보고 있자 아도가 얼른 말했다.

“그렇지요… 그렇구말고요. 공자께서 참으로 무례하시니 제가 가서 모셔오겠습니다.”

아도가 위층으로 올라가 장우인에게 말했다.

“아가씨께서 깨어나셨습니다. 공자님, 가서 좀 보시지요!”

장우인은 잠시 생각하더니 천천히 일어나 아래층으로 내려왔다.

그러나 그는 혜혜의 침상 곁으로 다가와서도 걱정하는 기색도, 위로하는 말도 없었으며, 가련해하는 기미조차 없이 그저 그곳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혜혜는 그의 얼굴을 보고 크게 실망했으나, 억지로 입을 열어 말했다.

“어제 비적(匪賊) 무리가 와서 당신을 죽이려 했어요. 무슨 업해흑령이라는 자들이었어요.”

정아는 그제야 아가씨가 장우인 때문에 연루되어 이렇게 다친 것임을 알아채고 분개하며 말했다.

“그들이 누구를 죽이든 무슨 상관입니까! 아가씨께서는 그냥 길을 터주셨어야지, 죄도 없는데 이렇게 다치시다뇨!”

그러자 장우인이 평온하게 말했다.

“죄가 없진 않다. 업해흑령은 오직 죄업(罪業)이 있는 사람만 찾아간다.”

정아는 눈을 크게 떴다. 세상에 이토록 무례하고 무정하며 말주변도 없는 사람이 다 있나 생각하던 찰나, 아가씨가 쉰 목소리로 호통치는 소리가 들렸다.

“장우인! 이 인간미라고는 없는 개 같은 놈아! 콜록콜록…… 콜록콜록……”

“아가씨, 화를 가라앉히십시오! 아가씨, 몸 상하십니다……”

정아가 서둘러 말했다.

“콜록콜록…… 콜록콜록…… 저 인간 나가라고 해라, 꼴도 보기 싫다!”

혜혜는 화가 나서 위장을 움켜쥐었고 위경련이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아도와 아묵은 전전긍긍하며 서둘러 장우인을 다시 위층으로 끌고 올라갔다.

장우인은 그곳에 앉아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듯 생각했다.

‘그녀는 왜 화를 내는 것일까? 내가 말한 도리가 틀렸단 말인가? 틀리지 않았다… 업해흑령은 정말로 업(業)이 있는 자만 찾아가는데… 그녀는 또 나더러 인간미 없는 개 같은 놈이라니, 인간미라니……’

장우인은 도무지 갈피를 잡지 못해 아묵에게 물었다.

“그녀는 어찌하여 화를 내는 것이냐?”

아묵이 장담하며 말했다.

“공자님, 평소에 이야기꾼의 말을 듣지 않으셔서 모르시는 모양인데, 제가 듣기로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예절이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누군가 병들거나 다치면 반드시 문안을 가야 하고, 선물도 챙겨가야 합니다. 부인께서 다치셨는데 문안도 안 가시고, 가셔서는 빈손이었으니 너무 무례하셨습니다! 부인께서 분명 그 때문에 화가 나신 겁니다!”

아도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에 차서 말했다.

“그렇습니다, 공자님. 공자님께서 이렇게 다년간 수련하셨다지만 사람이 살아가는 이런 처세의 도리는 잘 모르십니다.”

장우인은 그제야 깨달은 듯 생각했다.

‘과연 그렇구나. 그런데 내가 무슨 선물을 그녀에게 주어야 한단 말인가……’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55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