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 | 简体 | 正體 | English | Vietnamese

산문: 대지의 혼(魂)

청류(淸流)

【정견망】

풀이 깨어남은 대지의 깨어남이며, 풀——이 대지의 혼은 나를 감동시키고 만물 생령을 감동시키며 생명에게 하나의 참신한 세계를 열어준다.

이른 봄, 처음 싹트는 어린 풀은 내가 봄에 대해 느끼는 최초의 감촉이다. 마당의 한구석이나 길가, 혹은 황야에서 뜻하지 않게 그것은 당신에게 놀라움을 가져다준다. 봄이 정말 왔구나! 나아가 당신이 만물의 기상을 보고자 하여 시선을 교외의 들판과 강가 모래사장으로 던지고 먼 산을 넘어가는 순간, 당신은 깜짝 놀랄 것이다. 당신 눈앞에는 한 줄기 옅은 초록빛이 펼쳐져 있다. 방금까지의 황량함은 어디로 갔는가? 어떻게 모르는 사이에 눈앞에 이토록 거대한 변화가 일어났단 말인가? 바람은 부드럽고 햇살은 따스하며 귓가에는 새들의 지저귐이 들려오니, 마음은 어느새 끝없는 봄의 정취 속으로 녹아든다.

“풀빛은 멀리서 보면 보이나 가까이 가면 없으니(草色遙看近卻無)”, 그 갓 돋아난 풀은 손에 닿을 듯하면서도 멀어지는 듯하다. 당신은 그것이 아직 힘이 부족하다고 느낄지 모르나, 이 부드럽고 은은한 빛무리 속에는 바로 더할 나위 없이 견인(堅靭)한 힘이 배어 있다. 그것은 아직 찬 기운이 성성한 가운데 기다리는 눈동자이며, 고독과 갇힘 속에서 벗어나려는 마음이고, 한 영혼이 세상을 느끼는 지극히 섬세한 지각이니 그것이 바로 처음 돋아나는 풀이다.

예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교외로 나들이하며 파릇한 풀을 밟는 답청(踏靑)을 즐기는 것은 아마도 봄의 비할 데 없는 치유력 때문이 아니겠는가? “풀빛은 멀리서 보면 보이나 가까이 가면 없다”는 의경(意境)은 봄을 기다리는 이의 정서이자 대지 변화의 오묘함이다. 대지가 초록으로 물들고 나무들도 화려한 옷을 입으며 꽃들이 다투어 아름다움을 뽐낼 때, 그 누가 곁에 있는 작은 풀에 주의를 기울이겠는가? 하지만 이 작은 풀이 없다면 세계가 어찌 세계이겠는가?

이 맑고 신선한 풀빛은 대지의 참신한 페이지를 펼쳐준다. 사람들은 꽃이 비단처럼 수놓아진 봄 풍경을 동경하지만, 정작 풀과 나무가 대지에 펼쳐진 장관과 그것들이 땅을 뚫고 나오는 충격은 소홀히 한다. 눈보라 속에서 생명이 보여준 인내와 묵묵히 견딤, 세월의 연마와 시험, 이러한 고귀한 품격은 세월을 관통하여 고금을 빛낸다. 어쩌면 사람은 차가움 속에서 따스함을 더 잘 읽어낼 수 있을지 모르니, 기쁨이든 슬픔이든 이 옅은 풀빛 속에서는 모두 봄바람을 맞이하듯 환해질 것이다. 풀의 일생은 비천하면서도 견인하지만, 부드러움으로 세상의 단단함을 덮어주며 사람들에게 수많은 계시를 준다. 풀은 내게 생명의 본래 모습을 보여준다.

이는 나로 하여금 어떤 사람들을 생각나게 한다. 그들은 진솔하고 선량하며 견인하고 용감하다. 개인의 득실을 따지지 않고 명리를 쫓지 않으며 묵묵히 봉사한다. 마음속에 진선인(眞善忍)을 품고 난세 속에서 문명의 씨앗을 뿌린다. 그들은 들풀과 같은 개성과 품격을 지니고 있다.

내가 다시 들판으로 눈을 돌렸을 때, 이 처음 돋아나는 풀은 나에게 비할 데 없는 애련함을 불러일으킨다. 풀은 세간의 아름다움을 빚어냈으며 대지의 가장 부드러운 내면을 세상에 보여주어 생명의 진념(眞念)을 깨운다. 평범함 속에서 그들의 꿋꿋한 견딤은 세계를 풍요롭고 따뜻하게 만든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1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