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이때 자항이 방으로 들어와 양회가 이미 완전히 나은 것을 보았다.
그녀는 품 안에서 비단 주머니 하나를 꺼냈는데, 이 비단 주머니 속에는 원시천존의 세가닥 기(氣)가 담겨 있었다. 그녀가 양회에게 말했다.
“아가씨, 이것은 사부님께서 당신에게 주시는 비단 주머니입니다. 이 비단 주머니는 당신의 어떠한 소원이라도 세 번 변화시킬 수 있으니 긴급한 순간에 사용하십시오.”
양회는 매우 신기하게 느꼈고, 서기의 모든 것이 매우 신기하게 느껴졌다.
자항은 그녀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
“가시지요, 아가씨. 제가 강 승상에게 데려다드리겠습니다.”
그녀는 비단 주머니를 들고 기뻐하며 자항을 따라 방을 나섰다.
이때 강자아는 너무 지친 나머지 탁자에 엎드려 잠이 들어 있었다.
그녀는 옥정, 천유, 후돈 세 사람이 그곳에 앉아 말없이 웃고 있는 것을 보았으나, 단지 낯이 익을 뿐 한 사람도 알지 못했다.
자항이 말했다.
“아가씨, 이 세 분도 모두 원시도인 문하의 제자이자 당신의 사형입니다. 이분은 옥정(玉鼎)진인, 이분은 태을(太乙)진인, 이분은 황룡(黃龍)진인입니다.”
양회가 보니 선풍도골을 갖춘 이 세 진인이 뜻밖에도 자신의 사형인지라, 급히 한 분 한 분에게 공경히 예를 갖추었다.
후돈은 우스운 생각이 들어 그만 “풉”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천유가 그를 툭 치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
“사매가 수련하는 미혹(迷)를 깨면 사매는 하늘로 돌아갈 수 없소!”
후돈은 다시 급히 엄숙해지며 말했다.
“비록 처음 보지만 모두 같은 문중의 식구이니 사매는 예를 많이 갖출 필요 없다.”
양회는 감히 공경하지 않을 수 없어 다시 공경히 예를 올렸는데, 이것이 그들 셋을 몹시 웃고 싶게 만들면서도 감히 웃지 못하게 하여 표정들이 모두 묘해졌다.
이때 탁자에 엎드려 잠을 자던 강자아가 무슨 슬픈 꿈을 꾸었는지 잠결에 울기 시작했다.
자항이 강자아를 가리키며 양회에게 말했다.
“저분이 바로 주나라를 도와 주왕(紂王)을 정벌할 강 승상입니다. 밤낮으로 노고가 많아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드셨군요.”
자항이 다시 농담조로 말했다.
“아마 꿈속에서 무슨 소원을 이루지 못했는지 슬픔을 가누지 못하는 모양입니다.”
방금 전 그 세 사람은 본래 양회의 전세(前世)와 아주 잘 아는 사이였는데, 금방 양회가 공경히 예를 올리는 것을 보고 이미 매우 우스웠던 터에 다시 자항이 그렇게 말하고 자아가 잠든 모습까지 특이한 것을 보자 결국 참지 못하고 모두 하하대며 크게 웃었다.
양회는 사형들이 강 승상을 비웃는 줄로만 알았지 사형들이 자신을 비웃는 줄은 몰랐다. 그녀는 단지 이때의 분위기가 비교적 즐겁다고 느껴 비단 주머니를 들고 강 승상 앞으로 다가갔다.
이때 강자아는 웃음소리에 놀라 깨어나 눈을 비비고 있었다. 양회는 웃음을 가득 머금고 강 승상 앞에 다가가 비단 주머니를 들고 막 잠이 덜 깬 강자아에게 말했다.
“강 승상님, 무슨 소원이 있으신가요? 제가 이루어 드릴 수 있습니다.”
강자아가 이 말을 듣자,
“무슨 소원이 있으신가요? 제가 이루어 드릴 수 있습니다.”
이 구절이 너무나 익숙했다!
강자아가 졸린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보니, 웃음을 머금은 이 여인을 보고 강자아는 눈을 크게 떴다!
“무슨 소원이 있니? 내가 이루어 줄 수 있단다…… 유성우를 보고 싶구나…… 여기 앉아서 기다리거라, 잠시 후면 가장 찬란한 유성우가 내릴 거란다……”
이 몇 구절은 일찍이 강자아의 귓가에 수년간 맴돌았고, 강자아의 어린 시절 전체를 함께했으며, 또한 강자아로 하여금 수련하겠다는 소원을 세우게 했다.
강자아는 멍하니 양회를 바라보며 말했다.
“……당신…… 당신은…… 너무 닮았습니다! 너무 닮았어요! 당신은……”
양회가 물었다.
“강 승상님 제가 누구를 닮았다고 생각하시나요?”
자항이 얼른 다가가 양회에게 말했다.
“아가씨, 강 승상께 예를 올리세요.”
양회가 예를 올리며 말했다.
“민녀(民女 백성의 딸) 양회가 강 승상님을 뵙습니다.”
강자아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말했다.
“양회 아가씨, 그리 예를 갖출 필요 없습니다.”
…………
장우인은 요 며칠 집안이 많이 조용해졌다고 늘 느꼈지만 자세히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양회가 이미 장가만을 떠났다는 사실도 몰랐다. 결국 누구의 거취든 그는 일찍이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는 다만 의아할 뿐이었다. 제1층 서른세 관문이 지난 지 거의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왜 제2층은 좀처럼 오지 않는 것일까……
그가 그곳에 앉아 생각하고 있는데 갑자기 몸의 어떤 혈자리에서 “팍! 팍! 팍! 팍! 팍! 팍! 팍!” 하고 일곱 번의 연속된 울림이 느껴졌다.
사실 이것은 홍균노조가 구름 끝에 앉아 그가 봉인하고 있던 일곱 구멍을 열어준 것이며, 이와 함께 제2층의 관문과 난관이 닥쳐온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제2층 서른세 관문은 무엇일까……
장우인은 일곱 영규(靈竅)가 열린 후 별다른 큰 이상은 느끼지 못했고, 다만 천목 부분의 숙명통이 조금 더 열리고 몸의 다른 기능들이 더 쓰기 좋아졌음을 느꼈다. 사실 그는 자신의 심지가 이때 이미 정상적인 사람으로 회복되었음을 알지 못했다.
그는 자신을 살펴보고 다시 방 안을 둘러본 뒤 창가를 보았는데, 창가에 연용고 몇 조각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갑자기 그는 무언가 생각난 듯 아래층으로 달려 내려갔다!
그는 아래층에서 초조하게 찾다가 아도를 보고 다급히 물었다.
“부인은 어디 있느냐? 그녀가 어젯밤 고열이 났는데! 어디로 갔단 말이냐?”
아도도 부인이 어디로 갔는지 몰랐다. 장우인은 다시 얼른 아묵에게 물었다.
“부인을 보았느냐? 그녀가 어젯밤 고열이 있었는데.”
아묵도 고개를 저었다. 이때 마침 정아가 돌아왔는데 아가씨가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듣고 아마 무언가 사러 나갔으려니 생각하며 개의치 않았다. 그러다 이불을 정리할 때 비단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편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어제 연꽃을 따러 연못에 들어갔다가 찬물에 몸이 젖어 우연히 풍한에 걸렸구나. 밤에 고열이 나 세 통의 얼음물을 온몸에 끼얹었으나 불행히 정신을 잃었는데, 다행히 자광 이모님이 사부님의 명을 받들어 나를 구하러 오셨다.
이번에 서기로 가는 일이 급하여 먼저 가니 며칠 지나지 않아 다시 돌아와 너를 데려 가마.
양회.”
“편지에 뭐라고 적혀 있느냐?” 장우인이 물었다.
정아는 오늘의 장우인이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어찌 아가씨를 걱정할 수 있단 말인가? 예전에는 아가씨의 생사에 대해 그는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다.
정아가 편지를 장우인에게 건네주자 장우인은 열어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두 줄기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원래 그녀의 이름이 양회였구나.”
정아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허, 남편이 편지의 발신인을 보고서야 아내의 성명을 알게 되다니 참으로 세상의 기이한 일이군요.”
장우인이 다시 슬퍼하며 말했다.
“그녀가 어젯밤 틀림없이 매우 괴로웠을 것이다.”
정아는 장우인이 눈물 흘리는 것은 보지 못하고, 다만 그녀가 어젯밤 틀림없이 매우 괴로웠을 것이라는 말만 듣고서 말했다.
“그게 무슨 대수인가요? 아가씨가 당신을 위해 화살을 맞고 부상당해 목숨이 위태로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녀는 어제 분명 당신을 위해 연못에서 연씨를 따서 연용고를 만드셨을 거예요, 맞죠?”
장우인이 말했다.
“그렇다.” 말을 마치고 다시 두 줄기 눈물이 흘러나왔다.
정아가 또 말했다.
“아가씨는 아마 전생에 당신에게 목숨 빚을 졌나 봅니다. 아마 언젠가 당신이 그녀에게 목숨을 내놓으라고 해도 그녀는 싱긋 웃으며 줄 거예요…… 아가씨가 자광 이모님께 이끌려 가셨으니 아가씨가 돌아오면 저도 데려가겠지요. 생각만 해도 기쁘네요!”
말을 마치고는 기뻐하며 나갔다. 정아는 예부터 양회가 하는 말을 조금도 의심하지 않았는데, 양회는 전부터 자신이 한 말은 반드시 지켰고 데리러 오겠다고 하면 반드시 돌아와 데려갈 것이기 때문이었다.
장우인은 이 편지를 움켜쥐었고 귓가에는 그 구절이 맴돌았다.
“아가씨가 당신을 위해 화살을 맞고 부상당해 목숨이 위태로웠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이 구절이 귓가에 오랫동안 맴돌자, 장우인은 천목으로 양회가 장가만에 시집온 때부터 오늘 아침 떠나기 전까지의 이 1년 동안의 경험을 회상해 보았다.
그는 양회가 자신은 들여우만 잡아먹으면서 그에게는 들토끼를 잡아다 준 것을 보았다……
그는 양회가 그를 위해 업해흑령과 죽기로 싸워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것을 보았다……
그는 양회가 초조하게 명사기사로 그를 찾으러 갔다가 기방에 갇혀 그 들토끼에게 화살을 맞고 목숨을 위협받는 것을 보았다……
그는 또 양회가 중상을 입고도 말을 구하고 여전히 정절을 옥처럼 지켰으며, 병상에서도 침선 일을 하며 집안을 꾸려가고 외간 남자가 보내온 재물은 받지 않는 것을 보았다……
어제 그를 위해 연용고를 만들다가 풍한에 걸리기까지, 가냘픈 여인이 이와 같은 방식으로 스스로를 구하려 했으니 틀림없이 극도로 막막했을 것이다……
장우인은 생각했다.
양회가 겪은 이 모든 일 중 어느 하나 자신과 관련 없는 것이 있는가? 그런데 자신은 어떠했는가? 매번 이토록 냉막하고 무정하며 선한 마음과 측은지심이 없었으니 참으로 ‘혼이 빠진 놈’이었다.
“나는 정말 쓸모없는 놈이로구나!” 장우인이 눈물을 흘리며 말했다.
“아가씨는 아마 전생에 당신에게 목숨 빚을 졌나 봅니다. 아마 언젠가 당신이 그녀에게 목숨을 내놓으라고 해도 그녀는 싱긋 웃으며 줄 거예요……”
장우인은 갑자기 정아의 이 말이 생각나 급히 숙명통으로 자신과 양회의 전세 인연을 살펴보았다.
장우인도 여전히 수련 중인 사람이었기에 숙명통으로 보는 것이 자연히 아주 온전하지는 않았다.
그는 다만 희미하게 보았다.
양회의 전생은 군마(軍馬)를 탄 여장군 같은 모습이었는데, 이 여장군이 온통 유리로 된 날카로운 검 한 자루를 쥐고 단칼에 그의 심장을 꿰뚫는 것을 보았다.
장우인은 여기까지만 보았다. 그는 생각했다.
‘이 목숨은 목숨으로 갚아야 하니 인과는 예부터 헛되지 않구나. 이를 어쩌면 좋단 말인가? 어떻게 해야 그녀가 이 칼에 찔릴 겁난을 피하게 도와줄 수 있을까…… 우선 그녀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보아야겠다.’
그리하여 장우인이 다시 천목으로 살펴보니 이러했다.
양회는 군영 대장막 안에서 몇 사람과 희희낙락 대화를 나누고 있었고, 한 도인이 두 손으로 천에 덮인 병기를 받들어 양회에게 올리자 양회가 그것을 열어보았는데, 뜻밖에도……
장우인은 깜짝 놀랐다! 이것은 바로 전생에 그의 심장을 찔렀던 그 유리 보검이 아니던가?!
장우인은 생각했다.
‘큰일이구나, 이 검이 이미 나타났으니 아마 이 인과응보도 곧 닥쳐올 것이다. 내가 그녀를 구할 방법을 생각해야겠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58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