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추(夏秋)
【정견망】
낮에는 햇살이 여름처럼 뜨겁지만, 밤이 되면 양상이 달라진다.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가 물처럼 시원하다. 아침저녁으로 밖을 거닐려면 두툼한 옷이 필요하지만, 솜옷은 때에 맞지 않는다. 이것이 봄인가? 맞다! 벌써 5월이니 초여름 풍경이어야 하건만, 추위가 느껴질 정도로 서늘하다. 절기가 마치 뒤섞인 듯하나 초목은 여전히 거침없이 자라고 있다.
농사짓는 농부들 중 어떤 이는 파종을 좀 더 기다려야 할지 의혹을 품고, 어떤 이는 망설임 없이 때가 되었다고 말한다. 보라, 나무가 푸르러졌고 산꽃이 피었는데 무엇을 더 기다리겠는가? 그렇다! 계절은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 올해 봄은 너무나 이상하여 산의 빛깔과 땅의 온도가 한 계절 정도 어긋난 듯하다. 산색은 이미 짙어졌고 잡초가 대지를 뒤덮었지만, 아침저녁 날씨는 여전히 매우 서늘하다. 그 서늘함 속에서도 초목이 싹트는 발걸음은 망설임이 없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높고 낮은 진하고 연한 초록빛이 겹겹이 쌓여 먼 곳까지 이어지며, 무한한 상상력과 거대한 힘의 충격을 안겨준다.
이것은 평범하지 않은 봄이며, 봄의 내음 속에는 흙먼지의 기운이 더해졌다. 사람들의 기대 속에서 날들은 꽃이 피고 지며 흘러가고, 나뭇잎은 연한 색에서 짙은 색으로 변하며 빽빽해져 맞은편의 산과 집을 가린다. 어떤 이는 봄빛이 이미 멀어졌음을 한탄하고, 어떤 이는 부드러움이 흩어짐에 적막해한다. 우리는 따스한 봄빛에 익숙해졌고 시적인 새소리와 꽃향기에 익숙해졌지만, 봄 또한 늘 순탄치만은 않다는 사실을 생각지 못한다. 사람들은 날들이 천천히 흐르기를 바라고 바람과 비가 순조롭기를 바라며 인생이 순풍에 돛 단 듯하기를 바라지만, 흔히 비바람은 예측하기 어렵고 슬픔과 기쁨은 덧없다. 고난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조물주의 깊은 돌보심을 느끼며, 살아있는 것의 소중함과 또 사는 것이 쉽지 않음을 깨닫는다.
바람과 찬 기운은 초목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못하는 듯하다. 그것들은 처한 환경에 개의치 않고 언제나 때에 맞춰 생겨난다. 철 지난 서늘함과 냉기가 잠시 기세를 부릴 수는 있어도, 어찌 시간의 신이 휘두르는 예리한 검을 당해낼 수 있겠는가? 바람이 산야를 휩쓸고 지나가니 봄은 이미 깊었고 만물은 풍요롭다. 그것은 조물주의 흔들림 없는 의지다. 친구여, 당신은 아직 무엇을 망설이는가?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302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