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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 시즌 4 (32)

화본선생

【정견망】

그녀는 생각에 잠긴 채 아침 식사를 하다가 시녀에게 말했다.

“도액성군을 모셔오너라. 물어볼 일이 있다.”

“명령을 받들겠습니다.”

그녀는 아침 식사를 마치고 정자에 앉아 도액성군을 기다렸다. 정자 옆 연못에는 그녀의 그림자가 비쳤고, 햇살이 비치자 그녀의 머리에 꽂힌 유리 비녀가 오색찬란한 빛을 발했다.

그녀는 연못 속의 자신을 바라보다가 머리에서 비녀를 뽑아 손바닥 위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비녀는 다시 한 자루의 날카로운 검으로 변했다. 그녀는 이 검을 바라보며 만요진을 깨뜨릴 때의 과정을 세세히 회상했다.

“그녀는 정곤유리검을 손에 쥐고 직접 거대한 와요(訛妖) 수십 마리를 베어 넘겼다. 그런데 바로 이때 갑자기 천지가 진동하고 산이 흔들렸다.”

그녀는 깊은 생각에 빠졌다가 갑자기 무언가 깨달은 듯 말했다.

“정말로 지진이 일어난다! 역시 시집간 후에는 경솔하게 다시 움직여서는 안 된다.”

“도액성군이 둘째 전하를 뵙습니다.”

그녀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유리 비녀를 머리에 꽂으며 웃으며 말했다.

“성군은 이리 와서 앉으세요. 차를 내오너라.”

성군은 요곤의 맞은편에 앉아 물었다.

“전하께서는 노신에게 무엇을 묻고자 하시는지요?”

“성군, 37만 년 후 장가만의 안배에 대해 묻고 싶소.”

도액성군은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다.

“이번 안배는 꽤 관건적이고 중요해서 오랫동안 상의한 끝에 결정되었습니다.”

요곤이 다시 물었다.

“내가 열여덟 살 때 현궁의 검에 심장이 찔려 죽게 된다는데, 맞소?”

“틀렸습니다. 검에 심장이 찔리기는 하지만 죽지는 않습니다.”

“심장에 구멍이 뚫렸는데 어찌 죽지 않을 수 있단 말이오?”

도액성군이 웃으며 말했다.

“신(神)이 살라고 하면 살고, 신이 죽으라고 해야 죽는 법입니다. 비록 심장이 찔렸을지라도 당신은 죽지 않습니다. 다만 며칠 밤낮을 고통받아야 할 뿐입니다.”

“며칠 밤낮이라고?”

요곤이 자세히 회상해 보니 자신은 그리 오래 아프지 않았다. 불과 1각(一刻鐘)도 채 되지 않아 아무것도 모르게 되었고, 그 후 아득하게 이곳으로 왔다.

“그다음은 어떻게 되는 것이오?” 요곤이 물었다.

“그다음에는 그대가 큰 전하와 함께 장가만을 다스리다가, 노년에 이르러 두 분이 함께 원만(圓滿)을 이루어 천궁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노년에 우리가 원만을 이룬다고? 함께 천궁으로 돌아온다고? 이리도 장난 같은가? 어찌 원만을 이루고 못 이루는 것까지 다 정해져 있단 말이냐?” 요곤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도액성군은 다시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전하께서는 아직 젊으셔서 너무 진지하지 못하십니다. 저 부원신(副元神)의 수련이란 연극이 아닙니까? 그것을 설마 진수(真修 진정한 수련)라 생각하십니까?”

요곤이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다.

“연극이라?”

도액성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연극입니다. 한 단락의 이야기를 연기해 문화를 다짐으로써 후세에 참고할 수 있게 하는 것이죠.”

요곤은 차가운 기운을 들이마시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했으나, 진정이 되지 않는 듯 서둘러 찻물을 마시고 도액성군에게도 차를 따랐다. 하지만 정신이 황홀한 탓에 찻물이 넘쳐흐르는데도 알지 못했다.

도액성군은 찻물이 쏟아지는 것을 보고 급히 찻물을 향해 말했다.

“돌아가라, 돌아가라, 돌아가라(回兮, 回兮, 回兮).”

넘친 찻물은 다시 찻주전자 속으로 들어갔다.

요곤은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성군, 그때 내 이름이 양혜혜(楊惠兮) 하나뿐이었소?”

성군은 차를 한 모금 마시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습니다. 양혜혜라 불렸습니다.”

“그럼 양회(楊回)는?”

“양회라고요? 양회가 누구입니까?”

그녀는 과거의 안배 속에는 자신이 이름을 바꾼 일이 음을 깨달았다. 그녀가 다시 물었다.

“성군, 안배가 정해진 후에 다시 수정되기도 하오?”

성군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이미 정해진 일은 다시 고치지 않습니다. 이것들은 나무의 가지와 같아서 하나를 건드리면 온몸을 다 건드리기 때문입니다.”

요곤은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물었다.

“그럼 37만 년 후에 나와 현궁이 연기하고 있을 때, 우리의 일념에 의해 이 모든 것이 바뀔 수도 있소?”

도액성군은 생각에 잠기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바꿀 수 없는 것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바꿀 수가 없습니다. 많은 일은 아주 높고 아주 높은 신이 참여해 안배한 것인데 누가 그것을 움직일 수 있겠습니까? 전하, 왜 자꾸 그것을 바꾸려 하십니까? 당신께 안배된 것이 꽤 좋지 않습니까?”

그녀는 냉소를 지으며 말했다.

“하하, 내가 보기엔 사람이 미혹 속에 있으면 고생이 너무 커서 나빠지기 쉬어요. 만약 내가 고생을 견디지 못해 자살이라도 한다면, 이 모든 것이 전부 망가지지 않나요?”

“전하, 공연한 걱정 하지 마십시오. 뭇 신의 지혜로 안배된 일이라 결코 오류가 있을 수 없습니다.”

“그럼 만약 정말 오류가 생기면 어찌 하오? 나타나지 말아야 할 상황이 나타난 적은 없었소?” 요곤이 진지하게 도액성군의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도액성군도 진지해졌다. 그는 요곤을 바라보며 말없이 손가락 하나를 입술에 세우고 고개를 저었다. 요곤은 그에게 말 못 할 사정이 있음을 보았다. 그 뜻은 ‘전하께서는 더 이상 묻지 마십시오’라는 것 같았다.

그는 찻잔을 들고 흙을 한 줌 집어넣어 요곤에게 보여준 뒤, 그 더러워진 찻물을 버렸다. 뒤이어 소매를 흔들자 아까와 똑같이 찻물이 담긴 잔이 나타났다. 잔에서는 김이 모락모락 났고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차를 마시기 시작했다.

요곤은 이 광경을 보고 갑자기 소름이 돋았다. 그녀가 말했다.

“신(神)이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낡은 것을 없애는 것만큼이나 간단하군요.”

도액성군은 더 이상 말하지 않고 묵묵히 차만 마셨다. 요곤 역시 말없이 차를 마셨다. 한참이 지나서야 도액성군이 입을 열었다.

“노부(老夫) 역시 이 찻잔 속의 차일 뿐입니다, 휴…….”

성군은 잠시 슬퍼하는 듯하더니 갑자기 수심 가득한 얼굴을 바꾸어 단호하게 말했다.

“하지만 노부는 후회하지 않습니다! 삼계에 온 이상 무엇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천겁(天劫 하늘처럼 큰 겁난)을 건너지 못하면 맹세코 돌아가지 않겠습니다!”

도액성군은 말을 마치자 상을 치며 일어나 찻잔을 들고 술을 마시듯 단숨에 들이켰다!

그는 다시 양손을 펼치고 소매를 내린 채 두 손바닥을 가슴 옆에 겹쳐 대니 순식간에 정신이 맑아 보였다. 이어 정중하게 몸을 굽혀 물었다.

“전하, 더 물으실 것이 있으신지요?”

요곤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저었다. 도액성군은 몸을 꼿꼿이 세우고 두 손을 맞잡고 포권하며 요곤에게 말했다.

“전하, 노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요곤은 물러가는 늙은 신선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그가 갑자기 젊고 강인해진 듯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의기충천한 영웅과도 같았다. ‘천겁을 건너지 못하면 맹세코 돌아가지 않으리라’는 그 말은 폐부에서 우러나온 진실한 외침이었다.

“‘삼계에 온 이상 무엇을 두려워하겠습니까? 천겁을 건너지 못하면 맹세코 돌아가지 않겠습니다’는 이 말은 무슨 뜻일까?” 요곤은 혼잣말을 했다.

그녀는 일어나 동궁으로 날아갔다. 그녀가 동궁에 들어서자 그가 문 앞에 앉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그녀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오지 않은 이는 요곤이고, 온 이는 바로 양회로구나.”

그녀도 웃으며 말했다.

“현궁의 숙광경(宿光鏡)을 빌리러 왔어요.”

그가 손가락으로 미간을 긋자 미간에 틈이 생겼고, 손가락으로 그 속에서 작은 거울 하나를 끄집어냈다. 그가 작은 거울을 공중에 던지자 거울은 커다란 거울로 변했다.

그가 물었다.

“무엇을 보고 싶으냐?”

“처음부터 보고 싶어요. 9천 년 전 요곤의 탄생을 보여주세요.”

그가 중지를 퉁기자 거울 면이 물을 뿌린 듯 ‘촤악’ 하며 한 폭의 그림이 펼쳐졌다.

광활한 우주 속에 한 줄기 선이 나타났는데, 그것은 ‘일(一)’ 자였다.

이어서 우주의 각종 물질이 이 ‘一’ 자 주변에서 운화(運化)하고 선회하며 얽히기 시작했다.

갑자기 우주의 각종 물질이 ‘一’ 자 아래에서 응집되고 또 응집되었다. 회전하고 다시 회전하며, 나뉘었다가 합쳐지기를 여러 번 반복했다.

점차 우주의 각종 물질은 ‘一’ 자 아래에서 하나의 구(球)를 형성했다. 이 구는 점차 중간에서 갈라지더니 마침내 두 쪽으로 나뉘었다.

이 두 개의 반구 중 하나는 매우 활발해 보였고 하나는 매우 고요해 보였다.

활발한 것은 ‘一’ 자 옆에서 끊임없이 움직였고 고요한 것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고요한 것이 커지면 활발한 것이 작아졌고, 고요한 것이 작아지면 활발한 것이 커졌다.

고요한 것이 어두워지면 활발한 것이 밝아졌고, 고요한 것이 밝아지면 활발한 것이 어두워졌다.

마지막으로 고요한 것은 ‘一’ 자의 왼쪽 아래로 이동했고, 활발한 것은 ‘一’ 자의 오른쪽 아래로 이동했다.

두 반구는 동시에 얇아지고 또 얇아지더니 결국 큰 ‘一’ 자 아래에 두 개의 작은 ‘一’ 자가 되었다.

점차 이 큰 ‘一’ 자는 위로 솟아올라 우주의 가장 높은 곳에 이르렀을 때 한 줄기 빛으로 변하여 온 우주 주변을 감싸 안았다.

두 개의 이 작은 ‘一’ 자는 점차 커지고 또 커져서 이 소우주(小宇宙)만큼 커졌다. 다시 굽어지기 시작하더니 하나의 원(圓)을 이루었고, 이 원은 끊임없이 회전하고 뒤집혔다. 그 속에서 가벼운 물질은 점차 위로 오르고 무거운 물질은 아래로 가라앉아 두 가지 색을 형성했다.

점차 두 색의 경계가 뚜렷해지더니 원의 중간에 ‘S’자 형태의 선이 나타났다.

나중에 이 선이 ‘팍’ 하고 갈라지며 그 안에서 네 가지 물질이 생겨났다.

이 네 가지 물질은 형체는 없었으나 각기 다른 색과 질감의 안개 같았으며, 살아있는 생명체였다. 그들은 서로 운동하며 다시 형언하기 어려운 여덟 개의 생명체를 낳았다.

그렇게 끊임없이 생겨나고 또 생겨났다…….

그러나 새로운 물질이 생겨나면 그것을 낳은 물질은 무형(無形)으로 변하여 보이지 않게 되었다.

점차 우주에는 온갖 물질이 생겨났으나 그것들은 기체 같기도 하고 안개나 점 같기도 하여 아득하기만 할 뿐 구체적인 형상이나 사회 관계는 보이지 않았다.

그녀는 한참을 보다가 물었다.

“요곤은 어디 있죠?”

그가 말했다.

“요곤은 방금 그 태극(太極) 중 아래쪽 부분이다.”

그녀가 그를 바라보았다. 그 역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는 그녀의 할 말을 잃은 표정을 보고 무언가 깨달은 듯 물었다.

“이것은 무형(無形)의 공간이란다. 너는 유물(有形)의 공간을 보고 싶은 것이냐?”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6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