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이덕부(李德孚)
【정견망】안나는 세 아이와 전(前) 남편을 한 차례 비행기 사고로 잃었다. 그녀는 유명한 정신과 의사의 치료를 받다가 우리 한의원으로 왔다. 그녀의 담당 의사는 내게 “안나는 비행기 사고가 있었던 시간만 되면 발병합니다. 저는 정서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이론적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기에, 어떻게 치료할 방법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눈에 고인 동정의 눈물과 그래도 어쩔 수 없다는 눈빛은 전력을 다 해 치료했음에도 아무런 효과를 보지 못했고 더 이상 치료할 능력도 없음을 뜻했다.
비행기 사고가 발생했을 때, 비행기는 공중에서 흔들거리며 상하로 요동치다가 결국에는 추락했을 텐데 안나의 3세에서 8세에 이르는 세 아이들에게 있어서 이 시간은 얼마나 길고 무서웠겠는가! 세 아이는 처음으로 엄마 품을 떠난 것으로, 아이들이 놀람과 공포 속에서 “엄마, 엄마!”라고 울부짖었을 것을 상상하기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매번 이 때가 되면 안나의 귀에는 이런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와 마음을 아프게 후벼 팠다. 이럴 때면 안나는 히스테릭 하게 울면서 숨이 차서 제대로 숨쉬기도 어려울 정도까지 가곤 했다. 그녀의 가슴 아픈 울음소리는 주변의 의사와 간호사들까지도 애절하게 만들었다.
몇 개월간 치료를 받았고 의사도 쓸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어쩔 수 없게 되자 어떤 사람이 시험삼아 한방치료를 받게 해 보라고 권하여 이에 담당의사가 그녀를 우리 한의원으로 보낸 것이다.
예약할 때 나는 그녀에게 병이 발작하는 시간에 오도록 했다. 문진(問診)하는 과정에 중간 쯤에 이르렀을 때 그녀가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는 울음을 그치고 나서, 어지러워서 앉지도 못했으며, 심신이 아주 피로해졌고 몸에는 싸늘하게 전율이 왔으며, 10여 분 정도 후에 저절로 멈췄다.
매일 이 시각이면 반드시 발작한다고 하는데 측은한 표정에 안색은 창백하고 설질(舌質)은 담백(淡白)하며 설태(舌苔)는 희고 두터웠으며 맥(脈)은 현활(弦滑)하였다.
일반적인 의사라면 완전히 비행기 사고로 인한 것으로 여겼겠지만 그러나 나는 생명 시계가 심장에 왔을 때 일어난 것으로 보았다. 오(午)시(오전 11시~오후1시)는 기혈이 심경(心經)으로 흐르는 때이다. 《황제내경》에서는 “오장에서는 폐(肺)가 되고, 소리에서는 곡(哭)이 되며, 정서[志]는 우울하다.”, “사기(邪氣)가 폐에 오면 슬퍼한다.”, “폐병은 한낮에 심하다.”라고 하였다.
심장의 화기(火氣)가 왕성하면 폐장의 금기(金氣)를 태우므로 심화(心火)가 왕성하면 폐가 손상되고 폐의 병이 정서와 연관을 지으면 곡(哭)이 된다는 의미이다.
더 조사해 보니 가족을 잃은 슬픔 이외에도 그녀에게는 정신적인 압박이 있었다. 왜냐하면 이런 증상은 자제할 수 없으며 의사를 아무리 바꿔보아도 소용이 없었기에 그녀를 아주 고뇌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나는 머리 위의 백회(百會), 가슴 한가운데의 전중(膻中), 아랫배에 있는 기해(氣海) 이 세 군데 혈자리에 침구(鍼灸) 치료를 하여 사기(邪氣)를 바로 잡았다. 침구 치료법을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우선 백회에 침을 찌른 후에 두피를 따라서 침을 자입(刺入)하였다. 전중혈을 자침할 때는 사법(瀉法)을 써서 중간 정도로 자입한 후에 약간 침을 돌렸고, 기해혈에는 보법(補法)을 사용하였다. 얼마 후에 증상이 억제되었다. 그러고 나서 근본을 치료하는 의미에서 심수, 폐수, 신문, 내관 등을 보사(補瀉)를 쓰지 않고 30분간 두니 환자는 잠이 들었다.
한약 처방은 정신을 안정시켜 주는 대표적인 처방인 온담탕(溫膽湯) 가감방을 사용하자, 그녀의 증상은 점차 치유되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증상도 저절로 낫게 되었다.
문장발표 : 2003년 2월 2일
문장분류 : 인체생명우주>전통한의
원문위치 : http://www.zhengjian.org/zj/articles/2003/2/2/20268.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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