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본선생
【정견망】
그들 둘은 어찌 된 일인가? 뭇 신들과는 또 조금 달랐다.
이번 기(紀) 삼계(三界)는 인간세상의 시간으로 계산하면 전체 2억 년으로 안배되었다. 그때부터 계산하여 1억여 년이 흐른 후, 뭇 왕(王)과 주(主)들이 기본적으로 삼계에 가득 찼다.
즉, 이 2억 년이 절반이 지난 후의 삼계는 매우 관건적인데, 폐하께서 법을 전하실 때까지 남은 시간이 그리 길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당시 부임할 삼계의 주, 그의 역할은 매우 중요했다.
당시 삼계의 특수성으로 인해 삼계의 주라는 ‘주(主)’의 역할 역시 매우 특수했으며, 이전이나 다른 우주의 주와는 달랐다.
어디가 다른가?
우리는 매우 많은 대궁(大穹)의 천주(天主)와 천왕(天王)들이 당시 이미 분분히 삼계로 내려왔음을 알고 있다. 그들은 삼계로 내려와 윤회를 연기하며 위덕(威德)을 세우고 창세주와 인연을 맺기 시작했다. 오직 이렇게 해야만 최종적으로 대법(大法)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삼계에는 각 궁(穹)의 천주들이 가득 찼다.
이것은 다른 우주에서는 근본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서도 반드시 한 분 삼계의 주(三界之主)가 있어야 한다. 연극은 세트로 다 보여주어야 하니 삼계에도 주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뭇 영웅들이 집결한 삼계에서 이 주는 어떻게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가?
각 궁의 천주들이 자기 천계(天界)의 아름다움을 삼계로 가져오게 하려면, 반드시 그들이 충분하고도 멋지게 연기하며 각자의 능력을 마음껏 펼치게 해야 한다.
만약 삼계 안의 각 궁 천주들이 모두 큰 능력을 펼치려 한다면, 이 삼계의 주는 필연적으로 ‘무능(無能)’해야 한다. 이 ‘무능’은 진짜 무능한 것이 아니라 ‘무능(無能)의 대능(大能)’이다.
한 생명이 ‘무능의 대능’과 같은 능력을 갖추려면 그의 한 가지 공(功)이 아주 강하고 출중하며 많은 사람을 초월해야 한다. 어떤 공인가? 바로 인공(忍功)이다.
만약 한 사람의 인공이 초강력하다면 그의 흉금은 반드시 매우 넓을 것이다. 인공이 강한 만큼 흉회도 넓다.
삼계의 후반부는 바로 이렇게 무한한 흉금을 가진 삼계의 주가 필요하다.
여러분 생각해 보라. 만약 삼계의 주가 흉금이 좁다면 뭇 신들이 충분히 연기하게 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손오공, 팔선(八仙), 양이랑(楊二郎) 등등 그들은 연기하는 과정에서 모두 천정(天庭)에 가서 한바탕 소란을 피워야 한다. 현재의 영화나 드라마는 더 과장되게 촬영하여 옥황대제(玉皇大帝)가 탁자 밑으로 기어 들어가게 함으로써 손오공의 신용(神勇)을 부각시킨다.
물론 이는 인간세상의 반리(反理)에 맞추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사람이란 그들의 개념 속에서 무엇을 대단하다고 하는가? 바로 승자가 왕이다. 승리하는 자가 대단한 것이다. 사람의 머릿속에서 무엇이 멋진 것인가? 소란이 크면 클수록 시끌벅적하고, 보는 것이 시끌벅적해야 멋진 것이다.
보라, 옥제(玉帝)도 그를 ‘무서워’하니 그가 얼마나 대단한가! 보라, 그가 천정까지 가서 소란을 피웠으니 얼마나 멋진가! 누구든 옥황대제와 그의 천정을 들러리로 세우는데, 이는 다른 우주에서는 근본적으로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인간세상의 이치란 바로 이런 것이다. 그러나 인간세상이야말로 삼계의 주무대이기에 정말로 이렇게 연기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반드시 이 마지막 임기의 삼계의 주는 무한한 흉금과 발군의 인공(忍功)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이 역할은 현궁(玄穹)이 연기하기로 정해졌다.
그래서 현궁의 이번 생, 몇 생, 그리고 수많은 겁(劫)은 모두 인공을 단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인공을 단련하는 목적은 흉금을 무한히 크게 만들기 위함이며, 오직 그가 무한한 흉금을 가져야만 각 궁의 천주들이 삼계라는 무대 위에서 충분하고도 멋지게 풍채를 마음껏 드러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의 연기가 멋질수록 그들이 가능한 한 많은 기연(機緣)을 얻게 할 수 있고, 마지막에 최대한도로 법을 얻게 할 수 있다.
결국 현궁도 배우 중 하나일 뿐이다. 삼계의 진정한 창세주는 만왕지왕(萬王之王) 무상왕(無上王)이시다.
하지만 여기에서 한 가지 문제가 발생한다. 어떤 문제인가?
그리 적절하지 않은 비유를 들어보자면, 한 가정에서 만약 남자가 아무 데도 나서지 않고 특별히 얌전하며 남에게 아주 겸양하기만 한다면 어떠하겠는가? 하지만 여기는 삼계이지 진정한 극락천국이 아니다. 이곳의 이치는 거꾸로 되어 있고 이곳 생명의 심성(心性)은 낮으며 무수한 요마귀괴(妖魔鬼怪)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의 생활에는 많은 번거로움이 생길 텐데, 이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그럴 때는 여자가 나설 수밖에 없다.
만약 현궁이 ‘무능의 대능’을 연기하기로 정해졌다면, 요곤(瑤坤)은 ‘대능(大能)의 무능’을 연기해야 한다.
무능의 대능은 무엇인지 알았는데, 그럼 대능의 무능은 무엇인가?
대능의 무능은 정반대다. 즉 이 사람은 능력이 매우 뛰어나서 무엇이든 할 수 있고 무엇이든 감당할 수 있어야 한다. 남자의 일이든 여자의 일이든 다 할 수 있고, 문(文)도 해야 하고 무(武)도 해야 하며, 집안일도 잘하고 바깥일도 잘해야 하며 그 모든 것을 아주 잘 해내야 한다. 하지만 그녀는 영원히 군(君), 제(帝), 왕(王)이 될 수 없고 주(主)가 될 수 없다.
그녀의 직책은 바로 ‘보충(補充)’이다.
당신에게 부족한 것을 내가 보충하고, 음을 돕고 양을 보충하는 것(濟陰補陽)이다. 그러나 오직 왕후, 즉 ‘왕’ 뒤의 사람만 될 수 있다. 그래서 대능의 무능이라 일컫는다.
농담 삼아 말하자면, 가끔 나는 이것이 바로 ‘하늘이 선택한 일꾼’이 아닌가 생각한다.
‘양이 극에 달하면 음과 비슷하고, 음이 극에 달하면 양과 비슷하다(陽極似陰, 陰極類陽)’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현궁과 요곤을 형용하기에 꽤 적절하다.
그래서 요곤은 이 수년 동안 반드시 그녀의 능력을 단련해야 했다. 그녀의 능력은 반드시 매우 전면적이고 강해야만 음을 돕고 양을 보충하여 삼계의 음양을 평형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곤은 여자이기에 우선적으로 단련해야 할 것은 그녀의 위엄(威嚴)이었다. 오직 요곤이 매우 위엄이 있어야만 현궁의 온화함을 보충할 수 있다.
현궁의 속성은 정해져 있다. 그는 반드시 매우 온화한 군주가 되어야 하며, 요곤은 위엄의 속성을 갖춰야 한다.
현궁이 주관하고 요곤이 보충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음양이다.
자, 우리 이 두 분이 2억 년 전에 우선적으로 연마한 것이 무엇인지 살펴보자.
뭇 신들이 한 경계(境)를 만들었는데, 이 경계 안에는 물웅덩이가 하나 있고 웅덩이 옆에는 하늘 높이 솟은 탑이 하나 있었다.
요곤과 현궁은 자신의 사명을 안 후에 이 경계 안으로 인도되었다.
먼저 온 것은 요곤이었다. 한 신관(神官)이 어린 요곤을 데리고 이 경계에 왔다.
요곤이 보니 이 경계는 어둡고 빛이 없으며 하늘은 잿빛이고 주변 숲에서는 수시로 호랑이, 표범, 승냥이, 이리의 울부짖음이 들려왔다. 때로는 숲속에서 한 쌍의 초록색의 음산한 눈동자가 드러나기도 했다.
그들은 한 탑 옆에 이르러 멈추었다.
짐승들이 여전히 주변 밀림에서 울부짖자 요곤은 조금 겁이 났다. 갑자기 흑표범 한 마리가 그녀 앞으로 달려들자 깜짝 놀란 그녀는 얼른 신관의 뒤로 숨었다.
신관은 천천히 몸을 돌려 쪼그리고 앉아 어린 공주의 경악한 모습을 보고 말했다.
“둘 째 전하(二殿下), 소신은 여기까지만 모셔다드릴 수 있습니다. 당신은 이미 폐하를 도와 정법(正法)하겠다고 맹세하셨으니 만 번 죽더라도 사양치 않으실 것입니다. 소신은 당신이 반드시 해낼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요곤은 신관 뒤의 흑표범이 여전히 음산한 눈을 뜨고 탐욕스럽게 그녀를 노려보고 있는 것을 보며 다소 정신이 분산되어 있었다.
“둘째 전하!”
“아?” 요곤은 그제야 정신을 차렸다.
“전하, 소신은 가야 합니다. 스스로 탑에 들어가십시오. 이 탑은 한 번 들어가면 탑문이 봉해지며 탑 꼭대기에 이르지 못하면 탑을 나갈 수 없습니다.”
요곤이 이 탑을 슬쩍 훑어보니 7천여 층이나 되었다.
꼭대기에 이르지 못하면 나갈 수 없는 이 탑이 바로 ‘중마중요탑(重魔重妖塔)’이었다.
“전하, 신은 가옵니다! 보중(保重)하소서!”
신관은 이 경계를 날아 떠나갔고, 어린 요곤만 이 잿빛의 음산한 세계에 홀로 남겨졌다.
“어흥!” 흑표범이 요곤에게 달려들었다.
“아!”
요곤은 비명을 지르며 옆으로 굴렀다.
그 흑표범이 다시 그녀를 뒤쫓기 시작하자 그녀는 당황한 중에 작은 문 하나를 발견하고 급히 문을 열고 들어가 문을 닫았다.
그런데 이 문이 닫히자마자 갑자기 사라지며 한 벽으로 변했다. 그렇다, 요곤은 당황한 끝에 ‘중마중요탑’에 들어갔고 탑문은 이미 봉해졌다.
요곤이 아직 벽을 더듬으며 문을 찾고 있는데 갑자기 소름이 돋고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그녀가 뒤를 돌아보니 눈앞에 가득한 요마귀괴들이 탐욕스럽게 그녀를 노려보며 침을 흘리고 있었다.
요곤은 마군들에게 쫓기며 너무나 두려워 울면서 소리쳤다.
“모후! 모후…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하지만 소용없었다. 이것은 그녀 자신의 선택이었다.
뒤이어 이 경계에 들어온 것은 현궁이었다. 한 신관이 어린 현궁을 데리고 탑 옆의 물웅덩이로 왔다.
이 작은 물웅덩이는 그리 크지 않아 몇 무(畝 약 200평) 정도의 크기였다.
“태자 전하, 이것이 바로 무진무망해(無盡無妄海)입니다.”
“이런 작은 물웅덩이가 정말 무진무망해란 말인가?” 어린 현궁이 물었다.
“그렇습니다. 들어가서 수련하십시오. 이 물웅덩이가 망망대해로 변할 때 밖으로 나올 수 있습니다.”
현궁은 신관과 작별하고 무진무망해로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자마자 수면은 마치 얼음으로 봉해진 듯했고 그는 이미 나갈 수 없게 되었다.
이 물속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온통 칠흑 같았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오직 검은 것만 보일 뿐 다른 것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현궁은 처음으로 무엇이 끝이 없는지, 무엇이 바라볼(望) 수 없는지 느끼게 되었다.
그러나 그들은 나이가 아직 매우 어렸고 지식을 배워야 했기에, 그들의 문사(文師)와 무사(武師)가 일정 시간마다 그들에게 격공(隔空)으로 수업을 해주었다.
격공 수업은 탑 안과 바다 안에 하나의 원이 나타나고, 그 원 안에 그들의 스승이 나타나 그들이 졸업할 때까지 수업을 해주는 방식이었다.
이것은 그들 둘에게 고생 중의 유일한 단맛이었다.
요곤은 처음에 요마(妖魔)들에게 쫓기며 가슴을 졸이다가, 나중에는 서서히 두려운 마음을 없애고 사마(邪魔)들과 지혜와 용기를 겨루기 시작했다.
그녀에게는 어떤 병기도 없었고 오직 머리 위의 봉관(鳳冠) 하나와 유리잠화(琉璃簪花) 한 개뿐이었다.
그래서 이 유리비녀가 그녀의 법기(法器)가 되었다.
1층의 사마들을 전부 소멸해야만 2층으로 들어갈 수 있었고, 다음 층의 사마들을 다시 깨끗이 소멸해야만 3층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그렇게 7천여 층을 올라가야 그녀는 탑을 나갈 수 있었다.
한편 현궁 쪽은 시간도 공간도 보이지 않는 끝없는 어둠뿐이었다.
그는 매일 문사와 무사가 수업하러 오기만을 고대했다. 그래야만 조금이라도 사물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들은 둘 다 졸업을 했고 문사와 무사는 더 이상 격공 수업을 하지 않게 되었다.
현궁은 끝없는 어둠 속에서 하루, 이틀, 1년, 2년, 100년, 200년, 1000년, 2000년을 보냈다. 서서히 그는 자신이 이미 눈이 멀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고 느꼈다. 이전에는 물 흐르는 소리라도 조금 들렸으나 점차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것 같았고 자신이 이미 귀가 먹었다고 느꼈다.
나중에는 사지조차 움직이기 싫어졌고 자신이 이미 불구가 되었다고 느꼈다.
요곤 쪽은 이미 힘들게 3천여 층까지 올라왔고 온몸에는 상처 위에 상처가 겹쳐 있었다.
그녀가 3,500층에 올라가니 이 층에는 커다란 혈지(血池 피의 연못)가 하나 있었다.
그녀가 혈지 앞으로 다가가니 이 혈지는 이상하리만치 평온했다.
그녀가 고개를 숙여 보니 뜻밖에도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여자 귀신’을 보게 되었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유리비녀를 뽑아 들고 홱 돌아보았으나 ‘여자 귀신’은 보이지 않았다.
그녀가 다시 혈지를 바라보니 또 그 ‘여자 귀신’이 보였다. 그녀가 한 손으로 혈지의 물보라를 쳤으나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녀가 다시 뒤를 돌아 찾았으나 여전히 그 ‘여자 귀신’은 보이지 않았다.
혈지가 다시 평온해지자 고개를 숙여 또 이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여자 귀신’을 보았다. 그녀가 자세히 살펴보니 이 ‘여자 귀신’의 헝클어진 머리 위에도 봉관이 씌워져 있었고 손에는 비녀 하나를 쥐고 있었다.
그녀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은 듯했다. 그녀는 천천히 몸을 굽혀 떨리는 손으로 자신의 얼굴을 어루만졌다. 이 얼굴은 더 이상 매끄럽지 않았고 상처 자국이 울퉁불퉁했다. 그녀는 다시 자신의 머리카락을 만져보았다. 이 머리카락 역시 더 이상 부드럽고 향기롭지 않았으며 헝클어진 가운데 비린내가 났다.
그녀는 상처투성이인 자신의 얼굴을 보며 바닥에 주저앉아 울며 말했다.
“이… 이럴 수가… 이게 어떻게 나란 말인가? 이건 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라고……”
이어 그녀는 혈지 옆에서 머리를 감싸 쥐고 통곡하기 시작했다.
“으앙…… 으앙……”
갑자기 음산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바로 너다, 추하고 더러운 계집아.”
요곤은 이미 3천여 년 동안 거울을 보지 못했다. 혈지에 비친 이 상처투성이 얼굴은 그녀를 몹시 절망하게 했다.
“으앙…… 으앙……”
그녀는 여전히 머리를 감싸 쥐고 통곡하고 있는데, 갑자기 매우 차가운 것이 몸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
눈을 떠보니 거대한 구렁이 한 마리가 그녀의 몸을 겹겹이 휘감고 있었다.
그녀는 더 이상 유리비녀를 꺼내지도 않았고 어떤 저항도 하지 않았다. 그녀는 천천히 두 눈을 감았다. 그녀의 머릿속에는 오직 다섯 글자뿐이었다.
‘추하고 더러운.’
그녀가 눈을 감은 채 말했다.
“나같이 추하고 더러운 사람은 죽으면 죽는 거지 뭐.”
그녀는 구렁이가 휘감도록 내버려 둔 채 더 이상 발버둥 치지 않았다.
갑자기 그녀는 몽롱한 가운데 어떤 형상을 본 것 같았는데, 그 형상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앉아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