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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목기 시즌 4 (40)

화본선생

【정견망】

오늘은, 장우인과 양회의 대혼례가 열리는 날이다.

묘시 초, 해가 뜬다.

장우인은 장가만 동쪽에 서서 동쪽을 향해 현현상인(玄玄上人)을 기다렸다.

이공동, 천유, 옥정, 강자아 등 옥경부 사람들은 장가만 서쪽에 서서 서쪽을 향해 옥청천왕(玉淸天王)을 기다린다.

양회가 새벽에 일어나니 자항이 그녀를 위해 화장을 해준다.

“아가씨, 이것이 오늘 입으실 혼례복입니다.”

양회가 보니 그녀가 가장 좋아하는 녹색이라 매우 기뻐한다.

[혼례복은 도대체 어떤 색이어야 할까?

양회가 1년 전 장가만에 시집올 때는 붉은색 옷을 입고 붉은 덮개를 썼다. 왜 그랬을까? 당시에는 혼인 제도와 혼인 문화, 그리고 혼인에 관한 천조(天條)와 천규(天規)가 그리 완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시의 천제도 곧 물러날 때가 되었으니, 성주괴멸(成住壞滅)의 법칙에 따라 모든 것이 법도에 어긋나 있었다.

인간 세상도 이와 대응하여 사람들은 하늘이 정해준 규칙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남녀가 대혼례를 할 때 온갖 색깔의 옷을 입었는데, 장엄하게 보이고 싶으면 검은색을, 기쁨을 나타내고 싶으면 붉은색을 입었으며 ‘각선지예(卻扇之禮 신부가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등장하는 것)’얼굴을 가리고 싶으면 붉은 덮개를 쓰곤 했다. 사실 이것은 옳지 않다.

남녀의 혼인은 중대한 일이다.

오늘날 사람들이 얼마 남지 않은 주나라 사료에서 당시 사람들이 대혼례 때 검은색이나 현훈색(玄纁色 검은색과 저녁 노을 같은 붉은색이 섞인 색)을 입었다는 기록을 발견했는데, 절반 정도는 맞는 말이라 할 수 있다.

그 후 하얀색을 입기도 하다가 문화의 전성기인 당송(唐宋) 시대에 이르러 ‘홍남녹녀(紅男綠女)’라는 말이 나타났다. 즉 신랑은 붉은색을, 신부는 녹색을 입는 것이다. 사실 이것이 꽤 도리에 맞는다.

그 후에는 신랑과 신부가 모두 붉은색을 입게 되었는데 이는 옳지 않다.

붉은색은 광범위하게 사용해서는 안 된다. 사람과 신의 피가 모두 붉은색이기 때문에 이는 매우 두려운 일이다. 붉은색은 단지 장식적인 역할만 해야 한다.

그렇다면 중토(中土) 사람들의 혼례에는 어떤 색을 입어야 할까?

남자는 현훈색이나 비홍(緋紅)색 예복을 입어야 하고, 여자는 녹색 예복을 입어야 한다. 왜 그러한가? 여자는 ‘곤(坤)’이며 곤은 대지(大地)요 대지는 흙이다. 흙은 황색이지만 흙이 옷을 입으면 무슨 색이겠는가? 당연히 녹색이다. 봄과 여름에 산과 들을 뒤덮는 푸른 나무와 풀이 바로 대지의 옷이 아니겠는가?

그러므로 곤(坤)은 녹색을 입어야 마땅하다. 녹색 예복 위에는 대지에 굽이치는 황하처럼 황색 토템을 수놓을 수 있다. 소매와 깃에는 붉은색 테두리를 장식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아내를 맞이하는 것은 황혼 무렵이어야 함을 우리는 안다. 이는 ‘양이 가고 음이 온다(陽往陰來)’는 뜻을 담고 있다. 지금은 음양반배(陰陽反背)가 되어 오전부터 혼례를 치른다. 황혼 무렵 하늘은 어떤 색인가?

당시에는 공기도 매우 좋았고 하늘도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황혼이 되면 온 하늘에 비홍색 노을이 가득했다.

남자는 궁(穹)이며 광활한 궁우(穹宇)는 검고 신비롭다. 그래서 주나라는 검은색인 현색(玄色)을 숭상했다. 해질녘 하늘이 어둑해지며 검은색과 붉은색이 어우러지니 현훈색이 된다. 그러므로 남자가 대혼례 때 현훈색이나 비홍색을 입는 것은 모두 맞다.

아름다운 노을은 대지의 호수에 비쳐 굽이치는 장강도 붉게 물들인다. 그래서 신부의 소매와 깃에 붉은 테두리를 수놓는 것은 대지가 붉은 비단 띠를 두른 것과 같다.]

묘시 정각.

현현상인이 동쪽에서 날아오고 그 뒤로 몇몇 신선이 따른다. 장우인이 무릎을 꿇고 절하며 말한다.

“사부님.”

현현상인은 미소를 지으며 구름에서 내려와 말한다.

“일어나거라. 우인아, 이분은 사례성군(司禮星君)이고, 이분은 홍왕(鴻王), 이분은 안모(雁母)시다……”

장우인은 신선들에게 일일이 읍을 하며 인사를 올린다.

현현상인과 신선들은 장가만에 도착한 뒤 신통과 광환를 거두고 인간의 옷을 입은 채 마차를 타거나 걸어서 이동했다. 마치 먼 곳에서 혼례를 축하하러 온 친척들 같다.

그들은 화기애애하게 담소를 나누며 장부 신원(新院)으로 향한다……

서쪽에서는 옥청천왕도 몇몇 신선을 데리고 장가만에 도착했다.

이공동과 형제자매들이 신선들과 인사를 나눈 뒤, 그 신선들 역시 광환과 신통을 거두고 인간처럼 웃고 떠들며 별부로 향했다……

“……나는 먼저 우인 쪽에 있어야 하니 잠시 후에나 저쪽으로 갈 수 있겠구나. 자네는 죽간과 붓을 들고 먼저 별채로 가서 다 기록하게.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해야 하네, 알겠는가?”

주 천자 희발이 한 문관에게 말했다.

“알겠습니다, 주공. 지금 가겠습니다.”

“이보게, 잠깐 기다리게나. 내 찬시(贊侍, 예식을 돕는 자)들도 마침 저쪽으로 가려던 참이니 함께 가세.” 사례성군이 희발의 문관에게 말한다.

“좋습니다…… 가는 길이 같군요.”

한편 양회는 사부님이 오셨다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며 사부님을 뵙기 위해 아래층으로 내려가려 했다.

자항이 그녀를 막아서며 말한다.

“아가씨, 지금은 이 규방을 나가시면 안 됩니다.”

“하지만 사부님이 오셨다는데 아직 뵙지도 못했는걸요?”

자항이 웃으며 말한다.

“아가씨가 어찌 사부님을 뵙지 못했겠습니까?”

“정말 뵌 적 없어요, 속이는 거 아니에요. 그 《징원도법》 책에 사부님 초상화가 있는 건 봤어도 진짜 모습은 못 봤단 말이에요.”

“허허, 아가씨와 사부님은 천만년의 인연이 있으십니다. 단지 금생에 기억이 봉인되었을 뿐이지요. 제 말 잘 들으세요. 잠시 후 사부님께서 자(字)를 지어주실 때 뵙게 될 테니 너무 서두르지 마세요. 아가씨가 지금 규방을 나가버리면 후세의 아가씨들이 다 따라 하게 될 텐데 큰일 날 소리죠! 어서 가서 얌전히 앉아 사부님께서 자를 지어주길 기다리세요.”

양회는 하는 수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또 하나의 익숙한 성어가 등장했다. ‘대자규중(待字閨中)’은 처녀가 아직 시집가지 않았음을 뜻한다. ‘규(閨)’라는 글자는 문(門) 안에 흙(土)이 들어있는 형상인데, 곤(坤)과 지(地)의 흙은 모두 밖에 있다. 즉 흙이 문밖으로 나오는 순간 당신은 곤이나 지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건(乾)이 곤보다 앞에 있고 하늘이 땅보다 앞에 있는 법이다. 건이 아직 오지 않았는데 흙이 문밖으로 나갈 수 있겠는가? 그것은 음양반배가 아니겠는가? 음양반배가 되면 질서가 어지러워지는 법이다.

그러므로 신부는 신랑이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가 ‘출각(出閣, 규방을 나감)’해야 한다. 즉 여자의 언행은 모름지기 신중해야 하며 주동적이지 말아야 한다. 주동적인 여자는 천도(天道)를 어기는 것이다.]

양회는 방 안에서 아래층에 많은 사람이 와서 매우 북적거리는 소리를 들었지만, 누가 사부님인지는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그녀는 침상 옆의 낮은 상을 문 앞으로 옮겨 그 위에 올라가 목을 빼고 아래층을 살폈다.

옥청천왕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갑자기 미소를 지으며 자항에게 말한다.

“네 막내 동생이 또 위층에서 장난을 치고 있구나.”

신선들은 천목(天目)으로 사물을 본다. 위를 올려다보지 않아도 양회가 낮은 상 위에 올라가 누가 사부님인지 찾으려고 아래를 뚫어지게 살피는 모습을 다 보고 있다. 그 모습이 장난스러우면도 귀여웠다.

이 신들은 인간의 혼례에 참석하기 위해 편의상 자신들에게 잠시 ‘인간의 현(人弦)’을 걸어두었기에, 사람처럼 농담도 했다.

한 신이 농담조로 말했다.

“상조(商朝)에도 의자가 없기 때문입니다.”

[어떤 조대(朝代)에 없는 물건은 만들지 못해서가 아니라, 그것을 쓰는 습관이 없거나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탁자를 만드는데 의자를 못 만들겠는가? 이 신이 이렇게 말한 것은 훗날 사람들이 멀리 내다보려 할 때 항상 의자 위에 올라가는 것을 보았기에 농담을 던진 것이다.]

다른 신도 농담을 거든다.

“그녀에게 망원경이라도 하나 주시지요.”

이때 또 다른 신이 웃으며 말했다.

“천성이 활발하니 격식에서 벗어나지 않는 한 그냥 두십시오!”

방금 그 신이 다시 말했다.

“나와 그녀는 오랜 지인인데 그녀는 결코 격에 어긋나는 짓은 하지 않소. 게다가 자항이 방금 도리를 설명해 주었으니 괜찮을 것이오.”

그 신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신들은 양회의 속마음을 듣게 된다.

‘나는 정말 나가고 싶은데……’

“하하하하하……” 신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그중 한 신이 말했다.

“사람이란 참 쉽지 않구려.”

다른 신이 말했다.

“그렇습니다, 그녀는 지금 사람이니까요! 사람에게는 모름지기 규칙을 세워줘야죠.”

뭇신들이 정중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사시(巳時) 초가 되었다.

장부 신원 쪽에서는 사례성군이 사당 문 앞에 장엄하게 서서 소리쳤다.

“예~사(禮~祠)~”

장우인을 선두로 희발이 그 뒤를 따르고 다시 몇몇 사람이 뒤를 이어 사당으로 들어간다.

사당 안에는 두 개의 위패가 있다.

하나의 위패는 가운데 위쪽에 있으며 거기에는 ‘천지(天地)’라고 쓰여 있다.

다른 위패는 오른쪽 아래에 있는데 거기에는 ‘군친사(君親師)’라고 쓰여 있다.

[요즘 사람들은 유교에서 ‘천지군친사(天地君親師)’를 모시는 것만 알고 이를 한 위패에 다 몰아넣는다. 이래서야 되겠는가? 이것은 옳지 않다. 천지는 하느님을 대표하는 신명(神明)이다! 임금(君), 부모(親), 스승(師)은 사람이다! 어찌 사람과 신을 한 위패에 모실 수 있겠는가?]

장우인은 사당에 들어선 뒤 먼저 천지의 위패 아래에서 절을 하며 예를 표했다.

그러고 나서 일어나 군친사의 위패 앞에서는 그저 읍만 했다.

반면 주나라 천자 희발 일행은 사당에 들어와 천지 위패에 절을 할 뿐만 아니라 군친사의 위패 아래에서도 절을 했다.

두 부류의 행동이 다른데 이는 왜 그런 걸까?

장우인은 수련인(修煉人)이고 희발 일행은 속인이기 때문이다. 수련인은 사람보다 높기에 옛날 수련인은 제왕을 만나도 큰절을 올릴 필요 없이 그저 예의를 갖춰 읍만 하면 되었다.

예를 마친 뒤 그들은 사당을 청소하기 시작한다. 제대를 닦고 바닥과 문을 닦아 깨끗하게 만든다. 오늘 신부를 맞이해야 하기 때문이다. 깨끗이 닦은 뒤에는 과일 등 공양물을 차려 놓았다.

(사실 희발 일행은 요즘으로 치면 신랑의 들러리 같은 역할을 한다. 많은 일을 형제들이 함께 도와야지 혼자서는 다 감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다음 기름등잔에 불을 붙여 잠시 후 혼례 때 향을 피울 수 있게 준비한다. 강진향(降眞香)도 미리 갖춰 둔다.

오시(午時)가 지났다.

사람들은 음식을 조금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신랑과 신부는 먹지 않는다. 잠시 후 천지에 절을 하고 맹세를 해야 하기에 몸을 최대한 깨끗하게 유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맑은 물이나 차는 마실 수 있다.

신랑 신부가 점심을 먹지 않아 시간이 좀 남자, 장우인은 조화조(洮盉鳥)를 씻겨준다.

조화조란 무엇인가? 사례성군이 데려온 신비로운 새로, 혼례식에서 신랑과 신부의 손을 씻겨주는(沃盥) 역할을 전담한다. 이 새는 음식을 먹지 않고 오직 하늘의 감로수만 마시기에 배 속이 매우 깨끗하다. 신랑 신부가 손을 씻는 옥관례(沃盥禮)를 행할 때 이 새의 부리에서 저절로 물이 나와 손을 씻을 수 있게 해준다.

조화(洮盉)는 씻어내어(淘) 조화시킨다(和)는 뜻이다. 좋지 않은 것은 씻어버리고 좋은 것을 조화시키니, 조화는 곧 음양을 조절하고 화합하게 한다는 의미다.

[‘타화(它盉)’ 유물이 출토되지 않았는가? 타화의 뚜껑이 바로 새 모양이다. 그것이 어찌 우연한 상상이겠는가? 중국의 문화는 사실을 그대로 묘사한 것이다.]

식사를 마친 뒤 사람들은 잠시 휴식을 취한다……

미시 정각

양회가 드디어 방을 나설 수 있게 되었다.

혼례를 진행하는 찬시(贊侍)가 소리친다.

“별~규(別~閨)~”

양회의 머리에는 산다화 받침 모양의 관이 씌워져 있고, 관 양옆으로는 두 줄기 유수가 늘어져 있다. 머리 위의 산다화는 커다란 꽃이 아니라 연화좌처럼 꽃받침 모양을 하고 있다. 관의 양옆과 앞뒤에는 금 장식이 점철되어 있다. 관 정면에는 금빛 실 가닥이 늘어져 양회의 수줍은 얼굴을 가리고 있는데, 왠지 관에 무언가 하나 빠진 듯한 느낌이 든다.

신발은 굽이 높고 예복은 길어서 정아(淨兒)가 부축해주고 있음에도 양회는 계단을 내려오기가 쉽지 않다.

이때 아래층에 있던 한 여신이 갑자기 금빛 봉황으로 변하더니 양회의 발밑으로 날아와 그녀를 태우고 아래층으로 내려다 준다.

그 금봉황은 다시 사람의 모습으로 돌아와 양회에게 미소 지으며 말한다.

“언니, 오랜만이에요.”

양회는 그녀가 낯이 익지만 누구인지 생각나지 않는다.

자항이 양회에게 말한다.

“어서 봉황왕인 맹황신군(萌凰神君)께 감사 인사 드리세요.”

양회는 읍을 하며 감사를 표시했다.

이때 찬시가 다시 소리친다.

“취~자(取~字)~”

옥청천왕이 정당의 포석 위에 앉아 탁자 위에서 붓을 크게 휘두르며 비단 위에 글자 하나를 쓴다.

양회는 고당(高堂) 앞에 무릎을 꿇고 자(字)를 내려받기를 기다린다.

“딸아, 오늘 네가 시집을 가니 아비가 네게 자를 하나 내리마.”

찬시가 그 글자를 양회에게 전달하자 양회는 두 손으로 공손히 받든다. 보니 ‘완(婉, 완순할 완)’ 자다.

양회는 그 글자를 가슴에 대고 머리를 조아리며 말한다.

“엄군(嚴君, 아버지)께서 자를 내려주시니 감사합니다.”

“얘야, 우인이 겸손하고 예의가 바르니 너 또한 완순하고 의용(儀容)이 있어야 하느니라.”

“엄군의 가르침을 받들어 딸자식 가슴 깊이 새기겠습니다.”

남녀의 혼인은 매우 엄숙한 일이기에 양회 역시 매우 진지한 태도로 임한다.

하지만 양회의 이전 ‘직업’ 때문인지, 아니면 신들이 음을 보태고 양을 보충하게 하여 위엄을 단련시키려 의도한 탓인지 그녀가 진지해지면 그 얼굴에서 저절로 삼엄한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요즘 사람들 말로 하면 좀 사나워 보이고 무섭게 느껴지는 것이다.

이때 천상의 한 신이 말한다.

“되었구려, 오랜 세월 양기를 보충했으니 이제 문제없겠소.”

다른 신도 고개를 닥이며 말한다.

“충분하구려.”

이때 옥청천왕이 싱글벙글하며 말했다.

“얘야, 혼인한 후에는 자애롭고 선한 눈매를 가져야지, 다시는 흉신악살(凶神惡煞) 같은 표정을 짓지 말거라!”

그러자 방 안의 신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뜨렸다.

양회는 그 말을 듣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생각한다.

‘응? 흉신악살?! 내가 언제 흉신악살 같았다는 거지?……’

이때 찬시가 소리친다.

“지~선(持~扇)~”

자항이 부채 하나를 들고 와 양회에게 바친다.

양회가 보니 그것은 완선(紈扇, 둥근 부채)인데, 부채 자루와 면이 모두 얼음처럼 맑고 부채 장식 또한 얼음 같아 매우 투명하다. 이것이 바로 ‘초투수렴선(初透水簾扇)’이다.

양회가 초투수렴선을 들어 얼굴 앞에 가리니, 부채를 통해 비치는 그녀의 용모가 순식간에 온화하고 부드러우며 자애롭고 선한 눈매로 변해 이전의 매서운 기색은 온데간데없어진다.

[부채(扇)는 선(善)과 발음이 같다. 옛사람들에게는 각선(却扇)의 예가 있었는데, 신부가 부채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가 합환례를 마친 후에야 부채를 내려놓는 것을 말한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하나는 부끄러움을 가리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여인에게 앞으로 반드시 자애롭고 선한 용모를 유지해야 함을 일러주는 것이다.

부끄러워할 ‘수(羞)’ 자는 무슨 뜻인가? 갑골문에서는 양(羊)이 왼쪽, 추(丑, 추하다는 의미)가 오른쪽에 있는데 양이 길게 늘어져 추함을 가리고 있다. 훗날 소전(小篆)에서는 양이 위, 추가 아래에 있어 역시 추함을 가렸다. 나중에는 양이 위와 왼쪽에 있고 추가 오른쪽 아래에 있어 여전히 추함을 가리고 있다.

양은 선(善)을 대표하니, 선량한 사람만이 수치심을 알 수 있다. 수치심을 아는 것이 인류 도덕의 최저 마지노선이다.

여인이 수치심을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만약 한 민족의 여인들이 수치심조차 모르게 된다면 그 민족은 완전히 끝난 것이다.

수(羞) 자가 들어가는 단어들인 수용(羞容), 수안(羞顏), 수색(羞澀/色) 등은 대부분 용모와 관련이 있다. 여인의 외모가 아무리 아름다워도 시도 때도 없이 자신의 미색을 드러낸다면 그것 역시 추한 것이며, 이를 ‘부끄러움과 추함을 모른다’고 한다.

이 세상에는 여인뿐만 아니라 남자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으로서 타인을 배려해야 한다.

여인이 미색을 드러낼 때 본인은 정작 아무 생각이 없거나 색욕의 마음이 없을지라도, 남자의 색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남자의 색욕이 일어나면 악귀가 달라붙어 그 마음을 가중시키고 결국 남녀 간의 음란함으로 이어지기 쉽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아니, 여자에게만 왜 이렇게 제약이 많아? 남자가 색심을 품는 것도 여자 탓이란 말이야? 모든 게 여자 잘못이야? 그럼 여자는 외모도 가꾸지 말고 추한 몰골로 살아야 해?”

그렇지 않다.

미모는 하늘이 내린 복이니 적절히 드러내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천봉(저팔계의 전생)이 항아에게 마음을 품었을 때, 옥제는 천봉만을 천계에서 쫓아냈지 항아를 탓하지 않았다. 모든 일은 ‘마음’이 중요한 것이지 형식에 매여 있는 것이 아니다. 즉 여인이 정조를 지키는 것은 남자를 배려하는 것이자 스스로 덕을 쌓는 길임을 말하는 것이다.

여인이 대혼례를 치르는 날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자칫 어느 남자의 마음을 흔들어 불필요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에 얼굴을 가리는 것이며, 이를 수줍음을 가린다는 뜻의 ‘차수(遮羞)’라고도 한다. 이것 역시 일종의 선량(善良)이다.

수(羞)라는 글자는 이 사회에 너무나 중요하다. 그 내함이 매우 깊으며 ‘수(羞)’는 ‘수(修, 닦을 수)’와도 발음이 같다. 여인들이 수치심을 모르게 된다면 이 세상 풍조는 정말 무시무시한 지경에 이를 것이다. 요즘 여자가 남자를 쫓아다니는 것 또한, 듣기 좀 거북하겠지만 수치심을 모르는 행위가 아니겠는가? 물론 이 문제의 본질은 여인들의 탓이라기보다 문화가 사라진 탓이다. 요즘 여자분들이 워낙 기가 세서 저도 감히 말을 많이 못 하겠네요, 하하.

하지만 남자든 여자든 겉으로 아무리 ‘대단해’ 보여도 결국 사람이다. 천도(天道)를 어기면 복록과 수명이 깎이는 법이니 이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다시 부채로 얼굴을 가리는 각선(却扇)의 예로 돌아가면, 이 부채는 선(善)과 통하니 시집간 여인은 마땅히 온화하고 부드러우며 자애롭고 선한 눈매를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하늘의 신리(神吏)들이 붓을 들어 기록하고 있다.

“……규방 처녀가 부인이 되니, 마땅히 완순한 의용과 자애로운 눈매, 부드럽고 선량한 안색을 갖춰야 하느니라……”

혹시 이들이 자기들 좋으라고 기록하는 줄 아는가? 천만의 말씀이다. 그들은 신이다! 그들이 기록하는 것은 인류를 단속하고 세상 매 한 사람 생명의 화복(禍福)을 결정하는 천규(天規)요! 천조(天條)요! 천도(天道)다!

 

원문위치: https://www.zhengjian.org/node/296604